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들은 심오한 목적을 가지고 독서를 한다. 책을 펴기 전에 여러가지 의문을 머릿속에 담아 둔다. 무슨 내용일까? 요점은 뭐지? 다른 주제들과 어떻게 연결될까? 내 생각을 어떻게 자극할까? 그들은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 그것을 다른 문제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추리 소설의 탐정처럼 글의 내용을 깊이 파고들면서, 거기서 생겨나는 의문들로 더 많은 것을 탐구한다. 문자와 낱말은 개념, 사건, 사상 같은 책 바깥의 현실을 상징하는 기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모색하고, 인쇄된 글자를 창문 삼아 다른 뭔가를 보기 위해 애쓴다.
2.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책 속에서 발견할 것들을 추측하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예측들을 확증하거나 떨쳐 낸다. 훌륭한 독자는 책의 내용을 미리 상상한다. 의문점들과 가능한 해결책을 짐작한 다음, 그 추축들을 책의 실제 내용과 비교한다. 이런 습관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답'을 찾기 전에 추측하고 짐작하는 습관을 기른 사람들은 흔치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융통성 있는 전문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들은 상투적인 방식이 통하지 않는 미지의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배우기' 전에 추측하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아주 명백해 보여 쉽게 떠오르는 답이 나중에 전문가의 답과 비교해 보면 한참 모자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다음 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에서 허점을 찾을 것이다. 학습 과학자 존 브랜스퍼드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이전에 고수하던 개념과 행동을 버려야" 한다면서, 권위자의 글을 읽기 전에 가능한 답들을 먼저 추측하는 습관을 기르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 그들은 책(특히 논픽션)을 읽기 전에 이런저런 식으로 검토부터 한다. 차례를 보면서 그 목적과 구조에 대한 단서를 찾고, 책의 내용을 요약해 놓은 개요를 읽고, 제목들을 쭉 훑어보고, 논거와 결론을 인지한다. 이 책은 귀납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가, 아니면 연역적인 구조인가? 언제 출간되었는가? 내가 저자에 대해 아는 사실은? 저자는 왜 이 책을 썼는가? 그가 답하고자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30~60분 동안 그 책에 대한 질문들을 생각합니다." 목록이나 도표가 있는가?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이 책은 시리즈 중 한 권인가? 그렇다면 그 시리지의 목적은 무엇이고, 이 책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나는 어떤 의문에 답하려고 하는가? 이 책은 그 의문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가, 아니면 내 주된 관심사에서 조금 벗어난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가? 나는 학술 논문의 초록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초록을 읽어야 할까?
4. 우리 최고의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더 큰 문제와의 연결 고리를 찾고, 잠시 멈춰 깊은 생각에 빠진다.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하거나 공책에 자신의 견해를 적어 둔다. 가끔 자신이 묻고 싶은 의문들로 고심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들 독서 과정의 일부가 된다.
특히 과학, 수학, 공학 분야에서 연결성을 찾는 일이란, 개념을 머릿속에 그려 보고, 아이디어들의 속뜻과 그 응용 방법을 생각하고, 어떤 주장이나 실험의 논거에 대해 묻고, 각 단계 뒤에 숨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새로운 이해를 더 큰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다.
5. 허구 문학을 읽을 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과 교감한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철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의 내 인생과 앞으로 내가 창조하고픈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데 도움이 될까? 그들은 시의 아름다움과 리듬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문학은 문화의 번영으로서, 시간과 장소의 거울로서 탐구할 줄도 안다. 문학에 담긴 도전적인 가치관과 시각을 깊이 생각하고,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징과 은유를 분석할 줄 안다. 이 소설은 목표 추구의 이야기인가? 더 넓은 세상의 축소판? 하나의 긴 여정보다는 동물원이나 박물관 같은 소설인가? 특정 감정을 뽑아 내기 위해 언어는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가? 나는 왜 울거나 웃는가? 이 소설은 내 연민을 자아내는가? 다른 세상을 간접 체험하며 작가의 가치관과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시간과 공간, 리듬과 움직임, 실루엣과 소리를 어떻게 다루는가? 다른 분야, 예를 들면 물리학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하는가? 내가 속한 문화는 어떤 식으로 그 주제를 다루는가? 이 작품은 정의와 도덕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하면 이 희곡이나 소설에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내 배경과 출신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이 사용하는 문학적 관습에 나는 왜 이런 식으로 반응할까?
6. 논픽션을 읽을 때는 먼저 논점들을 찾고, 모든 주장이 하나의 논점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논점은 결론과 그 전제를 담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끔은 명확하게 표현되기보다는 암시되는 결론이나 전제들이 있다는 사실도 있다는 걸 인지한다.
한 논점을 적극적으로 풀어 헤쳐 분석하면, 각 부분들에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전제들이 결론을 뒷받침해 주는가? 같은 정보로부터 어떤 대안을 뽑을 수 있을까? 이 책이 놓치는 부분은? 전제를 받아들이면 결론도 받아들여야 할까? 논거가 개연성이 있는가? 이 논점은 어떤 주된 개념을 사용하며, 어떤 가졍을 하고 있는가? 내가 다른 수업에서 또는 인생에서 배운 것과 연결되는 지점은 없는가?
7. 그들은 논거의 질과 성격을 평가한다. 추론에서 비롯된 논거라면, 그 추론은 무엇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인가? 같은 논거를 다른 방법으로 볼 수는 없을까? 관찰에서 비롯된 논거라면 누가, 어떤 시각으로 관찰한 사실인지 알아야 할까?
8. 그들은 지금 읽는 책과 전에 읽었던 다른 글들이 서로 일치하고 불일치하는 점들을 인지한다. 두 저자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또는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장에서는 일치하거나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 휘말린 원인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가진 두 역사학자가 그때 미국이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그 이견이 순전히 가치에 대한 것이라면, 논거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믿음의 차이라면, 그때는 논거가 중요해진다. 상충되는 입장은 가끔 믿음의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가. 이런 점을 깊이 생각하며 책을 읽으면 정신이 더욱 예리하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9. 우리의 연구 대상들은 책을 읽으면서 개요를 작성하고, 나중에 메모를 거듭해 그것을 점점 줄여 나간다. 그 과정에서 논거와 결론을 평가하고, 사용된 개념과 가정을 인지하고, 그 함축적 의미와 적용법을 생각한다. 사전을 항상 옆에 끼고 있으면서 생소한 단어들을 찾아보거나 문맥으로 의미를 짐작한 다음 사전을 확인해 자신의 추측을 시험해 본다.
10. 그들은 모든 인지 활동을 동시에 한다. 기억하고, 이해하고, 응용하고, 종합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 활동을 통합적인 형태가 아니라 차례대로 공략하도록 강요하는 대학 강의들이 많다. (중략) 벤자민 블룸과 그의 동료들이 인간의 두뇌가 할 수 있는 활동들(기억,이해,응용,분석,종합,평가)의 목록을 내놓았을 때, 그것들이 차례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도 많은 교수가 그런 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11.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책을 읽는다. 심리학자인 존 바그와 그의 동료들은 학생들이 마치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공부하면 암기력과 이해력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는 고전이 된 한 실험에서, 존 바그는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낱말을 주면서 스스로 공부하게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드 번째 그룹은 실제로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훨씬 더 많은 단어들을 기억했다. 우리 최고의 학생들은 이러한 원리를 단순히 암기뿐만 아니라 개념의 함축적인 의미와 응용법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했다. (중략) 세인트올라프 칼리지의 한 학부생은 이렇게 전했다. "아주 복잡한 과학 개념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개념을 속속들이 이해해야 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설계할 때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공들여 공부하게 된다.
우리가 만나서 인터뷰한 사람들 중 많은 이가 "나는 사실 공부를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책은 많이 읽었지만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즉, 벼락치기나 기게적인 암기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품으며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개념과 논증들을 분석했다. 이 개념이나 정보의 어떤 점이 내 흥미를 끌고 있는가? 그것은 내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것은 이치에 맞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수업에서 토론했던 주제나 중요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렇듯 의문을 제기하면서 깊이 탐구하면, 이해와 응용은 물론 암기까지 용이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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