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  

최종정리(p106~109)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쌓기 위한 첫 여행지로 역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시간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간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시간관은 진보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라는 사관으로 발전했다. 그 중 우리는 진보적 역사관, 즉  역사가 점진적으로 발전해간다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기반으로 역사를 설명하기로 했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전제에 따라, 우리는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가 그것이다. 이 다섯 단계를 둘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 현대의 역사로 말이다. 


우선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생산수단은 생산물을 발생시키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를 가진 것이며, 이는 곧 권력의 획득을 의미했다.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생산수단이 없었고, 따라서 원시 사회는 평등했다. 고대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영토였고 왕이 이를 소유했다. 중세에는 장원이 생산수단이었고 왕과 영주가 소유했다.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 생산수단이었으며 부르주아가 이를 독점했다.


마르크스는 다가올 다음 시대에는 누가 어떤 생산수단을 소유할지 예측하려 했고, 이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 시대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계급은 노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역사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혁명은 실현되지 않았다. 후쿠야마의 말대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경제체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궁극의 체제는 아니겠지만, 유연하고 단순한 특징으로 인해 그나마 인류가 찾은 최선의 체제일 수도 있다.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에 이어 근대와 현대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근대의 산업화는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의 특성이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이끌었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과잉이었다. 공급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려야 했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우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는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는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세계대전의 표면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었고, 근원적 원인은 식민지 경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경제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적 침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 이후는 자본주의가 독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역사를 움지이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 이 두 개념이 역사를 움직여왔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은 공통점이 있다. 두 개념 모두 경제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이 '경제' 인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19세기 말 ~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1914 ~ 1918)

경제대공황 (1929~ )

제2차 세계대전 (1939 ~ 1945)

냉전시대 (1945~1991)

신자유주의 (1991 ~ 오늘)


경제


중간 정리


우리가 경제체제로서 사회민주주의를 다루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체제라기보다는 정치체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는 정치 파트에서 다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낯설다. 북유럽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가 선택하고 있는 체제인데도 말이다. 어쩐 일인지 한국인들에게 경제체제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양극단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라 할 때 그것이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고, 공산주의라 할 때 그것이 지시하는 것은 북한의 왜곡된 파시즘 체제다. 경제체제는 종교가 아니고 선악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효용과 이익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경제체제가 나와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체제는 이념과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 체제를 비판하거나 다른 체제의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종교재판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현대인들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네 가지의 경제체제 중 오늘날 한국 사호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두 가지는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다. 초기 자본주의가 말하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생각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극단적인 체제는 오늘날 설득력을 상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후기 자본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체제는 오늘날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최종 정리


경제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먹고사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경제에 대한 이론적 측면은 생계와는 무관하다.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가 역사를 움직이는 토대가 되고,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제는 정리해볼 차례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서의 경제는 단순하게 두 가지의 입장 대립으로 구분된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입장과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복지도 줄어든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면 세금이 인상되고 규제가 강화되며 이에 따라 복지가 향상된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태동하던 초기에 발생한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시장에는 자기 조절 능력이 있어서 별다른 개입은 필요 없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공황을 거치며 자유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자유 시장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결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서 시장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장기 불황은 세계적인 불만을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개입을 대표하던 소련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세계는 차라리 시장의 자유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를 다시 장악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 오늘날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체제는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어떤 사람들은 각 체제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그나마 복지를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세금 인하를 통한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현 시점에 필요한 체제라고 여긴다.


현재의 한국을 고려할 대, 당신은 어떤 체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체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은 정치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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