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에 관심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나무, 꽃, 돌이 아니라 어떤 나무, 어떤 꽃, 어떤 돌 하는 식으로 개별적으로 접근해가기로 했다. 사실 예를 들어 소나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개개인별로 특성이 있듯이 한 그루 한 그루 개별적인 특성을 알아가는 것이 좋겠으나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관심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내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거기에 나와 있는 나무들을 위주로 시작할까도 생각했는데 지면 속에 있는 것과 실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를 직접 보고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팝나무를 알게 되었다. 이팝나무는 5~6월에 꽃이 피며, 열매는 흑자색으로 10~11월에 익는다고 한다. 이팝나무는 정말 주변에 흔하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주차장 뒤의 나무이기도 하고, 출퇴근 길에 지나가는 작은 공원에 심어져 있는 나무도 이팝나무다. 사진을 찍은 곳도 바로 그 작은 공원이다. 그리고 매일 지나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출퇴근 버스를 타는 곳과 버스정류장에 세워진 가로수가 이팝나무였다.

 

오늘은 산뜻하게 봄비가 내렸는데, 봄비에 이팝나무의 꽃들이 떨어져서 붉은색 블록의 인도 위에 떨어져서 유난히 더 하얗게 빛난다. 다른 꽃들과 다르게 마치 게살의 하얀 부분이 떨어져 내린 것 같다고 홀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수북히 담겨진 쌀밥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 꽃이 하얗게 피어있어 이팝나무를 알겠지만, 꽃이 지면 다른 나무와 여전히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뭇잎도 어떤 색인지, 나무의 껍질은 어떠한지 조금 더 살펴봐야 겠다. 나뭇잎은 사진을 찍었는데 껍질과 가지 부분도 조금 더 살펴보아야 겠다. 그래서 한 겨울에 꽃, 잎, 열매가 다 떨어진 후에도 길가에 서 있는 이팝나무를 알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퇴근 길에 일이 생겼구나. 나무껍질, 가지에 대해서 사진을 찍는 일, 그리고 10월달의 달력에도 적어두어야 겠다. 이팝나무의 흑자색 열매가 익는 날이라고, 그리고 그때 다시 이팝나무의 열매의 사진도 남겨야 겠다. 이팝나무를 시작으로 조금 더 깊이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보자. 나무의 그리고 꽃의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느껴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봄의 생명력을 몸소 알아가는 중이라서 올해 봄은 유난히 따듯하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나무가 바로 이팝나무이다. 농가 근처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이 나무는 무리 지어 피는 꽃 모양새가 꼭 밥 공기에 수북이 담겨 있는 쌀밥을 닮아서 전에는 '이밥나무' 라고 불렀단다. 멀리서 보면 꼭 하얀 밥 덩어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예로 부터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피면 그해 농사도 풍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팝나무에 꽃이 많이 핀다고 해서 정말로 그해 농사가 잘 된느 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이팝나무는 풍년이건 흉년이건 늘상 희고 풍성한 쌀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바뀌고 봄이 찾아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팝나무 아래서 풍성한 꽃들을 올려다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 중에 "저러면 뭐해. 그래도 맨날 배만 고픈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한바탕 웃으며 올해 농사 잘 되겠다고, 서로 위로해 주고 다독여 줄 뿐이었다.


이팝나무에 얽힌 그런 애달픈 사연보다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이 더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린다. 작은 꽃 하나가 얼마나 섬세하고, 또 그 꽃이 무리 지어 다발을 이룬 모양새가 얼마나 풍성하고 예쁜지 보는 이마다 난리다. 오죽했으면 나무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한 아가씨는 이팝나무 꽃을 결혼식 부케로 쓰고 싶다고 했을까.



-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中,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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