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이다. 작가 목수정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읽은 많은 책 중에서 자신에게 의미있게 다가왔던 책들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책의 소개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그녀의 짙은 고민과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그녀의 고민과 성찰을 이해하려면 그녀가 지금껏 밟아온 삶을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의 겉표지 바로 뒤에 작가에 대한 소개에 그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30대에 국경을 넘어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거기서 68세대이며 예술가인 프랑스 남자를 만났다.  스물두 살이 많은 그와 사랑하고, 비혼으로 아이를 낳았다. 프랑스에 머물며 사회주의가 유효적절하게 작동하는 사회를 그리게 되었다. 2003년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왔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으로 활동하다 다시 파리로 갔다. 그사이 월경(越境)은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었다. 목수정에게 월경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한 일인 동시에,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금기의 벽을 부수는 자기혁명이다. 문명이란 미명하에 야성을 옯아매는 허례허식을 거부하고, 새로 디딘 땅 끝에서 확장된 자아를 발견하기를, 그래서 더 많이 관용하고 더 뜨겁게 포용하길 주문한다.'


기존의 틀에 안주하기 보다는 월경하듯 뛰어넘는 그녀의 태도가 책의 소개에 두껍게 스며들었다.. 아니면 그런 책들에 의해 그녀가 그렇게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책, 어찌보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해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스쳐가기에 유혹이 너무나 큰 책이다. 왜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할까? 


<월경독서>의 중간중간에 작가는 책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이렇게 풀어 놓는다.


p192

어찌 보면, 책읽기는 나에게 질문들과 만나는 과정이었다. 난 언제나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에게 끌렸고, 질문들을 찾아다녔다. 삶을 신선하게 가꾸어가기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답보다 질문이라 믿으며, 답은 결국 내가 문제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찾아지고 마는 것이다. 김우창은 이 생각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무의식 속에서 생각은 혼자 움직여 길을 찾는다."고, 그러나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나름 해답을 얻고 나서 더 이상 질문을 품지 않는다면? 그건 지루함을 짓이기며 살아내야 하는 삶을 의미일 터.


p64

"소설가는 자신의 생이라는 집을 허물어 그 벽돌로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시 그 작가들이 지은 책들을 벽돌 삼아 자신의 집을 짓는다. 그리고 우리가 읽은 하나하나의 책들이 우리의 세계를 이루는 벽돌이라면 그 벽돌들이 잘 붙어서 하나의 집이 되도록 해주는 시멘트는 우리가 삶에서 직접 마주하는 경험들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가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겪은 실제적 경험들을 통해 공명할 때, 비로소 견고한 내 정신세계의 한 벽돌로 굳건히 자리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내 현실의 삶 속에서 공명을 하지 못하는 책들은 곧 잊히고, 벽돌은 허물어진다.


예전에 이 책과 같이 책에 대한 책인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는 카프카의 이런 표현을 보여준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장그르니에의 <섬>에 대한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존재한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마한 책을 열어 본 후, 겨우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되는 저 남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이래도 왜 책을 읽어야한다고 다시 질문해야하는가? 

삶을 살아가는 질문을 찾기 위해서, 책과 경험이 공명할 때 쌓아지는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 책을 열어보고 꼭 껴안은 채 달려가는 그 설레임을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일거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월경독서>를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들이 생기고 삶에 대한 질문을 찾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나는 조금 더 잘 만들어진 사람이고 싶다. 책에 의해서...

내가 읽은 글들을 통해 느끼게 되는 감정과 가치관, 내가 입으로 표현하는 말, 몸으로 반응하는 행동이 서로 다투지 않았으면 한다. 



## <월경독서>가 소개하는 책


1.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문학과 지성사

2.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 최인훈/문학과 지성사

3. 이사도라 던컨                    - 이사도라 던컨/민음사

4. 몽실언니                           - 권정생/창비

5.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폴러스/시공주니어

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민음사

7. 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새만화책

8. 황금물고기                        - 르 클레지오/문학동네

9. 섬                                 - 장 그르니에/민음사

10. 서울에서 보낸 3주일          - 장정일/청하

11. 우주로부터의 귀한            - 다치바나 다카시/청어람미디어

12. 심미적 이성의 탐구           - 김우창/솔

13.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클라리사P.에스테스/고려원

14.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시몬 베유/사회평론

15. 엘겔스 평전                    - 트리스트럼 헌트/글항아리

16. 김대중 자서전(전2권)         - 김대중/삼인출판사

17. 미국민중사(전2권)             - 하워드 진/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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