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문제 삼는 상황은 바로 이것이다.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것은 지난 1세기하고도 반세기 동안 오늘날의 언론인과 같다고 알려진 전문적인 직업여행자들이 촘촘하게 쌓아 올린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경험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실에서도 전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 이른바 '뉴스'는 비참한 모습을 시청자들의 눈에 내던져 동정심이나 격분, 그도 아니면 찬성 같은 반응을 자아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분쟁과 폭력을 대서특필하기 마련이다." 구경거리로 전락한 인간의 죽음은 산 자들이 거실에서 누리는 최대의 사치 중 하나이다. 죽음이 매일매일 재생산되어 과잉축적이 빚어지는 전쟁조차도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면 스펙터클이 된다.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는 죽음이 본질적으로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믿고 있기에, 우리는 죽음의 축적을 보고도 무덤덤하다. 그게 관음증이다. 관음증적 응시는 응시의 대상과 자신과의 연루를 알지 못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죽음을 보고 있는 사람의 무의식 속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는 이렇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우리는 안전한 곳에 있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中 -
뉴스에서는 연일 사건 사고가 보도된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테러,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폭행, 살인도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한 때는 연인이고, 친구였던 사람에 의해서도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이런 수많은 사건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더이상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분명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어떤 죽음보다도 살짝 까진 내 손이 더 심각하게 다가올 뿐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우리의 모습을 작가 노명우는 '관음증'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소개한다.
텔레비전은 보고 있는 사람의 무의식에는 이런 내면의 소리가 있을 거라 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우리는 안전한 곳에 있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해낼 힘과 의지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내면의 소리를 잠자코 듣고만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관음증을 벗어나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졌던 그 죽은 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입장이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머리를 식혀야 했다.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방식대로 책을 선택한다.
시작부터 자기개발서를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가끔 한 번씩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동들이 결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다른 블로그에 방문해서 알게 된 책이다. 사실 『인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 혹 해서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서만 알 수 있었던 어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이 점이 아쉽다.
그래도 괜찮았던 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사례들을 적절히 보여주었고, 중간 중간에 '~에 대해서' 몇 가지씩 꼭지로 짚어 주는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배우 조진웅의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 분 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현 JTBC 사장이자 JTBC 뉴스룸을 이끄는 손석희는 10년 전에 대학 강연에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누군가 정치에 관심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손석희의 대답은 훌륭했으며, 자신의 소신을 여전히 잘 지켜내고 있으시다. 그의 대답은 "저는 정치인이 언론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어서 그걸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었다. 사실 꼭 이렇게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이런 늬앙스였다.
배우 조진웅은 대세 배우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는 것 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가 하는 연기와 일상 생활에 드러내는 말 한마디에서도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이 인터뷰를 나는 '고수와 고수의 만남'으로 읽었다.
그리고 고수들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들은 조급하지 않다. 그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추궁하지 않는다. 차분하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만의 신념이 엿보이고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애서 읽었던 부분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목계(木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고수구나. 나도 이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P181)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목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인가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자랑을 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안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고만장해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진짜 고수는 어찌 보면 닭이 나무로 보였던 것 처럼 쉽사리 그들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줄 뿐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헐리우드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 대한 소개이다.
▲ 영화 <링컨>의 링컨을 연기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
201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통상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진기록이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 자기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성마비 예술가의 삶을 눈물겹게 표현한 영화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휠체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나 자리 이동을 모두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했다. 완벽하게 뇌성마비 환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라스트 모히칸> 촬영 때는 알라바마 오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모히칸처럼 사냥해 잡은 음식만을 먹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링컨 역을 고사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그만치 8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를 승낙한 대니얼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1년의 시간을 청했다. 링컨을 흉내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닌 정말 링컨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어 실제 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감정까지 끌어내어 연기한다. 그만큼 매섭게 배역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정말 그 인물이 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그 인물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죠. 환청과는 다른 애깁니다. 그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제 내면의 귀로 듣고 조금씩 따라 해보는 과정 속에서 링컨의 연기도 탄생했습니다." (P85)
목계(木鷄) 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대답은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사례로 짐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은 거기에 이르기 까지의 혹독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평범한 이들에게 힘들어 보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직관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어느 경지에 이르러 고수가 되면, 고수들은 고수들을 알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고수와 고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융합이 이루어지고, 더 높은 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고수(高手)를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같은 노력과 사명을 가지고 목계(木鷄)의 경지에 이르는 고수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살면서 한 번쯤 고수(高手)를 경험해 볼 만하지 않은가!
■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1장. 고수로 가는 길
01. 과감한 시작
02. 밥그릇을 걸어야 한다
03. 축적해야 돌파한다
04.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05. 잡종이 강세다
06. 날마다 다른 사람과 밥을 먹어라
07. 오픈되어 있다
08. 한계에 도전해 본 경험
09. 비울수록 채워진다
10. 무인양품과 명품
11. 고수의 모델, 피터드러커
12. 고수에도 급이 있다
2장. 고수, 그들이 사는 방식
01. 미리미리
02. 레이저처럼 집중하라
03. 몰입의 능력
04.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
05. 디테일하다
06. 심플하게 산다 (1)
07. 심플하게 산다 (2)
08. 시간 도둑이 되지 마라
09 빠르다
10. 도전이 기회를 만든다
11. 스마트한 일처리
12. 자기만의 콘텐츠
3장. 고수의 마음 관리
01. 호기심이 강하다
02. 주제 파악
03. 스스로 광고하지 않는다
04. 내가 하면 자랑, 남이 하면 칭찬
05. 화내지 않는다
06. 자유롭다
07. 철학적 뼈대가 있다
08. 지극정성이다
09. 긍정을 긍정하라
10. 내면의 소리
11. 영혼의 무게 중심
12. 절제의 정도가 승부를 가린다
4장. 고수의 생각법
01. 척 보면 알아요
02. 하나를 보고 열을 안다
03. 직관이 답이다
04. 역발상의 천재들
05. 여러 각도에서 본다
06. 관찰력이 뛰어나다
07. 고수들의 생각 정리법
5장. 고수, 사람을 얻다
01. 사람 냄새 나는 만남
02. 끈끈한 인맥 느슨한 인맥
03. 귀인을 만나고 귀인이 되어라
04. 낯익은 사람이 되지 마라
05. 이익보다 사람을 남겨라
06. 혼자 있어도 두렵지 않다
07. 자발적 고독을 즐겨라
08. 사람을 얻는 능력
1장. 고수로 가는 길
(p 16)고수들은 시작을 잘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p 17)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사람들은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린다.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영감이 떠올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그게 순서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해도 써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논문 지도를 할 때도 난 이렇게 얘기한다. "어느 정도 자료 조사를 했으면 우선 쓰도록 하라. 아무리 많은 자료를 조사해도 그것만으로 논문이 완성되지 않는다. 일단 써야 한다."
글은 시상이 떠올랐을 때 쓰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처럼, 기계적으로 써야 한다. 소설가 야마다 도모히코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집필 활동을 했다. 그 역시 기계적인 글쓰기를 강조했다. 휴가를 이용하지 않았다. 휴가 기간 중 여유롭게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쉴 때는 푹 쉬고 일상 중에 집필을 위한 시간을 짜냈다. 훌륭한 소설가들은 대체로 다작을 했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글을 썼다. 감흥이 생겨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감흥이 생긴다.
(p 22) "두 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두 번째 화살이 있으면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술에 취하는 것과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교토 상인들의 계명이다.
(p 24) 다작이 중요하다. 다작을 해야 그 과정에서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실수하면서 다듬어지고 실력도 쌓인다. 바로 양질전환의 원리다. 지식 발전의 형태는 선형적이 아니라 퀀텀식이다. 직선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별 발전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모든 게 그렇다. 기타를 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책을 읽고 쓰는 것도 그렇다.
피카소는 2만 점이 넘는 작품, 아인슈타인은 240편의 논문, 바흐는 매주 한 편씩 칸타타를 작곡했고, 에디슨은 무려 1,039개의 특허를 신청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수들은 좋은 작품 못지않게 형편없는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
(p 26) 비틀즈는 1960년에서 1962년 사이에 다섯 차례나 함부르크에 다녀왔고 1년 반 동안 270일 밤을 연주했다. 처음 대박을 터뜨린 1964년까지 모두 1,200시간을 공연했다. 비틀즈를 집중 연구한 노먼은 이렇게 얘기한다. "함부르크에 가기 전까지 비틀즈의 연주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아주 달라졌지요. 지구력만 키운게 아니라 수많은 곡을 익혔지요. 모든 버전의 노래, 로큰롤 뿐 아니라 일부 재즈도 소화했습니다. 그들은 함부르크 연주 이후 차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p 27)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은 마케팅의 구루다. 그는 무려 100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했다. 그 역시 다작의 중요성을 믿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책을 100권 이상 만들어 보았다. 물론 모든 책이 잘 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책들을 쓰지 않았다면 이번 책을 쓸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피카소도 수첨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카소의 그림을 3개 이상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가 한 말이다.
(p 35) 하이브리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전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둘째, 늘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서 폭 넓은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
셋째, DNA가 다른 사람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넷째,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P 45) 개방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한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야 한다.
(P 48) 2003년 애니카 소렌스탐은 콜로니얼 토너먼트에서 남자 PGA 경기에 출전했다. 아무리 뛰어난 여자 선수라도 남자 프로와 맞짱을 뜨는 것은 쉽지 않다. 절대 체격과 비거리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열심히 했지만 컷오프를 당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경기에 출전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제 게임에 활력을 줄거라 생각했죠." 한 마디로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땠을까? 그다음 시즌 그녀는 18개 대회에 출전해 16개 경기에서 톱 10에 들었고, 그중 여덟 번 우승했다. 남자들과 붙어 본 후에 같은 여자들과 겨루니 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P 49) 한국의 양궁은 세계적이다. 훈력의 핵심은 "한계에 도전하기"이다. 기상천외한 방버으로 끊임없이 훈련한다. 해병대 훈련, 특수부대 훈련, 번지점프, 무박 3일 행군 등을 한다. 일주일의 반은 기초 체력을 쌓는 데 투자한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16종류를 1세트로 3세트를 뛰는데 그렇게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완전 녹초가 된다. 그다음엔 바로 수영장엘 간다. 유연성을 위해서다. 잔 근육을 만들어줘야 몸에 지구력이 생긴다. 수요일에는 운동장을 돈다. 2시간 반동안 여자는 30바퀴, 남자는 50바퀴를 돈다. 토요일에는 등산을 한다. 죽음의 스케줄이다. "여기서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면 설령 양궁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최소 10년 간은 내 인생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조차 없으면 선수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서거원 감독의 말이다.
(P 50) 한계에 도전하라.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고지가 바로 저기일 수 있다.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로버트 슐러의 말이다.
(P 53) 고전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고미숙 씨도 비슷한 고백을 한다. "내가 그 살벌한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에 나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무조건 배우고 또 배웠다. 다른 사람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공부를 위해서는 지식의 양보다 자신을 진정으로 비울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배운에 있어 가장 불리한 것은 겸손을 가장한 자기비하, 이미 획득한 지식에 갇혀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성이다. 지식의 양이 많건 적건 비움은 배움의 필수적 조건이다. 끊임없이 비울 수 있어야 큰 앎이 흘러들 수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P 55)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싶은가? 기존의 것을 완벽하게 비워라 '제티슨'Jettison이란 단어가 있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의 생명을 제외한 화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값비싼 물건이라도 난파 위기를 당했다면 버리는 게 원칙이다.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사람은 기존의 것을 안벽하게 버릴 일이다.
(p 65)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늘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드러커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거기에 맞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경영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p 69) 미국의 드레이퍼스 박사는 전문가에 이르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초심자(Novice) 단게다. 말 그대로 초심자다. 배운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상황에 대한 지각이 없고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단계다. 운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보면 연상이 된다. 그야말로 앞만 보면서 운전한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교대로 밝고 앞을 뚫어지게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을 전혀 보지 못한다.
둘째, 초급자(Advanced beginner)단계다. 약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은 인식한다. 모든 특성이나 측면을 분리하여 생각한다. 운전으로 말하면 옆은 볼 수 있는 단계다.
셋째, 일정 수준에 오른 (Compotent) 단계다. 부분적으로나마 다소간 관점에서 본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계획을 세우고 표준화되고 일상화된 절차를 사용한다.
넷째, 숙달된 (Proficient) 단계다. 상황을 총체적으로 본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정석에서 벗어난 것을 안다.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 지침을 사용한다.
다섯째, 전문가 (Expert) 단계다. 규칙이나 지침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깊은 암묵적 이해에 기초해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진기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분석적 접근을 한다.
2장. 고수, 그들이 사는 방식
(p 84) "나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잠은 안 자도 되고, 라면만 먹고 살아도 된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몰아주는 거다. 인생에 아궁이가 다섯 개라고 치자. 장작을 다섯 아궁이에 골고루 나누어 때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한 아궁이에 모두 몰아줘야 가마솥에 물이 끓지 않겠나. " 한비야의 말이다.
(p 85) 201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통상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진기록이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 자기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성마비 예술가의 삶을 눈물겹게 표현한 영화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휠체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나 자리 이동을 모두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했다. 완벽하게 뇌성마비 환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라스트 모히칸> 촬영 때는 알라바마 오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모히칸처럼 사냥해 잡은 음식만을 먹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링컨 역을 고사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그만치 8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를 승낙한 대니얼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1년의 시간을 청했다. 링컨을 흉내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닌 정말 링컨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동화대 실제 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감정까지 끌어내어 연기한다. 그만큼 매섭게 배역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정말 그 인물이 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그 인물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죠. 환청과는 다른 애깁니다. 그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제 내면의 귀로 듣고 조금씩 따라 해보는 과정 속에서 링컨의 연기도 탄생했습니다."
(p 90)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반대여야 한다. 문명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 그리고 그런 횟수가 많아질 때 진보해 왔다." 위대한 철학자 화이트 헤드의 말이다. 매 순간 무언가를 의식하고 행동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무의식적인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 좋은 습관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이 핵심이다. 매일 아침 뭐가를 하기로 결심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실패다. 억지로 하는 결심은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이다.
(p 91) 세계적인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리더의 4가지 역할로, "최고가 되려는 신념, 디테일에 대한 집녑, 창의성 응원, 실패에 대한 지원"을 꼽는다.
(p 97) 둔한 사람은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집착 증세가 있는 사람이 성공에 유리하다. 특히 품질에 관한 한 병적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소소한 고객의 클레임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노심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사무실 상태를 보고 흐트러진 기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처진 어깨를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충성고객 하나를 잃게 되면 왜 그 사람이 떠났는지 지요하게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고수는 촉이 발달해야 한다. 작은 시그널에서 위기를 읽을 수 있고 동시에 기회의 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p 111) 간부 회의에 30분 늦은 사람에게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인도의 독립을 30분 늦췄소." 우리는 시간 약속에 대해 약간의 강박증을 가져야 한다. 그게 고수다.
(p 117)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다. 그는 경영학을 발명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기존의 다른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전문가를 넘어선 사람이다. 그의 관심은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그 지식의 넓이와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케일이 다르다. 비결 중 하나는 새로운 곳에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3년에 한 번 씩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았다. 그런 과정에서 고수로 성장했다.
(p 119) 잠재력의 5퍼센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동의한다. 그을 거의 써보지 않았던 엔지니어였던 내가 스무 권 가까운 책의 저자가 됐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그런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내가 글 쓰는 재능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잠재 능력이 있다. 하지만 도전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자신의 잠재력을 알기 위해서는 불편하고 싫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도전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까지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잠재력을 알지 못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이 한 말이다.
(p 122)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
첫째, 목표를 확실하게 확립하고 이를 위해 매진한다.
둘째, 우선 순위 확립이 중요하다.
셋째, 자제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다.
넷째, 시간관리 능력과 집중력이다.
다섯째,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약간의 둔감함이 필요하다.
여섯째, 핑계보다는 일이 되게끔 해야 한다.
(p 127) 주도성이란 이런 개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관심의 원)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내 힘으로 결정할 수 있다. 주도성이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관심의 원'에 대해서는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영향력의 원)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대응적으로 살았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했다.
3장. 고수의 마음 관리
(p 134) 좋은 리더가 되려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있어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관찰을 하게 된다. 질문을 하게 된다. 공부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식도 생기고 애정도 생긴다. 호기심은 세상을 풍요롭게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p 138) "가장 위대한 업적은 '왜' 라는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 마음 속 어린아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말이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p 140) 핵심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있기 아깝다는 소리를 들으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두 종류의 행동을 한다. "저 사람은 저 자리에 있기 아까운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과 "저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왔지. 뭔가 석연치 않은데"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p 142)
하수는 자기 분수를 모른다. 주제파악을 하면 무리하지 않는다. 억지로 자신을 광고하지도 않는다. 생긴 대로 살 때 행복하다. 그릇 사이즈에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그릇보다 약간 작은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저 사람은 저 일 하기에는 아깝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면 자기 역량의 70퍼센트만 발휘해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고, 이 자리에서 실력을 쌓아 더 큰 자리로 진출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세상은 합을 향해 간다.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 핵심은 주제파악이다. 자신의 정확한 그릇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기뻐할 것도 분할 것도 없다. 아내는 늘 내게 두 가지 충고를 한다. "당신은 주제 파악과 문맥 파악만 하면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p 146)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직함을 자랑 삼는다.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직함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약간 재능이 있는 사라은 직함을 더럽힌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p 150) 고전에는 자랑에 관한 경고의 글이 많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게 대인이다. 억지로 공을 내세우지 마라. 공은 내세우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진짜 금은 도금할 필요가 없다." 등등. "스스로를 자랑하는 자는 공이 없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는 모두 발끝으로 오래 서있으려는 것과 같다." 노자에 나온 말이다.
(p 154) 화를 내는 것은 내 선택이다. 화가 났다고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전파해서는 안 된다. 그럴 권리는 없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화가 날 때는 코비 박사의 세 단계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잠시 정지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그것이다. 호흡을 길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운동을 하면 화가 줄어든다.
(p 170) 조지 오웰은 지구의 종말을 예언했다. 그는 소설 <1984>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천재 소설가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예언할 정도로 미래를 보는 안목도 탁월했다. 그러나 오웰의 상상력은 부정적인 비관론과 무신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는 지구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망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고 그런 이유로 전쟁 가능성이 낮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의 정신과 육체는 비관론과 우울증으로 피폐해졌으며 결국 47세에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p 174) "항공학적으로 땅벌은 날 수 없다. 그러나 땅벌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날아다닌다." 메리 케이 애쉬의 말이다.
(p 178) 공부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공부, 업에 대한 공부, 다른 인간에 대한 공부가 그것이다. 그중 "나 자신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다. 나를 알아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에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재능, 열정, 필요, 양심이 그것이다. 양심과 필요에 의해 끌림이 생기고 끌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어떤 일에 끌림을 받는가? 그 일을 하기 위한 재능은 있는가? 뭔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p 181)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 닭이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 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4장. 고수의 생각법
(p 200) 직관은 '고려하다, 주시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인투에리'에서 유래했다. <옥스퍼드 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의식적 노력과 사유를 거치지 않은 빠른 상태의 진실 인식, 내부로부터의 지식, 본능적 지식 또는 느낌." 한 마디로 뭔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진실 인식이란 얘기다.
직관은 종종 꿈속에서 나타난다. 캐나다의 유명한 내과 의사였던 프레데릭 밴팅은 꿈속에서 인슐린의 기초원리를 발견했다. 재봉틀을 발명한 엘리어스 하우 역시 꿈속에서 원리를 터득했다. 그는 재봉틀 발명을 위해 수년간 연구했으나 뭔가가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하게 생긴 창을 든 야만인들에게 붙잡히는 꿈을 꿨다. 그 야만인들이 가진 창 끝에 구멍이 하나씩 나 있었고 그는 거기서 바늘귀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실마리를 얻었다. 그 간단한 변화로 재봉틀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뜻밖의 사건을 통해서도 직관을 얻는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박테리아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곰팡이가 배양접시에 날아 들어와 박테리아를 죽였다. 그래서 세균 배양도구를 버리고 실험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박테리아를 죽인 곰팡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것이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p 201)
직관력을 키우려면 늘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과 마음을 정조준 해놓은 상태에서 목표나 해결할 문제가 있으면 여행 혹은 사교 모임에서 도와줄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나 잡지 기사를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듣기도 한다. 필요로 할 때 정보가 자신에게 끌려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 "이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를파악하라"는 왕이 내린 분명한 목표 때문이었다.
(p 205)
1960년대에 높이뛰기 코치들은 예외 없이 "정면을 보면서 바를 향해 머리로 돌진하라"고 가르쳤다. 자신이 떨어질 곳을 보면서 도움닫기를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뛰던 탄력 덕분에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딕 포스베리란ㄹ 젊은이가 이런 상식을 비웃고 몸을 비틀어 등으로 바를 넘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시사주간지 <타임> 조차 "유사 이래 가장 웃기는 방법"이라며 혹평했다. 모든 사람이 그를 비웃었다. 심지어 공식 대회에서 이런 방법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소리마저 나왔다.
그러나 포스베리는 온갖 비웃음을 견디면서 배면도약법을 지켰고 마침내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자신을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인 것이다. 그 후 육상계는 배면도약법을 '포스베리법'으로 공식 인정했다. 현재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은 배면도약 방식으로 바를 넘고 있다. 뻔한 생각,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방식,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p 211) 새로운 발상에 가장 큰 장애 중 하나가 타성이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다. 성공은 그 자체로 비극의 씨앗을 품고 있다. 몇 번 성공하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에 익숙하게 되고 자신이 하던 방식에 안주한다. 그러다 의외의 것에 일격을 당하고 무너진다.
(p212)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결과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뭔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노자는 "거꾸로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의 운동성"이란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고 , 안전하고 편하게 보이는 길이 사실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수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p 213) 연예인에게 벌어지는 스캔들에 대한 고현정의 생각을 듣고 그를 다시 보게 됐다. 그런 스캔들이 곡 나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그녀의 말이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는 건 반성해야 합니다. 연예인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라고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위로와 재미를 얻습니다. 삶의 지표나방향을 잡으라고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 그 가십을 차단한다? 그건 연예인으로서 직무유기입니다. 성녀처럼 대통령처럼 취급받고 싶다면 그건 정신병입니다. 연예인은 무대에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입니다.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겁게 해서 보내야 합니다. 어떤 질타나 비난을 받는다고 힘들어 하는 후배를 보면 막 야단을 칩니다. 누릴 것 다 누려 놓고는 몇 분의 일도 안되는 질타를 받고 사네 못 사네. 힘들어 죽넸네 하다니. 그렇게 완벽하고 싶으면 아예 숨어 살아야지 라고 말입니다. 질타도 관심입니다. 견뎌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그녀도 일정 경지에 오른 것 같다.
(p 220)
관찰은 전체를 보면서 동시에 디테일을 보는 행위다. 망원경을 보면서 현미경을 함께 보는 격이다. 또한 관찰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행위다. 그래서 펜싱 선수들은 늘 '견'見하지 말고 '관' 觀 하라고 얘기한다. 그래야 순간적인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견 見 과 관 觀 은 다르다. 견은 보이는 것을 그냥 보는 것이고 관은 보는 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행위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관은 황새를 뜻하는 관에 견을 합했다. 관은 새를 가리키는 추 위에 도가머리와 두 눈이 있다. 황새처럼 예민하게 본다는 뜻이다. 여기에 빠짐 없이 생각하여 살핀다는 찰이 합쳐져 관찰이 된다.
우리는 통계적으로 세상을 그리는 관행이 심리에 미치는 효과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통계적으로 세상을 그리는 관행은 개인을 익명의 단위로 바꿔놓고 있으며, 이 익명의 단위들이 모여 대중이 된다. 과학은 우리들에게 구체적인 개인 대신에 조직의 이름들을 제시하며, 그 정점에서 국가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정치적 현실의 원칙으로 제시한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도덕적 책임이 불가피하게 국가의 정책으로 대체된다.
개인의 도덕적, 정신적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공공복지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앞세우려는 분위기가 지배하게 된다. 유일하게 '진짜' 삶인 개인적 삶의 목표와 의미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발전에 있지 않고 국가의 정책에 있게 된다.이 국가의 정책은 외부에서 개인들에게 강요되며, 그 목표는 종국적으로 모든 삶이 추구할 어떤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데 있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결정권을 점점 더 많이 박탈당하고, 그 대신에 하나의 사회적 단위로 통치를 받고 의식주를 제공받고 교육을 받으며 또한 대중에게 쾌락과 만족을 안겨주는 기준에 따라 즐거워하게 된다.
- 칼 구스타프 융,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中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요소가 되었을 뿐이다.
사회는 개인들에게 개성과 창의성을 요구한다. 역으로 그들은 독특한 개인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회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복잡한 것을 하나의 모델로 만들고 싶어한다. 통계는 그 중 대표적인 것이다. 정규분포는 통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 하나이다.
사회는 가운데 선이 평균이라고 이것을 토대로 모든 걸 진행하려고 한다. 통계로 치면 그렇지만, 결국 개별적으로 보면,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개별적이다. 서로 다르다. 평균 선에 위치한 사람은 단순히 그 사람일 뿐이다.
내가 진정 개인으로 살고 있는지, 내가 타인을 진심으로 개인으로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861년 파스퇴르가 공기 중에 떠도는 미생물이 적절한 환경의 액체를 통해 증식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실험입니다.
S자목 플라스크에 액체(육즙)를 담아두면 공기는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미생물의 포아는 목부분에서 더 이상 진입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확인을 해보니 액체(육즙)에는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은 겁니다. 반면에 백조목을 제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플라스크 안으로 미생물의 포아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확인해보니 미생물이 증식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은 사라지게 됩니다.
날파리(보통 초파리나 하루살이 같은 작은 벌레)는 바나나에서 직접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날파리가 분명 저절로 생길거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놈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를 잘 모르겠거든요.
날파리는 보통 외부에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과일 껍질이나 음식물쓰레기 같은 곳에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부패한 당질의 유기물질을 먹고 삽니다. 그래서 포도나 바나나 같은 당질이 많이 포함된 과일에 유난히도 꼬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름에 유난히 꼬이는 이유는 보통 15도 이상에서만 활동이 가능하고 알을 까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이 있나봅니다. 벌레를 퇴치하는 회사인 CESCO 홈페이지에 초파리가 왜 생기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입니다.
외부를 통해서 집으로 들어온 날파리들은 일주일 정도가 되면 약 500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날파리가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4시간이라고 합니다. 헉!
그렇다면 날파리 친구들 4마리가 사이좋게 저희 집에 들어왔다면, 일주일 뒤에 500 X 4 = 2000개의 알을 낳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놈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생존한다면 일주일 뒤에는 다시 2000 X 500 = 1,000,000 마리가 됩니다. (제가 아무런 다른 과학적 이유없이 산수로 짐작한 겁니다. ) 불과 4마리가 놀러와서 보름 만에 백만 마리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러니 사람들이 자연발생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날파리가 싫으시다구요? 정답은 하나네요. '청소는 깨끗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면 혼나겠네요. ^^
문학은 사회문제, 철학, 역사, 경제, 정치,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문학이란 삶에 관한 것입니다. 그 점은 다른 학문과 같습니다. 철학이나 경제, 역사 모두는 삶을 기초로 논리를 세우고 제도를 만들며 진실을, 혹은 사실을 기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모든 학문은 삶이 현장이며, 삶은 모든 학문의 기초입니다. 그러나 삶의 총괄적인 것을 다루어야 하는 문학은 어떠한 부분, 어떠한 분야도 수용해야 하지만 그 것은 실체가 아니며 사실도 아니라는 점, 그러면서도 진실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해서 소설을 창작이라 한다는 것을 먼저 말해 두고자 한다.
- 박경리,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中
문학은 삶의 총괄적인 것을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실체도 사실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진실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문학 중에 특히 소설을 좋아합니다. 여러 소설을 읽다 보면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갑니다.
허구라는 그 속에서 허구적이지 않은 삶들을 살아갑니다. 이런 인물들의 삶을 천천히 지켜봅니다.
그러다 보면 감수성이 생겨납니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문자가 왔습니다. '박웅현 작가의 『다시, 책은 도끼다』 출간' 이라는 제목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관심작가에 대한 신간알리미 서비스를 등록해두었더니 이렇게 관심 작가들의 책이 나올 때 문자를 보내줍니다. 최근에는 정유정, 박웅현, 유시민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이 문자로 날아옵니다. 저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문자입니다.
박웅현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고 했을 때, '아, 책 잘 파시는 분이 오셨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은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자신의 책은 물론이려니와, 그의 저서에 소개하는 책들까지 독자들이 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입니다. 지난 번에 『책은 도끼다』를 읽고 세 권의 책을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 같습니다.
작가의 서문을 보면 『책은 도끼다』가 독서를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해서 집중을 했다면, 『다시, 책은 도끼다』는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의 형식이지만 조금 더 개별적인 책들에 집중하면서 내용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읽고 나니 『책은 도끼다 2』라고 해도 좋겠네요. 앞으로 계속 이어서 출간이 되어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1 이제는 시습(時習)이다.
우리에게는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 합니다. 많이 읽는 게 제일이잖아요.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양적으로는 많이 읽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책 속의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습, 즉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려는 노력입니다. 이 문장을 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내가 책에 담긴 내용은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중한 지식이 된다는 사실도요.
예전의 제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여전히 그 모습 중 많은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박웅현 작가는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어서 읽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읽는 저와는 다릅니다. 그가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라면 저는 차 창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저는 차 안에서 가끔씩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습(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다)을 하려면 생각과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깨닫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도대체 사유, 사색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지? "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은 알거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떼고 머릿 속에서도 잠시 떠나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써보고, 혼자 멍하니 생각도 해보는 겁니다. 지나간 일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요. 그냥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를 보니 '멍 때리기 시합' 도 있네요. 이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마 말은 쉬워보여도 스마트폰에 매몰되어 버린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지혜보다 높은 것이 있다, 느끼는 것"
- 고은
책 속에 보면 '북 스마트', '스트리트 스마트' 라는 말이 나옵니다. 책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이랑 실제 경험을 통해서 얻어내는 것입니다. 저는 가장 이상적인 것이 '책을 읽고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자연의 소중함과 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글을 쓰지만 정작 산을 제대로 찾아가지 않습니다. 허울 뿐입니다. 알맹이가 없어요. 조금씩 경험을 하다보면 알게 됩니다. '북 스마트'도 중요하지만 결코 '스트리트 스마트'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시각적인 것에서 한정된 것에서 촉수가 오감으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감각이 늘어났다고 그만큼만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각들 간에 서로 연결되면서 자극과 경험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에게 하는 간절한 충고입니다. "이젠 시습이다."
#2 미성(未成)의 시간 그리고 질문
인생을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旣存)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검 등 대부분의 것은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旣成)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未成)입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미성의 시간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1할의 1할이니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미성이 곧 기성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미성이 기성으로 넘어갈 때 후회가 없어야 겠지요. 그러려면 미성의 시간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 책상 위에 붙어있는 글귀가 하나 있습니다.
나의 탄생은 내가 결정한 바 없고,
선택한 바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탄생 이후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생각하는게
인문학적 사유의 첫번째 과제라는 말의 의미다.
- 『쓰잘 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中 <내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
도정일 선생은 '탄생 이후의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당은 '마땅히 견디어 냄'이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던지 간에, 그리고 지난 과거가 어떠했던지 간에 이미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견디어 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미성의 시간에 집중하고 미성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게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성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내야 할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대답은 '질문'이라는 단어입니다.
삶이라는 것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과정' 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스스로 질문하지 않게 되면 남들이 정해놓은 길, 남들이 가는 길을 생각없이 따라 가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조금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아쉬운 일은 생겨도 후회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자기들만의 독법(讀法)을 찾아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책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봤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박웅현 작가 만의 소설읽는 법입니다. 그는 밀란쿤데라의 『커튼』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 소설을 읽는 재미가 확 달라졌다고 합니다.
알랭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얘기했죠.
우리는 부정확한 정보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고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의 정확한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랑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의 치통과 그사람의 방귀끼는 습관과 그 사람의 짜증내는 모습, 이 모든 걸 다 알고는 사랑에 빠질 수 없어요. 부분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 뒤 나머지를 내 상상으로 채워요. 그 상상은 대부분 내 욕망이지요. 그리고 3,4년 후 사귀다 상대가 내 맘대로 안되면 넌 왜 내 바람대로 안되냐고 화를 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원래 그 모양이에요. 이 또한 사랑의 기본적인 속성이죠.
여기서 커튼은 사랑하는 사람의 좋은 면만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커튼을 걷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 이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이 다 드러나는 거예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죠. 로맨틱한 상황에 갑자기 배가 아파오고, 나름 잘 보이려고 입은 옷이 너무 꽉 끼어 숨을 참고 신발에 뒷꿈치가 까집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소설에서는 잘 다루지 않아요. 정말 로맨틱하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의 삶은 커튼 뒤의 모습이 진짜입니다. 그리고 커튼 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을 보여주죠.
그 한 예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입니다. 소설 속에는 커튼 뒤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궁금합니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선정해 두었지요.
이 책의 마지막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소개합니다. 제가 항상 읽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고 있는 책입니다. 쉽사리 읽어봐야 겠다고 결정을 못하는 책이죠. 그런데 박웅현 작가는 말합니다. 자기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보다는 한 편의 시를 읽듯, 한 줄 한 줄 명언을 읽듯 읽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책에서 인상깊었다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그가 소개하는 문장들을 읽어보니 저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글귀를 조금씩 얻어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파우스트』도 재미있게 읽을 날이 생기겠죠.
마지막으로 박웅현 작가가 소개하는 파우스트의 글귀를 소개합니다. 역시 후회없는 책이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