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가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은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中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는 작가가 이 문장을 쓰기 위해서 소설 속의 주인공 이름을 롤리타라고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이 문장을 몇 번을 따라 해 봤는지 모른다. 그리고 따라 할 때 마다 혀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유심하게 느껴봅니다. 정말 입천장을 세 번 건드리고 마지막에 앞니를 건드립니다. 분명 작가는 이 문장을 염두해두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이런 문장이 나왔다면 정말 너무 합니다.


이 문장의 진가는 영문으로 읽어 봐야 합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She was Lo, plain Lo, in the morning, standing four feet in one sock. She was Lola in Slacks. She was Dolly at school. She was Dolores on the dotted line. But in my arms she was always Lolita.


번역된 글보다 영문으로 읽었을 때 느껴지는 건 확실히 나름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한 번 따라서 읽어보세요. 마치 시인들의 문구같기도 하고, 랩퍼들의 라임같기도 합니다. 이 부분도 읽어보시죠.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t발음의 연속된 향연입니다. 읽는 재미가 몇 배로 커집니다. 


영어 독해 능력이 좋지 않아서 책 전체를 영문으로 읽어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아마 『롤리타』는 영문장의 매력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롤리타』를 읽으려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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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 김승옥의 『무진기행』 中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의 명문장인 이 글을 보고 나서 안개는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안개가 단순히 자연적인 현상 하나였다면, 지금 만나는 안개들은 때로는 저를 뺑 둘러싼 적군, 다른 때는 저를 둘러싸고 지켜주는 아군과 같이 느껴집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는 날이 있으면 어김없이 이 문장이 생각납니다. 아직 무진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무진에 갈 일이 있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무진의 안개에 둘러싸여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안개를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이라고 표현 할 수가 있었을까요.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이글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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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 밀턴 H. 에릭슨 (지은이), 시드니 로젠 (엮은이), 문희경 (옮긴이) / 어크로스

멋진 심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은이)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은이), 김태희 (옮긴이) / 교양인

일리아드 - 호메로스 (지은이)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지은이)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김세영 (옮긴이) / 부글북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 아이스킬로스 (지은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고재운 (옮긴이) / 바다출판사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은이), 강지은 (옮긴이) / 동녘

원형과 무의식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라스무스와 방랑자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은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지은이)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지은이)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지은이)

타인의 고통 - 수잔 손택 (지은이), 이재원 (옮김)

별헤는 밤 - 윤동주 (지은이)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 크리슈나무르티 (지은이), 김은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내면의 황금 - 로버트 A. 존슨 (지은이), 박종일 (옮긴이) / 인간사랑

큰바위 얼굴 - 너대니얼 호손 (지은이), 고정아 (옮긴이)

마음사전 - 김소연 (지은이) / 마음산책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 장 뤽 낭시 (지은이), 이영선 (옮긴이)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척하는 삶 - 이창래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

리어왕 - 셰익스피어 (지은이)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은이) , 김경원 (옮긴이) / 메멘토

나는 길들지 않는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이반 일리치(지은이), 허택 (옮긴이) / 느린걸음

이반 일리치의 유언 - 이반 일리치, 데이비드 케일리 (지은이), 이한, 서범석 (옮긴이), 박홍규 (감수) / 이파르

인간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지은이), 라영균 (옮긴이) / 일빛

내 무의식의 방 - 김서영 (지은이) / 책세상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지은이)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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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 마커스 주삭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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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선언 -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 책세상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은이), 김경원 (옮긴이) / 갈라파고스

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지은이), 임재서 (옮긴이) / 북스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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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 데이비드 리코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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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영화/□ etc.

한강

2016. 2.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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