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의 책 중에서 세번째 읽은 책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난 후, 한 동안 넋을 잃은 후에 박민규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의 책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어 가고 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이 충만한 책들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 권 한 권 읽어 내려갈수록 점점 더 그의 매력 아니 마력에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그의 책은 때로는 가볍다고 생각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글들을 읽다 보면 결코 가볍지 않아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냥 겉으로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그 내면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나의 짐작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후배의 결혼식때문에 대구에 다녀오면서 기차 안에서 읽어내려간 이 책은 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하나 던져주었고, 답이 없는 나의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거리를 다시 안겨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그 내용 중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은 해체되었다. (중략)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야구'로부터, 우리가 분명 어떤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뭐랄까. 더 이상 치기 힘든 공을 치거나,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똥줄을 태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다들 잘 먹고 잘 산다. 다.'

이 중에서 <더 이상 치기 힘든 공을 치거나,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똥줄을 태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이 대목을 볼 때 마다, 어쩌면 이게 정말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이런 말은 듣지 못했고, 단지 '불가능은 없다.', '최선의 노력으로 성과를 창출하자.' 뭐 이런 류의 성과 달성에 관련된 말만 듣고 살아왔다.

공부열심히 해라, 좋은 대학 가라, 좋은 회사 취직해라, 돈 많이 벌어라..... 이런 말들이 난무하고 이런 저런 스펙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야 행복하다고 하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는 소속으로 들어 갈 수 있다 한다. 과연 그런 길들을 걸어온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어쩌면 이런 말들을 고지곧대로 충실히 따라온 나는 과연 행복한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사소한 한 줄의 글귀가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면 어때?
이야기속의 나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하루 평균 5시간을 수면을 취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가 직장을 잃고 이혼을 하고 잠을 잔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치유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이라는 틀에 인생의 시간을 맞추어 놓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간다. 잘 잤다는 기분보다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아니면 이제 일어나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저절로 눈이 떠져 일어난다. 나도 언제 그냥 졸려서 자고 강박관념이 아닌 자연스레 햇빛을 맞으며 잠을 깨본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 속의 나와 조성훈은 서로 캐치볼을 한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허공을 올려다 보면서 캐치볼을 하면서 어느 순간 '무언가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내 머리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하늘이었다.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은 과연 언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감상에 젖어본적이 있는가? 비가 온다 짜증내지 않고 그로 인해 올라오는 흙냄새와 땅과 비가 서로 마주하는 그 상쾌한 소리에 함께 몸을 맡겨 본적이 있는가? 이런 사소하고 소중한 우리 주변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고,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이렇게 질문을 해본다.

내일 아침은 출근을 할 때,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소리를 들어보고 흙냄새를 맡아볼 것이다. 가을의 황금빛 벼을 바라볼 것이고 갖가지 모양을 한 구름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고, 내 발과 땅이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소리를 들어볼 것이고, 그러면서 움직이는 내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볼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질 것이다. 결코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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