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해져 버린 탓일까. 회양목을 보면 "아~, 저 나무구나" 하고 알아보는 이는 많아도 정작 회양목의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무는 워낙 볼품이 없다. 아무리 크게 자란다고 해도 나무 폭이 한 뼘을 채 넘지 못하고 키도 짤막하다. 다른 나무 사이에 있으면 그저 소박한, 이름 없는 나무 정도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라는 모습을 알고 나면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게 바로 회양목이다.


나무의 직경이 한 뼘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 십 년? 길어야 이십 년? 그러나 회양목이 그 정도의 직경을 가지려면 최소한 오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 웬만큼 나무 모양새를 갖춘 회양목이 있다면 최소한 증조부 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맞다.


그러나 그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회양목은 그 속을 다지고 또 다져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다. 더디 자라는 만큼 조직이 치밀하고 균일해져 그 어떤 충격에도 뒤틀리지 않는 견고함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단함은 귀한 가치를 지녀 도장을 만드는 훌륭한 재료로 쓰인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나무 도장들이 대부분 이 회양목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조들은 회양목을 가리켜 '도장나무'라 불렀다.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우종영

반응형

'■ 관심 사항 >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내전  (0) 2015.05.14
전나무  (0) 2015.05.09
이팝나무  (0) 2015.05.09
(김홍도) 백매  (0) 2015.04.28
(이인상) 송하관폭도  (0) 2015.04.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