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로 서점가는 그야말로 문재인 열풍이 시작되었다. 매 대선마다 그러했지만 이번은 조금 더 특별하다. 그 동안의 대선과는 조금 다른 대선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후 진행된 조기 대선이었고, 새롭게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참여정부를 마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한 이후인 2011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번에 대통령이 된 후에 다시 한 번 조명받게 되었다.


나 역시 평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것들과 주변에서 듣는 정치 이야기만 알았지 실제로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뒤늦게 책을 들춰본다. 책 표지의 왼쪽 날개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이다.


문재인


대한민국의 법조인, 시민운동가, 정치인.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 제적되었고, 1980년에는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하고 부산으로 내려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동의대 방화사건 등 1980, 1990년대 시국 사건 대부분을 맡아 변론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부산,경남 민변 대표, 노동자를 위한 연대 대표, 「한겨레」 창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고 줄곧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나 건강이 나빠져 사직했다가 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자 달려와 변호인단을 꾸렸다. 2005년 다시 청와대로 들어와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변호인을 맡았고 서거 이후에는 장례 절차와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았다.

노무현 재단 상임이사, 운영위원장, 아름다운 봉하 재단 감사를 맡았으며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업이 가야 할 방향에 관심을 쏟았다.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제18대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그 이후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서 야권을 이끌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섰고, 마침내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09년 5월 23일 나는 그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해는 내가 입사한 해이다. 그리고 5월 23일이 토요일인데 주말 근무를 하러 선릉역에 있는 회사로 향했다. 그 날 방송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들려 왔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잠시 멍했던 것 같다. 그 중에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장을 직접 찾으신 분도 계셨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이 오직 취업에만 신경쓰고, 그 후 입사 후에는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바빴었다.


그리고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어이없이 여전히 나는 정치라는 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으며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느껴지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는 정말 '이게 나라인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고, 광화문 광장에도 홀로 찾은 적이 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오천만 인구의 대표자는 그만한 역량과 품격 그리고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힘을 가진 이들은 그들의 힘을 남용하는 것이 아닌 항상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것은 내가 짧은 회사 생활에서 겪은 경험들과 가족을 구성하며 살아가면서 느낀 생각이다. 가정, 회사도 그런데 국가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철저히 장악하고, 검찰을 마치 자신들의 권력 통치 수단으로 사용하며, 국정원을 마치 개인 사조직처럼 운영했다. 그리고 그들의 도덕성은 과연 어떠한가? 솔직히 그들은 아마도 도덕성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故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삶을 정리한 것은 도덕성과 다른 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를 지지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버리라' 고 했으며, 모든 것은 자기가 짊어지고 가려고 했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과 언론을 통해서 들었을 때, 실제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정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한쪽이 권위였다면 다른 한 쪽은 탈권위였다. 누군가는 막아두고 숨겼지만 누군가는 열어두고 개방하고 공유했다.



새롭게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에는 정치인의 길을 걸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故 노무현 대통령께서 스스로 삶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 부산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그는 운명처럼 정치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운명처럼 선배이자 동지와 함께 했던 길을 이제 그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걷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故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그렇다 한 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와 빛을 모두 안고 그리고 모두 버리고 그만의 길을 가야 한다. 우리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대통령이 필요하다. 은퇴 후에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가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고마울 것 같다.


책의 오른쪽 날개에 있는 도종환 시인의 시로 글을 마친다.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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