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고파지네요. 비소설을 읽다가 소설로 돌아오는 저의 주기입니다. 이야기에 주릴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소설, 무엇을 읽을지 망설일 때 손에 잡게 되는 세계문학전집을 다시 한 번 뒤적여 봅니다. 역시 예전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 주린 허기를 채워준 책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였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손에 안 잡히던 책이었는데, 시기가 잘 맞았나 봅니다. 이번에는 다르네요.


카뮈의 책은 『이방인』에 이어 두번째로 만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로 시작되는 『이방인』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을 곱씹어서 읽었네요. 그의 작품 뿐이 아닙니다. 

코트의 깃을 바짝 세우고, 입술 끝으로 짧게 문 담배 그리고 무언가를 살짝 응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잡힌 이마와 입가의 주름을 보게 되면 이 작가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름부터 작가스러운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알고 싶어집니다.


▲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에서 프랑스계 이민자로 태어납니다. 그 다음 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발발하고,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전사하게 됩니다. 그 후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서 불우하게 살아가게 되죠. 중등학교에 다닐 때는 폐결핵에 걸려서 가족과 떨어져 숙부와 함께 살게 됩니다. 정육점을 하고 있던 숙부의 집에는 에밀 졸라, 발자크, 휴고와 같은 프랑스 문인들의 전집이 있었고, 카뮈는 이런 책들을 읽게 됩니다. 후에 고학으로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평생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게 됩니다. 카뮈는 그르니에의 격려를 받아 그의 초기 작품들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삶의 부조리 인식하기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표지


카뮈는 1940년 28세의 나이에 그의 대표작인 『이방인』을 발표합니다. 

주인공 뫼르소가 뜨거운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재판을 받아 사형 선고를 받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는 뫼르소가 아랍인을 쏘아 죽인 것보다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 때 냉담했다는 사실, 장례 다음 날 해수욕을 하고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었으며 그녀와 함께 희극 영화를 본 것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결국 사람들은 뫼르소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그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뫼르소는 재판 과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자기가 아랍인을 쏘아 죽인 것과 상관없는 다른 것들을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하고 심판하는지 의아해합니다. 재판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왜 자신은 거기에 배제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을 때도 자기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같은 사람의 생명을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같습니다.


카뮈에 의하면, 이성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합리의 욕망이 있는 까닭에 세계의 뜻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이 알아볼 만한 아무런 뜻도 없다. 인간이 가진 '합리의 욕망'과 세계의 '몰합리'라는 두 개의 상반되는 것, 이러한 이율배반으로부터 생기는 모순, 그것이 바로 카퀴의 부조리이며, 인간이 피하지 못할 숙명,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의식이 졸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습관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상생활의 쳇바퀴를 돌며, 인생의 뜻이 있는지 없는지 문제 삼지 않는다. 그처럼 졸고 있으면 존재자의 의식일 수 없으므로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서 부조리를 명확히 인식할 때, 인간은 인간다울 수 있다. 

- 『이방인』, 문예출판사, p179 -


『이방인』은 이러한 부조리로 가득차 있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무조리가 있지만, 사람들은 뫼르소의 행동에 드러나는 부조리 만을 바라볼 뿐입니다. 카뮈는 뫼르소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부조리는 보이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방인』은 수많은 해석이 있으며, 지금도 제가 제대로 읽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독법으로 받아들인 것은 '세상의 부조리를 인식하라.' 였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


  ▲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표지


몇 년 동안 읽혀지지 않은 채 꽂혀 있던 카뮈의 다른 작품은 『페스트』입니다. 이 작품은 1947년, 카뮈의 나이 35살에 쓰여졌습니다. 지금의 제 나이네요. 그래서 그렇게 안 읽히던 책이 잡혔나 보네요 라고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 봅니다.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언젠가부터 거리로 나와 비틀거리다 죽어가는 쥐 떼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정부는 페스트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합니다. 오랑은 무방비가 되고 대혼란에 빠집니다. 이런 와중에도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려는 리유와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려는 타루, 오랑에 체류 중이던 신문기자 랑베르 등은 공포와 불의의 도시에서 페스트와 저항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반면에 페스트는 신이 내린 형벌이며, 신의 뜻에 따르자는 신부 파늘루, 고통의 세상에서 오히려 소속감을 느끼는 코타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방인』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인식했다면, 『페스트』에서는 부조리를 인식하고 난 다음을 이야기합니다. 바로 부조리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죠. 카뮈는 이렇게 인식된 부조리에 대해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는 '반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반항'은 부조리로 인한 모순을 없애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그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진리를 바라보고, 행복을 바라는 욕구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반항'은 작품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럼요" 그는 말했다. "아마 자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나 나는 필요한 정도의 자존심 밖에는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이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장에는 환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고쳐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반성할 것이고, 또 나도 반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긴급한 일은 그들을 고쳐 주는 것입니다. 나는 힘이 미치는 데 까지 그들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그뿐이지요." - 『페스트』, 민음사 p170 -


늦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비 속에서도, 매일 같이 한밤 중이면 승객 없는 전동차의 괴상한 행렬이 바다 위 중턱으로 덜거덕거리면서 지나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도 마침내는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순찰대가 임해 도로에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흔히 몇몇 무리의 사람들이 파도 치는 바다를 굽어보며 솟아 나온 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전동차가 지나갈 때면 유람차 안에 꽃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전동차가 꽃과 시체를 싣고 여름 밤 속을 더 한 층 심하게 흔들리며 달리는 소리를 듣곤 했다. 

- 『페스트』, 민음사 p234 -


등장인물 그 중에서도 의사인 리유는 자신의 사명감과 다른 이유 없이 자신 앞에 있는 환자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페스트가 심해져 사람들의 장례 절차도 없이 땅에 묻기 위해 수송될 때 사람들은 전동차에 꽃을 던집니다. 먼저 떠나지 않게 붙잡으려는 노력과 먼저 떠난 이에 대한 인간애입니다. 그들은 페스트라는 부조리에 각자 나름대로 반항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행동을 합니다. 그것이 부조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되는 것이죠.


이런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의 모습은 카뮈의 삶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카뮈는 사형제도를 반대하고, 인권운동에 매진합니다. 1952년에는 스페인이 프랑코 치하에 있을 때, UN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지자 당시 유네스코 임원직을 사임합니다. 그 다음 해에는 동베를린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분쇄한 소비에트 연방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노벨상 그리고 카뮈의 죽음


▲ 프랑스 루르마랭의 알베르 카뮈 묘지


카뮈는 1957년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라고 평하지요. 그리고 3년 후 카뮈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됩니다.


카뮈는 1960년 바캉스를 마치고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통해 파리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미끄러져 나무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 사고로 카뮈는 48살이라는 짧은 삶을 정리합니다. 평소 '아이들의 죽음과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 보다 더 부조리한 것은 없다.' 라고 했던 카뮈이기에 그의 마지막은 무엇보다 더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 카뮈의 검은색 가방에는 그의 유작인 『최초의 인간』 자필원고와 메모, 수첩 등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 작품은 그의 아내에 의해 1994년에 출간됩니다.


▲ 영화로 제작된 알베르 카뮈의 유작 『최초의 인간』


지금까지 카뮈를 통해 만난 두 작품, 『이방인』과 『페스트』는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 라는 한림원의 평을 여실히 증명해 줍니다.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자아(自我)' 그리고 '인간(人間)' 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한 번 쯤은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심연을 바라보기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가봐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부조리한 세상과 인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게 느껴지시나요?

뜨거운 여름, 카뮈의 작품을 권합니다.

단, '뜨거운 태양은'은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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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법칙 (끈질기고 열정있는 사람의 신념)


1. 일이란 잘못될 수 있다. 그러면 고치면 된다.

2. 선택할 수 있을 때는 두 가지 모두 선택해라.

3. 프로젝트가 여러 개 여야 성공도 여러 개다.

4. 꼭대기에서 시작해 더 올라가라.

5. 책에 쓰인 대로 해라. 단, 저자가 되라.

6.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할 때는 더 요구해라.

7. 이길 수 없으면 규칙을 바꿔라.

8. 완벽함은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9. 규칙을 바꿀 수 없다면, 규칙을 무시해라.

10. 도전할 과제가 없으면, 도전할 과제를 만들어라.

11. "아니요" 는 한 단께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하라는 뜻일 뿐이다.

12. 달릴 수 있는데 걷지 마라.

13. 의심될 때는 '생각' 해라.

14. 인내는 미덕이지만, 성공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축복이다.

15. 우는 아이 젖 준다.

16. 빠르게 움직일 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더 오래 살 수 있다.

17.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8. 인센티브는 주는대로 거둔다.

19. 뭐가 되었든,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편이 백배 낫다.

20.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당신에게 있어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 된다.

21. 전문가란 그 길이 왜 불가능한지 꼬치꼬치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람이다.

22. 놀라운 돌파구도 그 전날까지는 미친 아이디어다.

23. 쉬운 일이었다면 이미 누군가가 했을 것이다.

24. 과녁이 없으면 매번 빗나간다.

25.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고, 진취적으로 실패해라.

26.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27.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끈질기고 열정적인 사람의 마음이다.

28. 관료주의라는 장애물은 집요함과 자신감, 필요하면 불도저를 동원해 타파할 수 있다.


- 피터 디아민디스  『볼드』 中 -



회사 내에서 좋은 글을 메일로 보내주시는 분이 계시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메일 한 통이 왔다. 

'피터의 법칙' 에 대한 글이었다. '피터의 법칙', 지금까지 수많은 법칙들을 들어왔지만 이런 법칙은 처음 들어 본다. 

그리고 28가지의 법칙이 나오는데, 하나 하나 읽어가는 데 혼자 감탄했다. 예측할 수 있는 항목도 있지만, 생각해보지 않은 항목도 등장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몰스킨 노트에 '피터의 법칙' 에 대해서 하나씩 정성스럽게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이렇게 블로그에도 올려 본다. 이 글은 종이로 인쇄를 해서 내 책상에 붙여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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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 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는 삶에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다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가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워할 것이다.




- 故 구본형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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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먹는다'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물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 앉아서 짜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거위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전기 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 두끼 먹어서 되는게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이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가기 위해 김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에 이른다. 이것을 넘어야 다시 이것을 벌 수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해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거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中 -



어느 순간 부터 밥벌이가 중요해졌다. 세 아이를 둔 가장이 되고 나서는 이 회사 아니더라도 갈 때는 있을 거야라는 생각은 접었다. 단순히 지금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닐 뿐이다. 무언가 큰 도전을 하기에도 겁부터 덜썩 난다.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밥벌이도 못하면 어떡하나? 그래도 지금은 밥은 벌어 먹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꿈틀거리던 복잡한 생각은 저절로 수그러들어 버린다. 그러면서 김훈 작가가 말하는 '밥벌이의 지겨움' 이 짙게 깔려버린다. 그렇게 끼니를 떼우는 정도로 그치는 밥을 먹는다. 그렇게 밥벌이를 한다. 그리고 집에서 차가운 맥주 한 잔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더 이상도 없다. 내일 또 밥벌이를 하러 나가야 하지 않는가?


이게 삶이다. 왜 이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지겨움이 몰려오는 것은 막을 수 가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 지겨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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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완숙하게 만드는 법이다. " (p86)


배움을 위해서라면 나이 어린 자식에게 배우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학구적 자세가 그것이다. 남 앞에 머리 숙이고 배운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자신이 직접 수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아버지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내게 가르쳐주신 것이다. 아마 예수가 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사례가 이와 비슷한 일일 것이다. (p125)


"물리학 전체에 대해, 그리고 이와 연결해 개별과목에 대해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그 잠정적 결론을 자기 언어로 서술하라. 그리고 학습이 진행되는 대로 이것에 대한 수정, 보완을 수행해 나가되 그 핵심은 반드시 유지하라. 이렇게 할 경우 설혹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핵심은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최소한의 학점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p159)


책 한 권만 잘 읽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을 120퍼센트 이해하라고 했다. 여기서 120퍼센트라는 것은 저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0퍼센트까지 더 얹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학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후 내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p161)


더 이상 역사는 열정만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지성만으로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숨을 아끼지 않을 열정과 함께 역사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 일을 감당할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을 함양시켜 왓는가? 그리고 이것을 통해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가? 아직도 그는 내 속에서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그의 얼굴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외치고 있다. 나를 부활 시켜라. (p184)


학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나는 무슨 학문을 하겠다. 어떠한 문제를 풀어보겠다 하고 생각한 뒤 학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연한 흥미에 따라 학문을 시작하고 보니 자기가 하고 있는 학문의 내용이 점점 명확하지고 또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문제도 더 뚜렷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계획을 미리 하고 싶어도 학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학문을 해나가면서 물음을 던지는 일 자체가 이미 학문에 크게 한 걸음 들어 선 것이다. (p203)


- 장회익, 『공부도둑』 中 -



책 한 모금을 건지려 서재의 책을 뒤적이다가, 오래 전에 읽은 장회익 선생의 『공부 도둑』을 손에 잡았다. 예전에 읽고 형광펜으로 줄이 쳐진 부분 만을 골라서 읽어보았다. 한 모금만 마시려는 게 나도 모르게 금새 빠져버려서 여러 부분을 다시 발췌해서 남겨 본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가 늦은 것은 없다' 라는 점을 나 자신에게 다시 상기시킨다. 그리고 '배우기 위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두려고 한다. 앞으로 살면서 스스로 수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항상 배우는 자세, 겸손한 자세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가슴 속에, 그리고 뇌리에 새겨두자.


그리고 어떤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던지 간에, 무언가 깊이 파고들어갈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양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양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윤곽과 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이 하는 공부에 대해서 감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틀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하루 하루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틀렸던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파고 들어 가자. 


배움에는 늦은 시기가 없다.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고, 제대로 배워서 내 것을 만들고, 제대로 배워서 올바르게 행동하자. 

지식 만을 쌓아가는 배움이 아닌 지혜와 삶을 쌓아가는 배움, 함께 나눌 수 있는 배움을 위해서 다시 한 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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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 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 中 -


다시 한 번 돈키호테에 나온 저 문구를 적어봅니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이 글귀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일상에 매몰되어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삶에 따가운 회초리를 드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한 때, 제 블로그의 메인 글귀였던 체게베라의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으론 불가능한 꿈을 꾸자' 라는 문장도 생각이 납니다.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의 책을 잡고 '책 한 모금'의 내용을 찾았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의미가 깊은 책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수필 한 권 이겠지만, 저에게는 삶을 흔들어준 책입니다.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후에 삶에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5년 전의 그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불안하네요. 다시 한 번 붙잡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글귀를 되새겨 가면서 생각 없이 살아가는 시간을 잡아야 겠습니다. 앞으로의 5년 한 번 더 기대해보겠습니다. 한 번 더 꿈꿔봐야 겠네요. 5년 후의 제 모습에 만족할 수 있게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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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를 재난이 다가왔을 때 당신은 명곡을 감상하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애완견을 기르고, 시 한 두수를 쓰는 것이 좋다. 자기의 특기가 쓸모 없을 때, 당신은 다른 특기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신장에서 살 때 나는 창작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나는 위구르어와 한어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아가는 지역에서 번역은 아주 중요하다. 나는 또 관직에서 물러난 사람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심취하는 것을 보았다. 관직에서는 물러났지만 특기가 자신의 본업이 된 경우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이는 마치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온 것과 같으며, 새가 하늘을 다시 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생활은 이렇게 시작된다. 회의나 소집하고 공문서나 전달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직장에서 물러나면 정말 말 그대로 공허하고 적막해진다.


정말 아무런 특기도 없다면, 하다못해 한두 가지 취미라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꽃을 키우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우표 앨범을 만들고, 마작이나 트럼프를 하거나 요리를 하라. 이 모든 것은 다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취미이다. 이러한 자기의 세계가 몇 개쯤 있게 되면, 당신은 영원히 즐거운 왕자가 될 것이며, 불패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와 반대라면 당신은 편협한 사람, 자신만 위하는 사람, 식견이 좁은 사람이 될 것이며, 갈 길이 없어 한숨을 내쉬며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가련하고 가소롭고 한심한 일인가?


정력을 집중하지만 한 나무에만 매달리지 않는 비결을 실제 생활에서 모색해야 한다. 여러 세상을 가졌다고 해서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투구라 해서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활발한 사상이 없으면 어떻게 인생이 있겠는가!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어떤 사람은 한평생 한 가지에만 심취했고, 한 가지 일만 했다. 다른 취미가 없이 그 한 가지 일에 자기 일생을 바쳐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를 축하하고, 존경하면 된다.



왕멍, 『나는 학생이다』 中



초등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취미/특기를 적는 란을 만나왔다.  정말로 쉬운 단어다.  하지만 누구나 취미/특기를 적는 곳에서 연필을 멈출 수 밖에 없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멈추게 된다. 쉬운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단어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말 중요하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국어 사전에서 두 단어의 의미를 살펴 보았다. 


특기 : 남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기능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우리가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기다. 바로 직업으로 연결된다. 이 시점에서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과연 내가 남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내가 지금 직업으로 하는 일이 특기가 되지 못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직업은 삶의 중요한 큰 축 중에 하나이다. 그 축을 지탱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시 한 번 질문 해 본다. 내 특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특기가 없다면 왕멍이 말한대로 새롭게 배우면 된다.


그렇다면 취미는 무엇일까? 취미라는 것은 삶의 중요한 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축들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윤활제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는 주연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이고, 음식에 간을 해주는 소금, 간장 같은 것이다.

윤활제가 없으면 축들의 회전이 둔탁해진다. 오달수, 유해진, 라미란 같은 조연이 없으면 심심하다. 간이 안 된 설렁탕은 많이 아쉬울 거다. 취미는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기, 취미의 적절한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기를 개발하고 향상시킴으로써 일에 대한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 주고, 취미로 지친 심신을 치료해주고 그 재미에 흠뻑 빠져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되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꿈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같게 되는 취미가 특기가 되는 행운을 얻을 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음은 잊지 말자.


쉼표가 적절히 섞여 있는 훌륭한 악보를 연주해보자. 수 많은 핑계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내 속에서 들려오지만, 결국 그 핑계는 내가 감당하게 될 거고, 내가 걸려넘어질 거라는 것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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