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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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3개월이 지난 2009년 8월 18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시대의 거인인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가이면서 한 시대의 사상가였다. 삶 자체가 민주주의 본연이었다.
그의 말과 글은 곧 그의 행동이었고, 행동은 다시 말과 글이 되었던 분이다. 


P243

1980년대 초 총칼로 권력은 찬탈한 신군부 세력이 달콤한 제안으로 회유하려 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협력하면 일시적으로는 살지만 영원히 죽는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는 죽지만 역사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산다. 따라서 나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그는 알았다. 말 자체가 그를 대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과연 처음부터 달콤한 제안을 했을까? 모진 고문과 살해 위협을 받아오면서 버티어왔다. 용기로 버티왔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용기와는 다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두렵지 않은 것을 용기라고......

너무나 두려운데 무서운데도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용기로 그 시대를 버티어 왔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 참된 용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그의 행동을 나타내는 말과 글은 독서로부터 비롯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독서는 이제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을 하셨다. 책을 읽고 싶어서 다시 감옥에 가고 싶다고.

<김대중옥중서신>을 보면 항상 편지의 말미에는 다음에는 어떤 책을 찾아서 보내달라는 내용이 있다. 감옥에서 끊임없이 읽고 다시 꺼내어 사색하고 곱씹었다. 단지 읽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P47

"나는 오랜 옥중생활을 통해서 러시아 문학을 섭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등 많은 러시아 고전을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솔제니친과 사하로프의 작품들도 애독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을 읽은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1999년 5월 러시아 국빈방문 모스크바 대학 연설>


민주주의에 반하는 신군부세력에게는 총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당당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다들 기억한다. 대화를 할 때는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항상 배려하고 경청하고 또 경청했다. 어쩔 수 없이 지적할 상황이더라도 인격의 존중은 지켜주었다. 그런 분이었다. 강했지만 부드러웠다. 누구에게 강해야하는지 알고 있었다. 


P214

김 대통령은 자전적 에세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화는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화의 요체는 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대화의 실격자요, 인생의 실격자다."


P289 

김대중 대통령은 꾸중을 하는 데도 원칙이 있었다. 그 원칙을 자신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밝힌 바 있다.

"나는 비판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하나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는 비판, 그리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는 비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비판을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주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故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연설문(글)과 기념사(말)을 소개한다.

글쓰기 책에서 삶을 배워간다. 나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철학자로서 사상가로서 그를 기억한다. 
글을 읽어가면서 몇 번이고 넋이 나간듯 바라보았고, 다시 곱씹어 읽어보았다.  이 글귀를 ...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 김대중 대통령


P49

"나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설문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집회가 있을 때면 연설 원고가 늘 걱정이었다. 원고가 완성이 안 되면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설을 했다. 한때는 정치가 곧 연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 원고를 작성했다. 중요한 연설문은 산통이 대단했다. 호텔방을 전전하며 구상하고 수없이 다듬없다. (중략)

내 연설문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작성하지 않았다. 정성을 들이고, 최선을 다했다. 내 자서전에는 연설문이 비교적 많이 실렸다. 그것은 어떤 설명보다 어느 비유보다 내 연설문이 더 정확한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내 철학과 비전, 열정과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삼인>


P170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도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의 화해 협력을 이룩해야 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삶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2009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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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토요일에는 선릉역으로 출근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뉴스속보가 나왔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었다. 그 당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었다. 정치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렇지만 더욱 무지했다.

군대 복무 기간을 줄여준다하여 훈련소에서 투표를 했었다. 같이 식사를 하시던 직장 상사분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충격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후에야 알았다. 무관심 속에서 살아오다가 그제야 알았다. 어떤 삶을 살아왔던 분인지를. 

이제는 더 안타깝고,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망설여진다. 왠지 모르겠다. 이렇게 그것을 텍스트로 담아도 되는지도 몇 번을 생각해보았다.


즐겨듣는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8년간 직접 보고 들은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란다. 그냥 듣고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서점에 주문을 했다. 다음날 부터 읽기 시작했다. 글쓰기 책은 맞는데 몇 번 울컥했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두 대통령의 글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에 글을 쓰는 것을 망설이다가 무엇인가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정리해서 잘 담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났다.

오늘은 왠지 긴 글이 예상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글과 말에 대해서 보여준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아픈 글이다. 


P243

1981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부림사건 변론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돈 잘버는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인권 변호사의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그 이후 부산지역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게 한 그의 생각과 외침은 다름아닌 이것이었다.

"우리 아들 딸들이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는 안됩니다."


1990년 1월, 3당 합당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외친 단호한 그 한마디는 또 어떤가

"이의 있습니다."


용기있는 말이다.


여기서 용기라는 말은 故김대중 대통령이 자서전에 잘 나타난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말과 글은 바로 말하고 쓰는 그 사람을 뜻한다.

故노무현 대통령은 위와 같은 글을 남기고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인지 나타나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인 강원국은 8년 동안 두 대통령을 모시면서 최고의 공부를 했다고 한다. 

두 대통령은 최고의 문필가이자 연설가였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중 청와대에서 연설문에 가장 관심이 많았으며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글을 쓰고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킨 분들이다. 많은 연설문을 연설비서관들이 직접 글을 쓴다. 하지만 두 대통령은 자신들의 생각과 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수용하지 않는다. 말과 글이 곧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래 글을 읽다보면 故노무현 대통령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그가 남긴 말과 글에 그가 묻어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들에게 자신의 연설문에 대한 글쓰기 지침을 자주 주었다고 한다. 저자가 그 지침들을 정리한 글이다. 그답다. 그립다.


<2001년 12월 대선후보 출마 연설>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또는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했다.(중략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2007년 6월 제8회 노사모 총회 축하메시지>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합니다우리 민주주의도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 가야 합니다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대화와 타협관용통합을 실천해야 합니다미래를 내다보고 민주주의 완전한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야 합니다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한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곳에서 응집력 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30.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1.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잇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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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북섹션은 신간을 소개받고 책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되면 일간지들에서는 신간을 소개하고 주목되는 책들에 대한 서평이 올려온다. 각 일간지들의 책 소개는 베스트셀러만을 홍보한다는 느낌은 그다지 많이 받지는 않았다. 북섹션 담당자의 안목과 주제별로 소개해주는 구성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문의 북섹션보다는 독서관련 팟캐스트가 책을 선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지금 매주 청취하는 독서관련 팟캐스트만 해도 5개 정도는 된다.

MBC라디오의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김동진의 빨간책방>, 출판사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 출판사 문학동네의 <문학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덧붙여진 것이 서점인 교보문고의 <낭만서점> 이렇게 다섯종류를 즐겨 듣는다.


<낭만서점>은 정이현 작가와 허희 문학평론가가 진행을 한다. 정이현 작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책은 아직까지 한 번도 읽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그녀의 책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어떤 책들은 제목만으로 소재만으로 내 관심을 끌어서 쉽게 선택을 했는데 정이현 작가의 책은 지금껏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 인연을 팟캐스트가 이어주었다. 목소리를 듣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고, 방송을 들으면서 정이현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껏 그녀가 출간한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 한 권을 선택했다. 바로 <안녕, 내 모든 것>이다.


<안녕, 내 모든 것>은 각자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 친구 세미, 준모, 지혜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미는 복잡한 가정사에 의해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준모는 틱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틱의 증세는 욕으로 튀어나왔다.

지혜는 부모가 모두 대학교수이고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머리 속에 많은 기억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등장인물들은 어린 나이부터 아픔을 가지고 있고 가슴에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상처로 그들은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그저 살아간다.


세상을 살면서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예를 들면 신은 존재하는가? 와 같은 질문입니다. 과연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도 해본다. 자신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사고로 인해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고, 선하고 착한 사람이 너무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은 태어난 것 밖에 없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장애와 같이 아픔을 가지고 태어나는 친구들도 있다.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안녕, 내 모든 것>의 인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아픔들을 가진 이들이 제 주변에도 있기에 소설이지만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살면서 힘이 들고 버티고 참아야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민의 여지가 남아버리는지 옆에서 간접적으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세 친구는 언제나 함께할 듯 하지만, 준모는 치료를 위해 덴마크로 가기로 하고 지혜와 세미도 서로 자연스럽게 만남이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세 친구는 서로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새로 이사간 세미의 집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낸다. 그 다음 날 아침, 그곳에서 세미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들은 그들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다.


P228

할머니에게 비밀을 선물한 댓가로, 우리 셋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만의 완벽하게 은폐된 비밀. 아무하고도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는 친구들과 꼭 나누고 싶었는지도,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비밀은 지켜졌고, 나와 지혜와 준모는 다시 모이지 않았다. 우리는 마침내 뿔뿔이 흩어질 수 있었다. 내가 끔찍이도 두려워했던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혼자인 사람이 오직 나 혼자뿐인 거였다. 준모도 지혜도 어딘가에 혼자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아무리 우스운 영화를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어른들은, 어른이 되면 원래 다 그런 거라고들 말했다.

'너의 아이가 살고 있는 아침의 집에 너는 꿈에도 들어가지 못하리라.'

서른을 며칠 앞둔 어느날,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나는 나직하게 중얼거려보았다. 안녕, 아침의 집, 안녕, 내 모든 것


여기서 안녕, 내 모든 것을 중얼거린 이는 세미다. 하지만 아마도 준모와 지혜도 함께 말했을 것이다.  그들의 '내 모든 것'은 아마도 과거 기억일 것이다. 기쁨과 행복보다는 아픔과 상실이 더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반가움에 안녕이 아닌, 떠나 보냄의 안녕일 것이다. 떠나 보냄에 대한 후련함도 있을테지만 아픈 기억이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 안녕인 듯 하다. 나는 그 안녕이 너무 아쉽다. 


소설은 처음과 끝은 과거가 아닌 지금의 지혜의 관점에서 시작되고, 이야기의 전개는 세미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세미가 지혜를 찾아온다. 할머니의 무덤을 찾아달라고 하지만 지혜는 결국은 기억해내지 못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지혜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기억하지 못함이 다행이다. 그들이 그렇게 안녕하고 싶었던 것이기에......


이 소설은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가슴에 먹먹함이 많이 남는다. 그들의 아픔을 해소하지 못하고 끝내버리는 거 같아서 불편한 마음마저 든다. 서울 강남 배경으로 해서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을 것 같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서, 소설 속 이야기지만 어쩌면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인 듯 해서 쉽게 읽힌거와는 다르게 여운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P88

"학생은 꽃이에요, 절벽에 핀 풀꽃. 잊고 잊히며 살아야 해요.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오래 안고 가지 말아요. 무슨 일이더라도."

잔디밭에서 아무 풀도 짓밟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여자는 조심조심 말하고 있었다.

"사무쳐도, 아파도, 다 흘려보내요. 내 것이 아닌 듯, 그러면 꺾어지도 밟히지도 않을 거예요."


P100

나는 갤러리아백화점의 쇼핑백 손잡이를 한쪽 손목에 걸고, 다른 쪽으로 고모의 팔짱을 꼈다. 아무리 애써도 영원히 빼지 못할 것처럼 꼭 꼈다.


P143

"준모야, 내가 잘 생각해봤거든. 그런데 한 사람이 죽어간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거잖아. 그렇지?"

"글쎄, 아마도."

"마지막이라는 건, 다시는 못 보는 거잖아. 평생 사랑했던 사람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을."

"........"

"나라면, 마지막 순간에는, 보고 싶은 사람들만 볼 거야.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만."

입안에 시큼한 침이 고였다.

"내가 나타나면 할아버지 기분이 별로 안 좋으실 거야. 한 사람의 마지막 기분을 그렇게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세미야."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면 언제고 나는 부풀어질 공간이 남아 있는 노란 풍선처럼 가슴이 두근 거린다.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응?"

"다음에 너 아주 급할 때, 아무도 없으면 나 한 번 불러라."

나는 가까스로 털어놓았다. 세미가 픽 웃었다.

"네버. 넌 삐삐가 없잖아."

"살 거야."

"언제?"

"오늘."

그녀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바보야, 너 멀리 갈 거 잖아."

"안 갈수도 있어."

그녀가 이번 엔 히히히 소리 내어 웃었다.

"아무튼 바보. 얼른 가. 잘 가."

"넌?"

"난 로비에 좀 앉아 있다가 갈게."


P149

실온에 오래 방치해둔 아이스크림처럼 심장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P174

불행은 틈을 주지 않고 들이닥친다. 해석하거나 납득하려 들 필요는 없다. 해석되지도 납득되지도 않는 것, 그것이 불행이 가진 본성이니까.


P238

튀어나오는 대로 다 붙잡고 싶은데, 손의 속도가 기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손의 속도는, 기억의 속도보다도 말의 속도보다도 느렸다. 그 틈새에 깃든 고요함에 대해 나는 아주 천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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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지침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외우라.

들리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때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버려라. 아니면

실컷 잠을 자라.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으라.

다른 사람의 꿈을 절대로 비웃지 말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변화하는 데 인색하지 말라.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라.


무엇보다 바람직하고 존경할 만한 삶을 살라.

늙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볼 때

또다시 그것을 살게 될 테니까.


신을 믿으라. 하지만 차는 잠그고 다니라.

숨은 뜻을 알아차리라.

당신의 지식을 남과 나누라.

그것이 영원한 삶을 얻는 길이므로,

기도하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힘이 거기에 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으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늙으면 그것이 아주 중요해질 테니까.

하지만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


일 년에 한 번은, 전에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라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살아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라.

그것이 부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만족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 중 몇 가지를 위반하라.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가를

자신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라

자신의 성격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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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웟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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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권하는 글


- 왕안석


책을 읽으면 비용이 들지 않고,

책을 읽으면 만 배의 이득이 생기네.

책은 관리 되려는 사람의 재능을 밝혀 주고,

책은 군자의 지혜를 더하여 주네.

재력이 있으면 책을 꽂는 서재를 짓고,

여유가 없다면 책상이라도 갖추어야 하네.

창 앞에서 성현의 옛 책을 읽고,

등불 밑에서 책의 의미를 찾아보네.

가난한 자는 책 때문에 부유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책 때문에 귀해지며,

어리석은 자는 책으로 인해 어질어지고,

어진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귀를 얻네.

책을 읽어 영화 누리는 것은 보았지만,

책을 읽어 실패하는 것은 보지 못했네.

황금을 팔아 책을 사 독서하라!

책을 읽으면 황금은 쉽게 살 수 있네.

좋은 책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좋은 책은 정말 얻기 어렵네.

받들어 권하노니 책 읽는 사람들이여,

좋은 책은 꼭 마음에 기억해 둘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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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소설을 처음 접한다. 최근 들어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책을 하나씩 만나려고 애를 쓴다. <혁명>이 처음 나왔을 때 부터 책을 사두고 책꽂이 한 곳에 두었다가 잡고 나서는 한 호흡에 읽어내려 갔다. 


<혁명>은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순간인 1392년 3월 17일 부터 정몽주가 이방원에 의해 암살당하는 순간인 1392년 4월 4일까지의 18일 간의 비망록이다. 그 18일 동안의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의 내적 고뇌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간에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은 다른 장소에서 때로는 같은 생각을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18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왕과 함께 왕성에 머물러 있는 정몽주, 명나라에 다녀오는 세자 왕석을 마중하기 위해 황주까지 갔다가 왕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마하여 해주에 머무른 이성계, 봉화에서 유배중이던 정몽주는 같은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그 방법은 같지 않았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모두 고려 말의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는 하는 점에서는 서로 일치했다.

권문세적들의 횡포, 남쪽의 왜구와 북쪽의 홍건적들의 침략에 의한 백성들의 피폐함, 당시 국운이 다해가는 원나라를 지지하는 고려 내 기득권세력에 대한 대항, 현세가 아닌 내세를 중시하는 불교에 대한 제재, 현실 정치를 위한 유교적 질서 성립등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극복해야하는 대상이었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목은 이색 하에서 같이 유교경전을 공부하고 함께 중국 사행 길도 다녀오고 성균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오면서 우정을 이어 갔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혁의 길이 그들의 운명도 갈라놓은 듯 하다.


정몽주는 개혁을 하되 고려 왕조의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정도전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기존의 구세력인 왕씨가 아닌 이성계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몽주의 죽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성계의 병문안을 마치고 상가집에 들리고 돌아가던 중에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이방원의 수하에 의해서 선죽교에서 삶을 마감한다. <혁명>은 이렇게 되기까지 정몽주, 정도전, 이성계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으며 내적으로 어떤 갈등을 보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서로 간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소설 속에서는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는 서로 신뢰하고 함께 가려하지만 주변 인물들에 의해서 결국 신뢰가 깨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지켜나간다.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아마 소설 속 이야기처럼 믿음과 신뢰가 바탕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치열한 시대에 가려는 방향이 서로 다른 최고위 정치인들이 벌이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지레짐작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그 당시에 세 사람의 관계가 소설 속 이야기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애틋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고 그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웠다. 역사에는 만약 이라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수없이 많은 만약이 떠올랐다. 

최근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는데 같은 역사적 사실인데, 만화와 소설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만나는 즐거움도 나름 흥미로웠다. <혁명>은 김탁환이 앞으로 계속 집필할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번째라고 한다. 다음은 아마도 이방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짐작을 해본다. 부디 중간에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한 호흡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 조선왕조실록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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