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출간 하고 싶습니다."  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저 입니다. 

서른 살이 넘어서야 책의 맛을 알았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면서 책들을 꾸역꾸역 읽기도 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어려서부터 문학소년, 문학소녀로 초등학교, 중학교 부터 많은 책들을 읽어서 그들의 삶과 글의 근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나도 조금만 더 일찍 책에 빠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이라는 것이 없지만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부터라도 책을 읽고, 차근 차근 기록을 남겼으면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작가' 라는 단어는 저한테는 조금 크게 다가옵니다. 때로는 '작가' 라는 권위를 스스로 만들어서 제가 그들의 작품에 맹목적으로 빠져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비판적으로 읽어야할 필요성이 있을 때에도 제가 만든 그들의 권위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동경은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럴 때 위안이 되는 책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바로 저와 같은 직장인들이 출간한 책들입니다. 전업작가가 아닌, 그들의 밥벌이는 따로 있는 사람들, 저와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책의 내용과 함께 그 책들만의 독특한 개성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쁩니다. 그리고 나도 마흔 살이 될 때는 한 권의 책을 출간해야지 하는 다짐을 다시 해보기도 합니다.


성수선 작가의 『밑줄 긋는 여자』에서 제가 하고 싶은 글쓰기의 한 단면을 보았습니다. CJ, LG, 삼성정밀화학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과 그녀가 읽은 책의 한 단락을 끈으로 이어주면서 자연스러운 독서에세이가 펼쳐집니다. 이 책의 매력은 성수선 작가가 해외영업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그녀가 직장생활 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적절하게 잡아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책의 메세지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그녀의 필력이 느껴집니다.


'나는 일상생활에 특별한 게 없어서 글을 쓸 내용이 별로 없어!'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에세이들을 보면 그들의 삶은 무언가 나와는 다른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내심 질투와 시샘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수선 작가는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자기만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제 메모장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내 생활의 에피소드를 적어보았습니다.

'오늘은 가장 더운날, 그런데 에어컨 고장, 그리고 누진세는?' , '텃밭에 키우던 토마토 농사 접은 날' , '아이들과 함께 한 서해 갯벌 체험', '짭짤이 토마토와 어상천 수박과 같은 과일들' 이라는 단어들을 적어 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 경험과 다른 분야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생활의 쫄깃쫄깃함'을 적어 볼까 합니다.


생활의 쫄깃쫄깃함이 바쁘게 서두르는 출근길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제 씻고 출근해야 겠네요.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1999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2006

『장미도둑』, 아사다 지로, 2002

『안토니 가우디』, 손세관, 2004

『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1996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럼』, 박민규, 2003

『괜찮다. 다 괜찮다.』 공지영, 지승호, 2008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2008

『군주론』, 마키아 벨리, 까치출판사, 2003

『나의 이력서』, 피터드러커, 2006

『딜리셔스 샌드위치』, 유병률, 2008

『남한산성』, 김훈, 2007

『달인』, 조지 레오나르드, 2007

『감독, 열정을 말하다』 지승호, 2006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최혁 2009

『엘레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1999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 센트 반 고흐, 2005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2003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이유명호, 2004

『불안』, 알랭 드 보통, 2005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에너 퀸들런, 2001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2008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0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2

『소설의 이론』, 게오르크 루카치, 문예출판사, 2007

『쓰바카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2008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2003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2004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2003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2006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2000

『와인스캔들』, 박찬일, 2007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이원복, 2007

『한 손에 잡히는 와인』, 히로카네 겐시, 2001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2002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린, 2001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2002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2004

『눈물의 편지』, 곤인을 기리는 사람들, 2000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2005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2003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2003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2003

『GIRL』, 오쿠다 히데오, 2006

『모모』, 미하엘 엔데, 2000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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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로 작가 은희경을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던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한 번 접하고 나니, 벗어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녀가 점점 궁금해졌습니다. 


토요일 오후, 회사를 마치고 집 앞 도서관에 갔습니다. 가끔씩 어떤 책을 읽을지 정하지 않고,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역사' 쪽에서 책을 몇 권 선택하고, '영미문학' 쪽에서 책 한 권, 그리고 한국문학 쪽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은희경' 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에 있는 그녀의 작품 『빈처』 였습니다.

영어 제목은 『Poor Man's wife』 네요. 의자에서 살짝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응시하는 작가의 표정이 상당히 인상적인 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을 쇼파에 누워서 읽고 있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컴퓨터에서 만화를 보고 있고, 막내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내는 주방에서 삼계탕을 끓인 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책을 조금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내 생각이 번뜩했고, 누워서 읽던 몸을 다시 바로 세웠습니다. 어쩌면 대단히 일상적인 부부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부분을 건드려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소설은 어느 날 내가 아내의 일기장을 보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6월 17일

나는 독신이다. 직장에 다니는데 아침 여섯 시부터 밤 열 시 정도까지 근무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이다.

이 시간에 난 읽고 쓰고 음악 듣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외출은 안 되지만.


나는 생각한다. 아니 두 아이의 엄마이고, 남편도 있는 사람이 독신이라니? 하지만 아내의 일기를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아내는 독신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회사 영업부에서 일하는 남편은 매일 저녁 술에 취해 들어오고, 집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아내는 그런 자신을 독신으로 표현한 것이죠.


9월 16일

나는 왜 이렇게 쉬운 여자인가.

새벽에 파고 드는 그이를 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면서 사는 게 다 안쓰럽기만 하였다. 아침에 그이는 다정하다. 일찍 들어올게, 하더니 정말로 일찍 들어왔다. 나는 그만 감격해서, 저는 당신이 얼마든지 주무르고 어를 수 있는 여자여요, 하듯이 다소곳해져 갖고 그이를 맞았다. 그런데 그이는 다시 나간다. 나는 왜 이렇게 쉬운 여자인가. 그이에게 나는 왜 이렇게 하찮은가. 열한 시가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데 오늘만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화가 난다기보다 모욕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렇다, 이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먼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랜 만에 집에 빨리 들어온 소설 속의 나는 친구의 전화에 또 다시 술집으로 나갑니다. 아내는 남편이 빨리 들어왔다고 조금은 들떠 있습니다. 무엇을 해줄까 하는 생각뿐이죠. 그런데 남편은 다시 집을 나섭니다.


이런 아내는 남편을 보면 평소에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내는 아이를 낳기 이전의 모습은 많이 사라집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의 칭얼거리는 울음소리에는 몸이 움직입니다. 힘이 들어도 자기 몸 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합니다.


아내는 그렇게 그녀의 담담한 삶의 일기를 적어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편 역시 아내의 일기를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내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런 아내의 잠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죠. 많이 변한 아내의 모습이 보입니다. 


소설의 마지막입니다.


나는 손에 펴 들고 있던 그녀의 일기장을 가만히 덮어준다.

살아가는 것은, 진지한 일이다.

비록 모양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다.


작품 속에는 나와 아내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남편과 아내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허구의 문학인 소설이지만, 허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저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거 같기 때문입니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제 생각, 이런 행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지만 그 속에서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하는 모습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평범' 이라는 단어로 말하지만, 그 평범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은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가족 안에서도 모든 걸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아내의 마음과 생각을 조금 더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조금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많이 다릅니다. 그 다름을 존중하고, 그 다름을 조금 더 관심있게 바라봐야 겠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진지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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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완숙하게 만드는 법이다. " (p86)


배움을 위해서라면 나이 어린 자식에게 배우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학구적 자세가 그것이다. 남 앞에 머리 숙이고 배운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자신이 직접 수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아버지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내게 가르쳐주신 것이다. 아마 예수가 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사례가 이와 비슷한 일일 것이다. (p125)


"물리학 전체에 대해, 그리고 이와 연결해 개별과목에 대해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그 잠정적 결론을 자기 언어로 서술하라. 그리고 학습이 진행되는 대로 이것에 대한 수정, 보완을 수행해 나가되 그 핵심은 반드시 유지하라. 이렇게 할 경우 설혹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핵심은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최소한의 학점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p159)


책 한 권만 잘 읽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을 120퍼센트 이해하라고 했다. 여기서 120퍼센트라는 것은 저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0퍼센트까지 더 얹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학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후 내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p161)


더 이상 역사는 열정만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지성만으로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숨을 아끼지 않을 열정과 함께 역사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 일을 감당할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을 함양시켜 왓는가? 그리고 이것을 통해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가? 아직도 그는 내 속에서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그의 얼굴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외치고 있다. 나를 부활 시켜라. (p184)


학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나는 무슨 학문을 하겠다. 어떠한 문제를 풀어보겠다 하고 생각한 뒤 학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연한 흥미에 따라 학문을 시작하고 보니 자기가 하고 있는 학문의 내용이 점점 명확하지고 또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문제도 더 뚜렷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계획을 미리 하고 싶어도 학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학문을 해나가면서 물음을 던지는 일 자체가 이미 학문에 크게 한 걸음 들어 선 것이다. (p203)


- 장회익, 『공부도둑』 中 -



책 한 모금을 건지려 서재의 책을 뒤적이다가, 오래 전에 읽은 장회익 선생의 『공부 도둑』을 손에 잡았다. 예전에 읽고 형광펜으로 줄이 쳐진 부분 만을 골라서 읽어보았다. 한 모금만 마시려는 게 나도 모르게 금새 빠져버려서 여러 부분을 다시 발췌해서 남겨 본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가 늦은 것은 없다' 라는 점을 나 자신에게 다시 상기시킨다. 그리고 '배우기 위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두려고 한다. 앞으로 살면서 스스로 수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항상 배우는 자세, 겸손한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가슴 속에, 그리고 뇌리에 새겨두자.


그리고 어떤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던지 간에, 무언가 깊이 파고들어갈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양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양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윤곽과 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이 하는 공부에 대해서 감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틀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하루 하루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틀렸던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파고 들어 가자. 


배움에는 늦은 시기가 없다.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고, 제대로 배워서 내 것을 만들고, 제대로 배워서 올바르게 행동하자. 

지식 만을 쌓아가는 배움이 아닌 지혜와 삶을 쌓아가는 배움, 함께 나눌 수 있는 배움을 위해서 다시 한 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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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리뷰를 책에 관련해서 해 왔다. 그런데 이제부터 조금씩 나의 관심 영역을 확장해보려 한다. 여러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조금 더 복합적인 이해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고 싶다. 영화는 영화만의 특성이 있다. 직접 배우들이 등장인물들로 빙의되어 연기를 하고, 카메라의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씩 쌓아가고, 우선은 단순한 감상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바탕으로 영화 리뷰를 시작해 보려 한다.


그리고 첫 영화 리뷰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이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황정민(서도철 役), 유아인(조태오 役), 오달수(오팀장 役), 유해진(최상무 役)이 있다. 충무로의 보증수표 황정민, 떠오르는 신예 유아인, 주연급 조연 오달수, 유해진의 등장 만으로 이미 재미는 보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2015년 8월 5일 개봉된 영화로 거의 1년이 지나서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영화의 모티브는 2010년에 있었던 최철원(SK최태원 회장 사촌동생) M&M 대표이사의 야구방망이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는 자신의 회사가 다른 회사로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해고되었다. 해고 사유는 합병 과정에서 화물노조 가입을 탈퇴하고 앞으로도 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피해자는 당시 SK본사 앞에서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는데 회사가 탱크로리를 인수해주겠다고 해서 사무실에 따라 갔다가 사장으로부터 엄청난 구타를 당한다. 당시 최철원은 야구방망이 1대당 100만원이라 했으며, 나중에 살려달라고 하자 대당 300만원으로 구타를 했다고 한다.


다시 이 이야기를 상기하니 너무나 화가 난다. 당시 그 피해자는 한 집안의 가장인데, 그런 폭력을 당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피해자의 무너져내린 자존감을 생각하면 가해자인 최철원의 죄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사회 지도층들의 모습을 여전히 언론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얼마 전에는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이 3년 동안 61명의 운전기사를 바꾸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수행기사 행동 매뉴얼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건들이다.

그는 도대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을 하는 것 일까? 궁금하다. 요즘 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행운으로 저런 것들이 자신에게는 용납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런 사람이 한 기업의 리더라고 생각하니 더 치가 떨린다. 



           ▲ 출처 : 스포츠경제 (http://www.sp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1005)

 


최근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사건이 있다. 바로 이건희 삼성회장의 성매매 관련 뉴스타파 보도이다. 내가 이 동영상에서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은 성매매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없앨 수 없는 사회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영상에는 어떤 사람이 여자들을 관리하고, 샤워실에 갈 때는 두 명이 부축을 하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을 한다. 그리고 성매매 장소로 지목된 한 곳은 現 삼성SDS 김인 고문 명의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한 사람의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라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


▲ 뉴스타파 동영상 中



그리고 수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있었다. '민중은 개 돼지',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와 같은 발언을 토해낸 사람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고위공무원이란 말인가? 분명히 문제가 되리라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술을 먹었다. 영화 대사를 따라 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 것이다. 마음 속의 진심이 나온 것이다.  마지막에는 죽을 죄를 지었다 라고 말을 한다. 한심하다. 안타까울 뿐이다. 정신차리라. 개 돼지 무서운 것을 알겠느냐




서양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ege)' 라는 말이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를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의 빌 게이츠, 워렌 버픽의 기부, 젊지만 사회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려 하는 마크 주커버그 등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토양이 너무나 부럽다. 아직 우리 나라의 갈 길이 멀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분명히 우리 나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를 실천하는 많은 기업가들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있을 것이다. 부디 이런 분들의 이름을 먹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지금 크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나중에 훌륭한 우리나라 기업가에 대한 위인전을 읽어주고 싶다. 

부디 그런 분들이 되어주시길 바랄 뿐이다. 


처음 영화 리뷰의 형식은 자유롭다. 그냥 생각이 끌고 가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본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유아인' 이라는 배우였다. 다른 배우들은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그 진가를 보았다. 

그런데 서른 살에 저런 연기를 쏟아내는 '유아인'에 대해서 깊이 매료되었다. 그의 모습은 영화제에서 남들과 다른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부분, 무언가 자기 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 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이 점점 기다려지고, 한국 영화를 이끌어 갈 재목이 되어주길 바란다.


처음 쓰는 영화 리뷰, 영화에 점점 빠져들기를 바라며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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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 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 中 -


다시 한 번 돈키호테에 나온 저 문구를 적어봅니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이 글귀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일상에 매몰되어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삶에 따가운 회초리를 드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한 때, 제 블로그의 메인 글귀였던 체게베라의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으론 불가능한 꿈을 꾸자' 라는 문장도 생각이 납니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의 책을 잡고 '책 한 모금'의 내용을 찾았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의미가 깊은 책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수필 한 권 이겠지만, 저에게는 삶을 흔들어준 책입니다.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후에 삶에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5년 전의 그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불안하네요. 다시 한 번 붙잡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글귀를 되새겨 가면서 생각 없이 살아가는 시간을 잡아야 겠습니다. 앞으로의 5년 한 번 더 기대해보겠습니다. 한 번 더 꿈꿔봐야 겠네요. 5년 후의 제 모습에 만족할 수 있게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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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물컵 표면에 물이 왜 생길까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에 '폭염주의보' 라는 글귀로 자주 메세지가 들어옵니다. 자연스럽게 시원한 얼음물이 생각나고, 냉장고에 있는 수박이 생각납니다. 회사에서는 얼음이 가득 들은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십니다.

그런데 조금 마시고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스아메리카노 컵 표면과 컵 아래 바닥에도 물이 고입니다.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그 물을 어디서 생겨난 거지? 플라스틱 표면을 뚫고 물이 나올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눈에 띕니다. 에어컨을 켜게 되면 물이 생깁니다. 그리고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꼈을 겁니다. 갑자기 안경에 김이 서리는 현상 이런 것들이 다 똑같은 원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선 정답부터 찾고 갑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결로 현상' 때문입니다.

차가운 물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습니다. 그리고 컵 밖의 공기는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바깥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물이 들어있는 물컵의 표면에 붙으면서 물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표면에 생기는 물은 공기 중에 들어있던 것입니다. 유난히 물이 많이 생기는 곳은 그만큼 그곳의 습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했죠. 안경을 낀 사람이 겨울철에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면 안경에 김이 확 서립니다. 추운 곳에 있던 안경렌즈가 따뜻한 곳에 들어오면서 실내 공기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렌즈에 닿으면서 김이 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경에 김이 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는 모든 물체들은 접촉하면서 열에너지를 교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더 빨리 서린 김을 제거하려면 따뜻한 곳에 놓거나 체온으로 닦아 주면 됩니다.


조금 더 제 주변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져야 겠습니다.

궁금증을 갖고, 관찰을 하고, 원인을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지식을 쌓아가고, 지혜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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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국내소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국내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어가면서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정유정, 김훈, 조정래, 황석영, 한강, 김중혁, 박민규, 천명관, 박범신, 김훈, 최인호, 김연수, 공지영 작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작품을 만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인연이 안 닿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안타까웠던 인연 중에 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은희경' 작가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지만 처음으로 작품을 만나게 되었네요.


은희경 작가는 얼마 전에 『중국식 룰렛』라는 소설집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만난 작품은 2006년 출간된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라는 작품입니다.  총 7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하루에 한 작품씩 읽었습니다. 단편 소설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지게 되었지요.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작품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 거 같습니다. 하나는 여자들을 소재로 하고 여자들의 심리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은희경 작가의 표현력입니다. 처음 접하는 그녀의 글에 포스트잇으로 좋은 문구에 붙이기 바빴습니다.


오늘은 소설 속의 내용은 접어둘 생각입니다. 그것보다 '여자' 라는 단어에 대해서 남자의 입장에서 조금 생각해 봅니다.

제 주변의 여자들을 생각해봅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두 명은 당연히 엄마와 아내입니다. 과연 내가 그녀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들었습니다.


엄마는 그저 '엄마' 였습니다. 여자로서의 엄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생각을 해 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호칭을 얻기 전 부터 엄마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고, 사랑을 꿈꿨던 여자였을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이구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알게 됩니다. 엄마가 '엄마'라는 호칭을 얻으면서 '여자'로서 많은 것을 희생했겠구나! 가슴 속에 여전히 묵혀있는 아쉬움이 많겠구나!


오랫동안 만나오고 함께 살고 있는 아내를 과연 저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다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의 '사람' 이라는 단어는 아마 여자를 가리킬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 만의 생각과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 보면 남편과 있을 때는 행복해보이지만 실제 아내의 마음은 텅 비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걸 모릅니다. 소설 속 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남자 분들은 여자의 마음을 배울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작가의 표현력이었습니다. 서사의 관점으로 소설을 읽는 편인데 은희경 작가의 소설 속에서는 중간 중간 눈에 드는 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가족이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 아프게 깨물면 아프게 물린다. 그렇다고 가볍게 물었다가는 자칫 서로를 놓칠 수도 있다. 너무 세게 물면 - 끊겨버릴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이 다 그렇듯이.   -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 中, p34>


골목에서 한 떼의 술꾼들이 삶은 밤에서 나오는 밤벌레처럼 비틀거리며 기어나왔다. - <여름은 길지 않았다 中 , p241>


여대 앞 골목에서는 누군가 마대에서 담아와서 쏟아놓은 것처럼 발랄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왔다. 
- <인 마이 라이프 中, p251>


그때 그녀가 젓고 있던 커피가 작은 물살을 이룰 만큼 동요를 일으키며 좀 거칠다 싶게 문이 열렸다.

- <인 마이 라이프 中, p256>


이런 문장들을 만나면서, 혼자 상상을 합니다. 정말 삶은 밤의 밤벌레가 생각납니다. 그 벌레가 술 취한 사람이라 생각해 봅니다. 재미있습니다. 상상 속에서 마대 자루를 쏟아냅니다. 발랄한 젊은 이들이 서로 웃으면서 쏟아져 나오네요. 이래서 작가는 작가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오랜만에 저에게는 새로운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작품 중에 좋은 작품이 워낙 많으니, 당분간은 소설읽는 재미가 생겨나겠네요.

다음은 그녀의 대표작인 『새의 선물』 로 은희경 작가를 만나 볼 생각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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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고픕니다. 이게 비소설을 읽다가 소설로 돌아오는 저의 주기입니다. 이야기가 고플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소설, 무엇을 읽을 지 망설일 때 찾게 되는 세계문학전집을 다시 한 번 뒤적여 봅니다. 역시 예전에 사놓고 읽지 않은 게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 주린 감성을 채워준 책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였습니다. 예전에 사 놓고는 그렇게 손에 안 잡히던 책이었는데, 시기가 잘 맞았나 봅니다. 이번에는 다르네요.


알베르 카뮈(1913 ~ 1960)의 책은 『이방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로 시작하는 『이방인』은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코트의 깃을 세우고 짧게 문 담배와 무언가를 살짝 응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잡힌 두 줄의 이마 주름의 사진을 보면 이 작가에게 끌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소설도 궁금하지만, 이름부터 작가스러운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집니다.




카뮈의 『페스트』는 그의 나이 35살(1947년 作)에 지은 작품입니다. 지금의 제 나이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그렇게 손에 안 잡히던 것이 잡혔나보네요 라고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 봅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어느 한 마을에 페스트가 발생해서 사라지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우선 책의 뒷 표지에 적힌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합니다.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언젠가부터 거리로 나와 비틀거리다 죽어 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정부 당국이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하자 무방비 도시는 대혼란에 빠진다.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려는 리유와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려는 미지의인물 타루, 우연히 오랑에 체류 중이던 신문기자 랑베르 등은 공포와 불의가 절정에 달한 도시에서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이 재앙을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보고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하는 신부 파늘루, 모두가 고통에 빠진 상황에서 오히려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는 코타르도 있다. 페스트는 쉽사리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보건대 사람들은 새로운 혈청의 실험 대상이었던 어린아이가 죽어 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본다.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


카뮈의 소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두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카뮈는 살아 생전에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제 2차 세계대전(1939~1945)을 경험했습니다. 바로 전쟁의 시대를 살아간 것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기존의 진리, 제도를 파괴하고 합리주의에 대한 한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간 존재와 삶의 태도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문이 생겨나게 됩니다. 카뮈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부조리',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으로 대답합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세상을 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와 다르게 비합리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속에서는 의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곧 부조리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식한 부조리에 대해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는 '반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조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반항해서 무의미한 삶이라고 느껴지더라도 진리를 바라며, 행복을 바라는 욕구를 가지고 나가라는 것이 카뮈의 행동적 휴머니즘입니다.


'행동적 휴머니즘'은 『페스트』에서도 등장인물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럼요" 그는 말했다. "아마 자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나 나는 필요한 정도의 자존심 밖에는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이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장에는 환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고쳐 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반성할 것이고, 또 나도 반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긴급한 일은 그들을 고쳐 주는 것입니다. 나는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들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그뿐이지요." (p170)


그래서 늦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비 속에서도, 매일같이 한밤중이면 승객 없는 전동차의 괴상한 행렬이 바다 위 저 중턱으로 덜거덕거리면서 지나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도 마친내는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순찰대가 임해 도로에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흔히 몇몇 무리의 사람들이 파도치는 바다를 굽어보며 솟아 나온 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전동차가 지나갈 때면 유람차 안에 꽃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전동차가 꽃과 시체를 싣고 여름밤 속을 더한층 심하게 흔들리며 달리는 소리를 듣곤 했다. (p234)


등장인물 그 중에서도 의사인 리유는 의사라는 자신의 사명감과 다른 이유없이 자신 앞에 있는 환자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입니다. 그 외에도 타루는 보건대를 스스로 조직합니다. 그리고 페스트가 심해져 사람들이 장례 절차도 없이 땅에 묻히기 위해 수송되어 질 때 사람들은 전동차에 꽃을 던집니다. 먼저 떠나는 이에 대한 인간애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페스트라는 부조리에 각자 나름대로 반항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행동을 합니다. 그것이 부조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됩니다.




알베르 카뮈 (1913~1960)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 


- 1957년이 밝힌 노벨상 수상 사유



지금까지 제가 만난 두 작품 『이방인』, 『페스트』를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인간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고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심연을 바라보기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가봐야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인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번쯤 진지하게 나 자신을, 인간을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카뮈의 작품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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