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음'에 있다. 다른 나무들처럼 휘거나 굽은 구석 하나 없이 몸통이 곧고 바르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절대 굽어 자라지 않고 외대로, 위로만 뻗는다. 이렇듯 줄기가 곧게 자라는 특성을 일지(一支) 라고 한다.


그런데 전나무 숲의 나무들은 그렇게 위로만 곧게 자라면서도 절대 흔들리거나 부러지는 예가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저희끼리 적당한 간격으로 무리를 이뤄 각종 풍상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만일 전나무가 저 혼자 잘났다고 한 그루씩 떨어져 자랐더라면 그 곧은 줄기가 눈이나 바람, 서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전나무, 결국 더불어 사는 전나무의 모습은 제 스스로를 더 굵고 강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남을 앞지르려 하기 보다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종국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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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해져 버린 탓일까. 회양목을 보면 "아~, 저 나무구나" 하고 알아보는 이는 많아도 정작 회양목의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무는 워낙 볼품이 없다. 아무리 크게 자란다고 해도 나무 폭이 한 뼘을 채 넘지 못하고 키도 짤막하다. 다른 나무 사이에 있으면 그저 소박한, 이름 없는 나무 정도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라는 모습을 알고 나면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게 바로 회양목이다.


나무의 직경이 한 뼘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 십 년? 길어야 이십 년? 그러나 회양목이 그 정도의 직경을 가지려면 최소한 오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 웬만큼 나무 모양새를 갖춘 회양목이 있다면 최소한 증조부 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맞다.


그러나 그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회양목은 그 속을 다지고 또 다져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다. 더디 자라는 만큼 조직이 치밀하고 균일해져 그 어떤 충격에도 뒤틀리지 않는 견고함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단함은 귀한 가치를 지녀 도장을 만드는 훌륭한 재료로 쓰인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나무 도장들이 대부분 이 회양목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조들은 회양목을 가리켜 '도장나무'라 불렀다.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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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에 관심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나무, 꽃, 돌이 아니라 어떤 나무, 어떤 꽃, 어떤 돌 하는 식으로 개별적으로 접근해가기로 했다. 사실 예를 들어 소나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개개인별로 특성이 있듯이 한 그루 한 그루 개별적인 특성을 알아가는 것이 좋겠으나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관심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내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거기에 나와 있는 나무들을 위주로 시작할까도 생각했는데 지면 속에 있는 것과 실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를 직접 보고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팝나무를 알게 되었다. 이팝나무는 5~6월에 꽃이 피며, 열매는 흑자색으로 10~11월에 익는다고 한다. 이팝나무는 정말 주변에 흔하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주차장 뒤의 나무이기도 하고, 출퇴근 길에 지나가는 작은 공원에 심어져 있는 나무도 이팝나무다. 사진을 찍은 곳도 바로 그 작은 공원이다. 그리고 매일 지나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출퇴근 버스를 타는 곳과 버스정류장에 세워진 가로수가 이팝나무였다.

 

오늘은 산뜻하게 봄비가 내렸는데, 봄비에 이팝나무의 꽃들이 떨어져서 붉은색 블록의 인도 위에 떨어져서 유난히 더 하얗게 빛난다. 다른 꽃들과 다르게 마치 게살의 하얀 부분이 떨어져 내린 것 같다고 홀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수북히 담겨진 쌀밥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 꽃이 하얗게 피어있어 이팝나무를 알겠지만, 꽃이 지면 다른 나무와 여전히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뭇잎도 어떤 색인지, 나무의 껍질은 어떠한지 조금 더 살펴봐야 겠다. 나뭇잎은 사진을 찍었는데 껍질과 가지 부분도 조금 더 살펴보아야 겠다. 그래서 한 겨울에 꽃, 잎, 열매가 다 떨어진 후에도 길가에 서 있는 이팝나무를 알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퇴근 길에 일이 생겼구나. 나무껍질, 가지에 대해서 사진을 찍는 일, 그리고 10월달의 달력에도 적어두어야 겠다. 이팝나무의 흑자색 열매가 익는 날이라고, 그리고 그때 다시 이팝나무의 열매의 사진도 남겨야 겠다. 이팝나무를 시작으로 조금 더 깊이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보자. 나무의 그리고 꽃의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느껴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봄의 생명력을 몸소 알아가는 중이라서 올해 봄은 유난히 따듯하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나무가 바로 이팝나무이다. 농가 근처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이 나무는 무리 지어 피는 꽃 모양새가 꼭 밥 공기에 수북이 담겨 있는 쌀밥을 닮아서 전에는 '이밥나무' 라고 불렀단다. 멀리서 보면 꼭 하얀 밥 덩어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예로 부터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피면 그해 농사도 풍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팝나무에 꽃이 많이 핀다고 해서 정말로 그해 농사가 잘 된느 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이팝나무는 풍년이건 흉년이건 늘상 희고 풍성한 쌀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바뀌고 봄이 찾아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팝나무 아래서 풍성한 꽃들을 올려다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 중에 "저러면 뭐해. 그래도 맨날 배만 고픈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한바탕 웃으며 올해 농사 잘 되겠다고, 서로 위로해 주고 다독여 줄 뿐이었다.


이팝나무에 얽힌 그런 애달픈 사연보다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이 더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린다. 작은 꽃 하나가 얼마나 섬세하고, 또 그 꽃이 무리 지어 다발을 이룬 모양새가 얼마나 풍성하고 예쁜지 보는 이마다 난리다. 오죽했으면 나무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한 아가씨는 이팝나무 꽃을 결혼식 부케로 쓰고 싶다고 했을까.



-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中,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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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다. 아침부터 몸이 찌뿌드드하다. 

가까운 곳에 등산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고 오늘은 비 소식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걷지 않아서 주인 잘못 만난 내 몸에 미안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 가벼운 차림으로 모자를 뒤집어 쓰고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았다. 아파트 1층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선다. 봄이 지난 새벽 바람은 아직은 차갑게 느껴진다. 


자주 듣는 팟캐스트를 들을까 하다가 클래식 어플을 듣고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조금 차갑다는 느껴졌던 공기가 시원하게 다가왔고 평소에 앉아만 있어서 뻗뻗하던 다리 근육이 오늘 무슨 일이지 놀란 듯 예전 기억을 살려서 늘렸다 움츠렸다를 반복한다. 이렇게 걷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알면서도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지만 나태한 관성의 힘이 이성적 판단을 이겨 버린다.


익숙한 아파트 단지 주변 산책로를 걸어가는데 오늘은 이 길이 낯설다. 예전과는 사뭇 달르게 느껴졌다. 길은 그대로 인데 주변에서 봄을 알리는 신호들이 가득했다. 목련은 왜 봄이 왔는지 모르냐며 소리치듯 크게 피어났고, 손톱 정도의 작은 꽃은 수줍은 듯 하얀 빛깔을 드러낸다.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그 어느 꽃보다 한 수 위다.


철쭉, 벚꽃이 핀 것은 알겠는데 다른 꽃들은 이름도 모르겠다. 아마 아파트 단지 주변에 피었다면 아마 이름은 들어봤을 꽃일 텐데 이름만 알 뿐 꽃을 모른다. 아이러니고 아쉽고 안타깝다. 아마 꽃이 피지 않았다면 철쭉, 벚꽃도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예전부터 꽃과 나무에 대해서 이름이라도 알고 그 형태에 대해서 기억하자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렇게 1년여가 지났는데도 변한게 없다. 항상 말 뿐인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면서 반성한다.


산책을 하면서 평소답지 않게 감상에 젖어서 인지 꽃들과 나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실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매료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파트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집으로 들어섰다. 이런 걸 가지고 상쾌하다고 표현하는 구나! 라고 새삼 다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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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재 그리고 미학에 대해서 깊이 살펴 보려고 한다.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간단한 무엇에 감동받고 매료된다면 그 분야를 파고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분야가 바로 우리 문화재와 미학에 관련된 부분이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정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문화재와 연관되는 역사를 살펴볼 예정이다. 동시에 우리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그렇게 美와 史 로 천천히 하지만 폭넓고 깊게 접근하려 한다. 아직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았으나 좋은 책을 중심으로 내용을 파고 들고 실제 미술관과 박물관을 직접 발로 찾아가서 눈으로도 익숙해지려 한다. 기대된다. 


■ 명품의 탄생       - 이광표 / 산처럼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525

   (내용) 우리 문화재 컬렉션과 컬렉터에 대한 이야기


■ 간송 전형필       - 이충렬 / 김영사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192

   (내용)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이야기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 오주석 / 솔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398

   (내용) 오주석이 설명하는 우리 회화 이야기, 풍성하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이다.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 오주석 / 솔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414

   (내용) 오주석이 설명하는 우리 회화 이야기, 풍성하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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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계산무포도」, 1849, 24.5x41.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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