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장자』 「제물론」 편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남백자기에게 안성자유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안성자유가 어느 날 자기 스승을 보니 앉은뱅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선생님 모습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모습이 꼭 실연당한 사람 같습니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어깨가 축 처지죠.
짝을 잃은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무처럼 풀기가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다 타고난 재는 불이 꺼진 후 겨우 형태만 남아 있다가 손만 대면 으스러지지요.
안성자유가 봤을 때 예전의 스승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실연당한 사람처럼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 말에 스승 남백자기가 제자를 칭찬하면서 말합니다.
"안성자유야, 너 참 똑똑해졌구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고는 분명한 어조로 결론을 맺듯이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
-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中 -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 를 읽으면서 무언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진석 교수는 이 부분을 조금 과격하게 표현합니다. 바로 '자기살해' 입니다.
이 '자기살해'는 지금까지 얽매여 있는 '나' 입니다. 바로 그 '나'를 스스로 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청산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은 한 번 반추해 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한 가지 생각할 것이 더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살해'를 한다는 것은 '자기살해'를 해야할 만큼 간절해야 합니다.
그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저는 '꿈'과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정말 '무아(無我)' 라는 표현 그대로 저를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그 간절함으로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분명히 스스로 명심해야 합니다.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장례지내는 '자기살해'이지만,
그것을 깊이 받아들여야 겠습니다. 바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제 삶의 여정을 지나는 중요한 길목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이 삶의 변곡점을 만드는 중요한 날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오늘 '저를 장례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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