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가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은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中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는 작가가 이 문장을 쓰기 위해서 소설 속의 주인공 이름을 롤리타라고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이 문장을 몇 번을 따라 해 봤는지 모른다. 그리고 따라 할 때 마다 혀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유심하게 느껴봅니다. 정말 입천장을 세 번 건드리고 마지막에 앞니를 건드립니다. 분명 작가는 이 문장을 염두해두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이런 문장이 나왔다면 정말 너무 합니다.
이 문장의 진가는 영문으로 읽어 봐야 합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She was Lo, plain Lo, in the morning, standing four feet in one sock. She was Lola in Slacks. She was Dolly at school. She was Dolores on the dotted line. But in my arms she was always Lolita.
번역된 글보다 영문으로 읽었을 때 느껴지는 건 확실히 나름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한 번 따라서 읽어보세요. 마치 시인들의 문구같기도 하고, 랩퍼들의 라임같기도 합니다. 이 부분도 읽어보시죠.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t발음의 연속된 향연입니다. 읽는 재미가 몇 배로 커집니다.
영어 독해 능력이 좋지 않아서 책 전체를 영문으로 읽어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아마 『롤리타』는 영문장의 매력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롤리타』를 읽으려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할까요?
블라디미르 쿠쉬전을 다녀왔다. 살바도르 달리의 계보를잇는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라고 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하나하나 너무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 뿐이었다. 미술 전시를 거의 가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이렇게 미술관에서 직접적으로 감상하니 밀려오는 감동 또한 배가 되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곱씹어서 보았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에 감탄을 하였다. 어떻게 보면 모두 평범한 우리 주위의 것들인데 이렇게 표현하니 다시금 놀라울 뿐이었다.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유치원생들이 전시관으로 들어왔다. 순간 전시관 안이 시끄럽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그냥 한 번씩 쓱 훑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상당히 유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끼리 코가 트럼펫으로 묘사된 그림들, 나비와 꽃이 돛으로 된 배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분명 호기심을 가지고 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집 가격이 비싸서 구입은 하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들을 이미지로라도 모아서 아이들에게 한 번쯤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블라디미르 쿠쉬전 '환상세계로의 초대' 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들을 몇 점 소개하려고 한다. 워낙 책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그림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 에 등장하는 그림을 찾아서 벽에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항상 그런 그림들을 한 번쯤 별도로 모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이번 전시회에서 책에 대한 그림들을 몇 점 만나보았다.
<방랑의 지도>, <발견의 일기>, <에로틱 동화>, <잠자리에서 읽는 책>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들이다.
전시를 보고 나서 <방랑의 지도>는 엽서로 나와 있어서 한 장 고이 집어들었다. 다른 작품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움을 뒤로 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이 그림들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어떤 독서, 책에 대한 글들보다 더 마음을 건드려왔다. 그래서 독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 책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비상할 수 있는가!
아래 그림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발견의 일기>였다. 책의 한 장 한 장이 한마리 새가 되어되어 푸른 바다위에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비상한다. 이런 게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무런 감동과 배움이 없다면, 책을 읽고 나서도 변하는 모습이 하나도 없다면, 이렇게 책을 읽은 생각이 비상하지 않는다면 의미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지난 번에 읽었던 최진석의 《인간을 그리는 무늬》에서도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여러분은 더 자유로워졌습니까?" 라고 물어왔었다. 단순히 책을 읽어서 지식을 늘리고 간접경험을 늘렸으면 그만인가? 자유에 대한 지식을 쌓고 더 자유로워졌는가? 진지하게 질문해 볼 일이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읽어내자. 독후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읽은 내용들을 다시 글로써 정리하고, 직접 체화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글로 남기어져서도 안 된다.
■ 관심을 확장하고, 책을 읽는 기쁨을 찾아 내라.
<에로틱 동화> 작품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코로 바람이 세어 나오며 흐! 하며 웃음을 지었다. 내 뒤에는 미술전공 대학생들로 보이는 일행들이 있었는데, 모두들 이 작품에 대해서 한 마디하면서 웃으며 지나간다. 이어폰으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다. 나도 모르게 작품을 계속 보고있지는 못했다. 작가는 에로틱한 모습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아름다움, 예술에 대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된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책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되고, 관심이 생기는 일정한 분야가 생긴다. 그렇게 그 쪽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우리 전통문화와 미술에 약간의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사서 읽고 전시회를 찾아서 다니려고 한다. 예술적인 재능의 부족으로 실제 붓을 잡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보는 기쁨을 알아간다. 이렇게 관심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음악, 건축, 과학과 같은 특정 분야라던가 혹은 예전에 우표나 동전 수집같은 것이 유행했듯이 어떤 하나의 관심사에 집중해서 그 분야에 대해서 일반적인 것 이상의 지식을 얻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덕후, 매니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확장해 나가야 한다.
■ 방랑하지만 길을 잃지 않는 모습, 독서의 완성은 통찰력이다.
<방랑의 지도> 나무 껍질은 책이 되고 책 속에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보인다.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방이 모두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허생전>이다. 허생은 집안에서 글만 읽는 서생이다. 하지만 가난에 지친 아내의 항변에 직접 나선다. 그는 순식간에 엄청난 돈을 벌고 나라 안에 굶는 백성들도 구제한다. 나는 이게 통찰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이 바로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생각한다. 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여 지식을 넓히는 것. 처음에는 하나씩 시작하겠지만 나중에 서로 서로가 그물로 되고 서로의 이치를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연결되다 보면 어떤 사회 현상 혹은 하나의 작은 조짐으로도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독서의 완성이다.
우선 이런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그림으로 시작해서 독서로 이어지는 이런 구성이 좋다. 여기서 더 생각해야 한다. 더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한다. 더 확장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겠다. 우선 생각한 것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책과 독서에 대한 그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들의 시도 찾아보아야 겠다. 이렇게 조금 더 들어가봐야 겠다.
사색하는 시간을 조금 더 많이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둘러 먹기만 했지 소화를 시키지 못한 게 많이 있다. 조금 기다려 보자. 조금 돌아가 보자.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을 생각은 이제 조금은 버려야 겠다.
사전적인 의미로 사회과학은 인간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모든 경험과학을 말한다. 사회학, 정치학, 법학, 행정학, 심리학 등이 사회과학에 포함된다. 우리가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고, 그 틀 안에서 생겨난 문제점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사회과학의 인식과 도구가 필요하다. 예전부터 사회학에 대해서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있으며, 사회의 한 구성원인 나는 사회로 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이 발생하면 단순히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 내부의 시스템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했는지도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어떤 통로를 통해서 사회과학에 접근해야 할지를 몰랐다.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기에 처음 시작이 힘들었다. 출판잡지《기획회의》를 읽다가 우석훈의 《나와 너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사회과학 입문자에게 적당하다는 언급이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개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이기주의에서 이타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곤 했다. '내가 먼저 잘해보자.', '내가 먼저 착해지자' 하지만 사회문제는 모든 사람이 착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지식을 전달하고 습득하고 스스로 똑똑해지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문제의 해결에 한 발 다가서는 방법일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사회과학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지금의 대학 혹은 학문의 체계는 하나의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전문가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 있고, 전체를 바라보고 지향하고 사회적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지식인이 부족한 현실이다. 전문가는 많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거장'은 등장하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시점일 수록 사회과학을 통해서 전방위적인 백과사전식 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소위 인문학이라고 하는 '문사철'이 자리잡고 있다. 백과사전식 지식을 갖춘 사람이란 다른 말로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자기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누가 뭘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지는 않아도 정확하에게 아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제 부터 '사회과학' 에 대한 학습이 시작된다. 이 책이 사회과학의 바른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 다음에 어떤 방향으로 사회과학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지 여전히 깜깜하기는 하다. 우선 사회과학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 부터 알아본다.
◆ 경제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다른 말로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방법론적 전체주의'로 말할 수도 있다. 개체와 구조의 문제라고도 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개인주의 측면, 전체주의 측면 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방법론적 전체주의'는 집단은 개인의 속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자체의 독특한 속성이 있다고 보고, 사회를 단순한 개인의 집합이 아닌 사회 전체를 직접 연구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으로부터 사회학은 본격적으로 출발 된 것이다.
◆ 설명과 이해 (과학철학과 해석학) 과학철학에서 강조하는 점은 과학의 예측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리 순수한 형태의 법칙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법을 '사전적 접근'이라고 부르고 '설명'의 방식이라고 한다. 반면에 해석학을 바탕으로 한 접근법은 지금까지의 현상을 맥락을 기초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후적 접근'이라고 부르고 '이해'의 방식이라고 한다. '설명'은 텍스트와 숫자가 중요하지만 '이해'는 저자 혹은 행위자의 의도와 함께 맥락(Context)가 중요해진다. 텍스트가 어떻게 쓰여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로 그렇게 쓰여졌으며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느냐가 중요해진다.
◆ 환원주의와 다원론 일원론은 아주 강력한 환원주의를 띠게 되는데 한 가지 요소로 환원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의미를 두지 않고 무시해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중세시대의 기독교의 신을 생각하면 된다. 지나친 환원주의는 경계의 대상이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한 한 요소가 지나치게 강력해지면 근본주의로 빠지게 되기도 한다. 다원론의 성향이 강한 곳은 그리스, 인도 및 인류문명이 시작된 곳으로 대부분 여러 신을 믿었다. 이때 사회지도층은 신들의 이름과 의미를 다 알아야 했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했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다원론의 기반이었다.
경제적인간/사회적인간, 설명/이해, 일원론/다원론은 어떻게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고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서 인식하는 하나의 틀로 작용되는 것들이다. 다른 사항들도 존재하지만 철학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부분들은 아직은 내가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사회현상을 바로 보는 인식의 틀이 마련되었다면 이제는 사회에 대한 모델링(Modeling)을 하게 된다. 모델링을 통해서 만들어진 모델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이 때 모델은 컴퍼넌트(Component) 바로 구성요소가 존재하게 된다.
모델에 넣는 구성요소가 한 종류이면 균질적인 것이고, 두 종류 이상이면 이질적 혹은 비균질적 모델이 되는 것이다. 모델을 만들 때, 균질한 모델로 할 것인지 비균질한 모델로 할 것인지는 분석가의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결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분석도구 선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구성요소는 늘어날 수록 설명력이 높아지고 사실성도 커지는 반면에 설득력과 전달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위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분석할 때 수학이 많이 쓰인다. 사회현상 분석에 수학적 사유에 의존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뮬레이션 방식 등과 같은 것들은 사회현상 분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비가역성, 공간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부분을 잠시 언급한다.
◆ 선형과 비선형 모델을 분석할 때 수학에 많이 의존하는 데 많은 부분이 선형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최적화기법(Optimization)을 통해서 선형으로 바꾸어 주고 선형적인 분석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계론적 성장주의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형적인 접근법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점점 비선형적 현상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생겼다
◆ 시간을 다루는 법 사회과학에서 시간을 바라볼 때 특별한 목적론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목적론의 대표적인 경우가 진화론인데 인간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는 시각이다. 아리안 족이 궁극의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나치즘과 사회 진화론의 결합이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는 이미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사회를 바라볼 때 앞으로의 시간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결정하고 나서 그것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다원주의를 통해서 목적론을 벗어버리고 나서야 진화론이 다시 과학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공간을 다루는 법 공간을 볼 때는 언제나 그 안에 깃들어 살아야 할 사람들의 삶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기의 목적이 아닌 그 곳에서 삶을 꾸려갈 사람,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 묻힐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 그런 눈을 갖고 보아야 한다. 사회과학에서는 인간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닌 말장난에 불과하다.
사회과학의 개론적인 개념에서 《나와 너의 사회과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사회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이론서의 개념이었다. 그리고 그 이론을 설명하는 데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읽는 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그 기반을 마련해주는 책으로는 나에게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회과학자가 되려면 '맥락'을 잘 파악하고 '공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흐름을 인식하고 큰 파도에 몸을 얹는 것이 아닌 사회의 질적 성장과 변화에 손을 뻗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혼자 꾸는 꿈은 허무지만, 같이 꾸는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겁니다." 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을 남긴다.
p213 공감을 얻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훈련이 '바다의 눈으로 보기'입니다. 멸정 위기에 처한 고래를 연구하면서 고래라면 어떤 심정일까, 만약 내가 바다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그 과제를 통해 해양 사막화 같은 개념들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다. 나쁘다. 이런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사람이 가진 아주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공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게 좋습니다.
#1.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 - 최병삼,김창욱,조원영/삼성경제연구소 -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주목을 받아온 플랫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IT업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을 바라보면서 플랫폼에 대해서 설명하고 플랫품 구축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플랫폼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구조를 잘 갖추고 있어서 논리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라든가 플랫폼에 대한 전략에 대해 접근법을 보기에는 좋은 것 같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 2.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마로니에북스
- 박경리의 <토지>를 읽다가 6권에서 정체되고 있다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았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제목인데 이런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김약국과 그의 딸들이 겪게 되는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가 짙게 베어 있다. 읽고 나면 무언가 묵직한 기분이 든다. 읽고 나서 별도로 정리해두지 않고 서평을 쓰지 않은 게 아쉬운 책이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의미있는 책이다.
# 3. 나의 조선미술 순례 - 서경식/반비
- 여기서 '조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선시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재일동포인 서경식 작가가 큰 그림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가 직접 만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미술에 대해서 더듬어 가는 것이다. 다른 미술 관련 책들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작품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작가를 중심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이다. 그의 작가 본인도 그렇고 디아스포라에 관련된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가 예전에 쓴 <나의 서양미술 순례>도 나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 4.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 다케우치 가즈마사/비즈니스북스
- 전기자동차 테슬라, 우주산업 스페이스엑스, 태양광산업 솔라리스를 이끌고 있는 엘론 머스크에 관한 책이다. 사내외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난히 많이 언급된 인물이다. '인간을 지구 밖으로 보낸다'라는 비전으로 실제 일을 만들어내고 실천해내는 모습이 대단할 뿐이다. 개인적인 목표, 비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책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히 목표를 찾아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 5. 식물의 인문학 - 박중환/한길사
- 식물, 나무, 환경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관련 분야의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다. 처음에 들어가는 말부터 인상적이었다. "식물이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그 외에도 가정 내에서 환기의 필요성과 식물을 기름으로써 얻는 효과등을 유심히 보고 조그마한 화분도 두개 사서 집에 두었다. 올해는 화분의 수를 많이 늘리고 관리법에 대해서 공부해볼 생각이다. 이 책은 식물 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다. 분명 좋은 내용이 많이 담긴 책인데, 몇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 6.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민음사
- 읽으면서 나 역시 수없이 상상했다. 망망대해의 조그만 배위에 낚시대를 들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실제 그런 사진이라도 있으면 하나 구해서 책상 앞에 걸어두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노인이 몸에 낚시 바늘을 두르는 모습, 손에 쥐가 나서 그 손을 보고 대화하는 모습들이 떠오르고, 자꾸만 그 노인이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그 설명을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올해 안에 한 번 필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노트를 준비했다. 남다른 감동을 받은 건 아닌데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충동이 일어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모르겠다.
# 7.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 최효찬/예담
# 8.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 최효찬/바다출판사
- 독서와 자녀교육에 대한 책이다. 무언가 특별히 남다른 이야기가 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중간은 간다. 지금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뒤돌아보게 되고, 자녀 교육에 아버지로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준 책이었다.
# 9. 삶의 한 가운데 - 루이저 린저/민음사
- 이 책은 지루하지는 않은 데 읽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작중 몇 년 만에 만난 언니와 동생이 동생의 우편물을 보면서 동생의 지난 삶에 대해서 회고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두 자매는 서로 이해하기도 하고 스스로 깊은 갈등과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 드러난다. 동시에 동생과 한 남자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볼 만하다. 시대적 배경은 나치시대이기에 당시의 시대상도 엿보인다. 읽고 정리하지 않고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작중 인물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안타깝다.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구는 하나도 없는 방안에서 트렁크가 놓여져있고 그곳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두 자매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고 그 옆에 위스키 병이 계속 생각났다.
# 10.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와이즈베리
- 제목 그대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각종 실험과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공부법을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중해서 반복해서 읽고 외우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자주 기억속에서 인출을 자주 함으로써 배운 것을 떠올리라는 것이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이다. 이러한 인출작용을 통해서 뇌를 자극해서 부족한 부분을 알고 뇌 속의 뉴런을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반복적으로 읽는 것은 우리가 텍스트에 익숙해져서 이해하지 못함에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흥미로운 기억법도 소개되었다. 어떤 것을 외울때 자신이 잘가는 카페를 생각하고 카페에 외울 것들을 대입하는 것들 같은거... 무언가 획기적인 공부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 11.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문예출판사
- 이 책의 첫번째 매력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작중 주인공인 도리언 대신 그의 초상화가 나이를 먹어가는 이야기이다. 그것을 중심으로 인간의 도덕과 쾌락 뿐만 아니라 본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도리언이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추하게 변해가는 초상화를 통해서 과연 나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만든다.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간 소설이지만 19세기 영국의 귀족문화를 엿볼 수 있었고,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만든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한 기분이다.
책은 처음에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전체 인구 중일부 특권층 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책은 특권과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책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은 누구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운동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되지 않고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책 역시 읽는 책력이 필요하다. 책력에 따라서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가게 된다.
처음에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까? 하는 생각에 집어든 책이지만 당연하고 누구나 다 아는 듯한 말을 풀어낸 이 책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과연 나는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할지, 지금의 방법에서 이어갈 것은 무엇이며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뜻을 세우는 입지가 있어야 한다. 누가 이것을 모르랴? 어렸을 때부터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물음 중 하나는 "너 뭐하고 싶니?" 라는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갈 수록 점점 이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뜻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방향으로 독서의 길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선정한 후에는 기본적인 개론서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개괄하고 관심있는 부분으로 확장을 해야 한다. 아직은 이렇게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관심있는 분야는 문학, 역사, 미술, 환경, 경제 부분인데 어떻게 체계적으로 접근해서 깊이있는 독서를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무엇을 읽었느냐 보다는 읽은 것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고 덮어두면 그대로 그 책은 내 기억 속에서도 쉽사리 사라진다. 읽은 것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반복해서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직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드물어서 쉽사리 실천하지 못할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로 남겨 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억이 연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구절에 대해서는 별도로 수첩에 정리해두거나 인쇄해 두어서 집안의 자석 칠판에 붙여두어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실천에 옮겨야겠다.
세번째는 책을 매개로 해서 다른 것들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 장소에 대한 역사적 사건 혹은 그곳의 문화를 미리 책을 통해 살펴본 후에 여행지를 경험하다. 다녀 온 후에 다시 그것을 기록에 남겨 추억을 간직한다. 음악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그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음식에 관련된 책을 본 후에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거나, 손수 요리를 해먹는 것이다. 책을 흔히 간접경험의 매개라고 한다. 이런 책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면서 독서와 체험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어떤 주관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서 특정한 주제를 탐독하는 독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하나의 전체적인 틀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식당에도 그 식당 만의 메인 메뉴가 있고, 기업들도 주력 제품을 통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듯이 독서에서도 나만의 분명한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확장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해본다.
장기적으로는 집중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로 내 독서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둘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면서 체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올해 독서의 방향은 현재의 트렌드와 기술, 경제에 관련된 부분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처음에 선택한 책이 삼성경제연구소의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이다.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에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머리 속에 생각의 체계가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체계적인 사고와 전략적인 접근을 위한 생각의 틀 연습이라는 측면에서도 나에게는 훌륭한 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책을 전부 다 읽고 나서 생각한 첫 번째 생각은, 내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플랫폼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플랫폼은 그 배경에는 분명한 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서 그 속에서 자체적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자발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진화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갖가지 습관들이 모이면서 나에 대한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생기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분명 사람이기 때문에 나태함과 자기와의 타협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분명히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체계를 가진 내 습관들이 개인적인 관리를 통해서 노력에 상응하는 그리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론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 지식 네트워크 생성하기 - 예전부터 개인적인 지식들이 쌓이고 쌓여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분명히 파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에서는 서로 융합작용이 없기에 서로 떨어져 있고 그 영향력을 개인도 잘 알지 못하지만, 어떤 지식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지식들이 융합되고 통합되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일단 그 재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 양질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자. 어떤 분야에 대해서 개괄할 수 있는 입문서와 같은 책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초로 확장한다. 그리고 지식을 어떤 체계로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이 중요하다. 표, 그림과 같이 보여줄 수 있게 하고,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단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겠다.
-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거나 업무상에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말로 풀어내기 보다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정리의 기술이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지식통합관리틀을 만들어 내자. 책을 보면 목차가 있고 색인이 있다. 그리고 지식이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고 그 뿌리는 어떻게 되는지 추적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링크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연대기 별, 사건 별 정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알아낸다.
잠깐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 한 번 풀어놓아 봤다. 책 내용과는 어떻게 보면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플랫폼이라는 틀 속에서 생각이 틀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플랫폼에 관련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풀어낸다는 점이다. Google, Facebook, Amazon, Apple, TED, 키바, 스퀘어, 하버드, MS, Y콤비네이터, 리앤펑, 쿼키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모델 혹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기업의 성패도 결정이 된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것을 배우거나,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에 대해서 찾을 때 가장 먼저 하고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하려고 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정의에 따라 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과연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 - 돈을 벌려고, 지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냥 습관으로 -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것에 대한 나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지금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이 그 대답은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올 해는 나에 대한 플랫폼에 대해서 한 번 만들어보고,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플랫폼의 개념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p22
플랫폼은 다소 추장적으로 표현하면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공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반 모듈'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간단하게는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토대'로 정의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토대'라는 다소 추상적인 말로 정의한 이유는 보다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부품 같은 유형물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술 같은 무형물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모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p24 기업생태계는 특정 상품이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소비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참여자가 모인 시스템이다
p25 플랫폼은 구체적으로 기업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플랫폼은 기업생태계의 성장성을 결정한다. 단기간에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플랫폼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창조하기도 한다. 플랫폼을 설계하여 제공하는 기업에는 플랫폼 자체가 새로운 사업이 되며,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에는 그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신사업을 펼칠 기회가 주어진다. 플랫폼이라는 토대에 대앙햔 참여자가 모이다 보면 전혀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는 것이다.
p34
시장에 한번 안착한 플랫폼은 일정 기간 성장을 보장받는다. 한번 특정 플랫폼에 참여한 이용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폰 이용자가 안드로이드폰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아이폰으로 이동하면 기존에 쓰던 앱과 정보는 대부분 잃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전환비용 탓에 이용자는 기존의 플랫폼에 묶이게 되고, 기존 플랫폼 기업은 추가투자 없이도 개발자와 이용자를 유지하게 된다. 즉, 잠금효과(lock-in effect)혹은 고착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도 잠금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플랫폼의 경우에는 참여자가 많고 다양해 잠금효과가 더욱 커진다.
p35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이용자가 네트워크에서 얻는 가치가 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이용자의 수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전화와 같은 정보 통신 네트워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 그룹처럼 물리적 링크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특성을 갖는 가상적 네트워크도 포함한다. 플랫폼에서의 네트워크 효과란 한쪽 참여자가 플랫폼에서 얻는 가치가 다른 쪽 참여자 수에 따라 증가하고 그 반대 방향도 성립하는 것을 말한다.
p36 하이테크 제품이 시장에 보급될 때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 대단절, 이른바 '캐즘(chasm)'이 있다고 한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닭과 달걀의 문제로 인해 일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보다 캐즘의 폭이 한층 넓다.
p37
플랫폼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대표적 장애물이 '레몬시장 문제'다.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판매자는 차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반면 구매자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신차와 다르게 중고차는 겉만 봐서는 성능을 알 수 없고 직접 사용해봐야 알 수 있는 경험재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외관이 멀쩡하더라도 실제 성능이 좋지 않은 차(레몬:겉은 번짖르르하지만 실속이 없는 물건)일 가능성을 고려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성능이 좋은 차를 낮은 가격에 팔려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러므로 성능이 우수한 차들은 매물로 나오지 않게 된다. 결국 저급한 품질의 자동차만 매물로 나와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레몬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p38
플랫폼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참여자를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 참여자들의 활동을 촉진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플랫폼과 참여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이 단계에서 고민해야 한다.
p40
플랫폼 사업에서는 가격에 관한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가격부과 대상과 가격수준을 유연하게 설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부과할지, 비용을 지불할 제3의 참여자는 없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수익화 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번주는 2014년도의 마지막이자 2015년도의 시작이 함께 있는 한 주이다. 지난 1년 동안에도 너무나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정리를 하는데 역시나 문학의 비중이 확고하게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에는 평소에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이해하기를 원했지만, 독서 편향이 한 쪽으로 집중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자기가 잘 아는 부분이나,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휩싸이고
자만에 빠지기 마련이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면서 생각이 변화하고 좀 더 포괄적인 생각과 통찰력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매년 자신에게 새롭고 낯설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에 소홀했던 경영/경제, 사회, 과학, 예술 분야의 독서에 좀 더 신경쓰고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동시에 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좋은 작품들은
찾아 읽고, 글쓰기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읽어야 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워 본다. 올 한 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나름 인상이 깊었던 책들을 선정해 본다. 번호의 순서가
순위는 아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책들이 너무나 좋았지만 모든 책을 추천하기에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해서 그 중에서 내 관점에서 좋았던 10권의 책을 선정해 보았다. 내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몇 일동안 고민해보고 나름의 책 목록도 만들어 봐야 겠다.
#1. 《소년이 온다》, 한강 -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가슴을졸이며 읽은 기억이 난다. 한강 작가의
저음의 느린 그러면서도 깊이있는 목소리처럼 글 속에도 짙은 아픔과 슬픔이 묻어 나게 하는 작품이다. 왜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 광주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얼마
안되어 광주시청 앞 분수가 다시가동될때, 벌써부터 이렇게 하면 안되는거 아니냐는 전화통화가 생각난다. 이번에알게 된 작가인데내게는크게 다가왔다. 그녀의 예전작인 《희랍어사전》을
팟캐스트로 잠깐 들었는데 이것도 너무 읽어 싶어진다. 그녀 만의 문체가 있다. '한강'을 알았던 것만으로도 올해는 큰 수확이다. #2.
《인간의 조건》, 고미카와 준페이 -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노동수용소의 노무관리자, 일본군인, 패전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 동안 주인공 가지가 겪게
되는 상황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고수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동안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많은 소설과는 다르게 일본인이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낌이 달랐고, 자신의국가와
가치관이 다른 한 개인의 고뇌가 짙게 베어난다. 작품의 마지막에 고향에 가는 도중 쓰러진 가지, 그리고 그 위에 눈이쌓여서 조그마한 구릉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생각난다. 앞으로의
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작품이다. #3.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책이었다. 한 가족의 몇 대에 걸친 삶이 지속되면서 두 개의 이름이반복되어서 자손들에게 사용되어지고 이름에 따라 그들의 성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독특한 소재가 등장해 마치 홀린 듯 책을 읽었다. 흙을 퍼먹고, 하늘로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예언에 따라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 읽을
때는 이름도 헷갈리고 이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작품이다. #4.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오주석 - 2005년에 삶을 정리해서 그의 책이 더이상 나오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는 유홍준과 오주석의 우리 문화에 관련된 책에 흠뻑 취했었다. 여러 책 중에서도 특히 오주석의 이 작품은 작품의 해설과그림의
선정이 탁월해서 보고, 읽으면서 빠져 버렸다. 우리의 옛
그림의 여백의 미와 수묵화의 독특한매력은 앞으로도 더 알아야 할 나의 관심 분야가 되었다. 이런 즐거움으로올해는
<간송 미술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회화 전시도 다녀오면서 보는 즐거움을 조금
알아버렸다. 아직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부족하여오주석 작가와 같은 분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이다. #5.
《미생》, 윤태호 - 올해는 '미생'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웹툰을 보지는 않았고,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하여 그전에 세트를 구매했다. 배송이
된 후에 이틀 동안 9권의 책을 읽어버렸다. 바둑과 종합상사를 바탕으로직장인의 삶을 그려낸 미생은
만화인 동시에 직장인들에게 삶의 철학역시 가볍지 않게 건드려 주었다. 읽으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과연
나는 만화캐릭터에서 어떤사람과 비슷한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상깊은 만화였고, 마지막에 결국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가는 오차장과 그곳에 들어가는 장그레가 생각난다. 결론은 나가는 것이라니~! 씁쓸하기도 했고, 10~15년 후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6.
《소금》, 박범신 - 이 책을 읽을 때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같이 읽었다. 두 작품 모두 주요
소재는 '아버지' 였다. 작년에 겪은개인사 때문인지모르겠으나
이 소재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특히 박범신의 <소금>을 읽으면서는 깊은 저녁 혼자 서재에서 눈물을 떨구며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고리오 영감'보다는 <소금>이 더 깊이 다가왔다. 왠지 정말 우리 시대의 아버지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아버지가 어느날 사라지고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큰 줄기의 이야기인데그 속에서 자식 된 입장에서의 죄송함이 밀려오고, 아버지가
된 입장에서의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깊이 느끼게 했던 작품이다. #7.
《쓰잘 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 왠지 도정일 작가라기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은 분류하자면인문에세이 혹은 산문 쯤이 될 것이다.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풀어내고 때로는 쓴 소리도 뱉어내는 그런 글이다. 정치와 인문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생각이 펼쳐지는 그 통찰력이 느껴진다. 많은책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렇게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조용히 나를 둘러싼 환경과 흐름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바람직한 나의 길과 주관을 지켜나가야 함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글이었다. #8.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 가장 어두웠던 작품이었다. 색으로 표현하면 짙은 회색과
같은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인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그의 깊은 내면과 고뇌를 드러낸다. 때로는슬프고
우울할 때, 더 깊이 빠져들어한 번 깊게 울어버리면 그 기분이 해소되는 경우가있다. 이 작품은 아마 그런 작품인 듯 하다. 다자이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고 그의 단편도 하나씩 접하고있는데
그 내공과 깊음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읽어야 그의 단편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즐거운 뿐이다. #9.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 서정적인 문체를 지니고 중간중간의 수묵화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쉽게 읽힌다. 내용은 작가 이미륵의 유년시절이 담겨 있어 서정적이지만 3.1운동과
자신이 태어난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그의삶은결코
가볍게 흐르지 않는다. 중국을 거쳐 프랑스, 독일로 1900년대 초반에 걸어서 배를 타고 1년이넘어서야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독일어로이 작품을 출간하였고역으로 번역되어 발표된 것이다. 서정적이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의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부모애가 깊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이상하게 이 작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10.
《토지》, 박경리 - 아직 전체 20권 중에 5권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때로는 길상이 되고, 때로는 용이가 되면서 작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생활상이 머리 속에 펼쳐지면서 하동의
최참판댁, 용정의 거리들이 이미 내 머리 속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토지는 서희와 길상, 용이 등이 주요 이야기를이끌어가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야기의 주연으로
하나의 주인공으로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이게 대하소설의 큰 힘이요.
박경리의 힘인 듯 하다.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진행된다. 소설은
허구라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15권이 남아있다. 언제 읽을까 하는 걱정과 동시에그만큼남아있음이감사할
뿐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원작만큼의 감동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책을 왜 읽느냐? 는 질문에 사람들이 의례하는 대답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문제에 대한 답을 툭 뱉어내듯이 하는 말이다. 그 대답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대충 대답하는 '간접경험' 이라고 나 역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소설 속 등장인물과 같이 호흡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눈가에 엷게 빛나는 막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그저 한 마디 '간접경험'이라고 말해버리기가 싫다.
최근에 깊이 빠져든 작가가 있다. 그 분의 책들을 읽을 때는 정말 무언가 찌릿찌릿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감정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때로는 헛웃음으로 그리고 깊은 한숨으로 나오기도 한다. 바로 박범신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소금》, 《은교》을 먼저 접하고 나서 이번에 《촐라체》를 만났다. 그리고 나서 앞으로의 그의 전작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히말라야 촐라체 등정 후 조난 사고를 당한 주인공들의 삶을 향한 지독한 여정을 그린《촐라체》를 읽으면서는 나도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 개개인 모두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p216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클라이머에겐 적어도 세 가지 용기가 구비되어야 한다는 김선배의 말도 이제 떠오른다. 가정과 사회를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그 첫 번째이고,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만한 배짱이 그 두 번째이고, 산에서 돌아오고 나서 세상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의지와 열망이 그 세 번째 용기다.
비록 가정과 사회생활과 제 목숨까지 걸고 산을 오르지만, 산을 오를 때조차, 돌아와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에게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이 진정한 알피니즘의 정신이라는 뜻이다.
《촐라체》는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이 악명 높은 히말라야 촐라체에 오르고 나서 하강하던 중 최강식이 박정헌과 안자일렌(함께 등반하는 사람끼리 줄로 몸과 몸을 연결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것) 상태에서 크레바스에 빠지고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실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럼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같은 어머니에 아버지가 서로 다른 두 형제 박상민과 하영교는 히말라야 촐라체에 등반을 하려 한다. 이들이 촐라체에 함께 오르게 되기까지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서로의 사정을 알지 못한채 마음 속 깊이 쌓여 있는 오해가 둘 간의 사랑과 증오로 쌓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가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작중 화자인 나는 아들 현우가 '외로워서요'라는 말을 남긴채 절로 떠나면서 히말라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두 형제의 캠프지기가 되었다.
상민과 영교는 우여곡절 끝에 촐라체 정상에 오르고 나서 내려오던 중 동생 영교가 상민과 안자일렌 상태에서 크레바스에 빠지게 되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상민은 연결되어 있는 줄을 끊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결국 함께 하기를 마음 먹지만 줄은 바위에 오랫동안 쓸려 잘리고 영교는 크레바스 속에 빠진다. 영교는 크레바스 속에서 이전에 이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 한 산악인을 보게 되고, 그의 피켈을 얻어서 나가게 된다. 상민 또한 후에 크레바스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그 산악인의 머리카락을 수습하고 나온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둘은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발목이 돌아가며 동상이 걸리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리고 작중 화자인 나는 베이스캠프로 복귀할 날이 지난 그들을 찾아나선다.
그 속에서 둘 사이의 맺혀진 한이 풀리고, 나는 아들 현우를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소설을 읽는 것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상상력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영교와 상민이 얼음 위에 피켈로 내리 칠 때, 나 역시 얼굴에 튀는 그 얼음 조각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아이스스크루에 매달려 자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히말라야의 바람을 가슴 속으로 맞아보기도 했다. 안자일렌 상태에서 영교가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상민의 몸이 줄에 감겨버리고, 갈비뼈가 부러질 때도 내가 그가 되어 그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입김을 호~ 불어가면서 추위도 상상해본다. 영상으로 본다면 그저 시각적으로 어떤 생각과 필터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촐라체》에서는 산악등반 관련된 장비 이름이라던가 전문 용어가 그대로 설명없이 나온다. 일부 용어는 읽으면서 그 모양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문맥 상으로 어떤 것일거라는 짐작은 간다. 그 만큼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좋았으며, 이야기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생사를 오가는 극한 속에서 심적 갈등과 꺼져가는 의지를 잡아가며 결국은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히말라야라는 상징을 바탕으로 같이 떠나는 여정이지만 아마도 개개인의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아가면서......
"농담이 아니라 망상이겠지. 산소가 부족한 곳에선 그런다더라. 머리가 혼란을 일으켜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고. 권투 선수도 머리를 많이 맞으면 황홀감을 느낀다는 거야. 유도 선수나 레슬링 선수가 목을 졸릴 때도 그렇대. 어떤 권투 선수는 자신도 모르게 더 때려달라고 머리를 들이밀기도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다 뽕 맞은 것처럼 되는 거지. 미친 짓이야. 너도 그렇지. 왜 하필 겨울에, 왜 하필 북벽이냐."
p33
라이홀트 메스너는 '죽음의 지대'를 뚫고 나가려면 어떤 '모럴'이 필요하다고 썼다. '무덤과 정상 사이'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뚫고 나갈 때 '오히려 지각이 맑아지고 민감해지며' 마침내는 '전혀 새로운 생의 비전을 연다' 는 것이다.
p48
나의 대답이 그랬었지.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그처럼 고요한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여러 번 암벽 등반을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에선 어디에 있든 소리가 쫓아온다. 사람소리 찻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라도 들린다. 완전한 정적이란 없다. 그러나 촐라체 베이스캠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가 맞닥뜨린 것은 숨 막힐 듯한 정적. 정적이 무섭진 않냐. 형이 또 묻고, 뭐 별로...... 내가 대답했다. 형은 그러자 으흐흐흐, 하고 기분 나쁘게 웃고, 혼잣말하듯 덧붙였다. 이 정적이...... 말하자면 고독의 맨얼굴이야. 이제부터 베이스캠프에서 너도 이놈 맨얼굴을 질릴 정도로 보게 될걸
p100
들쥐
해발 5천여 미터의 눈밭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p101
가만히 있으면 말을 모조리 잊어버릴 것 같았다. 진공 지대의 적막이 아마 그럴 터였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나는 와락 정적이 무서워 짐짓 서성거리면서, 소리 내어, 대답 엇는 그 무엇엔가 말을 걸곤 했다. 내 말을 듣는 것이 들쥐든, 새든, 아니면 히말라야의 죽음의 지대에 산다는 비행거미든, 상관없었다. 평생 동안 이런 정적을, 그것도 하루 종일 만나본 일은 처음이었다. 밤이 되면 그 정적의 공포감은 배가 되었다. 뼛골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정적이었다.
p103
떨어져 있을지라도 로프로 연결한 안자일렌 상태일 테니 한 줄에 두 목숨을 매달고 있는 셈이다. 망원경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하나의 판타지로 보였다.
p105
"오늘은 정월 초하루, 설날이야."
그들에게 들으라는 듯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헤드랜턴은 여러 개 남아 있었다. 나는 후룩후룩 일부러 소리 내며 라면을 먹고 나서, 텐트 지붕 위에 세 개의 헤드랜턴을 건 다음 불을 켰다. 이제 산 위의 저들은 '특급호텔'을 만난 행복감과 더불어 상민의 불빛과 영교의 불빛과 나의 불빛을 보게 될 터였다. 내가 그들과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세레머니가 아닐 수 없었다.
p111
모든 정상은 허공을 이길 수 없다던 형의 말이 머릿속을 가로지른다. 무엇이 있든 상관없다
p114
임종까지, 생애의 마지막 구간에서 소주병을 달고 살았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멍청한, 이라고 나는 중얼거린다. 밉거나 원망스럽진 않다. 한번 기울어지고 나자 아버지 인생은 내리닫이 가파른 하강길로 이어졌다. 자살한 건 아니지만 점진적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소주는 맑아서 좋아, 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아버지 영혼은 소주와 달랐다. 소주는 독을 품고 맑은데, 아버지는 물처럼 맑은 사람이었다. 그것은 약하다는 뜻이었고, 약한 것은 명백히 유죄였다. 나 같았으면 소주에 의지한 굴욕적인 자살보다 차라리 의지적인 확고한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다.
p120
가파른 빙벽에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해서 밤을 보낸 지난 며칠 동안의 일들이 휙휙 눈앞을 스친다. 버너를 떨어뜨린 것은 75도 가까운 경사의 빙벽을 깎아 겨우 엉덩이만 걸친 채 아이스스크루에 매달려 잠들어야 했던 두 번째 밤이고, 마지막 식량으로 남은 파워바와 파워젤이 너무 단단히 얼어서 먹지 못하고 버린 것은 정상의 턱밑에서 비박한 세 번째 밤이다.
p121
온몸에 전율이 지나간다. 로프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함께 이어 묶여 있는 그가 나로부터 멀어진다는 뜻이다. 바람을 거슬러 그가 뒷걸음질할 이유는 전혀 없다. 로프가 당겨지는 건 오직 하나의 이유, 그의 추락뿐이다.
p126
나는 여러 번 피켈 샤프트로 표면을 찔러본다. 시멘트 다리처럼 단단한 바닥층이 샤프트 끝에 찍힌다. 이 정도면 안심하고 건너도 될 듯하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며 영교에게 눈짓을 보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내가 추락해도 제동을 걸 수 있게 확보 준비를 해달라는 눈짓이다. 영교가 피켈을 깊이 박고 엎드려 확보 자세를 취하는 걸 확인하고서야 걸음 너비를 최대한 벌려 아이젠의 앞발톱을 사면에 박아 넣는다.
p127
죽음의 아가리를 넘나드는 그 고통을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녀석은 한사코 내게 고통을 감추고 제 힘을 과시하려 한다. 고통을 감추려니 고통은 당연히 배가된다. 녀석의 힘은 지금 단 하나, 내게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 또는 맹목적인 증오심으로부터 나온다.
p132
그러난 나는 곧 숨을 흐흡, 하고 멈춘다.
형광등의 스타트 전구처럼 깜박이다가 한순간 불이 확 켜지고 만 어떤 결론에 내 자신이 먼저 놀랐기 때문이다. 나는 진저리를 치듯 전신을 부르르 떤다. 자기 파멸의 달콤한 이끌림을 제치고, 돌연 강렬하게 솟구쳐 나와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또 다른 비명 소리를 나는 그 순간 듣는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라는, 목소리가 내 속에서 우주적인 빅뱅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살려면...... 로프를 끊어야 한다......
p137
살려줘. 형. 제발...... 로프를 끊지 마. 그런 말이 입속에서 미끄럼을 탄다. 그러나 소리는 터져 나오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려봐. 어떻게든 올라갈 거고, 어떻게든 내려갈 거야. 여기서 올라갈 땎까지만 기다려주면...... 형이 혼자 먼저 떠나도 원망하지 않을게. 울음 밑이 터지려고 한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등강기 손잡이를 잡은 손에 필사적으로 힘을 주고 몸을 흔든다. 형을 믿을 수 없다. 일단 벽에 붙어줘야 한다.
p155
그의 무릎 위에 올려진 피켈이 비로소 눈에 띈다.
목젖이 일시적으로 다시 뜨거워진다. 피켈이다. 살길을 찾은 느낌이다. 습기의 막이 드리워 눈앞이 뽀얐다. 나는 죽은 자의 피켈을 잡는다. 보고에 따르면 추락하는 자들의 대부분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떨어지면서 암벽에 부딪혀 다리가 부러지거나 머리통이 깨질 때에도 육체적인 고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추락자는 추락하면서 고통은커녕 오히려 황홀감을 느꼈다는 보고도 있다. 내가 추락할 때도 그랬었다고, 나는 회상한다. 지나온 기억의 편린들이 한순간 수없이 스쳐 지났을 뿐이다. 마치 내 평생을 기록한 필름을 고속으로 리와인드해 보는 것처럼
p174
프랑스 원정팀에 의해 히말라야 14좌 중 최초로 정복된 안나푸르나는 신의 땅에 감히 발을 들여놓은 원정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징벌을 내린다. 정상을 밟고 내려온 에르조그와 라슈날은 심한 동상에 걸리고, ㅅ=테리이와 레뷔파는 설맹에 걸린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테레이와 레뷔파는, 동상에 걸려 나중에 손발을 잘라내야 했던 에르조그, 라슈날에 의지해 간신히 산을 내려오지만 영원히 실명자가 된다. 초월적인 안나푸르나가 그들이 눈으로 본 마지막 풍경이 된 셈이다.
p182
"정신 차렷!"
나는 영교의 헬멧을 피켈로 친다.
"환상이야. 거긴...... 우리가 함께 내려온 곳이란 말이야!"
잠시 거칠게 밀고 닫고 하다 말고, 영교가 이윽고 털썩 다시 주저앉는다. 눈바람에 밀려 내 무릎에 쓰러져 엎드려 있다가 환상으로 마을을 보았던 모양이다. 따뜻한 집의 아랫목, 굴뚝에서 솟아나는 연기, 데운 우유에 녹차를 듬뿍 탄 밀크티, 평화롭게 건초들을 핥고 있는 야크들을 보았을까. 나마스테, 하고 두 손 합장하여 인사를 건네오고 있는 마을 사람들도 만났을지 모른다. 어디 환각뿐인가. 설산의 협곡에선 환각을 만나지 않더라도 한번 눈바람이 휩쓸고 가면 지형지물의 인상 자체가 전혀 달라 보인다. 골짜기는 솟아나고 길없는 길은 가라앉아 숨기 마련이다. 게다가 환각까지 보태지면 지척에 목표 지점이 있더라도 길을 찾을 수가 없다.
p216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클라이머에겐 적어도 세 가지 용기가 구비되어야 한다는 김선배의 말도 이제 떠오른다. 가정과 사회를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그 첫 번째이고,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만한 배짱이 그 두 번째이고, 산에서 돌아오고 나서 세상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의지와 열망이 그 세 번째 용기다.
비록 가정과 사회생활과 제 목숨까지 걸고 산을 오르지만, 산을 오를 때조차, 돌아와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에게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이 진정한 알피니즘의 정신이라는 뜻이다.
p234
5천 미터가 넘는 곳에까지 방목하는 야크들은 주인이 찾기 쉽도록 커다란 방울을 목에 달고 있다. 큰 덩치와 달리 야크들은 여름철에도 풀을 뿌리째 뽑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양들이 풀을 뿌리까지 뽑아 먹어 대지를 황폐화시키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p247
모든 것이 우연해 보여도 고산에서 겪는 모든 인연은 하나도 우연한 게 없다고 탄식하던 김형주 선배의 말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p250
살고 싶은 욕망 이상으로 죽음의 욕망도 강렬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두 개의 욕망은 같은 숙주로부터 갈라져 나온 쌍생아일까
p292
나는 죽은 다음에 보는 것처럼, 그 초월적인 풍경들을 보았다. 히말라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죽음과 탄생 사이의 과도기적 시간을 '다르마타(Dharmata)' 라고 불렀다. 그것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잠과 꿈 사이의 밝은 틈새라고 했다. 목숨 값에 억눌려 온갖 욕망으로 이지러져 있던 이른바 불멸의 본성이, 하나가 통째로 끝나고 다른 하나가 통째로 시작되는 그 틈새에서, 금강석보다 견고한 제 본체를 보이고, 보여주는, 은혜와 축복의 시간이 바로 다르마타였다. 나는 자고 깨고 자고 깨고 하면서, 이를테면 그때 다르마타의 빛 사이를 날렵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나에게 그것은 사랑에의 목 타는 갈망이었고, 또한 정수의 기다림이었다.
p299
태어난 것은 죽게 되고
모인 것은 흩어지고
축적한 것은 소모되고
쌓아 올린 것은 무너지고
높이 올라간 것은 아래로 떨어진다
p308
과연,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우면서 지구의 중심까지 꿰뚫는 듯, 오래 울리는 소리였다. 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 소리의 잔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촐라체를 보았고. 한 점 놀빛까지 이미 사라져서 촐라체 북벽은, 검은 전사의 눈빛처럼 여전히 가파르고 캄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