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1919~2004)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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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욕이 들어있었던 책이다. 거의 일관된 하나의 욕이다. '씨발'이다. 

다 읽고 나니 그 말이 빠지면 절대 안된다. 이 작품에서 '씨발'이 빠지면 읽은 후에 절반의 여운은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소재인 듯 하다. 주된 흐름은 가정 내에서의 가정폭력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게 가정에 국한된 폭력이 아님을 알아가게 된다. 결국은 모든 폭력에 대해서 작가는 말하고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마 그대는 이걸 읽고 있던 내가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어디까지 왔나' 과연 그 어디는 어디인가? 책을 덮고 나서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내가 어디까지 가야했는지를······

글을 정리하면서 생각한 건, 과연 작가가 말하는 폭력에 대해서 이해를 했느냐? 그 폭력에 당신은 개입되지 않았느냐? 방관하지는 않았느냐? 하고 되묻는거 같아서 불편하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화자는 앨리시어이다. 앨리시어는 동생과 함께 어머니에게 학대받고 아버지는 그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한 대를 더 걸쳐서 올라가면 앨리시어와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어머니는 그녀의 아버지의 폭력 속에 살아왔고 그녀의 어머니는 폭력에 무관심한 듯 하다.


P42

그녀는 그보다 어머니가 궁금하다. 어머니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왜 내다보지도 않았을까. 왜 나를 들여보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죽고 싶을 정도로 나는 씨발 추웠는데 왜 나를 궁금해하지도 않는 얼굴로 자고 있나. 식구들이 저녁으로 먹고 남긴 수제비 냄새와 낡은 이불깃과 잠든 인간들의 냄새가 섞인 따뜻한 공기속에서 아주 조용하게 씨발 년이 발아한다. 씨발 년은 아버지 곁에서 편안하게 잠든 어머니를 내려다본다. (중략)

그녀가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일 때는 평화롭고 행복할 때다. 기생들과 즐기고 놀다 돌아온 가장이 신문지에 싸서 가져온 쇠고기나 꿩고기로 고깃국을 끓여 식구들이 모두 앉아 그것을 먹을 때다. 그녀는 배부르고 평온하다.

포스트 씨발 년을 탄생시킨 씨발 년이다.


앨리시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어머니는 그녀에게 폭력을 가한 그녀의 아버지와 무관심한 어머니로부터 발아했다는 표현을 한다. 폭력의 되물림이다. 안타깝다. 그런데 어쩌면 이게 정말 현실이 아닐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서툴다. 심지어 상대방이 폭력으로 느끼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가 있다. 작가 황정은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표현하기 쉽지 않은 표현을 뱉어낸다. 그런데 당하는 당사자들은 혹여나 부모라도 그 당시에는 그랬을 거다라는 나 역시 뱉기 힘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폭력


앨리시어의 동생은 소위 학교에서 왕따를 받는 그런 학생인 듯 하다.  가정에서 어머니에게 폭력을 당한 동생은 학교에서도 폭력과 따돌림에서 자유롭지 않다. 학교폭력


p87

너는 병신이 아니라고 엘리시어가 대답한다.

너더러 병신이라고 말하는 새끼가 있다면 그 새끼가 나쁜 거고 진정 병신인 거다. 앨리시어의 동생이 그걸 듣고 고객를 끄덕인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는 어쩌면 국가에 대한 불신과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 국가 역시 폭력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게 한다. 앨리시어와 친구 고미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것을 보고 구청으로 갑니다. 무엇을 물어보려 했느냐. 그건 바로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어머니를 때려도 되는가? 였다. 소설 속의 화자는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국가에 공권력에 호소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앨리시어가 처음 찾아간 구청의 복지과에서 가정폭력에 대해서 상담하는 곳이 아니고 행정업무를 보는 것이라며, 사설기관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준다. 국가는 외면했다. 다시 사설기관을 찾아간다. 사설기관 왈, 부모를 데리고 오란다. 그리고 예약을 하고 오란다. 이런 정말 '씨발이 발아한다.' 국가폭력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앨리시어의 동생은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내쳐지고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작가는 또 묻고 묻는다. 처음처럼......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앨리시어는 갤럭시에 대해 말하면서 이런말을 한다.


P63

팽창하고 팽창해서 별들 간 간격이 엄청나게 멀어져버린 갤럭시에서 앨리시어는 한 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 점 먼지도 되지 않는 앨리시어의 고통 역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 갤럭시는 좆같다.

앨리시어의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갤럭시란 엘리시어에게도 아무것도 아니다.


한 개인의 고통은 그 개인만이 알 수 있다. 그 고통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갤럭시 속에서의 개인의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듯이 타인의 무관심 또한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 그리고 친구 고미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외면해버린다. 

앨리시어 같은 이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가깝게 존재하고 우리가 아는 어떤 이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라는 질문은 이제 그들의 고통을 얼마나 알게 됐는가하고 계속 질문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덧붙이기>

황정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162쪽 밖에 되지 않는 두껍지 않은 책인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서사위주의 형식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에서의 움직임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듯 하다. 익숙하지 않아 쉽지는 않았으나 그러기에 더 남는다. 황정은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 겠다. 색깔이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하다. 어떤 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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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책에 관한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분명 어떤 이야기를 할 줄 알지만, 그래도 반복해서 관련된 책을 구매하고 살펴본다. 그리고 볼 때 마다 뻔히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 줄 알지만 그래도 항상 재미가 있다. 이런 책들을 모두 모아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책과 독서에 대해서 접근해 보아야 겠다.


우선은 이렇게 하나씩 책에 대해서 정리해보지만 어느 순간 시간을 내서 전체적인 구조를 살펴보면서 독서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립하고 나름의 방법론도 만들어 보아야 겠다.


▶ 지식인의 서재


▶ 그건 사랑이었네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2.0


 책은 도끼다


▶ 종이책 읽기를 권함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과학자의 서재 -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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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을 실현해주는 독서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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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몰랐었다. 가끔 이유없이 제목에 끌려 세계문학접집 중 몇 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눈에 들었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번 <인간실격>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파격적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왔다. 소설 속에는 따뜻함이 없다. 읽는 내내 침울하고 취해있고 무기력하고 안타까웠다. <인간실격> 제목 그대로 주인공 요조가 '인간 실격자'가 되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 '다자이 오사무'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작가에 대한 소개가 <인간실격>의 내용이었다. 이건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작가의 자전적 삶을 그린 소설이었다. 


소설 속 요조의 삶 속에서는 희망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과연 어떻게 저렇게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작가가 그랬다. 아마 다자이 오사무의 유일한 삶에서의 탈출구가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자 소설 속 요조의 삶은 어떠했을까?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군 카나기무라에서 대지주 쓰시마 가문의 11남매 중 10번째 자녀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몸이 약해서 유모, 숙모, 보모의 손에 자라면서 정서불안을 얻게 된다.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해 귀족원 의원에 올랐던 지방 유지인 아버지로 인해 가문에 대한 경멸을 느끼면서도 유복한 환경을 누리며 독립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순적 태도에 내적 불화를 겪게 된다.


그는 학창시절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우등생이었으며 프랑스 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겨으로 도쿄제국대학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했으니 금세 흥미를 잃고 제적당한다. 대신에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해 좌익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다자이 오사무(요ㅗ)는 술과 마약에 빠져 여자들과의 문란한 사생활에 자주 구설에 올랐다. 대학 시절에는 술집 종업원 출신 내연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가 혼자 살아남게 되면서 자살방조 혐의를 받고 기소유예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후에는 동거녀의 외도에 충격을 받아 시도했던 자살 역시 실패하게 된다. 자신과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점차 염세주의자가 되어갔고 약물중독에도 벗어나지 못해서 강제 수용되기도 했다.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며 4번의 자살시도를 거듭했던 그는 1948년 6월 13일, 도쿄 미타캉의 타마강 상수원지에서 내연녀와 함께 투신자살하여 39살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로써 무엇인가를 표현하면 글쓴이가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속의 깊은 내면의 부끄럽고 챙피하고 치욕스러운 것을 다 뱉어내어 표현해버리면 응어리진 것들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 다자이 오사무의 삶의 유일한 탈출구도 글 쓰는게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비관적인 현실인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무의미함을 표현하는 글귀가 많이 눈에 띈다.


P36

나한테는 재난 덩어리가 열 개 있는데, 그중 한 개라도 이웃 사람이 짊어지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충분히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일도 있습니다.


P62

저 백치 창녀들 품 안에서 안심하고 푹 잘 수 있었던 느낌하고는 또 완전히 다르게 이 사기범의 아내하고 보낸 하룻밤은 저한테는 행복하고 (이런 엄청난 말을 아무 주저없이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이 수기 전체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것입니다.) 해방된 밤이었습니다.


P82

저는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했지만 '우정'이라는 것을 한번도 실감해 본 적이 없었고 (호리키처럼 놀 때만 어울리는 친구는 별도로 하고) 모든 교제는 그저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어서 그 고통을 누그러뜨리려고 열심히 익살을 연기하느라 오히려 기진맥진해지곤 했습니다.


남의 집 대문은 저한테는 저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 이상으로 으스스했고 그 문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용 같은 비린내 나는 짐승이 꿈틀거리는 기척을,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느꼈던 것입니다.


P134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요조(남성이지만 자꾸 여성이 떠오르게 된다.) 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가면을 쓴 인격인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세상 사람들 모두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지만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페르소나로 부터 얻게되는 피로함과 고통을 덜게 합니다. 하지만 요조에게, 다자이 오사무에게는 그게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 실격>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인간 실격자'라고 했지만 요조 자신에게, 다자이 오사무 자신에게 아쉬움이 남고 위로를 해주고 싶어하는 듯 하다.


P138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인간실격>은 어쩌면 삶이 힘든 사람, 처절하게 아픔을 겪는 사람이 읽으면 오히려 치유가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픔을 겪는 이에게는 그저 행복만을 내세우는 위로보다는 읽을수록 아프고 안타까운 이런 글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아픔을 모두 드러내고 다시 치료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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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KBS의 개그콘서트에는 '감수성'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감수성'의 나래이션을 보면 '동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평양성, 북한산성,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이제 남은 성은 감~수성' 이렇게 나온다. 노래가 마치면 신하들의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나온다. 그리고 청나라 병사가 등장한다.

그때는 그저 생각없이 들었던 나래이션이었다.  그런데 이제와보니 그저 웃고 넘길게 아니었다.


◆ 병자호란(1636)


병자호란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광해군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해군 때, 후금이 세워진다. 후금의 세력은 점점 더 강성해지고 조선과 명나라는 임진왜란(1592)으로 너무 지쳐서 쉽게 견제할 수 없었다. 그 사이 후금은 세력이 커지고 비옥한 땅을 위해 명에 진출을 한다. 이에 명나라는 후금과 전쟁을 시작하고 조선에게 도움을 청한다.

당시 조선의 국왕인 광해군은 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아닌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정책을 취합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의 중립을 지키려는 정책이었으나, 재조지은이라 하여 '명이 임진왜란 당시 망해가던 조선을 다시 세워주었다'를 강조하며 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은 광해구네 대해 반기를 드는 세력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왕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리고 명나라에 군을 지원해준다. 이를 계기로 청은 정묘호란(1627)을 일으킨다.


청은 조선에게 형제의 나라로 지내겠다는 약조를 받고 물러난다. 하지만 세력이 커진 청은 형제가 아닌 신하의 예를 지키라고 했고 조선은 평소 야만족이라고 여기던 청이 신하의 예를 지키라는 요구를 해오자 그 요구를 무시한다. 그리고 병자호란(1636)이 발생하게 된다.

◆ 병자호란(1636)은 질 수 밖에 없었다.


병자호란은 당시 청나라의 강성한 힘과는 별도로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당시 조정은 청군이 언젠가는 침략할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 북부 지역에 산성을 정비한다던가 병사를 늘린다는가 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반면에 나라의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왕이 피해갔던 강화도에는 군사를 늘리고 산성 정비를 하였다. 당시 국왕인 인조는 전쟁이 일어나자 두려운 나머지 그저 강화도로 피하기만을 생각한다. 


인조는 청나라를 배척하는 세력에 의해 집권한 왕으로 척화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당시 척화파는 변화하는 청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하지 않고 단순히 배척하기 바빴다. 

전쟁과 동시에 그리고 그 후에 겪은 역사적 치욕과 백성들의 끔찍한 삶을 생각하면 전쟁 초기 대응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P85

조선군 지휘부는 청군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의주 건너편 용골산에는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청군이 침략을 개시하면 봉화 두 개를 올리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12월 6일부터 봉화가 올랐으나 당시 황주의 정방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도원수 김자점은 그것을 무시했다. 김자점은 청군이 겨울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또 봉화가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서울에서 소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9일 적군이 이미 순안을 통과하여 안주를 향해 내달리고 있던 상황에서야 김자점은 서울로 장계를 올렸다. 무사안일과 무책임의 극치였다.


◆ 잊지말아야 할 치욕의 역사


인조는 1637년 1월 30일 삼전도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개과천선하겠다고 다짐한 후 소현세자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 후, 강화도에서 끌려온 강빈을 비롯한 왕실과 신료들의 처자들이 홍타이지에게 삼배고두례를 행하였다. 곧이어 용골대가 홍타이지의 선물이라며 짐승가죽으로 만든 방한복을 가지고 와 인조 이하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조는 그것을 입고 홍타이 앞에 나가 다시 두 번 무릎을 꿇고 여섯 번 머리를 조아렸다. 병자호란 후 인질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그리고 조정의 고위관료의 아들 혹은 조카들이 청나라로 향하게 된다.


국왕은 머리를 조아리지만 결국 무고한 백성만 죽고 또 죽는다.

항상 조정의 큰 실책은 그것을 결정한 관리들보다는 무고한 백성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전쟁이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백성들에게는 그때부터가 다시 시작인 셈이었다.


P236

청이 물러난 도성의 관아와 인가들은 불타고 여기저기서 참혹한 형상의 시신들이 나뒹굴었다. 널려있는 시신들을 모다 못한 한성부가 인조에게 건의했다. '백골을 묻어주는 것이아말로 오아정의 급선무입니다. 길가에 버려진 시신들을 차마 볼 수 없으니 남정들을 징발하여 매장토록 하소서.'

도성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10살 미만의 어린애들과 70살이 넘은 노인들 뿐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나마 그들도 굶어 죽거나 얼어죽기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려 있었다.


청 태종 홍타이지는 1637년 1월, 항복을 받을 당시 조선 조정에 다음과 같은 피로인(전쟁포로) 관련 조건을 제시했었다.


P283

'우리가 끌고 가는 피로인들 가운데 압록강을 건너기 전에 탈출에 성공하는 자는 불문에 부친다. 하지만 일단 강을 건너 한 발짝이라도 청나라 땅을 밝은 다음에 조선으로 도망쳐오는 자는 조선이 도로 잡아 보내야 한다.'


당시 자료를 보면 청군이 철수할 때 끌고간 피로인의 수는 50만 명정도 된다고 한다.  피로인들은 결국 조선에 발을 밟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으로 도망쳐온 사람들의 경우는 발뒷꿈치를 자르는 끔찍한 짓이 자행되었다. 수많은 여자들은 능욕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결을 하였다.  청은 조선의 백성을 그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포로들을 조선에 돌려줄 때는 시장이 형성되어서 어느 금액 이상일 경우에만 조선에 보내주었다.


어렵게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해서 조선으로 왔을지라도 항목 관련 조건에 의해 조선에 의해 다시 청에 돌려보내지게 되었다. 결국 조선을 향해 걸어왔는데 조선의 의해 다시 청에 돌려보내지게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여자들의 경우는 조선에 정상적으로 조선에 왔다고 하더라고 이중의 고통을 당한다. 청군에서 돌아온 여자들에게는 

'오랑캐에게 실절한 여자'라는 띠가 붙는다. 결국 고향에 돌아와서 쫓겨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 사대부의 경우에는 조정에 이혼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다고 한다.


◆ 답답하고 알고 싶은 것들


1. 조선의 많은 관리들은 재조지은 ('명이 임진왜란 당시 망해가던 조선을 다시 세워주었다') 이라 하여 명을 '어버이의 나라'로 받들었다. 당시 청나라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의 존망보다는 명분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자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2. 강대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중립외교가 인정받을 때는 평화로운 시절이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는 한 쪽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병자호란 당시가 청, 명, 왜로 사이에서의 조선의 위치라면, 지금은 미국, 중국, 일본, 북한 사이에서의 한국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더 복잡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 몇 명 사이에서도 중재하는 게 어려운데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외교에서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3.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렸다.' 라는 말이 있다. 삶을 국가로 바꾼다면 조선은 과연 전쟁 후 포로들에 대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왕실사람들과 산성을 지키던 병사의 가족을 우선으로 하여 데리고 왔다. 그리고 특별한 노력이 있었는가 알고 싶다. 심지어 20~30년 만에 돌아온 백성들도 다시 내쳐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약자가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가?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김훈의 <남한산성>


예전에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고 블로그에 남긴 글을 조금 적어본다.


'김훈, 그의 책은 내용 하나하나가 너무 사실적이다. 마치 스크린에 그 배경이 펼쳐지듯이 책을 읽어내려가면 내 머리속에 이미 그 배경이 자리를 잡고 시간이 흘러간다.

책을 읽을 때는 나 역시 남한산성에 있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방책이 없는 것에 안타까워 하며 나 역시 초조해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이미 내가 이 책의 끝을 역사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읽을수록 아프지만 그래도 읽으서 그 아픔을 아로 새기고 기억해야 함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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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에 대하여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읽을 책은 많이 있지만 손에 책이 잘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읽을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서점에 직접 서문과 맺음말을 읽어보기도 하고 소설이 아닐 경우에는 목차도 한 번 훑어본다. 온라인서점을 이용할 때는 먼저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읽거나 관련 소개자료를 읽어본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때로는 그냥 사전조사없이 읽지 않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 선택하는게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는 제목은 다 알고있지만 정작 읽어보지않은 작품들이다.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고전에 대해서 읽어본 적이 없고, 세계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게 항상 신경이 쓰였다. 책의 내용 중에는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마치 원천기술처럼 책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온 작품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다.


처음에는 '저걸 내가 읽을 수 있을까?'  부담감때문에 망설여졌다. 아직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부담감에 비해서는 내용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왜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거지하고 의아해할 때도 종종 있다. 어떤 책들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소설','현대 100대 영문소설'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왜 이책이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까? 하는 궁금점도 생기기도 한다. 아직 나는 좋은 작품을 볼 줄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세계문학전집은 책의 말미에 항상 '작품해설'에 대해서 약간의 페이지를 소비한다. 책을 읽고 나서 '작품해설'을 읽다보면 '아~!' 이런 숨은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이런 당시의 사회적배경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된다. 내가 의아심이 들었던 책들을 보면 보통 내가 그 나라의 그 시대의 상황을 몰라서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하나는 오늘 소개할 <위대한 개츠비>이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의 내용만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이라는 장소적 배경과 192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도 특별히 염두해두지 않았다. 단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때는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정도로 뽑힐 만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을 모르는 채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


책의 뒷부분의 '작품해설' 부분을 읽기 전에 느꼈던 이 소설의 느낌이다. 

일단 대단히 흥미롭다. 읽을수록 너무 궁금했다. 과연 '개츠비'라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부터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아마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와 주변 인물에 대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이야기 전개를 더 흥미롭게 한 듯 하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생각한 건, 낭만주의자 개츠비이다. 아마 이 작품 내재하고 있는 다른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단순히 첫사랑 데이지만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사랑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츠비는 첫사랑 데이지를 찾기위해 항상 호화 파티를 한다. 그 파티에는 초대받은 사람도 있지만 소개받지 않은 이들도 많이 온다. 개츠비가 파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의 첫사랑 데이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국은 데이지를 만나게 된다. 만남 자체도 흥미롭다. 개츠비의 마지막도 상당히 문학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동차사고로 머틀윌슨은 죽게 하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자기가 가져간다. 그리고 운명적인 죽음도 맞게 된다.


개츠비는 낭만주의자다. 자신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만 사랑을 지켜나가는 낭만주의자다. 하지만 아름답지는 않은 사랑이야기이다. 데이지가 보이는 모습에서는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별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처음으로 그의 저택에 데리고 와서 집을 구경시켜준다. 집 구경을 하던 중에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P134

갑자기 데이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셔츠에 머리를 파묻고 왈칵 울음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그녀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묻혀 버렸다.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이 없거든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셔츠가 좋은거야 개츠비가 좋은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곳에서는 그저 개츠비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지만 게츠비가 죽은 후 얼굴도 보이지 않는 데이지를 생각하면 아마 그리움의 표현은 아닌 거 같다.

초반부터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고 개츠비의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과 생각치 않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구성 이것만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품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난 후의 <위대한 개츠비>


192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재즈와 찰스턴 춤과 자동차가 상징하는 1920년대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 있다. 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이다. 미국은 당시 전쟁에 대한 본토에 대한 피해가 없었기에 그 어떤 시기보다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따라다닌다.


P260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러운 파티와 마치 '불빛을 쫓는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 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이 무렵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시간적 배경 못지 않게 공간적 배경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P261

작품에 등장하는 이스트애그와 웨스트애그의 대조는 미국 동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의 차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동부와 중서부의 대조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사람들은 흔히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부 사람들은 물질적 부와 세련미와 교양을 갖추고 있지만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있으며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한편 닉 캐러웨이가 대변하는 중서부 지방 사람들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할망정 아직 타락하지 않은 도덕적 순수성과 청교도주의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중략> 

동부의 물질적 가치관과 중서부의 정신적 가치관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으며, 제이개츠비의 파멸은 바로 이러한 충돌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분명히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대해서 알고나서 책을 읽어내려갔다면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미국 동부의 모습은 나에게는 익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일단 나와 상관성이 많지 않아서 관심이 덜 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치하 있었으며 고급 승용차, 재즈, 파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나와는 공감대 형성이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재미있게는 읽었으나 훌륭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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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매력있는 작업이다. 종이에 연필로 쓰던, 이렇게 블로그에 자판을 통해서 적든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쾌감이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신기하지 않은가? 어떤 이들이 글을 쓴다면 그들이 직접 그어내린 글자 획의 수가 같을지라도 자판으로 두드린 횟수가 비슷할지라도 각기 내뱉는 글은 천차만별로 존재하게 된다. 어떤 글은 세상을 움직이고 사람의 생명을 이어준다. 반면에 어떤 글은 불편하고 기분나쁘고 조악하기까지 하다. 글은 바로 글쓴이의 생각과 사상 삶이 담기게 된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도 글과 말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글은 곧 사람이다. 때로는 내가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괜히 한 번 아는 체 해본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나 자신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이런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듯이 그런 글 또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된다.


비록 글을 많이 써보지는 못했으나, 분명히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내는 것과 단순히 꾸며내거나 생각해서 쓰는 글은 많은 차이가 있다. 경험한 일은 그때의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고, 뇌리에 남아있는 오감이 있다. 그래서 당시의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자극이 고스란히 글에 담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글에는 한계가 있다. <라이어>에서 처럼 한 번 거짓말을 하다보면 그것이 진짜인 척 하기 위해 거짓말이 계속 덧붙여지듯이 어느 순간에는 글에도 군더더기가 계속 붙어버리게 된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내면을 깊숙히 찾아보는 것이 진실하고 진정한 글이 나오는 길이다. 이런 글이 결국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감동이 전해진다.

글쓰기의 기본은 자신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것이 준비되어 있으면 된다고 생각된다.


항상 기본이 있으면 그 토대 위에 차곡차곡 쌓여져서 일정한 선에 도달하게 된다. 

글쓰기에는 어떤 것을 차곡차곡 쌓아올릴까?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언급된 내용 중에 살짝 체크해 둔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


글쓰기재료 수집


P78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말한다. "글쓰기는 집을 짓는 것과 같으며,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연장통을 잘 갖춰놓아야 한다." 내게 포털사이트는 훌륭한 연장통이다. 연장통을 쓰는 요령은 이렇다. 포털사이트의 '뉴스'를 클릭한다. 우측 상단에 '검색'을 클릭한다. '뉴스 상세검색'을 클릭한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하단에 '칼럼'을 클릭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을 검색하면 이에 관한 통계나 사례등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해당 칼럼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제목에서만'을 클릭하면 된다. 지금도 글을 쓸 때 이 방법을 쓴다.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 쓸 말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자주 이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자료를 완벽하게 찾아놓고 글을 쓰기보다는 쓰면서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221

관심있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년 동안 관찰한 결과, 소설 <개미>를 썼다.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관찰하면 된다.


P216

글을 잘 쓰기는 잘 듣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스로 중심만 잡을 수 있으면 많이 들을수록 좋다. 잘 들어야 말을 잘할 수 있고, 말을 잘해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재료는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한 주제에 대해서 표현한다고 꼭 그것과 관련된 어휘 혹은 글귀만 사용되는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결국은 글쓰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런 재료들을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에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간접경험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떤 매체라도 좋지만 글로 된 매체를 끊임없이 살펴보는게  효과적일 것 같다. 


쉽게 읽히는 글


P178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나오는 이 대목은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엄숙히 맹세하기 바란다. '생리현상을 해결했다'고 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똥을 싸다'는 말이 독자들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변을 보았다'고 써도 좋다.


P178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는 어렵다."고 한 헤밍웨이의 말은 확실히 맞다.


글쓰기를 조금씩 하다보니 정말 어려운게 쉽게 읽히는 글을 쓰기다. 글쓰기의 목적은 글쓴이의 욕구일 수도 있으나 읽는이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글은 정말 쉬운 단어와 글귀로 이루졌으나 다루는 내용의 무게를 결코 낮추지는 않는다. 어떤 글들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지만, 단순하게 특별한 수식어 없이 내용만을 담백하게 전하는데도 감춰진 수식어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글들도 있다. 아직은 쉽게 쓰는 법을 나 역시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 가장 염두해두고 생각해볼 부분이다.



요약


P158

2005년 10월 <한겨레>에 이런 기사가 났다. 독일 동방정책의 설계자 에곤 바르와의 대담이었다. "독일은 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는데, 그것을 정리한 것만도 2,000쪽에 달했고, 이것을 요약하여 27쪽으로 만들고, 다시 1쪽 반으로 요약한 문서로 만들었으며, 이것이 1989년 동구권 변혁의 밑거름이 되었다. <2005년 10월 3일 한겨레>


예전에 어떤 글쓰기 책을 보았는데 긴 글을 적어두고 1,000자 내로 줄이기, 다시 500자로 줄이기, 100자로 줄이기, 글의 제목 만들기 식으로 요약하는게 있었다. 정말 글자수가 적어질 수록 힘들다. 어느 순간부터 형용사와 부사를 빼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주어와 서술어로 줄이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똑같은 표현을 나타내는 단어도 많이 있는데 아는 단어도 한정되어 있다보니 결국은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붙어버린다. 항상 생각해보자. 글에 군더더기가 없는지, 핵심이 무엇인지, 내가 분명히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글을 읽는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 분명히 알아가면서 그 중심을 찾아내자. <THE ONE PAGE PROPOSAL>도 이런 연습하기에 효과적일 듯 하다.


퇴고


보통 글을 다 쓰면 '아 다 썼다.' 하고 끝내버린다. 이건 다 쓴게 아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퇴고를 하고 살펴보고 수정하고 다시 읽어보고 이런 일을 여러 번 반복해본 후에 글을 다썼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게 힘들다. 글을 마무리했다는 끝마침의 기분때문인지 결국 마지막이 소홀해진다. 오타도 생기기도 하고 나중에 읽어보면 단락간에 이어지지도 않고, 전체 흐름과 상관없는 내용이 들어가있기도 하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하는지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나온 퇴고의 방법을 보고 항상 염두해두어야 겠다.


<시작보다 중요한 퇴고>

1.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하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이다. 바로 주제의 적절성 여부다.

2. 두 번째 주안점은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주제가 잘 부각됐나? 즉 청중이나 독자가 어느 게 주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가

 - 주제를 뒷받침하는 소재는 충분하고 적절한가

 - 주제의 명료함을 가리는 장황한 수사는 없는가

 -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이 많지는 않은가

3. 세 번째는 글의 전개에 무리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 무엇보다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는가

 - 서론, 본론, 결론의 서술이라면 이들 간의 안배는 균형감 있게 되어 있는가

 - 단락 구분과 단락 분량은 적절한가

 - 단락과 단락 사이에 연결은 매끄러운가

 - 전반적인 흐름에서 통일성을 깨트리는 단락은 없는가

 - 단락 순서를 바꾸면 더 나아지는 것은 없는가

4. 네 번째는 내용상의 보완이다.

 - 빼도 상관없는 군더더기는 없는가

 - 빠트린 내용은 없는가

 - 앞과 뒤가 서로 상충하는 내용은 없는가

 - 분량은 맞는가

5. 다섯 번째는 표현상의 문제다

 - 다르게 바꿨을 때 더 적절한 단어는 없는가

 - 불필요한 중복은 없는가

 - 불확실한 표현은 없는가

 - 진부한 표현은 없는가

 - 비문은 없는가

 - 짧게 끊을 데는 없는가 

6. 여섯 번째는 오류 찾기다.

 - 외래어 표기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는 없는가

 - 숫자, 이름, 연도 등 사실관계 오류는 없는가

 - 쉼표, 물음표, 가운뎃점 등 부호는 정확한가

 - 한자나 영어는 틀린 게 없는가

 - 표절 시비 우려는 없는가

 - 날씨,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유동적인 내용의 변동은 없는가

7. 일곱 번째는 독자나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들이다.

 - 지겹다고 하지 않을까

 - 수다스럽다고 짜증내지 않을까

 - 왜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을까

 -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을까

 - 재미, 감동, 지식 등 무슨 유익을 얻을까

 - 시작에서 흥미를 보일까

 - 결론에서 여운이 남을까

 - 글이 리듬을 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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