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라



시각적 사고 프로세스


① 살펴보기

② 인식하기

③ 상상하기

④ 제시하기



[살펴보기] = 수집하기와 예비심사


'살펴보기' 단계에서의 질문

- 무엇이 있는가? 많이 있는가? 무엇이 없는가?

- 얼마나 멀리까지 볼 수 있는가? 내 시야의 끝은 어디인가?

- 무엇이 보이는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눈앞의 광경이 내가 기대했던 모습인가? 그 광경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살펴보기' 단계에서의 활동

- 광경을 전체적으로 훑어본다. 거시적으로 조망하며, 숲과 나무 그리고 잎의 존재를 알아본다.

- 어디까지 보이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위인지 파악한다. 시야 범위와 기본적인 좌표를 확인한다.

- 1차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와 가치 없는 정보를 가려낸다.


[인식하기] = 선별하기와 그룹화하기


'인식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전에도 본적이 있는가?

- 어떤 패턴이 보이는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이 있는가?

-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패턴이나 우선순위 혹은 상호 작용을 찾아낼 수 있는가?

- 내가 본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각적인 정보를 수집했는가? 아니면 되돌아가서 더 살펴보아야 하는가?


'인식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관련 있는 정보들을 추려낸다. 자세하게 조사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분리한다.

   (나중에 되돌아와서 다시 한 번 체크한다.)

- 분류하여 구분짓기 위해 가치 있는 정보를 유형별로 범주화한다.

- 패턴을 찾아내고 창의적으로 그룹화한다. 인식한 정보 사이에 시각적인 공통점, 범주 사이의 포괄적인 공통점을 찾아낸다.



[상상하기] =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


'상상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예전에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 내가 본 패턴들을 배열할 좋은 방법이 있는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패턴들을 재배열할 수 있는가?

-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보이도록 패턴들을 배열할 수 있는가?

- 내가 본 모든 것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어떤 숨겨진 틀이 있는가?

  그 틀을 이용하면 내가 본 다른 것들을 하나로 끼워 맞출 수 있는가?


'상상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시각적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는지 본다.

- 유사한 경험을 찾아낸다. 예전에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해 보고 과거에 유사한 상황에서 사용했던 방법이 이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상상해 본다.

- 패턴들을 재정렬한다. 그림들을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뒤집어 보고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바꾸어 본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 명백해 보이는 것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른 동일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시도해 본다.


[제시하기] = 모든 것을 명확히 하는 단계


'제시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내가 상상했던 모든 그림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그림은 무엇인가?

-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시각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 내가 본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시할 시각적인 틀은 무엇인가?

- 처음 살펴보았던 것을 다시 살펴본 뒤에도 지금 내가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 여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고 청중에게 이렇게 묻는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까?" 여러분도 같은 생각입니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제시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당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 중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모든 시각적 아이디어에 순위를 매긴다.

-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적합한 시각적 틀을 골라서 아이디어를 종이 혹은 화이트보드에 기록한다.

- 육하원칙이 잘 나타나 있는지 확인한다. '어떻게'와 '왜'를 아이디어의 핵심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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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  

최종정리(p106~109)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쌓기 위한 첫 여행지로 역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시간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간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시간관은 진보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라는 사관으로 발전했다. 그 중 우리는 진보적 역사관, 즉  역사가 점진적으로 발전해간다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기반으로 역사를 설명하기로 했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전제에 따라, 우리는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가 그것이다. 이 다섯 단계를 둘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 현대의 역사로 말이다. 


우선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생산수단은 생산물을 발생시키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를 가진 것이며, 이는 곧 권력의 획득을 의미했다.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생산수단이 없었고, 따라서 원시 사회는 평등했다. 고대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영토였고 왕이 이를 소유했다. 중세에는 장원이 생산수단이었고 왕과 영주가 소유했다.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 생산수단이었으며 부르주아가 이를 독점했다.


마르크스는 다가올 다음 시대에는 누가 어떤 생산수단을 소유할지 예측하려 했고, 이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 시대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계급은 노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역사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혁명은 실현되지 않았다. 후쿠야마의 말대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경제체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궁극의 체제는 아니겠지만, 유연하고 단순한 특징으로 인해 그나마 인류가 찾은 최선의 체제일 수도 있다.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에 이어 근대와 현대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근대의 산업화는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의 특성이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이끌었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과잉이었다. 공급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려야 했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우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는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는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세계대전의 표면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었고, 근원적 원인은 식민지 경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경제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적 침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 이후는 자본주의가 독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역사를 움지이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 이 두 개념이 역사를 움직여왔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은 공통점이 있다. 두 개념 모두 경제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이 '경제' 인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19세기 말 ~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1914 ~ 1918)

경제대공황 (1929~ )

제2차 세계대전 (1939 ~ 1945)

냉전시대 (1945~1991)

신자유주의 (1991 ~ 오늘)


경제


중간 정리


우리가 경제체제로서 사회민주주의를 다루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체제라기보다는 정치체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는 정치 파트에서 다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낯설다. 북유럽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가 선택하고 있는 체제인데도 말이다. 어쩐 일인지 한국인들에게 경제체제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양극단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라 할 때 그것이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고, 공산주의라 할 때 그것이 지시하는 것은 북한의 왜곡된 파시즘 체제다. 경제체제는 종교가 아니고 선악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효용과 이익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경제체제가 나와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체제는 이념과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 체제를 비판하거나 다른 체제의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종교재판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현대인들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네 가지의 경제체제 중 오늘날 한국 사호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두 가지는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다. 초기 자본주의가 말하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생각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극단적인 체제는 오늘날 설득력을 상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후기 자본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체제는 오늘날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최종 정리


경제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먹고사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경제에 대한 이론적 측면은 생계와는 무관하다.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가 역사를 움직이는 토대가 되고,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제는 정리해볼 차례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서의 경제는 단순하게 두 가지의 입장 대립으로 구분된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입장과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복지도 줄어든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면 세금이 인상되고 규제가 강화되며 이에 따라 복지가 향상된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태동하던 초기에 발생한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시장에는 자기 조절 능력이 있어서 별다른 개입은 필요 없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공황을 거치며 자유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자유 시장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결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서 시장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장기 불황은 세계적인 불만을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개입을 대표하던 소련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세계는 차라리 시장의 자유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를 다시 장악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 오늘날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체제는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어떤 사람들은 각 체제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그나마 복지를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세금 인하를 통한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현 시점에 필요한 체제라고 여긴다.


현재의 한국을 고려할 대, 당신은 어떤 체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체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은 정치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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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알쓸신잡' 에서 김영하 작가가 故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이라며 소개한 한 문장이 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글이라는 것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문장을 말할 수 있는 법인데.

저렇게 사람의 가슴 속까지 파고 들어가며,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김영하 작가는 프로그램 속 작은 수목원에서 꽃을 보며, 다음 포털의 꽃이름 검색 서비스로 이름을 확인한다.

하나 하나 궁금해 한다. 작가는 단순히 '꽃이 예쁘다' 라고 쓰는 이가 아니기에 그는 사물의 이름을 찾아 간다.


그의 소설은 예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한 번 읽었고, 『보다』 라는 산문집을 접해본 적이 있다. 

국내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보통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가 발표한 책을 모두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책은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후 다른 작품은 찾아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하나씩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에 지난 7년 동안 발표했던 중단편을 모은 『오직 두 사람』 을 출간했다.

몇 일에 걸쳐서 단편을 하나씩 읽어가는데, 

읽을 때 마다 수없이 감탄하며, 

'김영하 작가가 이 정도 였구나!' 느끼며 그동안의 무지에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라고 했던가.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에 수록된 모든 단편을 읽은 후에는 알게 된다.

"작가는 사람의 어두움을 아는 자" , "작가는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자" 


이번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특히 <아이를 찾습니다>, <옥수수와 나>는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 <아이를 찾습니다> 를 읽을 때는 수 없이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모든 게 수없이 끔찍했다.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되어 본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가 되어 보고, 아이를 잃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하게 된 엄마가 되어본다.

아들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한다. 더 복잡해진다. 엄마라고 생각했던 이의 죽음, 엄마가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이었다.  

다시 찾게 된 진짜 엄마와 아빠. 하지만 더 낯설다. 마치 새롭게 납치당한 듯이.


<옥수수와 나> 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배경 설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 설정부터 남녀 간의 치정, 소설가의 창작, 

자신은 옥수수며 닭들이 자기에게 달려든다는 정신 질환의 요소들까지 나에게는 신선한 요소들이었다.


이전에도 그의 작품을 읽었었지만, 이번에 정말 나는 새롭게 김영하 작가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 번 작품을 쓸 때 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간의 관계를 이어준다.


그러기에 세상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슬픔과 어두움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 작품들에서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 어두움을 건들여 주었다.

사람들이 숨기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작품으로라도 이해해준다는 손짓을 내민다는 것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어두움을 말하려 하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아물지도 모르겠다.


■ 책갈피


언니, 제가 좋아하는 농담이 하나 있어요. 전에 어떤 일간신문 만화에서 본 건데요. 어떤 남자가 교통방송에서 뉴스를 들어요. 고속도로 어느어느 구간에 역주행을 하는 승용차가 있으니 일대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모두 주의하라는 거예요. 그는 문득 그 방면으로 출장을 간 친구가 떠올라서 전화를 걸어요. 야, 그 부근에 역주행을 하는 미친놈이 하나 있대. 조심해.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한둘이 아니야. 얼른 전화 끊어. 

- '오직 두 사람' 中


그 순간에도 나의 손은 그녀의 몸 곳곳을 애무하면서 해독 불가능한 문장들을 무수히 그녀의 몸에 입력해 넣었다.

- '옥수수와 나' 中


나는 쥐가 돌아다니는 집에서 아랫배가 뻐근해질 때까지 글만 썼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미친듯이 써나가는 가운데 내 영혼과 육체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 모든 창작자들이 애타게 찾아 헤맨다는 에피파니의 순간일지도 몰랐다. 뮤즈가 강림한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작가가 됐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 '옥수수와 나' 中


"완벽한 알리바이? 그거야말로 허상입니다. 반드시 허점이 있게 마련이죠. 작가들도 말이죠. 구상 완벽하게 하고 작품 시작하는 사람들치고 별 볼일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겁니다. 실패한다는 거죠. 써나가보면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돼버리거든요. 내가 볼 때 당신을 강박증이에요. 계획한 대로 다 돼야 한다고 믿는 어린애란 말입니다. 자, 총 내려놓으세요. 살인이라는 건 말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짓을 함부로 저지르면 안 돼요. 인생이 무슨 게임입니까?"

- '옥수수와 나' 中


그가 처음으로 킬킬 웃었다. 농담은 죽음의 공포를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것이 커트 보니것이었던가 

- '슈트' 中


태준씨, 그 분노와 좌절은 곧 체념과 우울로 바뀌어요. 정은은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세계에 짙은 먹구름과 안개가 끼는 거예요. 그리고 그 먹구름과 안개는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만 같죠. 그런데 정은은 태준의 처지를 동정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떤 새로운 힘이 밀고 올라오는 기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떠안고 있던 우울과 무기력의 부채가 남자들이 당한 끔찍한 일로 인해 모두 탕감된 것 만 같았다. 

- '신의 장난' 中


"불안은 영혼을 먹어치운다. 는 아랍 속담이 있더라고요. 몇 년 전 엄마가 수술을 받게 됐어요. 우리 가족은 엄마와 나뿐이거든요. 병원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다섯 시간이면 끝난다는 수술이 열 시간이 돼도 안 끝나는 거예요. 혹시 읽을까 싶어 책을 가져갔는데 펴보지도 못했어요. 보니까 대기실 사람들이 다 그래요. 모두 YTN 뉴스만 보고 있는 거예요. 본 걸 또 보고, 또 보고. 그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어요."

- '신의 장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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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7년 동안 하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오던 방식과 기술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은 되지만, 그렇게 큰 역할은 하지 못하네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설득하는 일을 차근차근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라는 건, 제가 배울 때 까지 기다리지 않는 법이지요.

새롭게 시작한 지 6주 정도 된 거 같은데, 평소 같지 않게 한 숨이 자주 나오고 스트레스성 증상들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그 동안은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 누적되어 왔던 거 같습니다.

하루가 힘들었을 때 그걸 잘 풀고 새로운 하루를 마주해야 하는데, 푸는 방식은 자기 전에 캔 맥주 2캔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떠는 건 그렇게 큰 효과가 없습니다. 조용히 어떤 책을 집중해서 읽어내고, 잔잔한 음악 조차 배제하고 단지 백색 소음 속에서 조용히 제 머릿 속의 생각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토해내는 것이 저를 다시 차분하게 해주고, 가슴을 달래주는 듯 합니다.


제대로 저를 달래주지 못하다보니, 괜한 짜증과 스트레스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스런 목소리와 상처주는 말을 뱉어낼 때도 생겼습니다. 뒤늦게 다시 미안한 마음에 달래도 보고, 스스로 자책도 몇 번이고 해봅니다.


이번 주말은 온전히 하루 동안 저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책만 읽으려고 합니다. 우선 손에 잡은 책은 그동안 이름만 수 없이 들었던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 입니다. 책상 의자에 앉아 보다가, 쇼파에 누워서 읽고, 바닥에서두  발을 모으고 책을 잡은 손으로 무릎을 감싸면서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휴~' 그냥 오랜만에 한 권을 단 숨에 읽어버린 것이 기쁘네요. 이런 게 저한테는 무엇보다 큰 위안입니다.


『댓글부대』는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 부대를 1세대로 보고 있으며 그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불현 듯 생각난 게 있었습니다. 예전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생각은 국정원에서 댓글 부대를 운영한단 말이야 하는 역할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댓글 부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과정이 궁금해졌으며,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더 소름이 돋아났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떤 제안을 하거나 일을 할 때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댓글 부대를 만들 때도 누군가는 제시를 했겠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제의 글에 어떤 댓글을 남길 경우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며, 그런 댓글을 반복적으로 남긴다면 그건 분명 여론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여론이 생기고 대중의 의견이 되면, 저희가 모두들 알 듯이 우리는 그 대세라는 곳에 편승해서 자신의 의견없이 그저 몸을 싣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석과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고 누군가는 이런 방법을 제시하고 실제 국정원을 통해서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제가 사는 세상을 낯선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네요.


인터넷신문사 중에 돈 받고 기사 실어주는 데들 많아요. 뒷거래고 뭐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인터넷언론 홈페이지 가면 첫 페이지에 그냥 써 있어요. 기사 게재 문의는 어디로 하라고.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이게 신제품 홍보인지 기사인지 모를 뉴스들 있잖아요. 보도자료 그대로 올려놓은 거. 그게 다 그렇게 올리는 거예요. 별로 비싸지도 않아요. 30만원 정도? 그 인터넷신문이 네이버뉴스에 등록이 돼 있냐 안돼 있냐, 기사에 '이 기사는 광고 기사입니다' 라고 쓰느냐 마느냐, 기자 이름 적느냐 마느냐 그런 거에 따라 가격은 좀 달라지지만.

그렇게 기사 올린 다음에 실시간검색어 순위를 올리면 누리꾼들이 알아서 다 퍼가요. 내용만 있으면 (중략)

조금 있으면 큰 언론사에서도 퍼가요. 언론사에 닷컴부서라고 인터넷뉴스만 따로 만드는 팀들이 있거든요. 그런 데는 실시간으로 클릭수랑 유입량 체크하고 그걸로 광고 팔아서 돈 버니까 조금만 화제가 된다 싶으면 다 퍼가요. 팩트 확인하고 그런 거 없어요.

그러면 살마들이 웃기는 게, 신문사 닷컴 사이트에 기사가 오르면 그게 실제로 그 신문에 난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신문에 실렸으니 이건 진짜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 P165


장강명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11년간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했네요. 그래서일까요? 무언가 하나의 사건을 파헤쳐가는 것에서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짜임새 있게 이어갑니다. 제 성향도 나름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몰라도 이런 흐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사이버 상에서 의도적인 목적으로 심각하게 댓글을 조작하고, 그걸 넘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획에서 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런데 그게 정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속의 내용은 마치 취재를 해서 적어놓은 듯 느껴집니다. 


오늘 아내와 무슨 대화 중에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보, 아이를 낳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다 보니까 정말 사는 게 더 무서워진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냥 저만 열심히 하면 모든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다 보니, 예전에 인정하지 않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고, 어떤 것은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무엇으로 고정시켜버리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그저 세상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그저 멍하니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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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문학 속의 문장 -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개츠비 - F.스콧 피츠제럴드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은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화실은 짙은 장미향으로 가득했고, 

가벼운 여름 바람이 정원의 나무들 사이를 휘젓고 지나가자 

라일락의 짙은 향기나 

연분홍 꽃이 피어 있는 가시나무의 더욱 섬세한 향기가 

열린 문을 통해 들어왔다.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제인 에어 - 샬롯 브론테


그날은 산보가 가당치 않은 날씨였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가브리엘 가브시아 마르케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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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세상을 가꾸다가 나온 걸작

 

(p39) 제정 러시아의 연대기를 쓴 프랑스 작가 아스톨프 드 퀴스틴은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퀴스틴은 르카네에서 보낸 보나르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지하 감옥과도 같은 이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막연한 욕망으로 고통받는다. ...... 내가 사는 감옥을 탐험하지 않고는 이 좁은 세상을 마음 편히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탐험을 하면 할수록 내 눈에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넓어진다."

 이야말로 보나르가 후대에 선사한 것이다. 보나르는 그의 세상을 매일 탐험했고, 탐험할수록 그의 세상은 점점 훌륭해졌다. 르보스케 뒤에는 돌이 많은 구릉을 따라 가파른 오솔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올리브 숲과 목동들이 염소를 치는 평야로 이어졌다. 매일 아침 보나르는 마르트를 잠시 떠나, 캔버스 천 모자를 쓰고 이 오솔길을 따라 그의 개 푸세트를 끌고 산책을 했다. "내게 필요한 소재들이 모두 가까이 있다."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가서 그것을 보고 노트에 적고 집에 가면 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꿈을 꾸는 것이다." 그는 종종 그림을 그리는 동안 꿈을 꾼다고 했다. 이것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예술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들이 그들만의 생을 갖도록 허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즉 형태가 스스로 변하고 새로운 모양새를 띄도록 했다.

 

□ '예술 없음'이 낳은 걸작

 

(p53) 스티글리츠의 사진이든 가족의 추억거리를 찍은 사진이든 어떤 사진에나 내재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모두들 시간을 정지시켜서라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고, 또한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에 뭔가 흥미로운 것이 기록되기를, 뭔가 보석 같은 것이 우연히 담기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희망이란 너무 사소해서 때로는 의식조차 못하지만 말이다. 기억과 희망, 과거와 미래, 즉 코닥으로 사진을 찍으면 붓과 캔버스를 사용하여 그리는 그림처럼 후대를 위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시간이라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하나의 유리병인 것이다. "모든 것은, 모든 소멸하는 생명들과 함께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W.G. 제볼트는 말했다. "세상은 이대로 고갈되고 있다. 그 자체로 기억할 능력이 없는 수많은 장소와 물건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전해지지도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이 장소와 물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려는 것이다.

 

(p57) 자신의 취미인 피아노 연주에 대해, 쿠크는 몇 년 앞서 책을 출판했던 데일 카네기의 낙관적인 자기 계발서의 어조로 이렇게 썼다. "하루에 체계적으로 한 시간씩만 피아노 연습을 해도 몇 년이면 연주 실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이그나시 파데레브스키를 보며 느낀 점을 쿠크는 이렇게 썼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 너무나 많은 수가 대가를 꿈꾼다. 음악은 그 자체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음악 공부가 주는 지적인 훈련이야말로 값진 것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쿠크는 그 다음으로 열두 단계 프로그램과 비슷한 제안을 했다. "피아노는 조율할 것", "건반은 깨끗이 닦을 것", "양손 손톰은 짧게 깎을 것," 그리고 다음을 기억하라고 했다. "하루에 30분 연습하면 1년에 10950분, 즉 182시간이 되고, 5년이면 910시간, 10년이면 1820시간이 된다." 다시 말해 시간 투자와 훈련이 예술을 즐기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후에 등장한, 노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중문화 세일즈맨들과 달랐다. 쿠크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천천히 '풍요의 뿔'의 좁은 끝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노력을 덜하더라도 삶을 즐기며 커다란 다른 끝으로 나올 수 있다."

예술가 크리스 버든은 언젠가 나에게 초기 이렉터 세트의 그림이 첨부된 설명서를 보여주었다. 그림은 때로 모호했다. 취미로 완구를 조립하는 사람들이나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집이 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설명서에 너무 의존하지 ㅇ낳을 대 더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보람 있는 자기 계발의 과정이었다.

 

(p59) 로스 자신은 3만 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계산하면 매일 두 점씩 그린 꼴이 된다. "그림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입니다."는 그가 자주 쓰는 대사였는데 그 말은 옳았다. "그림을 그리면 단순히 캔버스만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면을 창조성과 연관 짓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게된 많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음악과 독서, 글쓰기, 자수, 정원 일 등 많은 일들을 더욱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긴장을 풀어 주고 심지어 물리치료 효과까지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p68) 예술은 언제나 우리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고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p69) 아마추어 흑백사진이 유행하던 시기, 그러니까 코닥 No.1 이 나온 후부터 1950년대까지는 이런 종류의 우연한 걸작이 가장 많이 생산되던 때였다. 이때가 초현실주의의 전성기였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초현실주의의 뿌리가 우연과 실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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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은 갈증이 밀려왔다. 

어떤 주제라도 상관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직장에서의 글이 아닌,

내 삶을 위한 글을 쓰지 못했다. 

관성이라는 놈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 동안 글을 적지 않은 나에게,

쉽사리 글쓰는 기쁨을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에 무작정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본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빨간색 표지에 하얀색 글자가 눈에 쉽게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심플한 표지를 좋아한다.


'독서법'에 관련된 책이다.

이런 책이 내 방 서재 한 켠에 10권이 넘도록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목차를 읽어보니, 어떤 내용일지 쉽게 짐작도 된다.

보통 이럴 때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글들을 읽고 지나친다.


그런데 책에 관련된 부분을 소개하는 책에 대해서는,

언제나 나중되면 조금은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스스로 속아 넘아간다.

그리고 그동안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통해 

그에게 빚진 것 같은 부채감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갚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몇 군데 줄을 그은 부분을 적어두기도 했지만,

무언가 그렇게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사실 적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텍스트를 통해서는 충분히 논리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저 글을 썼을 때의 그 마음을 진정으로 가슴으로 알 수는 없다.

그건 개인의 경험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어떤 것에 대한 깨달음이나 깊은 성숙은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하면

결코 알 수 없다. 그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생각이다.


그는 그렇게 책을 읽는 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추천도서 500권 목록은 너무나 감사한 선물이었다.)

그가 그저 부러운 것은 그가 책을 구입하고 읽어가면서.

가슴 속으로 쌓아갔던 그 고민의 시간들,

그 고민의 시간들을 거쳐서 스스로의 내면을 다져갔던 순간들,

지금도 그의 삶을 지탱해가는 그것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갑자기 '충만하다' 라는 네 글자가 생각이 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한껏 차서 가득하다' 라는 의미이다.

내 삶이 기꺼이 충만해지기를 바란다. 


그래도 서운하니, 책을 읽고 줄을 그어 본 부분을 적어본다.


p146

책을 읽는 진정한 가치를 좀 다르게 표현하면, 책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거잖아요. 그렇다면 나는 읽을 때 저자의 세계 전체와 상대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거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독서 행위의 정말 중요한 가치는 '이 사람이 한 권의 책에서 구현해낸 엄청난 세계를 내가 어떻게 빨리 습득하느냐'가 아니죠. '이 책은 저렇게 말하는데 나는 이렇지' 하고 자기반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핵심이 아니죠. 그 둘 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 두 세계 사이의 교직에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거든요.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위해서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깊은 방식일 수 있지만 그 역시 핵심은 아닌 것 같아요. 핵심은 그 둘 사이 어디에 있다는 거죠. 그러면 둘 사이에서 만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을 함께 흘려 보내는 식으로 만나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한다면 좋은 삶은 뭐겠어요.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잖아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습관이라는 것도 시간을 경영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면, 시간을 흘려 보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검증된, 유쾌한, 훌륭한 방식 중 하나가 책 읽기라는 거죠


p151

독서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라고 할 수 있겠죠. 쌓는 독서라고 하면 내가 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내 관심사에 맞는 책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을 것 같고요. 허무는 독서는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거나 다른 생각을 받아들에게 하는 경우일텐데요. 쌓는 독서를 게을리하면 '내 것'이 안 생기고, 허무는 독서를 안 하면 내 세계가 좁아지거든요. 




■ 목차 읽어보기


1부.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 실패한 독서가

. 그런데 왜 책을 읽으세요?

.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 넓이의 독서

.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

.꼭 완독해야 하나요?

.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없다.

.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은 무엇입니까?

. 이토록 편하고 행복한 시간을

. 읽고 쓰고 말하고

.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 느리게 읽어도 상관없다

. 책을 숭배하지 말아요

. 한 번에 열 권 읽기

. 때로는 도전도 필요하다

. 나만의 서재, 나만의 전당

. 책을 고르는 세 가지 방법

. 그래서, 좋은 독서란 무엇일까


2부. 대화 (읽었고, 읽고, 읽을 것이다.)

. 어린 시절의 책 읽기

. 넓이의 탐색

.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 이야기의 특별함

. 성공적인 실패

. 습관이 행복한 사람

. 두 세계의 교차

. 읽는 것과 쓰는 것

. 독자의 시작

. 앞으로 써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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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수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뇌구조를 이해하라.


출처 : 동아비즈니스리뷰 No. 147




■ 호두 껍질(뇌) 안의 네트워크


뇌 구조를 이해하고 어떤 부위가 언제 활성화하는지 관찰하면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의 네 가지와 각각이 지식 근로에 주는 시사점이 핵심으로 여겨지며 뇌를 가장 잘 이해한 결과다.

 

 기본 네트워크

보상 네트워크 

감정 전달 네트워크 

통제 네트워크 

# 활성화 : 잠에서 깬 상태지만 외부 자극이나 특정 목표에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


# 통제분야 : 자기 성찰적인 생각과 과거, 미래 혹은 대체 가능한 현실에 대해 상상하는 능력

 

# 중요 : 창의적 사고와 획기적 혁신을 이해할 때

# 활성화 : 응식과 물, 돈, 기쁨과 같은 즐거움을 유발하는 자극에 반응

 

# 통제 분야 : 즐거움과 즐겁지 않음의 자각


# 중요 : 동기부여와 보상을 이해할 때



# 활성화 : 감정을 경험할 때


# 통제 분야 : 두뇌가 감정이라고 해석하는 자율신경계적이고 내분비적인 반응 (혈압이나 심박동 수, 체온의 변화)


# 중요 : 예감과 직감, 의사결정에서 감정의 역할을 이해할 때 

 # 활성화 : 장기적 감정 전달을 따져보거나 충동을 점검할 때, 선별적으로 주의를 집중할 때


# 통제 분야 : 행동을 목표와 일치시키는 능력


# 중요 : 멀티태스킹의 득과 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법을 이해할 때 




■ 기본 네트워크 : 획기적 혁신을 깨우는 방법


이런 프로그램의 이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창의력을 위한 여분의 시간은 직원들의 자기만족과 행복, 동기부여를 강화한다고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본 네트워크에 대한 발견으로 우리는 이 프로그램들이 충분치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여전히 완벽히 '자유롭지' 않다. 그렇게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이는 그들의 기본 네트워크가 외부 자극에서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여전히 당면한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또한 직원들에게 주는 시간의 양에 집중한다. 하지만 분리의 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법이 될 것이다. e메일과 일정관리표를 끄게 하고, 전화기를 내려놓게 하며, 사무실과 다른 직원들로부터 떠나 여행을 가거나, 앞에 놓인 모든 업무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명상 역시 분리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다.



■ 보상 네트워크 : 보상을 설계하는 방법


심지어 우리는 이제 개인을 고무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비금전적 보상들을 가려낼 수 있다. 지위 또는 사회적 인정처럼 일부는 매우 당연한 것들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공정함이다. 스탠퍼드대의 자밀 재키와 하버드대의 제이슨 미첼은 한 연구에서 약간의 돈을 남과 나눠 갖는 상황에서 너그럽고 공평하게 나눴을 때 사람들의 보상 네트워크가 더 많이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불공평함을 부추기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의욕을 잃는다. 그들의 헤드노미터는 하락한다. 심지어 일부 특권을 가진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불공평한 시스템에서는 의욕을 상실한다. 어떤 지위에 있든지 공정한 환경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2000년대 초반 제너럴모터스가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29% 달성이라는 극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을 때 일어났던 현상을 생각해보라. 단지 그 숫자에 도달하기 위해  GM은 막대한 비용을 혁신 대신 광고와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목표는 종종 이처럼 근시안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기업의 장기적 건강을 위험에 빠뜨린다. 실제로 이 목표는 GM을 도산의 위기로 내몰았다. 혁신 분야에서 최고 등급 획득하기와 같이 좀 더 유연한 목표를 세웠더라면 GM은 다양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신경과학은 동기를 부여할 때 언제나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예를 들어 새로운 문제 풀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작업은 두뇌의 헤도노미터를 작동시킨다. 심지어 답을 찾기 전이거나 보상(금전적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이 주어지기 전에도 그렇다. 작업 자체가 보상으로서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GM은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시하는 대신 그저 도전적인 과제를 주고 해결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헤도노미터를 높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감정 전달 네트워크 : 직감을 활용하는 방법


어떤 사건이나 선택, 사람들을 마주치면 두뇌는 그것들에 감정적 의미를 명명한다. 그리고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 두뇌는 그 이름표를 지름길 삼아 의심이나 불안, 행복과 즐거움과 같은 적절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하바네로 고추를 맛 본적이 있다고 하자. 매운맛은 고통스러웠고 저녁 내내 당신을 고통시켰다. 이후 하바네로 고추를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심지어 얘기만 해도 감정 전달 네트워크에서 이 고추를 피하게 하는 불쾌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점은 다음에 당신 앞에 하바네로 고추가 놓여 있을 때, 이것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 통제 네트워크 : 달성 가능한 목표를 만들어내는 방법


이얄 오파이어, 클리포드 나스, 안토니 와그너의 최근 연구는 만성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통제 네트워크가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을 분배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하지 않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CEO와 기업 전략을 논의하면서 답하지 않은 고객의 전화나 e메일, 전화기로 들어오는 트윗을 생각해서 좋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일들은 현재 대화와 아무 상관이 없을 뿐 더러 지금은 대응할 수도 없다. 현재 하고 있지 않은 일들이 관심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입증하듯 우리가 최근 설문한 고위경영자 40명 중 절대적 다수가 '비업무' 시간에도 거의 항상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완료하지 않은 목표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는 두뇌는 축복이다. 하지만 저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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