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영화 한 편이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국민들은 분노해버렸다. 이미 도가니 관련된 사건은 예전에 신문기사, 방송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우리들은 외면하고 있었으며 잊어버리고 있었다. 방송과 신문에는 항상 이런 저런 사건과 사고로 우리에게 어떤 일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 덜 자극받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과 영화라는 매개체는 그야말로 독자와 관객의 가슴을 찌르고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게 만들었고, 사회의 약자에 대한 미안함과 무관심했던 자신들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게 만들었다.

아직 책과 영화를 접하지 못해서 늦게 나마 [도가니] 책을 잡게 되었다. 분명 이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큰 이슈를 드러낸 만큼 분명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소홀했던 소외된 계층에 대해 잠시 눈길을 돌릴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웬지 이런 주제는 내가 피했던 것 같다. 무언가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직시하고 눈으로 보고 가슴아파하고 분노할 줄 알아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그 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고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내용은 알고 있으나 그래도 책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와 지인들을 통해서 내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책 표지의 그림도 웬지 내용을 알고 있으니 짠했다. 아침에 출근길에 한 30 page 정도를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시작부터 무언가 침침했고 어두웠다. '안개'라는 단어와 '소리'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깊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무언가 이상하다. 읽기 싫은데 읽어내려가야만 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인 듯한 감정이 나를 건드리는 듯 했다. 아직은 이것까지이다. 어떻게 더 나를 건드려 나갈지, 분노할지 안도할지는 조금 더 읽어 내려가봐야 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눈에는 눈물 한 방울이 입에서는 욕이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최근 안철수, 박원순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나오는 말 중의 하나는 바로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노, 무기력, 연민, 고통, 권력, 이권, 양심, 상식 이런 단어들이 계속 내 머리속을 휘저었다. 정말 그냥 Fact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분명 누가 보아도 명백히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권과 이 시대의 권력층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연대, 바로 그냥 지금처럼만 하는 그런 암묵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무관심과 합법적인 틀내에서의 담합과 보이지 않는 공격은 정말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입속에서는 최근 나꼼수의 김어준 처럼 '씨발~' 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 짧은 욕 한 단어는 그냥 내가 현 상황에서 표현할 수 있는 분노의 모든 것이었다. 정말 그것 자체도 '씨발~' 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던 분명히 진실과 Fact는 존재하는 법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 살아야 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서 그 진실을 교묘하게 말로 바꾸고 그것을 통해 심리를 바꾸는 그런 똑똑한 사람들이 과연 진실로 똑똑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분명히 그들도 알고 있다. 말하면서 자신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양심이 있고 도덕이 있고 하늘 아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써 내려가는 글을 어떻게 마쳐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나도 모르게 계속 글이 써내려가진다. 하지만 계속 써도 결국은 분노와 알면서도 당하는 무기력때문에 내 풀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냥 마지막으로 처음에 했던 누구나 느끼는 상식이 나라를 움직이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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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성을 파헤친 명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p115
나는 어쩐지 이 두 개의 인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인격은 기억력만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 뿐 다른 능력은 모두 정반대였다. (선과 악이 혼재된 인격인) 지킬은 감수성이 예민한 부분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하이드가 하는 행동을 계획하고 거기서 오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탐욕스러운 성향도 있었다.

그러나 하이드는 지킬에게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산적들이 몸을 숨기는 동굴처럼, 쫓기는 자신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되는 존재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지킬이 하이드에게 여느 아버지 이상으로 관심을 가졌다면 하이드는 여느 아들보다 더욱 심한 무관심으로 지킬을 대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 지금까지 책의 내용은 알고 있었으나 서른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 자신에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그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그 속에 내용들이 응집되어 있고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재미속에서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

아마 이제껏 많은 사람들은 지킬 박사처럼 선과 체면 등을 이유로 자신들에게 숨어있는 하이드에 대해서는 표현해내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어내려 가며 예전 뉴스 기사들이 생각이 났다.

어떤 한 직장인은 고학력,가족, 그리고 자녀들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평판도 좋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이었다.

항상 점잖고 조용한 학식있는 교수, 의사가 지킬박사가 하이드로 변할 때 마시는 물약처럼 술을 마시면 평소와 다르게 상스러운 욕설을 하거나 성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지금 글을 쓰는 나에게도 있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의 욕망 속에서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예전부터 화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런 것은 참고 참았던 화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중성을 어떻게 다스리냐가 바로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도덕과 양심을 통해서 하이드의 욕망을 없애고, 때로는 여행,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하이드의 욕망을 대체하는 것이 그러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내 안의 하이드를 잘 다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번 쯤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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