□ 자기만의 세상을 가꾸다가 나온 걸작
(p39) 제정 러시아의 연대기를 쓴 프랑스 작가 아스톨프 드 퀴스틴은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퀴스틴은 르카네에서 보낸 보나르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지하 감옥과도 같은 이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막연한 욕망으로 고통받는다. ...... 내가 사는 감옥을 탐험하지 않고는 이 좁은 세상을 마음 편히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탐험을 하면 할수록 내 눈에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넓어진다."
이야말로 보나르가 후대에 선사한 것이다. 보나르는 그의 세상을 매일 탐험했고, 탐험할수록 그의 세상은 점점 훌륭해졌다. 르보스케 뒤에는 돌이 많은 구릉을 따라 가파른 오솔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올리브 숲과 목동들이 염소를 치는 평야로 이어졌다. 매일 아침 보나르는 마르트를 잠시 떠나, 캔버스 천 모자를 쓰고 이 오솔길을 따라 그의 개 푸세트를 끌고 산책을 했다. "내게 필요한 소재들이 모두 가까이 있다."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가서 그것을 보고 노트에 적고 집에 가면 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꿈을 꾸는 것이다." 그는 종종 그림을 그리는 동안 꿈을 꾼다고 했다. 이것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예술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들이 그들만의 생을 갖도록 허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즉 형태가 스스로 변하고 새로운 모양새를 띄도록 했다.
□ '예술 없음'이 낳은 걸작
(p53) 스티글리츠의 사진이든 가족의 추억거리를 찍은 사진이든 어떤 사진에나 내재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모두들 시간을 정지시켜서라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고, 또한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에 뭔가 흥미로운 것이 기록되기를, 뭔가 보석 같은 것이 우연히 담기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희망이란 너무 사소해서 때로는 의식조차 못하지만 말이다. 기억과 희망, 과거와 미래, 즉 코닥으로 사진을 찍으면 붓과 캔버스를 사용하여 그리는 그림처럼 후대를 위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시간이라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하나의 유리병인 것이다. "모든 것은, 모든 소멸하는 생명들과 함께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W.G. 제볼트는 말했다. "세상은 이대로 고갈되고 있다. 그 자체로 기억할 능력이 없는 수많은 장소와 물건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전해지지도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이 장소와 물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려는 것이다.
(p57) 자신의 취미인 피아노 연주에 대해, 쿠크는 몇 년 앞서 책을 출판했던 데일 카네기의 낙관적인 자기 계발서의 어조로 이렇게 썼다. "하루에 체계적으로 한 시간씩만 피아노 연습을 해도 몇 년이면 연주 실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이그나시 파데레브스키를 보며 느낀 점을 쿠크는 이렇게 썼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 너무나 많은 수가 대가를 꿈꾼다. 음악은 그 자체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음악 공부가 주는 지적인 훈련이야말로 값진 것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쿠크는 그 다음으로 열두 단계 프로그램과 비슷한 제안을 했다. "피아노는 조율할 것", "건반은 깨끗이 닦을 것", "양손 손톰은 짧게 깎을 것," 그리고 다음을 기억하라고 했다. "하루에 30분 연습하면 1년에 10950분, 즉 182시간이 되고, 5년이면 910시간, 10년이면 1820시간이 된다." 다시 말해 시간 투자와 훈련이 예술을 즐기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후에 등장한, 노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중문화 세일즈맨들과 달랐다. 쿠크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천천히 '풍요의 뿔'의 좁은 끝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노력을 덜하더라도 삶을 즐기며 커다란 다른 끝으로 나올 수 있다."
예술가 크리스 버든은 언젠가 나에게 초기 이렉터 세트의 그림이 첨부된 설명서를 보여주었다. 그림은 때로 모호했다. 취미로 완구를 조립하는 사람들이나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집이 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설명서에 너무 의존하지 ㅇ낳을 대 더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보람 있는 자기 계발의 과정이었다.
(p59) 로스 자신은 3만 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계산하면 매일 두 점씩 그린 꼴이 된다. "그림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입니다."는 그가 자주 쓰는 대사였는데 그 말은 옳았다. "그림을 그리면 단순히 캔버스만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면을 창조성과 연관 짓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게된 많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음악과 독서, 글쓰기, 자수, 정원 일 등 많은 일들을 더욱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긴장을 풀어 주고 심지어 물리치료 효과까지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p68) 예술은 언제나 우리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고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p69) 아마추어 흑백사진이 유행하던 시기, 그러니까 코닥 No.1 이 나온 후부터 1950년대까지는 이런 종류의 우연한 걸작이 가장 많이 생산되던 때였다. 이때가 초현실주의의 전성기였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초현실주의의 뿌리가 우연과 실수였으니 말이다.
'■ 책과 영화 > □ 인문, 역사, 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견만리 (정치,생애,직업,탐구 편) (0) | 2017.09.16 |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내용 정리 (0) | 2017.08.02 |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0) | 2017.05.28 |
문재인 대통령 5.18 기념사 (0) | 2017.05.21 |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0) | 2017.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