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온전히 보냈던,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몸 담았던 첫 번째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수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40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은 항상 설레고, 때로는 걱정과 두려움이 따른다. 지금은 그 두가지 마음으로 하루하루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생각하는 시기이다. 

 

예전부터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위 스펙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논문에 쓸 주제를 찾아내는 방식과 그것을 통해 실험하고 논리적 사고를 풀어내는 방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Ph. D. 는 과연 어떠한 사고 훈련과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최고의 학위라고 하는가, 과연 어떠한 임계점을 넘어서고, 어떠한 생각의 확장과 변화를 갖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가지 못한 길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게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동시에 생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 기약은 잠시 시기를 늦춰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예전부터 독서를 통해서 무언가를 알아가고 연관되는 분야로 확장하고 심화해서 읽는 과정들을 좋아라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내 성향을 이용해 나만의 석사과정, 내가 생각하는 영역에 대한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심화시켜갈 예정이다. 그런 시기에 야마구치 슈의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저자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책은 독학에 대해서 네 가지 단계를 통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①전략→②인풋→③추상화 및 구조화→④축적) 이 네 가지 단계로 어떻게 독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주요한 부분 혹은 독자로서 읽으면서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을 정리해 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독학을 할 때 장르(역사, 경영 등)를 선택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 테마 곧 질문(예: 조직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한다는 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추상화와 구조화였다.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 그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별적인 독서나 정보등을 추상화하여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서 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생각해봐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역시 반복되는 Why가 필요하다.

 

위의 두 가지 부분을 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노력이라 함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언젠가 부터 어떤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얼마나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가?' 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독학에 대해서도 그런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1. 전략: 어떤 테마에 대해 지적 전투력을 높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º  테마가 주가 되고, 장르가 이를 따르는 형태

  º  테마란 곧 질문이다. 그 질문을 찾는 것이 전략

  º  테마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서 접근

  º  장르의 선택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심에서 확장

 

2. 인풋: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효과적으로 획득한다.

  º  목적하지 않은 단기적 생각의 인풋도 중요

  º  불편한 부분도 받아들여서 인풋

  º  각 분야의 주요 고전을 독서

  º  책들 사이의 형성된 네트워크를 파악

  º  독학의 자원 중 '사람'은 특별히 유효한 독학 자원

  º  떠오르는 질문을 순간 잡아서 저장하고 인풋 요소를 찾음

 

3. 추상화 및 구조화: 지식을 추상화하고, 다른 것들과 조합해서 자신의 관점을 갖도록 한다.

  º  추상화: 개별적으로 공부한 사상에서 인간/조직/사회 등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추출 - 공리화(근본원리)를 추출

  º  구조화: 가설(공리)을 다른 분야와 연결 지음으로써 공리로서의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

 

4. 축적: 획득한 지식과 통찰력을 세트로 저장하고,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한다.

  º  아이디어는 이미 축적한 것들의 조합이다. 그 조합의 수의 최대값은 인풋 값에 의존

  º  끊임없이 상식에 대해서 왜?라고 질문하며 통찰력을 발견

  º  아이디어의 질은 결국 아이디어의 양에 의해 결정

  º  독서, 메모 등에 대해서 비즈니스/실생활에 활용 시사점을 정리

  º  태그 정리, 책의 플레이리스트화

  º  다양한 교양을 축적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후의 변화되는 점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나만의 대학원 과정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배우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장르가 아닌 테마를 통해서 질문을 만들어보고, 관련된 강의와 독서 목록을 찾아보고 나름의 계획을 세워봐야 하겠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자산화시켜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체화하고 시스템화해야 하겠다. 생각하고 생각하자. 고민하고 고민하자. 이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