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겠다고 결정했다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3년은 휴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아기를 업고 직장에 나가세요. 무엇보다 아이를 우선해야 합니다. 아이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을 때 아이를 낳고,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안 낳아야 합니다. 3년까지만 아이를 잘 키우면 과외 안 시켜도 괜찮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애를 낳아서 잘못 키워 놓으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반드시 이 점을 명심하십시오. 가정에서 이것이 첫째입니다. 

둘째, 애 때문에 남편을 떼어 놓고 서울로 이사 가는 사람, 애를 데리고 미국에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세 살 때까지만 애를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편은 아내,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애기는 늘 두 번째로 생각하세요.

대학에 떨어져도 신경 쓰지 마세요.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 가면 무조건 따라가세요. 돈도 필요 없습니다. 아기가 학교 몇 번 옮겨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살편 아이들은 전학은 열 번 다녀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자랍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에 놓고, 오냐 오냐 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아무리 잘해 줘도 아이를 망칩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오늘부터 정신 차리고 제 얘기를 선물로 받아 가십시오.

이렇게 해야 가정이 중심이 서고 화목해집니다. 가정을 화목하게 한 다음에는 내가 사는 세상에도 기여를 해야 합니다. 나만 잘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내 자식만 귀엽게 생각 말고 이웃집 아이도 귀하게 생각하세요. 또 내 부모만 공양하지 말고 이웃집 노인도 공경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식이 좋은 것을 본받습니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자식에게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합니다. 매를 들고 애를 가르칠 필요 없이 내가 늘 부모를 먼저 생각하면 자식이 저절로 효자가 됩니다. 애를 키우다 나중에 '저게 누굴 닮아 저러나' 하지 마세요. 누굴 닮겠습니까? 제 부모를 닮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좋은 인연을 지으세요. 처음에 조금만 노력하면 나중에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러면 돈이 없어도 행복하고, 비가 새는 집에 살아도 재미가 있고 나물 먹고 물 마셔도 인생이 즐거워 집니다. 즐겁자고 사는 거지 괴롭자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 부부는 이것을 중심에 놓고 살아야 합니다. 

                                                                                          - 스님의 주례사 (법륜스님) 3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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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만의 청년 싯다르타는 부귀한 가정을 버리고 오직 진리를 찾아 고행의 길을 떠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이 책의 겉표지에 써 있는 글이다.

나 역시 싯다르타의 고행의 길을 마치 같이 걸어간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나 역시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 과연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나, 자아를 위한 삶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나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 자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질문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아직까지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듯 하다. 아마 1년 후, 2년 후, 그리고 세월이 지나갈 때 마다 다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싯다르타가 사문의 길과 속세의 길을 모두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었듯이 나 역시 세월의 경험이 쌓아지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아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매년 한 번씩 읽어 내려가며 나를 찾아보자.라는 말을 홀로 해본다.

책을 읽고 메모장에 몇 자 적어 논 것이 있다. 그냥 단어의 나열이지만 더이상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자아, 경청, 만물, 관심, 사랑
본래 모든 것에는 해결책과 답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냥 그것을 찾을 뿐이다. 그리고 비판적 시각을 가져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피에타의 성모 처럼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찾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p55
 '대체 가르침에서, 스승이게서, 네가 배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냐? 너에게 그토록 많은 것을 가르쳐준 그들이 지금까지 네게 가르쳐줄 수 없었던 것이란 대체 무엇이냐?'
 그리고 그는 찾아내었다.
 '그것은 자아(自我)였다. 그 의미와 본질을 나는 알고자 했다. 그곳에서 내가 빠져나오려 했던 것, 극복하고자 했던 것, 그것은 자아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는 없었고 다만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만 그것에서 도망쳐서 그 앞에서 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실로 세상에서 이 자아만큼 내가 생각에 몰두하게 만든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다는 이 수수께끼, 나는 싯다르타라는 수수께끼처럼 나의 생각을 사로잡는 물건은 없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나 싯다르타에 대하여서만큼 나 자신이 거의 알지 못한 물건도 없다!'

p186
 '그의 행위와 삶이 그의 말씀보다 가치있으며, 그의 손의 움직임이 그의 의견보다 가치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나는 말씀이나 사상 속에서 그의 위대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행위 속에서, 삶 속에서 그의 위대함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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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의 자기혁명 (p304)

 

글쓰기의 방법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시선을 고정하고 응시하여 나만의 색깔로 대상을 분해할 수 있을 때,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시인과 작가의 빛나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철학자의 글이 더 가슴에 와닿기도 한다. 철학자의 시선은 대상을 분해할 뿐 아니라 그 너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는 먼저 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충분히 숙고를 거쳐야 한다. 우리가 글을 쓴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일단 '나는 ......' 이라고 무조건 시작해놓고 보는 습관이다. 무언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떠밀려 글의 주제와 줄거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반드시 기승전결의 얼개를 미리 머릿속에 그리고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시선'을 먼저 가다듬는 것이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무엇을 말할 것인지, 어떤 형식으로 쓸 것인지를 생각해 결정한다. 나의 시선이 분해한 프리즘의 색깔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은 기교다. 언어를 다루는 능력, 즉 기교를 어떻게 익힐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모든 예술행위가 그렇듯 모방에서 출발할 수 있다. 미래의 대가는 현재 대가의 작품을 모사함으로써 공부를 시작한다. 화가는 아그리파를 데생함으로써 내딛고, 음악가는 베토벤을 들으면서 꿈을 키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모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생각하기와 말하기가 다르듯, 읽기와 쓰기는 다르다. 해석과 창작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쓰는 연습으로 가장 먼저 할 일은 좋은 글이 아닌 잘 씌어진 글을 필사하는 것이다. 글이 내공을 담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글쓰기 연습에서 중요한 것은 문장을 다루는 능력이지 작가의 영감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학적 글쓰기가 필요하다면, 즉 소설가, 카피라이터, 에세이스트 등을 꿈꾼다면 문학가의 글이 좋다. 이를테면 오정희 선생의 단편 같은 것 말이다. 오정희의 단편은 실로 인간의 감정을 묘사하는 능력이 극점에 달해 있다. 적절한 템포, 절제, 무형의 것을 묘사하는 구성과 묘사력은 단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황석영의 글은 이야기 능력이지 필사의 대상은 아니다.

 반면 칼럼니스트가 되고자 하거나 타인을 설득하고 자신의 뜻을 주장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면, 좋은 칼럼을 골라 필사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과거 <이규태 코너>를 필사한 적이 있는데, 요즘의 글쓰기 트렌드와는 좀 어긋나는 면이 없지 않다. 필자의 글이 무겁고 현학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필사를 할 때는 열 번 이상 반복해서 그대로 베껴써야 한다. 키보드를 이용해도 좋고 연필을 쥐어도 좋다. 앞으로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글을 쓸 작정이라면 굳이 연필을 잡지 않아도 된다. 특정 글을 이렇게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쓰면 어느 순간 대상의 문제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이때 글을 써보면 그 문체가 내 글에서 배어나오고, 어느 순간에는 그의 어법이나 문장을 흉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 순서는 개작이다. 소위 청출어람의 단계인 셈이다. 필사의 대상으로 삼은 글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 고쳐 써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고쳐 쓴 글이 원작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여러번 반복해서 고쳐 쓰는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문장이나 단어를 삭제하고 글을 축약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실제로 글을 써보면 대개는 중언부언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므로, 그래서, 따라서 등의 남발은 앞선 문맥을 지키려는 일종의 콤플렉스다. 이런 말들은 가능한 한 생략하고 적절하지 않은 문장이나 단어를 삭제한 다음, 그 자리에 나의 글을 가필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반복하다보면 글의 맛을 알게 되고 글과 말의 차이를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처음부터 내가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필사하고 다음에는 축약과 삭제와 가필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쓰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 개의 글이 나란히 놓이게 된다. 필사한 글, 내가 고쳐쓴 글, 내가 새로 쓴 글, 이 가운데 내가 새로 쓴 글이 가장 훌륭하거나 최소한 그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글을 다루는 훈련은 얼추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진짜 마지막 단계는 통합이다. 나의 프리즘에 비친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선정하고 그 맥락을 머릿속으로 그림으로써 주장을 더욱 선명히 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이때 약간의 기교는 필요하다. 글을 쓸 때는 초두효과, 최신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글쓰기에서 가장 유효한 수단은 초두효과다. 인용문, 사례 등을 글의 앞에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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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책 재미있을 것 같네. 관심있는 역사 관련 책을 집어서 조금 읽다보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이름을 살펴본다. 이런 또 이덕일 작가가 쓴 글이다.
이제는 그의 책 목록을 살펴보고 하나씩 하나씩 모두 읽어내려 갈 예정이다.
그러면 아마 조선의 중, 후기에 대한 나름의 맥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최선의 역사 공부는 이덕일의 책 속에 빠져드는 것이라 혼자 생각 되었다. 하지만 편협하지 않은 시각으로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려 한다. 작가 이덕일이 새롭게 접근했던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등이 궁금했다.
과연 왜 그들이 그런 것에 집착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한 편으로는 300~400년 전의 조선의 정치 현실이 지금의 정치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게 진행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무엇보다도 크게 남았다.

잠깐 역사적인 시점과 사건에 대해 살펴보자.

◆ 인조반정
- 1623년 서인 일파가 광해군 및 대북파를 몰아내고 능양군 종(인조)을 왕으로 옹립한 사건
-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당론의 폐해를 통감하고 이를 초월하여 좋은 정치를 해보려고 애썼으나, 자신이 대북파의 도움을 받아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당론을 초월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원익, 이항복, 이덕형 등 명망높은 인사를 조정의 요직에 앉혀 어진 정치를 행하려 하였으나, 이이첨, 정인홍 등 대북파의 무고로 친형 임해군과 이모제 영창대군을 죽였으며, 또 계모인 인목대비를 유폐하는 폐륜을 자행하였다. 이와 같은 광해군의 실정이 계속되어 기강이 문란해지자 서인 이귀, 김자점, 김류, 이괄 등은 반정을 모의, 1623년 3월 21일을 거사일로 정하고 모든 계획을 추진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 조금 다른 관점
: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임진왜란으로 백성들의 삶은 너무나 힘들어지고, 대외적으로는 조선이 상국으로 받들던 명의 국운이 다해가고 새롭게 청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광해군으로서는 조선의 운명을 쇠퇴해가는 명나라 만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명과 청 사이에서의 중립외교를 하면서 조선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러한 현실적인 대응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정치적, 논리적 뿌리인 명나라 만을 붙잡고 있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 제1차 예송논쟁
- 1659년 효종이 죽자 효종의 어머니 조대비의 복상을 서인의 뜻에 따라 기년(만1년)으로 정했는데, 이에 대해 남인 허목, 윤휴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어난 사건. 이들은 효종은 왕위를 계승했기 때문에 장자나 다름 없으므로 3년(만2년)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는데 비해, 송시열 등 서인은 효종은 인조의 둘째 왕자이므로 장자의 예로 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결국 서인의 주장이 받아 들여졌다.

◆ 제2차 예송논쟁
- 현종 15년(1674) 효종의 비가 죽자, 다시 조대비 복상을 몇 년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이에 대해 서인은 대공(8개원) 설을 주장했으나 남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현종은 예조에서 대공복제를 채택한 것은 결국 효종을 차자로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여 잘못 적용된 예제라 판단, 이 후 송시열 계의 서인 세력을 정계에서 축출한다.

◆ 예송논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 예송논쟁은 단순히 상복을 얼마나 입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왕과 사대부들간의 힘싸움이다.
서인들의 주장은 왕도 사대부와 마찬가지의 기중이 적용되어야 하는 입장이고 남인들은 왕은 사대부와는 다른 절대권자로서 그 기준을 뛰어넘는다. 라고 맞서고 있다. 당시, 서인은 그 정치적 세력이 이미 왕권을 능가할 정도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힘이 대단했다. 그리고 왕권과 남인의 대응 방식이 바로 이 예송논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예송 논쟁의 두번째 의미는 청에 인질로 살다가 돌아온 장자 소현세자(인조가 사사했다고 의심이되어짐..)가 죽자 그 다음 왕위 계승을 소현세자의 아들이 아닌 효종을 왕권으로 세운 것에 대한 정통성 문제가 달려있다. 바로 효종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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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서재]를 읽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아! 정말 내가 모르는 분야가 너무나 많구나, 언제 저런 책을 읽어볼까 하는 숙제를 잔뜩 받은 것 같은 부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런 책을 찾고 또 헤매이게 된다. 아마도 나는 Book Wanderer가 아닌가 싶다. ^^

지식인이라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분들에 대한 독서인생에 대한 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까? 하는 조금의 관음증은 가지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탔을 때,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저 사람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많이 든다. 대담하게 책 제목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는 못하더라도 힐끔힐끔 제목을 한 번씩 쳐다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마구 풀어주고 있다. 이러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찌 읽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책 추천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그동안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정말 최고의 책을 소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읽어 온 내용의 한계는 있겠지만 정말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아마 이 책에 소개된 분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10권 정도를 선정을 해서 소개를 했다.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떻게 찾아서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래 목록에서 읽은 책이 한 5권 정도 되는 거 같다... 최근 들어 배우고 싶은게 책을 빨리 읽는 방법을 가지고 싶다.
너무 읽을게 많다. 그게 탈이다. 그래도 방법은 없다. 그냥 묵묵히 읽을 뿐이다.

<조국의 추천도서>
1.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문예출판사
2. 유러피언 드림 -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3. 사기열전 - 사마천, 민음사
4.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5.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느린걸음
6. 정의의 법, 양심의 법, 인권의 법 - 한인섭, 박영사
7.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창비
8. 야성의 사랑학 - 옥수정, 웅진지식하우스

<최재천의 추천도서>
1. 화첩기행 - 김병종, 효형출판
2. 우연과 필연 - 자크 모노, 궁리
3. 사랑의 학교 -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 지경사
4. 마지막 거인 - 프랑수아 플라스, 디자인하우스
5. 리오리엔트 - 안드레 군더 프랑크, 이산
6. 호치민 평전 - 윌리엄 J. 듀이커, 푸른숲
7. 종교전쟁 - 신재식, 김윤성, 장대 / 사이언스북스
8. 이타적 인간의 출현 - 최정규, 뿌리와 이파리
9. 총, 균 , 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과 사상사
10.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이안수의 추천도서>
1. 천상의 노래 - 비노바 바베, 실천문학사
2. 식물의 역사와 신화 - 자크 브로스, 갈라파고스
3. 육식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시공사
4. 작은 것이 아름답다 - E.F. 슈마허, 문예출판사
5.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김태완, 소나무
6. 예수, 석가를 만나다 - 이명권, 코나투스
7. 집으로 가는 길 - 이스마엘 베아, 북스코프
8. 김찬삼의 세계여행 - 김찬삼, 한국출판공사
9.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세계 문화유산 약탈사 - 김경임, 홍익출판사

<김용택의 추천도서>
1. 빈센트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 생각의 나무
2. 장욱진 화집 - 정영목, 학고재
3. 김수영 전집 - 김수영, 민음사
4. 거대한 뿌리 - 김수영, 민음사
5. 세계건축기행 - 김석철, 창작과 비평사
6.근원수필 - 김용준, 열화당
7.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 최순우, 학고재
8. 한국사 신론 - 이기백, 일조각
9. 성경
10. 토지 - 박경리, 나남

<정병규의 추천도서>
1. 보들레르 시선집 - 보들레르, 민음사
2. 대장 몬느 - 알랭 프루니에, 문학과 지성사
3. 형태의 탄생 - 스기우라 고헤이, 안그라픽스
4. 일상의 모험 - 서동욱, 민음사
5. 알파벳과 여신 - 레너드 쉴레인, 파스칼북스
6. 시간의 빛 - 강운구, 문학동네
7. 풍경과 마음 - 김우창, 생각의 나무
8.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9. 그라마톨로지 - 자크 데리다, 민음사
10. 시뮬라크르의 시대 - 이정우, 거름

<이효재의 추첮도서>
1. 짜장면 - 허영만, 학산문화사
2. 마스터 키튼 - 카츠시카 호크세이, 대원씨아이
3.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학산문화사
4. 캔디캔디 - 이가라시 유미코, 미즈코 쿄오코, 덕진출판사
5. 레드문 - 황미나
6.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배병우의 추천도서>
1. 남한산성 - 김훈, 학고재
2. 알함브라 1,2 - 워싱턴 어빙, 생각의 나무
3. 중화를 찾아서 - 위치우위, 미래인
4. 영혼의 자서전 -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5. 빅피쳐 -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6. 신화의 힘 - 빌 모이어스, 조셉 캠벨, 이끌리오
7. 아프리카 트렉 - 알렉상드르 푸생, 소냐 푸생, 푸르메
8. 세계사 편력1 - 자와할랄 네루, 일빛
9. 미의 역사 -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10.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 에르빈 파노프스키, 한길아트

<김진애의 추천도서>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부키
2. 강의 죽음 - 프레드 피어스, 브렌즈
3. 인간의 조건 - 한나 아렌트, 한길그레이트북스
4. 토지 - 박경리, 나남
5. 우리 도시 예찬 - 김진애, 안그라픽스
6. 매일매일 자라기 - 김진애, 서울포럼
7. 도시 읽는 CEO - 김진애, 21세기북스

<이주헌의 추천도서>
1. 몰입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한울림
2. 크레이티브 마인드 - 하버트 마이어스, 리처드 거스트먼, 에코리브로
3. 블루오션 전략 - 김위찬, 교보문고
4. 생각의 지도 - 리처드 니스벳, 김영사
5.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 아놀드 하우저, 창작과 비평사
6. 생각의 탄생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에코의 서재
7. 카리스마의 역사 - 존포츠, 더숲
8. 뜻으로 본 한국역사 - 함석헌, 한길사
9. 제 7의 감각 - 윌리엄 더건, 비즈니스맵
10. 만화 중국고전 - 채지충, 대현 출판사

<박원순의 추천도서>
1.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 김준혁, 여유당
2. 네 가지 알아차림의 확립 - 우실라난다 시야도, 보리수선원
3.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 존 에이브램스, 산티
4. 굿바이 티베 - 마리아 블루멘크론, 하얀 연꽃
5. 우린 마을에서 논다 - 유창복, 또 하나의 문화
6. 지구의 미래 - 프란츠 알트 지음, 민음인
7. 핸드메이드 라이프 -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돌베개

<승효상의 추천도서>
1. 침묵의 세계 - 막스 피카르트, 까치글방
2. 건축예찬 - 지오 폰티, 열화당
3. 공간의 시학 - 가스통 바슐라르, 동문선
4.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이탈로 칼비노, 민음사
5. 공산당 선언 - 카를 마르크스, 책세상
6. 관촌수필 - 이문구, 문학과 지성사
7. 도덕경 - 노자
8. 오리엔탈리즘 - 에드워드 사이드, 교보문고
9. 조선미술사 - 고유섭, 열화당
10.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 수잔 벅 모스, 문학동네

<김성룡의 추천도서>
1. 집중력의 탄생 - 매기 잭슨, 다산초당
2. 차이의 존중 - 조너선 색스, 말글빛냄
3. 셰익스피어 인간학 - 오다시마 유시, 말글빛냄
4.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청림출판
5. 살아남기 위하여 - 자크 아탈리, 위즈덤하우스
6. 행복의 조건 - 조지 베일런트, 프런티어
7. 엘리먼트 - 켄 로빈슨, 루 애로니카, 승산
8. 그들이 위험하다 - 존 펠프리, 우르스 가서, 갤리온
9. 공감의 시대 - 제레미 리프킨
10. 지금 경계선에서 - 레베카 코스타, 쌤앤파커스 

<장진의 추천도서>
1. 고래 - 천명관, 문학동네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예담
3. 첫사랑 - 성석제
4. 달려라 아비 - 김애란, 창비
5. 남해 금산 - 이성복, 문학과 지성사
6. 국가의 사생활 - 이응준, 민음사
7. 이스탄불 - 오르한 판묵, 민음사
8. 장진 희곡집 - 장진, 열음사
9. 강풀의 만화들

<조윤범의 추천도서>
1. 서양 문명의 역사 - 에드워드 맥널 번즈, 소나무
2. 그리스 철학사 -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 리브로
3. 아이콘 스티브 잡스 - 윌리엄 사이먼, 민음사
4. 20세기 소년 - 우라사와 나오키, 학산문화사
5. 클라시커 50 사진가 - 빌프리트 바츠, 해냄
6. 군주론 - 마키아벨리, 아름다운 날
7.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8.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 민중출판사
9.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넥서스
10. 베트맨 다크나이 리턴즈 - 플랭크 밀러, 세미콜론

<진옥섭의 추천도서>
1.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문학과 지성사
2. 흘러간 무림 - 이중헌,서호봉, 두무곡
3. 허삼관 매혈기 - 위화, 푸른숲
4. 칼의 노래 - 김훈, 생각의 나무
5. 옛날 옛날 한 옛날 - 이창우, 두레
6. 조선민속 탈놀이 연구 - 김일출, 과학원 출판사
7. 판소리 음반 걸작선 - 노재명, 삼호출판사
8. 조명암 시전집 - 조명암, 선
9. 대야망 - 고우영, 학산출판사
10. 한국의 발견 - 편집부 지음, 뿌리깊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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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배경

아마 지금쯤이면 집에 김훈의 '남한산성' 이 도착해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잠시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에 관련된 내용이다.
병자호란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광해군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해군 때, 후금이 세워진다. 후금의 세력은 점점 더 강성해지고 조선과 명나라는 임진왜란(1592)으로 너무 지쳐서 쉽게 견제할 수는 없었다. 그 사이 후금은 세력이 커지다가 명나라의 비옥한 땅을 위해 명에 진출을 한다. 이에 화가 난 명은 전쟁을 시작하고 조선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때 광해군은 고민을 하다가 후금(청)의 세력이 큰 것을 알고 후금에게 항목을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나라는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명나라를 도와주지 않아서 광해군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왕위를 박탈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를 이용하여 청은 정묘호란(1627)을 일으켰다.

조선은 후금에게 형제의 나라로 지내겠다는 약조를 받고 청은 물러난다. 하지만 후금의 세력은 더욱 커지고 이름을 청으로 바꾸면서 형제가 아닌 신하의 예를 지키라고 했다. 평소 야만족이라고 여기던 청이 신하의 예를 지키라는 요구를 해오자 조선은 그 요구를 무시했다. 그래서 일어난 것이 병자호란(1636)이다.

그리고 병자호란으로 왕실 사람들은 강화도로 가고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에 들어가 청나라 군에 대항한다. 얼마 후, 청은 성을 완전히 에워싸고 성안에서는 식량부족과 추위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결국, 인조는 1637년 1월 30일 삼전도에서 세번 절을 하고 아홉 번 고개를 조아리면서 전쟁은 마무리된다.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선의 굴욕이라 하기에는 충분했다.

삼전도에서 세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조아린 것을 청나라의 강요로 비를 세웠다.
이를 쉽게 말한 것이 삼전도비 그리고 정식 명칭은 청태종공덕비이다.
인조의 항복 사실과 청태종의 공을 칭찬한 비로 한자와 만주어 그리고 몽골어로 써져있다.

우리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과 불명예를 가져온 역사적 사실이지만 또한 절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가 되었다. 지금도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생각하고 역사에서 반성하고 배우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 책의 절 반쯤을 읽고 나서

김훈의 소설 중 '칼의 노래' , '현의 노래' 다음으로 읽는 책이다.
그의 책은 내용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실적이다. 마치 스크린에 그 배경이 펼쳐지듯이 책을 읽어내려가면 내 머리속에 이미 그 배경이 자리를 잡고 시간이 흘러간다.

책을 읽을 때는 나 역시 남한산성 안에 있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방책이 없는 것에 안타까워 하며 나 역시 초조해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이미 내가 이 책의 끝을 역사적으로 이미 알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읽을 수록 아프지만 그래도 읽어서 그 아픔을 아로 새기고 기억해야 함을 나는 알고 있다.


▶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와이프에게 다음 주말에 남한산성을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집에서 한 시간의 거리에 있는 남한산성을 이정표로만 보고 사진으로만 봤을 뿐이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무지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남한산성에 그런 역사가 깃들여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주말에 KBS의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감수성'의 나래이션
'동쪽의 오랑캐가 처들어와 평양성, 북한산성,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이제 남은 성은 감~수성' 그리고 등장하는 청나라 병사들.. 이렇게 개그의 소재도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으니 이 책은 나에게 새로움과 경험을 안겨주었다.

이 책의 내용은 비록 비참하고 살육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약간은 억누르고 표현한 글들에서 느껴지는 참아야 하는 설움과 버려야만 하는 자존심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오열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침묵과 고요가 나에게 좀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조만간 더 추워지기 전에 가보려 한다. 그곳 남한산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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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잡게 되다.

오랜만에 교육때문에 서울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교보문고로 향했다. 
최근에는 어떤 트렌드의 책이 있나 살펴보고 서점의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느낀 것은 가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책의 종류가 상당히 많이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래 책을 생각하고 온라인에서 구입을 하는데 서점을 온 기념에 이런 저런 것을 살펴보다 고른 책이 바로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 춤이다. 

솔직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조정래 작가에 한 표와 작년 인터파크 조사에서 2010년 올해의 책으로 뽑힌 책이어서 다시 한 표, 이렇게 해서 지금 내 손에 잡혀져 있다.
아직 책을 잡은지 얼마 안되었지만 조정래 작가의 문체와 필력이 궁금하다. 왜냐하면 부끄럽게도 아직 그의 책을 읽지 못해서이다. 한강, 태백산맥을 잡았다가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는 조정래 라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의 하나인 셈이다. 좋은 만남이기를 바라며~

▶ 작가의 말에서

책을 펼쳐 들다가 초반에 나를 끌리게 하는 구절이 있어서 잠깐 적어보려 한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 세계일보와의 인터뷰 (2010/11/16) 중에서

Q> 지난달 ‘허수아비춤’이 나오자마자 공교롭게도 검찰에서 책 선전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떠들썩한 비자금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조정래> “극히 일부만 드러난 겁니다. 개선 방법은 딱 한 가지, 법적 제재뿐입니다. 그러려면 기업들을 감시하는 국가 권력이 청렴해야 합니다. 국세청부터 제대로 기업들을 세무감사해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고, 관련된 모든 기관이 제 역할을 분명하게 해야죠. 그게 제대로 안 되니까 적발된 기업들이 ‘나만 그랬느냐’식인 거죠. 이게 비극입니다. 국가의 감시 권력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시민들이 다시 한 번 제도를 만들어서 감시 감독하는 게 선진국들입니다. 그 제도라는 게 다름 아닌 시민단체인데,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 시민단체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스웨덴에서는 한 사람이 시민단체 20개씩 지원하는데 그 돈 다 합해봤자 한 달에 10만원도 안 됩니다.”

Q)권력을 쥔 쪽이나 돈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반성할 리는 만무하다는 말씀인가요?

조정래)“그건 이미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긴 선진국들이 증명한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증류수처럼 맑은 사회는 안 와요. 부정부패가 권력과 야합할 수밖에 없는 건 정도 차이일 뿐 이른바 선진국이나 우리나 다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천억대 비자금으로 문제가 된다면,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몇 만원만 드러나도 날아간다는 사실이지요. 그만큼 우리 현실이 심각한 겁니다.”

Q)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단지 현실에 대한 날 선 경각심뿐 아니라 해학적인 표현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를테면 ‘돈은 귀신도 부린다’ 혹은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같은 속담들이 오가는 대목에서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대화를 나누던 일방이 이런 속담들을 요즘 말로 하자면 ‘돈은 살아 있는 신’이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과연 돈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조정래)“돈은 생존을 바로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거지요.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돼버리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 지옥이 되겠습니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형국입니다. 그 돈이 내 삶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 족해야 되는데, 우리는 돈을 절대 신으로 모셔버리는 물신주의 속에 살고 있어요. 사회주의 몰락 상황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가보니 20세기 최대 실험이었던 사회주의의 미덕은 자본주의를 강화시켜주었다는 것, 딱 한 가지더군요. 모든 인간들이 자기 능력에 따라 경쟁해서 부를 축적하는 자본주의에는 복지제도가 없었어요. 그렇게 가다보면 사회주의에 치여서 반드시 망하게 돼 있기 때문에 단합해서 복지를 생각했고, 많이 번 자가 세금을 많이 내서 스웨덴처럼 엄청난 복지세를 거두는 사회민주주의로까지 나아간 거지요. 카네기나 록펠러처럼 돈이 많은 자들은 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인간의 길이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이후 그 관행을 상식으로 받아들여서 빌게이츠나 워런버핏 같은 이들처럼 막대한 재산을 환원하기에 이른 거지요. 그런데 우리는 당연히 생각해야 하는 ‘분배’라는 단어마저 굉장히 싫어합니다. 기업인들이 세금 다 내고는 못해먹는다고 흔히 하는 말은 그 자체로 특정 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이 다 탈세하고 있다는 걸 실토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우리가 이성을 찾고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면 개선이 돼요.”

Q)그래도 점진적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조정래) “아니요. 이대로 두면 점점 더 악화됩니다. 방치해두면 망합니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필요한 건데, 일부에서는 너무 안일한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시민단체에 국민의 99%가 한 번도 후원금을 내지 않고 방관하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몇 개 기업의 범죄가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것도 시민단체가 고발했기 때문이에요. 검찰도 국회의원도 계속 고발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길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시민단체가 우리나라에 갑자기 늘어난 건 1980년대 운동권 사람들 때문인데, 시민들이 관심을 안 가지니 점점 몰락하다가 노무현 정권 때 국가에서 지원을 했어요. 그러면 안 됩니다. 돈을 받아버리면 비판을 못합니다. 모든 정권은 권력을 쥐면 오류를 범하게 돼 있어요. 다만 크냐 작으냐의 문제인데, 그나마 지금은 그 지원마저 끊어버리니 전부 몰락하는 거죠. 그걸 키우는 게 시민의 역할인데,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푸념만 하는 건 참새가 짹짹거리는 거나 같은 겁니다.”

Q)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들과 달리 반기업적 정서가 강하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격려해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나는 기업인들을 흠잡거나 욕하거나 망하게 하려고 이 소설을 쓴 건 아닙니다. 그들을 향한 불신이 믿음으로, 사회적 존경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기업 없이 어떻게 자본주의가 가능하겠습니까? 정당하게, 함께 믿음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거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금 낼 것 다 내고는 못해먹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헌법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보장하고 있어요. 압축성장을 하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대기업들이 생겨나고, 그런 기업만 바라보면서 일확천금을 노려 떼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빨리’ 편법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비양심적인 태도들이 만연하는 겁니다.”

조정래씨의 말은 그대로 받아 적으면 모두 훌륭한 연설 문장이 될 정도로 막힘이 없고 논리적이다. 말의 속도 또한 빨라서 한 시간을 넘기면서부터는 그가 토해내는 말들을 어떻게 짧은 지면에 다 담아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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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영화 한 편이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국민들은 분노해버렸다. 이미 도가니 관련된 사건은 예전에 신문기사, 방송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우리들은 외면하고 있었으며 잊어버리고 있었다. 방송과 신문에는 항상 이런 저런 사건과 사고로 우리에게 어떤 일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 덜 자극받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과 영화라는 매개체는 그야말로 독자와 관객의 가슴을 찌르고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게 만들었고, 사회의 약자에 대한 미안함과 무관심했던 자신들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게 만들었다.

아직 책과 영화를 접하지 못해서 늦게 나마 [도가니] 책을 잡게 되었다. 분명 이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큰 이슈를 드러낸 만큼 분명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소홀했던 소외된 계층에 대해 잠시 눈길을 돌릴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웬지 이런 주제는 내가 피했던 것 같다. 무언가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직시하고 눈으로 보고 가슴아파하고 분노할 줄 알아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그 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고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내용은 알고 있으나 그래도 책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와 지인들을 통해서 내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책 표지의 그림도 웬지 내용을 알고 있으니 짠했다. 아침에 출근길에 한 30 page 정도를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시작부터 무언가 침침했고 어두웠다. '안개'라는 단어와 '소리'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깊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무언가 이상하다. 읽기 싫은데 읽어내려가야만 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인 듯한 감정이 나를 건드리는 듯 했다. 아직은 이것까지이다. 어떻게 더 나를 건드려 나갈지, 분노할지 안도할지는 조금 더 읽어 내려가봐야 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눈에는 눈물 한 방울이 입에서는 욕이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최근 안철수, 박원순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나오는 말 중의 하나는 바로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노, 무기력, 연민, 고통, 권력, 이권, 양심, 상식 이런 단어들이 계속 내 머리속을 휘저었다. 정말 그냥 Fact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분명 누가 보아도 명백히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권과 이 시대의 권력층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연대, 바로 그냥 지금처럼만 하는 그런 암묵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무관심과 합법적인 틀내에서의 담합과 보이지 않는 공격은 정말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입속에서는 최근 나꼼수의 김어준 처럼 '씨발~' 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 짧은 욕 한 단어는 그냥 내가 현 상황에서 표현할 수 있는 분노의 모든 것이었다. 정말 그것 자체도 '씨발~' 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던 분명히 진실과 Fact는 존재하는 법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 살아야 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서 그 진실을 교묘하게 말로 바꾸고 그것을 통해 심리를 바꾸는 그런 똑똑한 사람들이 과연 진실로 똑똑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분명히 그들도 알고 있다. 말하면서 자신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양심이 있고 도덕이 있고 하늘 아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써 내려가는 글을 어떻게 마쳐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나도 모르게 계속 글이 써내려가진다. 하지만 계속 써도 결국은 분노와 알면서도 당하는 무기력때문에 내 풀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냥 마지막으로 처음에 했던 누구나 느끼는 상식이 나라를 움직이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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