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현대적 장인이 주도, 조직 내에서 '성취의 절정' 느끼게 하라.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으나 장인정신을 가질 수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인정신을 본받아야 그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창조적으로 일하고 확장적으로 배우는 삶의 과정은 정신 개념만으로는 드러내기 어렵다. 장인정신은 장인성을 구현하기 위한 하위 요소이거나 다른 차원의 개념일 뿐이다. 장인은 단지 정신이나 마음만이 아니라 실제 행위를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정신을 갖거나 머리로 안다'는 말은 '몸에 벤다' 거나 '손에 익다'는 말과 대척점에 있다. 장인정신은 정신이지만, 그것은 몸에 배어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장인의 행위와 기술은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손에 익은 것을 말한다. 결국 장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정인정신을 갖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장인성이라는 행동 습성을 형성해야 가능하다.



[ 장인성의 8요소 ] 


1. 장인은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다.

- 본인이 원하는 길일 수도 있고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일에 입문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히 입문했다고 해도 장인은 그 기회를 살려서 최고의 위치까지 이른다. 처음부터 그 일에 소명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은 고된 과정일지라도 우연을 필연의 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열의와 힘을 가지고 있다.


2. 장인은 지독한 학습자다.

-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을지라도 장인은 그 일에서 성장하기 위해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이는 혹독한 숙련의 과정이다. 


3. 장인의 일의 해방자다.

- 일을 회피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일 자체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일 그 자체에서 성장한다. 일의 참된 본질을 발견하고 그 일의 리듬을 자신의 리듬으로 만들어 행함으로써 일 그 자체를 해방시킨다.


4. 장인은 창조적으로 일하는 자다. 

-전통을 고수하고 전승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고 확장한다.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일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일의 지평을 넓히고 새롭게 창조하는 힘을 발휘한다.


5. 장인은 배움을 넓히는 자다. 

- 최고의 숙련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인은 끊임없이 배운다. 장인에게 있어서는 일 자체가 성장의 주요한 발판이 되고 느슨하지만 열린 관계 맺음을 하면서 배운다. 일의 확장과 창조는 이런 배움의 넓힘을 통해 가능하다.


6. 여섯째, 장인은 베움을 베푸는 자다.

- 장인은 평생에 걸쳐 힘겹게 얻은 배움을 공동체와 후속 세대를 위해 기꺼이 내놓는다.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나누고 남김으로써 일의 세계를 배려한다.


7. 장인은 정상에 오른 자다.

-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가진다. 그 결과 일에 있어서 큰 성과와 높은 지위로 나타난다. 장인은 정상의 기쁨과 희열을 경험한다.


8. 장인은 고원에 사는 자다.

- 정상의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 맛을 보기 위해서 성상 주변의 높은 지대에 머무른다. 거기서 언제든지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고원에서의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즐긴다.



[왜 다시 장인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의 후기 산업사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돈, 노동, 최적화, 안전성, 확정성, 결과 책임 등을 특징으로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열정, 자유, 창조성, 사회적 가치, 공개성, 활동성 등이 특징이다. 산업사회가 소품종 대량 생산을 바탕으로 한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다품종 소량 생산 혹은 맞춤형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소품종 대량 생산 시대에 인간은 정형화된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 정형화된 업무는 인공지능들이 대신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기능 기술자와 고숙련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지식정보산업화에 따라 통섭형 지식과 창조적인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한 새로운 산업사회에서의 개인과 기업, 사회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장인을 다시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혁신은 전통적 교육이 추구했던 목표 및 내용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연속선 위에서 새로운 능력의 훈련이 추가돼야 한다.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은 2차 산업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더 많은 장인을 필요로 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의사나 변호사를 대체한다고 걱정하집만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생체, 기게적 로봇을 만들기 위해 정밀기계와 복합 재료에 대한 고도의 기술과 장인적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여전히 장인을 키우기 위해 요구되는 각고의 노력과 훈련이 기업교육에 필수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ㅈ차 산업을 떠받들던 장인의 확장된 버전이다.



[장인이 성장하는 일터]


볼보자동차의 우데발라 공장은 장인 육성 방식으로 일을 재조직한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내 볼보자동차 최종 조립공장이며 전통적인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조립선 아닌 '성찰적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생산방식이 '성찰적'인 것은 작업자가 기계에 종속도ㅒ 하나의 부속품으로 기계적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체계가 인간의 사고 방식에 부합되게 설계되고, 작업자는 생산품과 작업과정을 전체성 속에서 논리적으로 성찰하며 작업하기 때문이다.


성찰적 생산방식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정지된 작업대 위에서 수행되며, 이를 위해 조립 지향적 부품 분류에 따른 키트 형태로 된 부푼이 공급됐다. 총체적 학습방식을 채택했다.


한 팀이 온전히 한 대의 차량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조립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요구되므로 연관된 내용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보조물과 과정이 개발됐다. 우데발라 공장 설계시 인간의 사고방식을 최대한 배려해 지능적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정지된 작업대는 작업자가 차량 전체를 통찰함으로써 차량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유기적 부품 구조화 방식은 부품들의 기능과 부품 간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작업자들의 학습에 유용한 기반을 제공했다.



- 출처 : 동아비즈니스 리뷰   No.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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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Dong-A Business Review) No.236



■ 펀치드렁크 예술감독 펠릭스 바렛 인터뷰

  └ 무대, 대사, 플롯도 없는 기괴한 공연? 참여와 소통으로 놀라운 몰입감 제공하다.


- 슬립노모어를 본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연극의 새로운 공간과 형식에 열광한다. 전문가들은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린 펀치드렁크의 새로운 공연 형태를 '이머시브 연극'이라고 정의했다. 이머시브 연극이란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가 와해된 공간적 환경을 제공하고, 관객이 직접 이동하며 창의적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참여형 공연 형태"를 말한다.


-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었다. 관객을 적극적으로 무대에 참여시킨다. 무대는 실제 한 건물의 여러 곳에서 진행이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때로는 함께, 때로는 혼자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며 연기자들은 연기를 한다. 사람들이 가는 동선에 따라 이야기의 구성 중 순서는 바뀌지만 전체를 보고난 후에는 이야기가 연결이 된다. 같은 공연을 보았지만, 사람들마다 느끼는 방식은 달라지는 것이다. 

※ 차별화, 관객 친화, 창발



■ 윤종신의 음악 창작 및 유통 플랫폼 전략

  └ 모차르트보다 위대한 살리에리? '전략적 인재 활용'으로 천재를 넘어서다


- 윤종신은 5집을 만들 때 유희열을 통해 익힌 공식으로 이런 변혁에도 슬기롭게 대처해왔다. 윤종신은 1996년 발매한 6집부터 최근의 '월간 윤종신'까지 하림, 이근호, 조정치, 포스티노 등의 '신예 천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음악 노예'로 곁에 두고 작곡과 편곡을 대거 맡기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 윤종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4월만 제외하고 2010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102곡의 음악(리메이크 18곡 포함)을 꾸준히 발표하며 월간 윤종신의 페이지 수를 차곡차곡 늘려왔다.


- 월간 윤종신은 어느덧 윤종신만의 플랫폼이 아니라 모든 뮤지션들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위 뜬다는 아티스트들은 죄다 한 번씩 거쳐 가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다. 월간 윤종신이 폐간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으며 세련된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감성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애중음악의 홍수 속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부류의 음악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음악 창작 및 유통 플랫폼인 월간 윤종신을 통해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저렴한 마케팅 비용으로 본인들의 작품을 원하는 두터운 고객층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 월간 윤종신이 플랫폼으로서 높은 가치 창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 '월간 윤종신' 의 힘은 바로 그 꾸준함의 시간 속에서 시작된다. 분명 매달 한 곡씩 쌓여가면서 양적인 측면에서의 성장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속에서의 질적인 측면의 자연스러운 힘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 꾸준함이 지속되면서 동료 가수들과 후배 가수들이 자연스럽게 합류되고, 자연스럽게 홍보의 역할까지 이어진다. 이제는 이전보다는 적은 노력으로 더 나은 성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플랫폼을 통해서 자원들이 모여들고 그 속에서 새로움이 창출되는 것이다. 내 삶에서도 플랫폼은 필요하다. 플랫폼을 통해서 내 삶의 정보들을 하나의 통로로 모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지식과 경험들이 쌓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경험과 지식들이 이제는 그 플랫폼이라는 것을 통해서 예전보다는 적은 노력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효과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게 힘이다. 어떻게 하면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 하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효과적/호율적으로 처리해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나가자.

※ 플랫폼, 꾸준함, 협력



■ 관행 파괴한 현대무용가 안은미

  └ 작품 형식, 가치관, 전통, 관객과의 소통... 모든 것을 깨고 현대 무용의 전설이 되다.


- 안은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격적인 무용가로 꼽힌다. 그는 작품의 형식은 물론 작품 세계, 그리고 예술가와 관객이 맺는 관계까지 기존 관행을 모두 파괴하고 새로움을 시도했다. 그의 예술 활동은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고 기존에 없었던 시장을 창출해 내는 일종의 '창업가 전신'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장르의 현대 무용을 끊임없이 시도했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동양인 여성 안무가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또 예술가의 근엄함과 신비주의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뷰 등을 통해서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현대 무용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 성공요인 분석

1)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2)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정신

3) 창업가 정신을 접목한 노련한 예술가


- 현대무용가 안은미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철학과 고집을 통해 굽히지 않고 움직이는 힘이다. 분명 이렇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자기 확신과 확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어느 정도의 실력이 쌓아가면 그때 부터는 그 사람의 철학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는 실력과 철학을 모두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 작가와 상생 파트너십 구축한 아라리오갤러리

  └ 판매하는 '딜러' 아닌 지원하는 '매니저', 전속작가제 도입해 '윈윈' 모델 구현


- 아라리오 갤러리의 성공 요인


1) 공간 브랜딩 통해 중소도시 갤러리라는 지역적 한계 극복

 :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의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수십억 원대 조각품들로 구성된 야외 조각 공원을 운영하며 공간에 파워와 권위를 더함, 그 결과 천안이라는 중소도시에 근거지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갤러리로 자리매김에 성공


2) 호랑 역할 재정의 통해 작가와 갤러리 간 상생 파트너십 구축

 :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딜러'가 아니라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매니저'역할로 갤러리 역할 재정의. 전속작가제 도입해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 구축.


- 30년 넘게 수많은 컬렉션을 해오던 김창일 회장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외국 작가들의 작품만 수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그는 외국 작가, 특히 유망한 신예 작가들의 경우 앞으로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아무리 창의적인 아티스트라 해도 소위 '뜰'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그 주된 이유는 "작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의 부재 때문" 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경우 작가마다 전속 갤러리가 붙는다. 그 덕에 작가는 작품에만 전념하고 갤러리가 나서서 각종 전시회도 기획하고, 작품도 유통시키며,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대부분 작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생각만 하지 체계적인 관리가 없다." 는 게 김창일 회장의 설명이다.


- 아라리오갤러리는 파워 컬렉터인 김창일 회장의 소장품과 해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2002년 개관 초기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의 전시회를 집중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아라리오갤러리라는 공간에 권위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YBA 처럼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작가들의 기획 전시회를 통해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더했다. 엄청난 거금을 들여 수집한 컬렉션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거리에 '내놓은' 것 역시 아라리오갤러리의 공간 파워를 더하는 데 플러스 요인됐다. 미술품은 소수의 상류층과 지식인들이나 즐기는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물론 일반 대중과의 지속적 소통이 가능한 접점을 만들어냄으로써 아라리오라는 브랜드 지속성 관점에서도 큰 도움에 됐다. 그 결과 근거지가 지방 중소도시에 있다는 지역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길러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 시작은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과 그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그를 통해 연결되는 네트워크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들을 통해 아라리오갤러리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매니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확실하게 매니아가 되어라. 그리고 나면 그 이후에 내가 모르는 것들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 미술관의 통념 깬 프랑스 마그재단

  └ "돈 말고 열정" 아티스트 놀이터로 출발, 살아 숨 쉬는 예술 플랫폼으로 우뚝 서다.


- 마그재단 미술관은 오로지 당대에 활발히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터전, 다시 말해 그들의 영감 넘치는 놀이터로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작가들도 직접 나섰다. 그래서 마그재단 컬렉션 중 상당수는 오로지 이 전시 공간만을 위해 창조됐다. 샤갈의 모자이크, 미로의 정원, 자코메티의 뜰, 브라크의 타일 작품이 바로 그 살아 있는 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미술관이 많지만 다수의 작가들이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동참해 미술관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 마그재단 미술관의 가치이자 성공 요인


1) 20세기 예술사를 써 내려간 보석 같은 '다국적' 작가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보통 지역 기반의 미술관은 자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세워진다. 설립자 부부는 프랑스 국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마그재단 미술관의 컬렉션을 보면 작가 국적이 다양하다. 브라크나 레제 같은 프랑스 작가들도 있지만 스위스 출신인 자코메티, 러시아에서 망명한 유대인 샤갈,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 미로와 건축가 세트르, 벨기에 아티스트 폴 뷰리, 미국이 낳은 칼더 등이 있다.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활동한 갤러리 가문답게 다국적 아티스트들로 구성한 결과, 다채로운 개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20세기 최고 작가들의 컬렉션으로 남게 됐다.


2) 단순한 자본의 힘이 아니라 아티스트들과 남다른 친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창조적 협업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공공이든, 사립이든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 컬렉션은 대개 꾸준한 수집의 산실이거나 아티스트들이 미술관이나 컬렉터의 의뢰를 받아 탄생한다. 그런데 마그재단의 컬렉션은 오히려 아티스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미술관 자체를 예술품으로 빚어낸 '관계의 미학'이 작용한 경우다. 메세나 활동의 전범으로 여겨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이 20세기에 작은 규모로 환생한 하지만 보다 능동적인 협업의 예를 보는 듯하다.


3)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가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가 빼어난 한적한 마을 생폴드방스를 택함으로써 '힐링 미술관'의 본보기가 됐다. 사실 예술이란 자연을 재현하거나 모방하고, 그 위대함을 찬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만 해도 대도시가 아니라 고요한 자연 속에 '힐링' 콘셉트로 지어진 수줍급 미술관은 드물었다. 마그재단 미술관은 독일 노이스의 인셀홈브로히미술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과 과 더불어 자연과 공존하고 소통하는 유럽 최고의 '힐링 뮤지엄'으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관광지인 니스를 옆에 둔 지리적 이점도 있지만 사실 남프랑스는 워낙 이름있는 미술관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지역이라 경쟁도 만만치 않ㅅ다. 하지만 자연미를 머금은 마그재단 미술관을 보기 위해 일부러 생폴드방스를 찾는 '힐링족'이 꽤 많다.


4) 과거를 화려하게 수놓은 '올드 마스터' 들에게만 기대지 않고 현존 작가들과 꾸준히 협업함으로써 동시대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결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애초에 문화유산이 되기를 원한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예술'에 초점을 맞춘 설립자 가문의 뜻을 이어가는 행보이기도 하다 .개관식 당시 앙드레 말로의 연설문 내용처럼 미술관을 지을 때 마그 부부는 단순한 저장고 처럼 예술 작품들이 박제되듯이 보관되는 게 아니라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아티스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 마그재단 미술관의 시작은 마그 부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작품들이었다. 마그 부부의 매니아 적인 측면이 역시 그 시작이었으며, 이를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무언가에 빠져들고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자.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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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를 만나다, '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노벨문학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후보군에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이 예상하는 후보에게는 일부러 수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에는 음악가인 '밥 딜런'이 수상하면서 많은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바로 '가즈오 이시구로' 이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의 수상은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많은 독자들과 작가, 평론가 들에게 인정을 받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해 "그의 소설에는 위대한 정서적인 힘이 있다." 며 "소설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우리의 환상적 감각 아래에 있는 심연을 발견했다." 고 밝혔다고 한다.


2016년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 작품을 통해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맨부커상은 우리에게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가즈오 이시구로 역시 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1989년에 발표한  『남아 있는 나날』을 통해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남아 있는 나날』의 원작이기도 하다. 오늘은 소설 속 이야기를 소개한다.




■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허망함, 그래도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남아 있는 나날』 은 1956년 여름,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 달링턴 홀의 집사로 평생을 살아온 스티븐스가 그의 삶에서 첫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집사의 역할로서 저택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보러간다는 마음과 동시에 젊은 날 떠나보냈던 켄턴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기도 하며 지나간 사랑을 깨닫기도 한다.


스티븐슨의 직업은 '집사'이다. 소설의 대부분은 스티븐슨의 '집사'라는 직업의 사명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달링컨 경을 모시면서 그의 저택을 관리하는 일에 삶을 바칩니다. 그 중에서도 달링턴 홀에서 개최될 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귀한 손님들을 위한 접대와 연회준비는 단연 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스티븐슨은 그가 모시는 달링턴 경이 영국과 그 당시 유럽의 정치에 기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를 위해 집사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어쩌면 자신 또한 그런 중요한 한 부분을 담당한다고 생각을 했지요.


달링턴 홀에서 개최되는 회담의 내용은 제1차 세계대전 후 1919년 베르사유 궁전에서 연합국과 독일이 맺은 조약, 바로 독일에 대한 각종 조치가 취해졌던 베르사유 조약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달링턴 경은 베르사유 조약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앗으며 한 나라를 계속해서 단죄하는 것은 영국의 신사적인 모습은 아니며, 또한 전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회담을 진행을 한 것이지요.


그 회담이 진행되는 연회 중에 스티븐슨의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저택 내에서 삶을 뒤로 합니다. 그의 아버지 또한 한 때는 그와 같은 집사였었고, 나이가 드신 후에 스티븐슨이 모셔와서 달링턴 홀에서 하인과 같은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는 순간 마저도 그는 옆에 있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 또한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연회에서 집사인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지금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해 주실거라 생각했다. 결국 그 연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집사로서의 경력에서도 중요한 한 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집사라는 직업에 헌신했다.


(p143)

"조의를 표하네, 스티븐슨. 부친께서 심한 뇌졸증을 일으키셨어.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이 크지는 않으셨을 거야. 자네뿐 아니라 그 누구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네."

"감사합니다, 박사님."

"난 그만 가 봐야겠네. 뒷일은 자네가 수습하겠지?"

"그럼요, 박사님. 그런데 지금 아래층에 아주 특별한 신사분께서 박사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급한가?"

"한시바삐 박사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메러디스 박사를 모시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당구장으로 안내한 다음 서둘러 흡연실로 돌아갔다. 연회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고 있었다.


내가 마셜 씨나 레인 씨 같은 우리 세대의 '위대한' 집사들과 같은 반열에 낄 만큼 훌륭하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하긴, 엉뚱한 관용을 베풀어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1923년의 회담, 특히 그 마지막 날 밤이 내 직업상의 발전에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은 순전히 내 나름의 소박한 기준에서 하는 이야기란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날 밤 내게 붙어 다닌 중압감을 고려한다면, 내가 그날 마셜 씨 같은 사람의 '품위' 혹은 내 부친의 그것을 약간 보여주었다고 감히 말한다. 해도 지나친 자기 착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왜 그 점을 부인해야 하는가? 지금도 그날 저녁을 생각할 때면, 함께 떠오르는 가슴 아픈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뿌듯한 성취감에 젖어 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됩니다. 그가 모시던 달링턴 경은 나치에서 이용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가 그렇게 헌신했던 사람이 영국인에게는 가장 적대적이었던 독일 나치를 지지했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평생을 받쳐 왔습니다.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동안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예전에 어떤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남자는 평생 한 가지 일을 했습니다. 공장에서 제품이 지나갈 때 어떤 레버를 내리는 작업 공정을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평생 일을 하고 퇴직을 하게 되죠. 그런데 그가 그 직장을 떠나갈 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레버를 통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동안 계속 고장이 나서 작동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수십년을 일한 그곳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얼마나 허망 했을까요? 그래도 그 일을 하면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을 텐데 한 순간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죠.


하지만 스티븐슨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달링턴 경이 독일 나치를 지지하는 일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서 평생 헌신을 받친 것처럼 그의 삶이 한 순간에 변해 버렸습니다.  이 책의 뒷 부분에는 번역가인 김남주 씨가 적어놓은 작품 해설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를 적어봅니다.


(p306)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성실하게 일상을 반복함으로써 악을 돕고 악에 이용당하는 범인들의 삶, 그 소름끼치는 관성의 폐해에 대해 말한다. 600만여 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데 앞장선 전범 아이히만은 도착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을 지닌 괴물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고 근면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스티븐스가 위대한 집사였다면, 아이히만은 좋은 아버지, 자상한 남편, 성실한 직업인이었다.


계급과 편견과 차별에 길들여져 있었던 근대인의 조건은 고려해야 겠지만, 결국 인간은 자신의 더듬이로 길을 가고 그 여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여행 첫 날 주인의 포드를 몰던 스티븐스는 왠지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며 회상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당연한 지각력은 정작 그의 삶에서는 안타깝게도 억압되어 있다. 집사의 품위에 앞서 존중되어야 했던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대한 성찰은 없는 것이다. 잡사의 정신, 집사의 역할, 집사의 품위는 입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의 사로와 행위는 본연적인 것임을 그는 인식하지 못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스티븐슨과 한 남자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스티븐슨은 그의 과거의 허망함에 내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남자가 말합니다.


(p300)

"이 봐요, 형씨.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소만, 만약 나한테 묻는다면 이런 태도는 정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알겠어요? 만날 그렇게 뒤만 돌아보어선 안됩니다. 우울해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요, 이제 당신은 예전만큼 일을 해낼 수 없어요. 하지만 그건 우리도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사람은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이오. 나를 봐요, 퇴직한 그날부터 종달새처럼 즐겁게 지낸답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피 끓는 청춘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앞을 보고 전진해야 하는 거요." 

그러고 나서 그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무엇보다도 돌이킬 수 없는 허망함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겠지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이 허망함을 간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 이후의 자세가 중요한 법입니다. 반성할 것이 있다면 반성하고, 깊이 고민을 해서 지난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의 제목 처럼 남아있는 나날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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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가 수상했습니다. 작년에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도박가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파올로 코엘료, 밀란 쿤데라, 응구기 와 티옹오, 조이스 캐롤 오츠 등을 손꼽았었죠. 그런데 노벨문학상 당일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의외의 인물에 놀라워하는 동시에 작년과는 다르게 그래도 받을 만한 작가가 받았구나 하는 공감대가 생겨난 거 같습니다. 그 만큼 가즈오 이시구로는 조금씩 독자들과 작가들 사이에서 살며시 그러나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과 함께 그의 작품들이 하나 둘 베스트셀러로 올라서기 시작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부분의 책들을 출판한 민음사는 아마도 환호를 지르며 회식 자리를 가지지 않았을까요. ^^

반갑게도 최근에 하나 둘 생겨나는 중고서점들에서도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들은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역시 타오를 때 한 번에 타오르는 대한민국입니다. 다행히 제 책꽂이에는 그의 책이 두 권이나 꽂혀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마』가 제 이름을 새긴 책도장까지 박혀서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3년 전인가 민음사 북클럽 회원으로 등록을 할 때 책을 선정할 수 있어서 선택한 책들이었습니다. 읽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을 기다렸나 봅니다. 역시 책은 나와 인연이 다을 때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3년 동안 간직만 해 두었던 책을 작가의 수상 소식과 함께 한 달이 안 되어서 모두 읽어버렸습니다. '권위'에 대한 내면의 복종이었을까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기 전에 읽었더라면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 부분이 하나 하나 다 의미가 있어보이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습니다. 역시 노벨상을 받을 만 하구나. 역시 노벨상을 받는 작가의 작품은 다르구나. 어쩔 수 없는 편견에 빠지고, 권위의 늪 속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 깊었으니까요.



그 중 오늘은 그의 대표작이자 제 서재에 있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나를 보내지 마』를 소개드립니다.

회사에서 누군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그래서 내용을 잠깐 설명해 줬죠.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 그거 영화로 나온 얘기 아니야?"  이 책이 영국에서 출간된 시기는 2005년 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시기는 2009년 이었네요. 그리고 영화가 국내에 개봉한 시기는 2011년 이네요. 조금 늦었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에서 태어나 4살에 영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성장을 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영국에서 출간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타임>은 이 작품을 '100대 영문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돌아왔습니다. 이제야 소설 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를 보내지 마』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과는 다릅니다. 소설의 소재 자체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낯설지는 않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로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거든요.

소설은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서 복제된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한 줄로 표현하면 마치 공상과학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이 들수 도 있겠네요. 하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로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였다고 생각됩니다.

작품 속의 화자였던 캐시와 그의 친구인 토미와 루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배경은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입니다. 기숙학교에서는 분기 별로 교환회가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학생들이 만들어온 유화, 소묘, 도예품, 시 등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잘 만들어진 것들은 '마담'이라는 어떤 인물에 의해서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되죠.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이들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일반 사람들처럼 담담하게 표현해나갑니다. 마치 실제 캐시, 토미, 루스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하지만 중간 중간에 그들이 어떤 운명을 타고났는지 암시하는, 아니면 더 구체적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헤일셤의 학생들은 암묵적 동의하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p114) 연못가에서 대화를 나눈 지 1~2주 후에 루시 선생님의 영어 수업 시간에 일어난 사건의 예를 들 수 있다. 어떤 시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는데 , 어쩌다가 2차 대전 때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마자애 하나가 수용소를 둘러싼 담장에 전류가 흐르고 있었는지 묻자, 누군가가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은 정말이지 기묘한 느낌일 것이라고, 언제라도 담장에 손만 대면 자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각한 의도에서 한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그 말을 상당히 재미있게 생각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일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순간 교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모두들 전류가 흐르는 담장을 만지는 흉내를 내며 소리를 질러 댔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줄곧 루시 선생님을 관찰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아주 잠깐 어떤 희미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을 추스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일셤의 담장에 전기선이 둘러져 있지 않은 건 다행이지. 그랬다면 때때로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어조는 아주 나직했고, 아이들은 줄곧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므로, 그 말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을 거야."라는 말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고가 어디서 벌어진 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그 점을 묻지 않았다. 우리는 시에 대한 토론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학교를 나온 후에 간병인이 되고 기증인이 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진정으로 사랑을 한다면 기증을 3년 유예 시킬 수 있다는 소문' 에 의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렇게 캐미와 토미는 그 유예를 시켜준다는 '마담'이라는 조재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마담과 그들이 헤일셤에 있었을 때 교장선생님으로 있던 에밀리 선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일반인을 구분할지 모르겠으나 일반인을 위해서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복제인간 중에서도 아주 혜택을 받아오며 성장해왔습니다. 에밀리 선생님과 마담이라 불리던 사람이 복제 인간의 휴머니즘과 그들도 역시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며 만든 학교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그들이 어린 시절 교환회에 제출했던 작품들은 에밀리 선생이 세상 사람들에게 복제 인간들이 단순히 장기를 주기위한 그런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존재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일셤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은 마치 가축이 사육이 되듯이 그렇게 복제인간들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장기 기증을 위해 태어난 캐시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마지막에 에밀리 선생님과 마담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가 하나 둘 드러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닝데일 사건을 통해서 그들의 노력은 흔적을 감추게되죠.


(p361) "줄곧 말씀하시는 모닝데일 사건이라는 게 뭔가요. 에밀리 선생님? 그것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음 너희가 그 사건을 알아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사건은 상당히 재능을 갖고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해 나가던 제임스 모닝데일이라는 과학자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벽지에서 자기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지. 그런 곳에서라면 관심이 덜 쏠릴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가 하려던 건 좀 더 강화된 특질을 가진 아이를 얻는 거였어. 지성이나 운동 능력 같은 면에서 우수한 아이 말이야. 물론 이제까지도 그 비슷한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모닝데일이란 사람은 이전의 이런 연구를 누구보다도 강하게 밀어붙였지. 그러다가 법의 범위를 넘어서고 말았단다. 물론 그건 우리의 경우와는 상관이 없지. 조금 전에 말한대로 그건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단다. 하지만 그게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냈지 .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줄곧 가지고 있던 공포를 환기시켰단다. 너희 같은 학생들을 만들어 내는 기증 프로그램에 대한 공포 말이다. 혹시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후손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된다며? 그들이 우리 일반인보다 우수하다는 게 증명된다면? 오, 안 돼, 그 생각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어. 그들은 뒷걸음질 쳤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장기기증을 위한 인간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탁월하게 휴머니즘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처럼,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다들 그들의 운명을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묘한 경계와 긴장감을 작가는 마치 줄타기를 하듯이 작품의 마지막까지 끌고 나갑니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암시하게 만드는 사소한 에피소드를 숨겨두고, 따뜻한 인간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다시 그의 작품의 제목으로 돌아갑니다.  

Never Let M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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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지금부터 지켜야 할 덕목들


1. 왜 일하는지 보이게 하라.

- 다 같이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조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 같이 일을 해야 뭔가 성과를 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보이게 일해야 한다. 보이게 일하면 일에 대한 피로가 줄어든다. 반대로 혼자만 볼 수 있도록 일하면 쉬운 일도 힘들어진다. 팀워크의 기본은 보이게 일하기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와 정보 공유가 기본이다.


2. 어디로 가는지 보이게 하라.

- 현실적인 목표로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이상적인 목표는 시장을 뒤흔드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기존 방식과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 구글에는 '구글X'연구소가 있다. 이들은 인류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인류 차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환경에 무해한 차를 만들 수 없을까?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차는 없을까? 아프리카 오지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방법은 없을까? 구글이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크고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목표가 필요하다. 평범한 목표가 아닌 큰 목표가 있어야 한다. 

- 10% 성장이 아닌 10배 성장 같은 목표가 필수적이다. 현실적인 목표로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허리는 낮추고 목표는 높여야 한다. 이상적인 목표는 시장을 뒤흔들고, 판도를 바꾸고, 완전히 다른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방식과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가능하다. 

- 단순한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곧바로 실행하는 능력, 불가능해 보이는 생각을 실제 만들어가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쉬운 문제만 풀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성취감은 늘 고통에서 시작된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것을 이겨내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편하고 쉬운 것은 공허함과 허무만을 남긴다." 일본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말이다.


3. 무엇을 하는지 보이게 하라.

- 업무내용을 동료와 쉽게 공유하기 위해서는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록을 남겨야 한다.

-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문제가 밖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또 문제를 보이게 하려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에게 해결까지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문제 해결까지 맡기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든 아무 부담없이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내 업무를 통일된 절차나 공통의 언어로 미리 정리해놓으면 설명하기도 쉽고, 동료의 업무를 배울 수도 있다. 폐쇄적인 조직에서는 이런 기회가 없다. 성장도 멈추는데 이게 큰 문제다. 자기 일만 잘하는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만으로 성과를 낼 수도 없다. 자기 일에 대해 불가침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위험하다. 자기 일을 설명하려고도 하지 않고 남의 일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개인의 성공보다는 팀 성공을 위해 일하는 개인이 오래간다.


4. 어떻게 하는지 보이게 하라

- 갈무리 회의를 통해 동료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 자연스럽게 성과에서도 상향 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다.

- 한 두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그 다음 단계 일이 원활하지 ㅇ낳으면 팀 성과와 효율은 떨어진다.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할 때 성과가 난다. 갈무리 회의를 하다 보면 개개인의 업무능력이나 업무량, 숙련도와 성과 창출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일해왔는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일의 난이도와 양의 차이, 보이지 않게 고생하는 동료도 알 수 있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료도 알 수 있다. 자연스럾게 상향평준화가 이뤄진다. 진짜 일 잘하는 동료가 있다면 그를 통해 다른 사람도 배울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업무 능력 차이에서 오는 병목 현상과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고 초과 업무로 인한 불만도 없앨 수 있다.



5. 공유와 협업이 보이게 하라.

- 처음부터 개발, 설계, 생산기술자 등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일하면 의사결정,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 유니클로의 핵심은 협업이다. 내부는 물론 외부와의 장벽도 허물었다. 외부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업해 품질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공장은 없지만 빠른 생산능력과 공급능력을 갖췄다.

- 도요타는 2013년 1000평 이상 되는 공간에 500명의 엔지니어가 같이 일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 출처 : DBR No.234  , 「업무의 전제는 공유, 이제 보이게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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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밭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다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되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 박노해, <해거리> 中



나무가 열매 맺기를 거부하는 것. 이를 가리켜 '해거리'라고 한다. 말 그대로 열매를 맺지 않고 해를 거른다는 뜻이다. 어느 해에 열매를 너무 많이 맺고 나면, 다음 해 가을에는 어김없이 빈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살아 남기 위해서다.


열매 하나를 맺는 데는 최소한 수십 개의 잎사귀에 해당하는 영양분이 필요하다. 광합성 등 나무의 모든 생명 활동이 잎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때, 잎을 희생한 열매의 가치는 다른 것과 비교할 게 못 된다. 나무에게 열매는 최고의 재산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에 걸쳐 열매 맺는 데만 온 힘을 다 쏟으면 어떻게 될까. 해가 거듭할수록 나무 안의 자생력은 사라지고 점차 기력을 다하게 된다.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의 상태가 계속 나빠져 어느 순간 한계치에 달했을 때 나무가 또다시 열매를 맺으면 그 나무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무는 해거리를 통해 한 해 동안 열매 맺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리고 해거리 동안 모든 에너지 활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오로지 재충전하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동안 물과 영양분을 과도하게 옮기느라 망가져 버린 기관들을 추스르고, 헐거워진 뿌리를 단단히 엮으며, 말라 비틀어진 가지들을 곧추 세운다.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여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일 년 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때가 되면 모든 걸 접고 해거리를 통해 과감하게 휴식을 취할 줄 아는 나무, 일부 식물학자들이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진화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을 나무들은 하나같이 당연하게 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 역시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에 휴식 없이는 제대로 살 수 없다. 수천 년 전 시황제가 왜 사람들의 휴식을 금했는지는 한 번 되짚어 볼 일이다.


삶에서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 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반성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한 번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것은 우리의 삶이 바쁘고 숨가쁘기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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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의 책으로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을 읽고 나서, 이번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세 책은 저자의 하나의 생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사실 중복이 되는 내용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또한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강조하고 싶은 것을 제시하고 나서,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대해서 논하는 책인데 주제 자체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이기에 실제로 어떻게 하면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지금 사는 삶을 관심있게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나 역시 그동안 내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한 생각과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수 없이 다짐하고, 아침마다 앞으로의 길을 상기시키고, 

이렇게 틈이 날때 마다 글을 반복적으로 남기면서 그 전환점에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1.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장자의 제물론 편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남백자기에게 안성자유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안성자유가 어느 날 자기 스승을 보니 앉은뱅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선생님 모습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모습이 꼭 실연당한 사람 같습니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어깨가 축 쳐지죠. 짝을 잃은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무처럼 풀기가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다 타고난 재는 불이 꺼진 후 겨우 형태만 남아 있다가 손만 대면 으스러지지요. 안성자유가 봤을 때 예전의 스승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실연당한 살마처럼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 말에 스승 남백자기가 제자를 칭찬하면서 말합니다.


"안성자유야, 너 참 똑똑해졌구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고는 분명한 어조로 결론을 맺듯이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라고 합니다. 

스승은 그 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장례 지냅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육체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바로,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 삶의 자세, 정신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 잘못된 삶의 자세를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새로 태어나듯이, 마치 빅뱅이 일어나듯이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조금씩 개선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게으름과 간절함의 부족 때문인지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장자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역시 스스로 장례를 지내야 했습니다.

어쩌면 스승 백남자기 처럼 완전하게 스스로를 죽이지는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분명한 느낌은 받았습니다.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겁니다.

서른 여섯 살의 이 날은 분명 제 삶의 중요한 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2.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내가 한 인간으로 잘 살고 있는지, 독립적 주체로 제대로 서 있는지, 누군가의 대행자가 아니라 '나'로 살고 있는지,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는지,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높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 확인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입니다.


일상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에 매몰되는 순간, 생각이 멈춰버립니다.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생각에 대한 생각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는지? 내가 하는 행동으로 인해 내 삶과 내 가족과 타인들의 삶에 영향이 어떻게 미치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생각을 할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입니다.


그 생각 중에서 몇 가지 질문을 우선 순위로 두고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될 거 같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이 두 질문을 글로 적고 있는데 가슴이 너무나도 두근거립니다.

평범한 두 질문일지 모르지만, 분명 이 질문을 매일매일 곱씹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제 조금 더 저와의 대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이 변환점의 시기라는 게 계속해서 느껴집니다.

이 가슴 뛰는 시기를 절대 아깝게 놓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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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장자』 「제물론」 편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남백자기에게 안성자유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안성자유가 어느 날 자기 스승을 보니 앉은뱅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선생님 모습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모습이 꼭 실연당한 사람 같습니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어깨가 축 처지죠. 

짝을 잃은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무처럼 풀기가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다 타고난 재는 불이 꺼진 후 겨우 형태만 남아 있다가 손만 대면 으스러지지요.

안성자유가 봤을 때 예전의 스승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실연당한 사람처럼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 말에 스승 남백자기가 제자를 칭찬하면서 말합니다.

"안성자유야, 너 참 똑똑해졌구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고는 분명한 어조로 결론을 맺듯이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

-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中 -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 를 읽으면서 무언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진석 교수는 이 부분을 조금 과격하게 표현합니다. 바로 '자기살해' 입니다.

이 '자기살해'는 지금까지 얽매여 있는 '나' 입니다. 바로 그 '나'를 스스로 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청산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은 한 번 반추해 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한 가지 생각할 것이 더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살해'를 한다는 것은 '자기살해'를 해야할 만큼 간절해야 합니다.

그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저는 '꿈'과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정말 '무아(無我)' 라는 표현 그대로 저를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그 간절함으로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분명히 스스로 명심해야 합니다.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장례지내는 '자기살해'이지만, 

그것을 깊이 받아들여야 겠습니다. 바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제 삶의 여정을 지나는 중요한 길목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이 삶의 변곡점을 만드는 중요한 날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오늘 '저를 장례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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