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중요등장인물과 관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 카레니나와 콘스탄친(코스챠) 드리트리비치 레빈, 이 두 사람을 축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전체의 인물과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인물은 바로 스테판(스티바) 오블론스키이다.

 안나, 브론스키, 레빈, 키티를 중심으로 갈등이 시작이 되며, 각각의 인물들이 위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포크로프코에 지역을 장소를 이동하면서 서로 간의 관계와 이야기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안나를 중심으로 해서 브론스키와 만난 후 겪는 카레닌과의 갈등관계, 브론스키와 떠난 후 카레닌과 이혼에 관한 갈등, 아들 세료자에 대한 안나의 고민, 브론스키와 사랑하면서 겪는 많은 내적 갈등이 소설의 주요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한 축인 레빈을 중심으로 해서는 키티에게 청혼한 후 겪는 레빈의 심정, 친형 니콜라이 이바니치 레빈과의 관계를 통한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 농촌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두 축이 스티바와 돌리를 통해서 연결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 구성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에 빠지다.

[안나 카레니나]는 쉽사리 잡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동시에 한 번 잡으면 역시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대하소설 같은 경우는 그 양이 방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짐작하고 큰 호흡으로 읽어 내려간다. 하지만 [안나카레니나]를 읽을 때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출간 당시 8부로 나누어서 출간되었고, 읽고 난 후에도 마치 대하소설을 읽은 듯한 무언가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안나 카레니나]와의 인연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부터이다. 책은 도끼다에서 풀어내는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손에 잡은 책인데 고전이라는 압박감이 다소 있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문체 등이 읽기에 아주 편했으며 내용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갔다.

책의 마지막 작품 설명 쪽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톨스토이는 서술을 이중적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소설은 소위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다. 그는 모든 인물들의 외면과 내면을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혼돈과 불안을 안고 불확실한 이성의 빛과 직관의 빛을 좇는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그려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는 모든 인물들을 조망할 수 있는 서술적 특권을 남용하지 않고 그가 인물들을 비추는 빛을 등장인물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래서 마치 세상이 모든 것을 아닌 서술자의 눈으로 비춰지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자신과 타자를 비추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내면 심리를 통해 비춰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서술이 인물들의 내면으로 이동할 때면, 등장인물들이 서술자로부터 빛을 빼앗아 서술의 권리를 완전히 생사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 안나카레니나 3 (p572) -

바로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솔직하고 깊이있게 자신들의 내면을 표현해내고 갈등하며 고민을 한다.
어쩌면 이런 등장인물들간의 내면을 읽어내고, 우리가 쉽게 내뱉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이렇게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나타내는 것이 바로 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내용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단지 안나 카레니나라는 한 여성의 불륜에 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던 책이 한 권있었다. 바로 [보바리 부인] 이었다.  마치 안나가 보바리 부인과 너무나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잘못된 사랑과 그로 인한 자살, 어쩌면 종교적인 관점과 사회풍속이라는 점을 감안한 권선징악과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후,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었다. 묵직한 기분이 들면서도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톨스토이에 대해서 이제야 접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읽는 도중에 또 다른 거장 도스토프예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샀다. 이렇게 [안나 카레니나]가 나에게 새로운 물꼬를 마련해주었다. 


톨스토이의 매력에 빠지다.

책을 읽고 바로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제껏 그의 작품을 몰랐던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서 한 권 한 권 톨스토이의 세계에 빠져보려 한다. 그리고 한 가지더 글의 전개방식과 쉽게 읽히는 문체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아래는 내가 앞으로 읽은 톨스토이의 작품들이다.

전쟁과 평화 (1869)
안나 카레니나 (1877)
이반 일리치의 죽음 (1886)
크로이처 소나타 (1889)
예술이란 무엇인가 (1898)
부활 (1899)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순례자
바보 이반
인생독본(1906)

추가로 참고하기

네이버캐스트에 톨스토이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나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러시아의 작가 겸 사상가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bich Tolstoy) 1828~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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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다른 책들을 읽다보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20대, 30대, 40대 이렇게 세 번 읽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미안] 에서 느끼는 것이 다르다고~.
또 어떤 젊은 청년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데미안]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깊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러니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째는 너무나 궁금했다. 두번째는 고등학교 때 데미안을 처음 읽었다는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나는 벌써 서른한 살 인데 하면서 서둘렀던 것이다. 한 3일에 걸쳐서 출퇴근 지하철, 버스에서 읽었는데, 책의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을 읽기 전에, [싯다르타]를 읽었는데 자아성찰을 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자세는 두 작품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무언가 조금 더 신비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표현해야 할까? 무언가 수수께끼 속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던 점은, 내가 이 책을 너무나 기대하고 읽었는지 아니면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해서 책 속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지 나에게 무언가 다가오는 것은 있었지만, 큰 기대에 비해서는 다시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쟁이 발생해서 싱클레어가 부상당하는 그런 내용 전개가 전체적인 내면을 찾아떠나는 주요 흐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작가가 전쟁 중에 쓴 작품이기 때문일 수 있고, 반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언가 다른 마무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내 삶에 대해서 나와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도 같았다. 조금 더 사유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마음 속 깊이 내 모습과 마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p75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그게 전부야. 네가 알고 싶었던 일도 정확하게 그래.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자세히 바라봐. 그에 대해서 그 자신보다 네가 더 잘 알게 돼.

p84
나의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 모든 삶과 생각의 문제라는 통찰이 갑자기 신성한 그림자처럼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얼마나 깊이 거대한 사유의 영원한 흐름에 관여되어 있는가를 보고 갑자기 느끼게 되자 두려움과 경외심이 나를 압도했다. 그 통찰은 즐겁지 않았다. 그 통찰은 가혹했다. 맛이 떫었다. 그 안에는 일말의 책임의식이, 이제는 어린애일 수 없다는, 홀로 서 있다는 울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p84
네가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생각한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그렇다면, 넌 네가 생각했던 것을 결코 그대로 완전히 다 체험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건 좋지 않아. 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p115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142
우리는 우리의 개성의 경계를 늘 너무나도 좁게 긋고 있어! 우리는 늘, 우리가 개인적이라고 구분해 놓은 것, 상이하다고 인식하는 것만 개성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총체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하나하나가 말이야. 그리고 우리 몸이 진화의 계보를,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훨씬 더 멀리까지, 자신 안에 지니고 잇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도 일찍이 인간 영혼들 속에 살았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지. 그리스인들이나 중국인들에게서든 아프리카 토인에게서든 일찍이 존재했던 모든 신과 악마, 모두가 우리들 속에 함께 있어. 거기 있는 거야. 가능성으로, 소망으로, 탈출구로. 인류가 멸종하고,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상당한 재능을 지닌 어린아이 하나만 남는다면, 이 아이는 사물들의 전체 과정을 다시 찾아낼 거야. 그애가 신이 되어 수호신, 낙원, 계율과 금기, 신약과 구약, 모든 것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거야.

p147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질랑 말도록,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인도로 올라서는 것이며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압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 압락사스는 자네 생각 그 어느 것에도, 자네 꿈 그 어느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p152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언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p171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p196
우리가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이런 것이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것이 가져올 어느 것에나 우리가 준비되어 있음을 발견할 만큼 우리들 누구든 그토록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의 요구에 그토록 완전히 따르며 기꺼이 살리라는 것.

p197
인류가 가는 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을 받아들일 자세였기 때문에, 오로지 그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어.
......
다만 그들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 모든 것 너머로 그들의 종을 건져 새로운 발전 속으로 구해낼 수 있었어. 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으려는 거야.

p200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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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아내가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새벽2시경 산부인과에서 아내는 첫째 때와는 다르게 거친 숨소리와 비명 소리 가 들려왔다. 그런 아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오만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병원의 창문 밖으로 붉은 십자가가 보였다. 일부러 그곳에 세웠냐는 듯이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바라보는 창문에 바로 빛나고 있었다. 그때 홀로 기도드렸다. 아내가 건강하기를, 아이가 건강하기를 나도 모르게 두 손 모아 기도드렸다.
 
 솔직히 결혼을 하고 기독교를 믿는 처가의 영향으로 몇 번 교회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성적인 생각과 습관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기독교의 신앙을 믿지 못하고 있고, 교회도 잘 다니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그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나 보다. 그만큼 천주교, 기독교는 지금 현재 보편적으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고, 많은 이들의 신앙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사회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
 
 150년 전, 조선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과히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가 처음에 조선에 들어왔을 때는 종교의 개념이 아닌 학문의 하나였다. 바로 서학, 서쪽에서 온 학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서학과 함께 천주교가 종교로서 사회에 퍼지면서 제사를 폐하고 신주를 태워버리는 일들이 발생한다. 부모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은 인의예지를 근본으로 하는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하는 조선에게는 바로 그 정치이념, 왕권과 사대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수백년을 이어온 기득권 세력의 위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이러한 사상, 종교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그에 따르는 고통과 핍박을 피할 수 없었다. 조선의 천주교 도입 초반을 보여주는 '흑산'은 이 시대의 천주교인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정약용의 가족들이 있다.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황사영이 바로 그 박해의 폭풍 속에 있었다. 정약용은 이들 중에서는 천주교와는 그나마 가장 밀접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들의 말로는 편치 않았다. 황사영은 여섯 토막으로 정약종은 두 토막으로 처형되었고,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었다.

 정약종과 황사영은 후에 성인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천주학에 깊이 빠져있었으며, 그 당시 기득권, 주류에서 소외되었던
 많은 백성들은 그들 개개인을 인정해주는 이 학문, 종교에 점점 더 관심이 높아져 갔으며, 그것은 신앙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 반대에는 조정에서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
 김훈의 역사소설은 칼의노래, 현의노래, 남한산성, 흑산처럼 당시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인간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을 묘사할 때도,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의 묘사는 화려하고 다양한 형용사와 부사는 들어가지 않는다. 단지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듯하는 문체는 그 어떤 꾸밈을 능가하고 눈 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듯 해서 읽는 내내 감탄하고, 글에 빠져들곤 한다.
 
포스트잇을 들고 책을 읽어가다 보니 어느덧 책의 옆에는 수십장의 포스트잇이 옆으로 드러났다. 이글들도 몇일 뒤에 기억 속에 사라질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 "울음은 질겼다. 몸의 깊은 곳이 흔들리면서 울음이 퍼져 나왔다. 앞선 울음이 아직 울어지지 않은 울음을 이끌어냈고
잦아드는 울음이 한 굽이 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다. 울음은 추슬러지지 않았다.">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하늘색과 물색이 같아서 배는 허공으로 뜬 듯했다.">

이런 글을 쓰는 그의 감성과 섬세함이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정약용의 가족들의 고향인 마재의 두물머리를 나타내는 글은 몇 번을 곱씹어서 읽었다.
  
황사영의 처가 동네 마재는 강들이 만나는 두물머리였다. 강원도 산협을 돌아나온 북한강과 충주,여주,이천의 넓은 
들을 지나온 남한강이 마재에서 만났다. 강들은 서로 스미듯이 합쳐져서 물이 날뛰지 않았다.  물은 넓고 깊었으나 사람의 마음을 어려워하듯이 조용히 흘렀고 들에 넘치지 않았다. 마재의 농경지는 물가에 바싹 닿아 있었다. 수면과 농경지가 턱이 지지않아서 아이들도 동이로 밭에 강물을 퍼 나를 수 있었다.  북한강 물은 차갑고 남한강 물은 따스해서 두물머리 마재에는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었다.  해가 떠올라 안개가 걷히면 강은 돌연 빛났고 젖은 산봉우리에 윤기가 흘렀다.  하남 쪽 검단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협을 굽이치며 다가오는 두 줄기 물길이 푸른 띠처럼 보였다.  서울 도성 쪽으로 향하는 큰 물은 산을 돌아나가면서 보이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저쪽 물길에 도성은 펼쳐져 있었다

특별한 미사여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떤 묘사보다 뛰어나고 힘있게 다가온다.
이렇게 역사에 대해서 그동안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다르게 접근하는 것에 마음에 들었고 오랜만에 김훈의 그 필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잘 다려진 한 첩의 보약을 먹은 듯이 든든하다.
  
이제 내가 보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려고 한다. 아침 출근길의 싸늘함을 몸으로 기꺼이 맞으려 한다. 피곤해서 시려워 붉게  충혈된 눈을 느껴보려 한다. 이렇게 나와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조금 더 느끼고 기꺼이 글로 뱉어보고 싶다.


p10
정약전은 육신으로 태어난 생명을 저주했지만 고통은 맹렬히도 생명을 증거하고 있었다.

p15
정약종은 위관의 심문에 이끌리지 않았다. 정약종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스스로 진술했고, 그 이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매를 불렀고 다시 침묵으로 매에 대답했다.

p18
그 캄캄한 단절은 신의 부재 증명이었지만, 다시 캄캄하게 뒤집히는 고통이 생명을 증거하는 사태는 신의 존재 증명인 듯도 했다.

p43
길은 늘 앞으로 뻗어 있어서 지나온 길들은 쉽게 잊혔지만, 돌아올 때는 지나온 길이 앞으로 뻗었고, 갈 때 앞으로 뻗어 있던 길이 다시 잊혔다. 길은 늘 그 위를 걸음으로 디뎌서 가는 사람의 것이었고 가는 동안만의 것이어서 가고 나면 길의 기억은 가물거려서 돌이켜 생각하기 어려웠다.

p49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하늘색과 물색이 같아서 배는 허공으로 뜬 듯했다.

p60
마음이 세상의 근본이며, 세상의 동력이어서, 시간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세상이 저절로 바뀌지 못하며, 마음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p62
황사영의 처가 동네 마재는 강들이 만나는 두물머리였다. 강원도 산협을 돌아나온 북한강과 충주,여주,이천의 넓은 들을 지나온 남한강이 마재에서 만났다. 강들은 서로 스미듯이 합쳐져서 물이 날뛰지 않았다. 물은 넓고 깊었으나 사람의 마음을 어려워하듯이 조용히 흘렀고 들에 넘치지 않았다. 마재의 농경지는 물가에 바싹 닿아 있었다. 수면과 농경지가 턱이 지지않아서 아이들도 동이로 밭에 강물을 퍼 나를 수 있었다. 북한강 물은 차갑고 남한강 물은 따스해서 두물머리 마재에는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었다. 해가 떠올라 안개가 걷히면 강은 돌연 빛났고 젖은 산봉우리에 윤기가 흘렀다. 하남 쪽 검단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협을 굽이치며 다가오는 두 줄기 물길이 푸른 띠처럼 보였다. 서울 도성 쪽으로 향하는 큰 물은 산을 돌아나가면서 보이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저쪽 물길에 도성은 펼쳐져 있었다.

p68
정약현은 책을 읽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았고, 붓을 들어서 글을 쓰는 일을 되도록 삼갔다. 정약현은 말을 많이 해서 남을 가르치지 않았고, 스스로 알게 되는 자득의 길을 인도했고, 인도에 따라오지 못하는 후학들은 거두지 않았다.

p73
박차돌의 아비는 솔가해서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 산속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었다. 마을은 오목하고 잘록했다. 산비탈로 둘러싸여서 마을 이름이 소쿠리마을이었다. 해가 일찍 저물었고 밤은 새카매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

p117
세상을 직접 대하라고 [소학]에서 배웠습니다.

p127
가마우지는 절벽 끝에서 물 위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수면 위로 내리꽂혔다. 가마우지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먹이를 쫓았다. 물가에서 바라보던 창대는 숨을 헤아렸다. 창대가 깊은 숨을 열 번 들이쉬고 내쉬자, 가마우지는 물속에서 날아올랐다. 가마우지 주둥이에서 물고기가 퍼덕거렸다. 가마우지는 절벽 꼭대기에 내려앉아서 발로 물고기를 누르고 대가리부터 쪼아 먹었다. 물고기가 온몸을 뒤틀며 진저리를 쳤다.

p133
뼈는 돋아나지 않았다. 뼈는 붙지 않았고 움트지 않았다. 부러진 뼈는 너덜거리다가 떨어져나갔다. 떨어져나간 자리에서 피고름이 흘러서 감옥 바닥의 멍석을 적셨다. 피고름에 구더기가 슬었고 빈대가 꼬였다. 구더기가 파리가 되어서 상처의 진물을 빨았다.

p141
약종이 사학의 죄를 끌어안고 먼저 죽어서 약용은 풀려나기가 수월한 것이었다. 약용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약용은 자신이 약종의 죽음에 기대고 있음을 알았다.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알게 되었다. 정약전은 약용의 배교에 힘입어서 함께 풀려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약전도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알게 되었다. 정약전은 약종과 약용으로부터 비켜 서 있었다. 정약전과 정약용은 죽은 약종과 황사영의 일을 평생 입에 담지 않았다. 그들은 형틀에서 헤어졌다. 정약종은 참수되었고 황사영은 능지처참이었다. 집행은 느리게 진행되었다. 정약종의 사체는 두 토막이었고 황사영은 여섯 토막이었다.

p143
강가 고을들의 수령과 찰방, 진장들은 관노들끼리 짝을 붙여서 노비의 자식을 생산해냈다. 대체로 임진강을 사이에 놓고 씨가 좋은 남종과 자리가 좋은 여종을 주고받거나 강남 쪽에서 길쌈 잘하는 여종은 강 북쪽 마을에서 참게 잘 잡는 남종과 바꾸는 방식이었다. 흥정이 쉽게 풀리지 않을 때는 나이 든 남종 한 명에 말 한 마리나 염소 두 마리를 얹어서 젊은 여종 한 명과 바꾸기도 했는데, 젊은 여종은 팔려오면 바로 교접을 붙여서 새끼를 베게 했다. 자식을 낳고 나서 젖이 잘 도는 여종이나 미색이 뛰어난 계집종은 늙은 남종 서넛과 맞바꾸었다. 젖 잘 나오는 여종은 팔려간 상전집 아이가 두 돌이 지나 젖을 때면 몸값이 반으로 떨어져서 전의 상전한테로 다시 팔려왔다.

p166
억지로 키우려고 공들이지 말고 스스로 되도록 공들여야 한다. 키워서 길러내는 것은 스스로 됨만 못하다.

p185
창대는 섬에서 태어나서, 서너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고요히 들여다보아서 사물의 속을 아는 자였다.

p196
바람이 불어서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날, 장팔수는 집 근처 야산을 돌면서 딸을 뚫고 나오기 시작하는 어린 소나무를 뽑아버렸다. 소나무가 자라면 무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장팔수뿐 아니라, 다른 어부들도 뱃일이 없는 날에는 어린 소나무를 뿌리째 캐내서 아궁이에 던졌다. 사람들은 그 일을 서로 말하지 않으면서 다들 알고 있었다.

p200
목마른 자가 저절로 물을 찾듯이 정약종에게 새날은 저절로 스며들었다. 정약전이 멈칫거리면서 배교하고 세속으로 돌아갈 때도 정약종은 애초에 정약전에게서 인도받은 그 길을 끝까지 걸어서 서소문 사형장으로 갔다.

p208
백성을 꾸짖을 때는 앓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듯 해야 하며 백성을 교화할 때는 가는비에 옷이 젖듯이 해야 하며 꾸짖거나 가르치거나 간에 콩을 볶듯이 해서는 안된다.

p245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온 가니는 누워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다가 반년이 가까우면 뒤집고, 뒤집어서 배를 밀고, 밀다가 기고, 기다가 앉고, 앉았다가 일어서고, 일어서다가 넘어지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한 걸음씩 걸어갈 것이었다.

p281
흑산을 버리겠다는 장팔수 앞에서 흘린 것과 똑같은 눈물을, 창대는 흑산에 남겠다는 정약전 앞에서 흘렸다. 울음은 억눌려서 울어지지 않았다. 어깨고 고요히 흔들렸다.

p297
순매는 그 내장들을 들여다보면서 물고기 세상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낯선 곳이겠거니 여겼다. 한 줌의 내장과 한 뼘의 지느러미를 작동시켜서 바다를 건너가고, 잡아먹고 달아나고, 알을 낳고 정액을 뿌려서 번식하는 물고기들의 사는 짓거리가 순매는 눈물겨웠다.

p310
모든 간절한 것들은 몸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 때 황사영은 알았다.

p311
울은은 질겼다. 몸의 깊은 곳이 흔들리면서 울음이 퍼져 나왔다. 앞선 울음이 아직 울어지지 않은 울음을 이끌어냈고 잦아드는 울음이 한 굽이 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다. 울음은 추슬러지지 않았다.

p339
-창대야, 숭어 피부는 무늬는 왜 저러하냐?
-숭어가 헤엄쳐가면서 부딪친 물살의 무늬일 것입니다. 그 피부 밑의 살의 무늬와 결도 그와 같습니다.

p341
갈치는 큰 칼과 같다. 큰 놈의 길이는 아홉 자에 이른다. 아가리를 벌리면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있다. 갈치는 서서 헤엄치고 서서 잔다. 갈치는 꼬리지느러미가 가늘어서 물을 휘젖지 못한다. 갈치의 등지느러미는 대가리에서부터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갈치는 이 등지느러미와 몸통 전체를 물결처럼 움직여서 서서 이동하낟. 갈치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이빨이 드러난다. 어부들이 물리기 쉽다. 물리면 독이 있다. 갈치는 온몸이 칼처럼 번쩍거리고 만지면 은빛 가루가 묻는다.

물고기는 아가미로 숨을 쉰다. 물고기 아가미는 빳빳한 참빛과 같다. 물고기는 입으로 들이마신 물을 아가미로 걸러내며 숨을 쉰다. 그래서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서도 바다를 건너간다.

p381
물고기들은 작은 내장을 작동시켜서 원양을 건너갔고 섬으로 다가왔다. 물고기들은 몸으로 파도를 헤쳐나간 무늬를 푸른 등 위에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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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작가의 책 중에서 세번째 읽은 책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난 후, 한 동안 넋을 잃은 후에 박민규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의 책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어 가고 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이 충만한 책들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 권 한 권 읽어 내려갈수록 점점 더 그의 매력 아니 마력에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그의 책은 때로는 가볍다고 생각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글들을 읽다 보면 결코 가볍지 않아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냥 겉으로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그 내면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나의 짐작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후배의 결혼식때문에 대구에 다녀오면서 기차 안에서 읽어내려간 이 책은 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하나 던져주었고, 답이 없는 나의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거리를 다시 안겨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그 내용 중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은 해체되었다. (중략)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야구'로부터, 우리가 분명 어떤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뭐랄까. 더 이상 치기 힘든 공을 치거나,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똥줄을 태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다들 잘 먹고 잘 산다. 다.'

이 중에서 <더 이상 치기 힘든 공을 치거나,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똥줄을 태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이 대목을 볼 때 마다, 어쩌면 이게 정말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이런 말은 듣지 못했고, 단지 '불가능은 없다.', '최선의 노력으로 성과를 창출하자.' 뭐 이런 류의 성과 달성에 관련된 말만 듣고 살아왔다.

공부열심히 해라, 좋은 대학 가라, 좋은 회사 취직해라, 돈 많이 벌어라..... 이런 말들이 난무하고 이런 저런 스펙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야 행복하다고 하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는 소속으로 들어 갈 수 있다 한다. 과연 그런 길들을 걸어온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어쩌면 이런 말들을 고지곧대로 충실히 따라온 나는 과연 행복한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사소한 한 줄의 글귀가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면 어때?
이야기속의 나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하루 평균 5시간을 수면을 취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가 직장을 잃고 이혼을 하고 잠을 잔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치유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이라는 틀에 인생의 시간을 맞추어 놓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간다. 잘 잤다는 기분보다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아니면 이제 일어나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저절로 눈이 떠져 일어난다. 나도 언제 그냥 졸려서 자고 강박관념이 아닌 자연스레 햇빛을 맞으며 잠을 깨본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 속의 나와 조성훈은 서로 캐치볼을 한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허공을 올려다 보면서 캐치볼을 하면서 어느 순간 '무언가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내 머리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하늘이었다.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은 과연 언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감상에 젖어본적이 있는가? 비가 온다 짜증내지 않고 그로 인해 올라오는 흙냄새와 땅과 비가 서로 마주하는 그 상쾌한 소리에 함께 몸을 맡겨 본적이 있는가? 이런 사소하고 소중한 우리 주변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고,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이렇게 질문을 해본다.

내일 아침은 출근을 할 때,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소리를 들어보고 흙냄새를 맡아볼 것이다. 가을의 황금빛 벼을 바라볼 것이고 갖가지 모양을 한 구름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고, 내 발과 땅이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소리를 들어볼 것이고, 그러면서 움직이는 내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볼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질 것이다. 결코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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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글은 남기지 않았다. 내용 자체도 방대하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쉽사리 한 권씩 읽고 적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과 한강도 그렇게 긴 호흡으로 읽어내려갔다. 그 책들을 읽은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하소설 [장길산]은 역사적지식, 간단한 줄거리, 등장인물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옮겨다니는 곳으로 나도 한 번 따라 가보려 한다. 고등학교 때 지리 수업부터 이 쪽에는 약했는데, 이제 이 길을 따라다니면 조금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도 조금 해본다. 책을 읽어 가면서 조그마한 수첩(나만의 명칭 : Miracle Note)에  이런 저런 나만의 카드작업을 해놓고 이렇게 글을 쓸 때 조금씩 참고를 한다.

 이미 장길산 1,2 권은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읽어버렸기에 추후에 정리하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장길산3권의 내용은 전체 12권 중의 3번째인 만큼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왠지 이들이 나중에 다같이 구월산의 패거리로 들어가지 않나 하는 지레짐작을 해본다. 이야기는 크게 두 흐름을 타고 진행된다. 길산이 구월산에서 풍열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후 금강산에 있는 운부대사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의 흐름은 길산과 인연을 맺었지만 길산이 처형된 줄 알고 제 발로 안성 사당패에 들어간 묘옥이 여러 사건을 거쳐 안성에서 한양의 송파나루 근처에 터를 잡아 주막을 차리게된 배경과 그러면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앞으로 진행될 대서사시에 인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서로서로 인연을 맺어간다.

 잠시 3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가보자.
<길산> 봉순과 혼인을 맺고, 운부대사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남
<봉순> 길산과 혼인은 하였으나, 홀로 사랑을 하는 아픔을 지녔다. 그녀 역시 묘옥과 길산과의 사이를 알고 있다.
<갑송> 길산과 같은 날에 도화와 함께 혼인을 맺음
<도화> 갑송 몰래 다른 남자와 통함
<묘옥> 안성 사당패에서 직접 들어가 사당노릇을 하고 이경순과 여러 사건을 거친 후, 송파나루에 주막을 연다.
<백선, 홍련> 묘옥과 함께 있던 안성 사당들
<최만상, 정학> 정학이 최만상의 처남사이이다. 정학은 힘이 장사다. 길산과 해주에서 만남
<이경순> 사당 묘옥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주 이도장, 자기를 잘 구워서 양인이지만 여주에 힘이 있음
<유필준> 철없는 양반 아들, 안성 사당패가 유필준의 집에서 재물 강탈, 이야기의 흐름을 제공
<고달근> 안성사당패 모가비(사당패 우두머리)
<도장댁> 이경순의 아내, 이경순과 함께 도망가다 죽음.
<전생이> 이경순 아래에서 자기를 굽는 이, 총포도 잘 만듬
<황회> 사당패 모가비 (어디지?)
<복만> 솔부리 왕초
<정원태> 예전 사당패 모가비였지만 절에서 중노릇을 함
<끝춘이> 길산의 봇짐을 훔쳐감
<오공랑=말득> 끝춘의 올아비, 표창, 빠른발

이야기의 두 줄기는 길산과 묘옥이 거취를 옮기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전개된다. 우리 나라 지리도 익힐 겸해서 어떻게 그들이 이동했는지 살펴보자. 나름 이렇게 보니 재미도 있다.

우선 길산의 이동경로이다.

길산은 산채가 있는 구월산에서 현재 황해도 수도인 해주를 통해 토강, 평산, 금성을 거쳐서 금강산의 관문인 단발령에 이른다. 해주 근처에서 끝춘, 말득, 최만상, 정학과 인연을 맺으면서 운부도사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한다.

이번엔 묘옥의 이동경로다.

 묘옥은 고달근이 모가비로 있는 안성사당패에 두 발로 걸어들어가 사당노릇을 한다. 이경순이 묘옥을 너무 끔찍히 여겨 마음을 돌리려고 안성사당패의 사당길에도 따라 다닌다. 이때 유필준이라는 양반의 아들과 시비가 붙고 이로 인해 여러 사건이 발생하여 묘옥은 붙잡히는데~, 여기서 이경순이 묘옥을 데리고 그가 살고 있는 여주로 도망을 간다. 여주에 온 묘옥은 다시 도망을 가게되는데 여주에서 남한강 지류를 따라 송파나루로 가게된다.

 이렇게 길산과 묘옥은 그들의 삶에 따라 옮겨 다닌다.  지도에 도로번호도 써있는 걸 보니 이상하지만 보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할 뿐이다. 이렇게 길을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도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니 나름 공부가 되겠다. 그럼 여기에 박차를 가해서 지리 공부 좀 하고 가자.

 우선 송파나루는 서울과 광주를 잇는 중요한 나루로 조선시대 10대 상설 시장 중의 하나였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와 자동차 발달로 쇠퇴하고 1960년대 말 강남지역 개발이 시작되면서 샛강이 매립되고 교량이 세워지면서 나루터의 기능이 사라졌다. 

 책에서 설명하는 안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안성(安城)은 삼남의 육로가 합치는 지점에 있는 대도회요, 위로는 수원, 과천에 닿고, 아래로는 천안, 청주에 통하며 서쫌으로 해로가 뚫렸는데 아산 앞바다를 거쳐 물길이 진위, 양성, 평택, 안성에 닿으니 사통팔달이다. 동으로는 남한강 지류가 광주를 지나 여주를 거쳐 충주, 청풍,단양에 까지 닿으니 실로 삼남과 경기의 장꾼들이라면 안성을 제 집 드나들듯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안성의 동촌은 연일 각처에서 모인 장사치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데, 한양의 거간꾼들도 들끓었다.

 아직 할 말은 많은데, 글을 길어져 장길산4 에 이어서 해야겠다. 장길산이 등장하던 시대는 숙종인데 이 때의 정치,경제 상황을 살펴보면서 장길산이 활동하던 시대도 한 번 쭉 훑어보아야 겠다.

 그럼 장길산4 빨리 읽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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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책이다. 나 역시 너무나도 예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이지만 정작 지금까지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으로 숨어 지내면서 작성한 안네 프랑크의 일기라는 것 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안네가 그 당시 생존에서 전쟁 후의 평화로운 삶을 살았는지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었다. 조금 너무하긴 한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페이지 "<안네의 일기> 그 후" 를 읽으면서 멍한 기분과 함께 분노가 일어났다. 책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기에 이러한 소녀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책을 읽어오면서 계속 생각했기 때문이다.

15살이라는 소녀가 쓴 하루 하루의 일기이지만, 책의 뒤로 갈수록 그 생각하는 주제와 깊이는 너무나 철학적이고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를 할 줄 아는 그런 진지한 내용들이 있었다. 꿈이 많은 아이였고 항상 긍정적인 아이였다. 2년 동안의 그 갇힌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배움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신을 의심하게 되고,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을 자주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경우도 그 중 하나이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채 타인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삶,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테러 등에 대해서 가엾은 삶을 잃어버려야 하는 이들, 항상 생각해보는 일이지만 아마 답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한 소녀의 하루 하루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어찌보면 하루하루의 일과일 뿐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내고,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재치있게 묘사하고, 타인의 감정과 모습을 묘사하면서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승화되었다. 또한 이는 개인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줌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말뿐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방법이나 기술은 잘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방법과 기술은 나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와 함께 어쩌면 부끄러울 정도로 나에 대해서 드러냄으로써 나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한 단계 글쓰는 방식이 달라질것이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와의 끊임없는 진지한 대화와 내 삶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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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박민규 작가에게 빠져들었다. 그가 쓴 책들을 서둘러 찾아보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 [지구영웅전설], [더블], [핑퐁], [카스테라] 등과 같은 책이 있었다.
그 중, 나름 재미있어 보이는 [지구영웅전설]을 선택했다. 박민규 작가는 참 창의적이다. 라는 감탄과 함께 어떻게 생겼지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왠지 이런 분은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털에서 검색한 것 중에 제일 나은 것을 선택했다. 다른 사진들은 많이 창의적으로 보이신다.)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케릭터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은 미국의 대표적인 몇 가지 특징을 상징하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바나나맨은 맹목적으로 이들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풍자한다. 세계 정의를 생각한다는 슈퍼맨, 강압과 힘을 통한 배트맨, 부드러움을 상징하는 원더우먼,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복제 가능한 여러 아쿠아맨들을 통해서 전개하는 이야기는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그 속에 바나나맨을 등장시켜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우선 이 책은 재미있다. 여러 캐릭터를 한 국가의 여러 특징으로 이어주는 모습,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힘 등에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진가를 알게되는 중이다. 왠지 박민규 작가의 책을 조만간 다 읽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61
한국에서 이탈리아에서 이란에서 쿠바에서 베트남에서 과테말라에서 도미니카에서 라오스에서 브라질에서 칠레에서 엘살바도르에서 니카라과에서 그레나다에서 레바논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캄보디아에서 파나마에서, 아니 이 지구의 전역에서 당신을 정의를 해치는 나쁜 무리들과 싸워왔습니다. 그것은 길고 오랜 전쟁이었고, 외롭고 고독한 전투였습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언제나 나쁜 무리들의 꾐에 넘어가기 일쑤였고, 이 지구에서 '정의'를 알고 있는 인물은 오직 당신뿐이었습니다.

p65
얘야. 물론 슈퍼맨에겐 충분한 힘이 있단다. 빨갱이들뿐 아니라 이 지구를 통째로 없애버릴 만한 힘이! 하지만 생각해보렴. 만약 전쟁도 없이 그들을 쓸어버린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되겠니. 이 땅의 군수산업은, 또 군수산업과 연결된 모든 기간산업들은 말이야. 또 우리의 경제가 흔들리면 그 밑에 딸려있는 자유세계의 경제도 보통 문제가 되는 게 아니란다. 슈퍼맨은 그 모든 것들을 아울러 판단해.이 세계를 지켜나가는 것이 란다.

p70
아무튼 이곳은, 그런 세계화를 향한, 거대한 열기와 에너지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는 어린이들과, 모든 문화의 흐름, 또 안보의 체계랄까 그런 문제들과, 나스닥에 틀림없이 연동하는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랜드 에리어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p89
궁금하네. 다음 도시에선 누가 로빈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 멋쟁이 '정의'의 용사를?
"바보 ...... 그건 죄다 뻥이었어. 넌 내가 하는 일이 무언지 하나도 모르지? 난 사실 투페이스, 펭귄, 또 리들러들과 포이즌 아이비들을 감시하고 있어. 그래서 끊임없이 세계의 도시를 누비는 거야. 그들은 그러니까 독립정부를 꾀하는 자들과 민족주의를 외치는 자들, 그리고 사상법들과 환경운동가들이지. 지난번 오슬로에서 상대한 건 금발의 코발트블루가 아니라, 석유기업의 진출을 반대하는 포이즌 아이비들이었어."

p111
"바로, 이 세계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지. 그러니 감사한줄이나 알아. 넌 그녀의 은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들어봐. 슈퍼맨이 나쁜 무리를 무찔러 자유세계의 영역을 넓히면,배트맨이 나서서 '마운친'의 체계를 세운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겠지? 그 다음이 바로 그녀의 차례인 거야. 그녀의 임무는 '정의'의 정착이니까."

p160
"우리 민족 고유의 율무차야. 이뇨효과가 뛰어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지. 피부미용에도 좋고 사마귀를 제거하며, 기미와 주근깨에도 효과가 있어. 그뿐만이 아니지. 각종 영양소도 풍부해서 체력을 튼튼하게 해주고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효능까지 있어. 게다가 피로회복, 자양강장에도 도움을 주는, 선조들의 지혜가 듬뿍 담긴 전천후 건강식품이지."



미국 히어로 만화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만화산업체는 바로 DC 코믹스와 마블이다.
DC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의 대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마블은 스파이더맨, X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의 대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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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빅터 프랭클이 직접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라기 보다는 당시 느꼈던 심리와 다른 이들을 통해 바라본 수용소 생활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2장에서는 수용소에서의 생활과 그의 연구를 통해 정립한 로코테라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그 본질은 삶의 의미를 자각하고 책임감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입증해 주는 예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귀를 읽고 나도 모르게 쿵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절망적인 상황, 만약 나라면 과연 저렇게 버틸 수 있을까하는 상황에서도 항상 자신에게는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선택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대상이 되는 그 어떠한 것은 바로 그들의 삶을 결정해주고 삶을 의미있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인 상황에서 조차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개인의 자유의지와 선택권이다.
일상 생활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이러한 의미있는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한 선택권에 대해서 너무 간과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그 소중한 것을 그냥 잊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살아야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의미있는 무엇이 바로 '왜' 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독자적인 권리인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자유의지를 지니고 선택한 것들이 바로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그 자유의지와 선택권 그리고 '왜'로 의미지어지는 것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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