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재에서 딴짓을 한다] 지금은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내가 방하나를 서재로 차지하면서 지내고 있다. 나중되면 이 자리를 아이들에게 넘겨주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넘겨주기 전에 나만의 서재를 갖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책 제목대로 남자는 서재라는 공간에서 많은 일들을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공간이 바로 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작가는 이것을 딴짓으로 생각하지 않았나하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소중한 공간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공간이지만 반드시 가져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서재라는 것은 내 삶을 지탱시켜주는 주춧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나의 내면적 체력이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외면적 체력에 대해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내면적 체력이라도 우선 길러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번째가 바로 나를 자극시키기 위해서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결코 가볍게 살고 싶지 않기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일도 자극받고 싶다. 두번째는 한마디로 다른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관음증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들을 지금의 자리로 만든 요소들은 정말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그들의 사유에 영향을 주는 책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서재], [행복한 서재] 그리고 이번에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을 한다] 모두 그러한 자극과 관음증으로 손을 댄 책이고, 이를 통해 또 다시 큰 숙제를 받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와 수십권들의 책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빨리 즐기면서 하고 싶은 숙제들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한 삶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더라도 조금의 힌트는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또한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약간의 힌트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에 미리 이렇게 조금씩 배워나가고 나의 존재로서 행동으로서 실천과 실재로서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광고인 박웅현>

- 자녀 교육에 관해
강연을 해보면 부모들이 한결같이 진지하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객관화, 둘째는 감정 이입입니다. 객관화란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라고 입술을 깨무는 걸 뜻합니다. 우리가 아이를 낳았으니 양육 책임이 있지만, 집착하는 순간 끝장납니다. 바로 그게 객관화 노력입니다. 감정이입이란 아이 눈높이에서 함께하는 겁니다. 내일 수학 시험인데 공부나 하라고 한마디한 채 방문을 쾅 닫고 나오면 절대로 안됩니다.

- 자녀 교육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고 엄마에게 죽도록 맞았다.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다음 날 아빠가 내게 말했다. 연이야, 나는 널 믿어. 나는 방문을 닫고 펑펑 울었다.' 뭐 그런거죠.

- 딸이 쓴 책에 나오는 글
'Best one은 아니지만 Only one인 삶을 사는 나'란 제목의 짧은 글이 눈길을 확 끈다. "공부에 목숨 걸지 않지만/공부는 재밌어/나이는 많지 않지만/할 말은 있을 수 있지/높은 경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인문학에 대한 대화는 즐거워/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나만의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 추천책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개선문]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에른스트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20세기가 학문 분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 시대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봉착한 문제라도 발상의 전환으로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거창한가? 실은 아주 친근하며 당신의 평소 호기심과도 썩 잘 통할 것이다.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velcro)는 동물의 털에 들러붙어 이동하는 재주를 가진 식물의 씨를 모방했고, 강철 섬유는 거미줄을 흉내냈다. 뿐인가? 고성능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돌고래 피부나 나비 주둥이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 그런 일을 지휘하는 최교수는 인터뷰에서 자기 역할을 '자연에 숨어있는 지혜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 추천책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 로버트 라이트 [도덕적 동물]
# 제프리 밀러 [연애]
#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 전중환 [오래된 연장]
# 최재천 [여성 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PD 송창의>

그는 간혹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들려준다. 잡스는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를 학생들에게 화두로 떠올렸다. 잡스는 답은 이러했다. "만족스러운 삶은 단 하나뿐입니다. 위대한 일을 하십시오. 위대한 일이란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 바로 그것이니다." 방송 콘텐트의 마왕? 누구는 송창의를 그렇게 불렀지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했다. 그리고 만족해하며 산다. 그래서 젊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데,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케이스일 겁니다. 민 국장님은 알 속에서 잠에 취해 살던 저를 흔들어놓았고, 그때 멋진 자극을 받은 저는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 거죠.

- 추천책
# 칼 세이건 [코스모스]
# 생 텍쥐베리 [어린 왕자]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백치]
#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 반야심경
# 오경웅 [선학의 황금시대]
# 마셜 맥클루언 [미디어의 이해]

<가수, 화가 조영남>
#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 톰 울프 [현대 미술의 상실]
# 만 레이 [나는 Dada다]
# 움베리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 리처드 파인만, 랠프 레이턴 [파인만!]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 정용선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 다니자키 준이치로 [음예 공간 예찬]
# 후카사와 나오토 외 [디자인 생태학]
# 탁석산 [한국의 정체성]
# 웨인 다이어 [행복한 이기주의자]

<수학자 강석진>
# 프랑수아즈 말레 조리스 [종이로 만든 집]
# 박인환 [목마와 숙녀]
# 이현세 [공포의 외인구단]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

<배우, 작가 차인표>
# 성경
# 클리브 루이스 [시편사색]
# 최민식 [HUMAN]

<만화가 이원복>
# 알렉상드르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
#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 기 소르망 [원더풀 월드]

<영화인 김동호>
# 잭 엘리스 지음 [세계 영화사]
# 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 두시언해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박정희 대통령 연설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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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꿈을 드러내라

1) 비전, 미션 설명문 만들기
- 중요한 것은 꿈을 향해 모든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꿈, 비전, 미션이 웃음꽃 피는 대가족 3대처럼 일사분란하고 조화롭게 짜여야 한다. 이는 곧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전략적 사고와 전략실행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믿음직한 참모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2) 꿈과 현실의 격차 분석
- 꿈으로 가는 대장정은 곧 'To-Be'와 'As-Is' 사이 격차를 좁히고, 결국에는 이를 없애버리는 반지원정대의 여행과도 같다. 영화 속 원정대에는 절대반지가 있고, 우리에게는 책이 있다는게 다를 뿐이다.
비전을 실현해주는 책 읽기가 촉진하는 '꿈 그리기', '꿈 찾기', '꿈 이루기' 전략프로그램은 'To-Be'와 'As-Is' 사이의 격차를 없애기 위한 슬기로운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 여건의 실체와 변화를 정확히 알고 동시에 자신의 주관적 조건인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제2: 꿈을 이루어줄 책을 찾아라

1) 책과 과업
- 비전을 실현해주는 책 읽기 실행 제2단계 '채취'는 과업을 제시하고 그 용도에 적합한 책을 구해 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과업을 분류해야 한다. 성공 도메인 선택이다. '생성', '실행', '협상', '선택' 업마다 필요한 책 도메인을 선택하면 된다.
 해당 성공 도메인(업무분류에 따른 개별영역)에 따른 독서는 기본적으로 미디어와 과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미디어(책) 조건은 콘텐츠의 완성도, 전문성, 표현력 등을 의미하는 콘텐츠 스타일과 편집, 조판 등 디자인 요소를 반영하는 심벌 다양성, 저자와 등장 상례, 인물과 소통할 여지를 묻는 상호작용성, 획득하기 용이한지를 따지는 접근성, 독자의 능력을 말하는 이용자 독해력 등을 포괄한다.
 목표는 독서를 통한 과업수행 성과 극대화다. 과업성과는 당연히 과업분류, 성격, 조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업수행 소요시간, 합의변화, 독특한 아이디어 개수, 만족도, 커뮤니케이션 유효성 등을 제시할 수 있다.

2) 미디어 포트폴리오, 책 포트폴리오
- 적합한 책을 찾는 것은 말 그대로 근본적 선택을 수반한다. '꼭 책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처음부터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책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인터넷, TV, 신문, 잡지를 혼합해서 성공자재, 성공재료를 모으는 미디어 포트폴리오 작업은 철저하게 목표지향적이어야 한다.

제3장 : 독서하기 좋은 환경을 꾸며라

1) 친독서 환경 조성
- 친독서 환경은 크게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으로 나눠볼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은 책을 읽기에 좋은 환경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적 환경은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 마음속 열정을 활활 지피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의 얼개를 대충 짠 다음에는 나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어보자. 독서노트에 관심분야와 해결과제 등을 적고, 주간, 월간, 연간 독서계획을 세워 기록하면 된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독서시간 관리, 독서관계 관리, 독서로드맵 관리, 독서리듬 조절이 필요하다.

2) 심리적 환경 가꾸기
- 책과 마주하기 : 단연 '간 보기'가 핵심이다. '책을 간 보다','독서를 간 보다'라는 말은 수심도 모르는 책의 바다에 바로 다이빙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 애널라이즈 북 : 내 꿈을 위해 선택한 길이 있고, 사전준비를 끝내고 맞는 이 '간보기, 훑어보기' 단계이니만큼 독서 포트폴리오를 신경써야 한다.
- 탐사독서 : 스스로를 독자가 아닌 편집자로 둔갑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이 책에서 자신이 얻은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소제목을 범주화하는 작업이다.

제4장 : 완전히 몰입하라

1) 책 발라놓기
- 관점을 가진 책 읽기는 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품는 것과 같다. 이는 3Q3R 학습법과도 통한다. 이 방법은 글을 읽기 전에 글 전체의 내용을 개관하고, 글의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연관시킨 후, 글을 주의 깊게 읽고, 읽은 후에는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학습이다.
- 파레도 방식 독서 : 책 전체 분량의 20퍼센트를 읽고 80퍼센트의 정보를 얻는다.
- 포토샵 리딩 : 최대한 빨리 책 지면을 찍어보고 이를 다시 자신의 관점과 스타일에 따라 변형해본다.

2) 의미 생각하기
- 의미 생각하기에 딸린 4가지 독서 상호작용으로서 질문하기, 설명하기, 비평하기, 메모하기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독자가 의미를 생각하는 자기 스스로를 중심에 세워두고 실행하는 능독적, 창의적 책 읽기는 곧 독서법의 절정이자 독서 몰입의 단계이다.

3) 독서법 시스템
- 시카고대학교가 프로그램화한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 시스템을 활용한다.
 첫째는 독서순서 짜기다. 이를 시카고대학교는 연결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독서토론이다. 학생들은 진도에 따라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질문거리를 적어 와야 한다.
 셋째는 서평 스기다. 학생들은 독서하고 토론하면서 축적한 모든지식과 사고를 독서서평 논문 쓰기에 철저하게 표현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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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그림을 찾아보았다. 이런 저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가진 것들도 많고 마치 서재 자체가 자유로운 영혼인냥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서재도 눈에 띄었다. 그 중에 내 시선을 잡았던 그림이 바로 이것이었다. 첫번째는 방안 위쪽에서 들어오면 빛이었다. 그로 인해 갈색톤으로 된 쇼파와 검은색인 듯한 책장이 왠지 운치있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서재가 저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무언가 사람냄새나면서, 때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면 따뜻하고 눈부신 태양을 느끼기도 하고,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도 느낄 수 있는 바로 그런 서재를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남자한테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는 "건축의 기본이 자기가 슬플 때, 무언가를 잡고 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한다" 는 것이다. 집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 말보다 집의 조건을 마음에 다가오게 설명한게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그런 공간이 나 역시 서재가 되었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즐겁게 한다.

사실 서른살이 넘었지만, 내가 책과 서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2 년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빠져든 책의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중독적이었고 결코 헤어나오기가 싫은 그런 것이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았다. 건축 관련 책을 읽으면서 평소 자주 가던 도서관이 성곽의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천편일륜적인 아파트의 모습에 실증이 나기도 했다.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지금까지 제목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느꼈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고 30년동안 관심이 없었던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거리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로 그것을 찍어본다. 출근길 아침의 물안개에 신기해하고 일출과 일몰에서 이보다 아름다운게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삶이 풍부해졌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 뿐이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음파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은 정말 너무나 보잘 것 없이 적었지만, 나는 나야.. 라는 오만함으로 세상에 대해서 알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 주변에는 온갖 것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변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살면서도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 시간이 없어서 일을 잘 안하게 되지 않을까.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 반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하는 아내의 마음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것을 주는 것이 그들에게 보물이 되어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제 처음으로 1년에 책 100권 읽기 라는 올해의 목표 달성을 했다. 사실 몇 권 읽었냐 라는 수치적인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서른한살이 되어서야 새해에 목표를 세웠던 것 중에 하나라도 이룰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뿌듯하다. 아마 이 하나의 목표 달성이 인생 전체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인생이 변하는 계기가 몇 번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문과/이과를 선택하는 것, 대학입시 때 학과를 선택하는 것, 취업, 어학연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 아이를 갖게 된 것, 물론 부모님에 대한 모든 것은 항상 바탕에 깔려 있다. 이렇게 살면서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나는 책읽기, 글쓰기 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알게 된 경험이 위의 사건들 만큼 크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듯 하다.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을 읽을까? 책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울까? 라는 고민은 많이 있다.
조금 더 한 분야를 깊이있게 들어가볼까, 실무에 관련된 것을 읽을까, 인문학에 대해서 알아볼까..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이는 내 마음이 끄는 대로 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나는 단지, 내 마음에 충실히 따라가고 결코 책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목적이 있는 삶, 남기고 가는 삶, 의미있는 삶, 세상의 모든 것을 느끼는 삶, 사랑하고 즐기는 삶, 감사하는 삶, 실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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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려준 가장 큰 재산은 독서습관

어쨌든 우리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수많은 책을 읽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듣고 자란 녀석은 글자를 깨우치자 우리가 읽어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도 많은 책을 읽었다. 그 아이가 중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완벽하지 못했는데 대학은 잘 간 이유가 바로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다. 내 생각에 녀석은 대학교 가기 전까지 적어도 1,000권은 읽은 것 같다.

그 덕에 좋은 대학에 가긴 했지만 대학에서도 역시 학과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나를 닮았는지 학교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또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기면서 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는지 궁금하기까지 하지만, 내가 비슷한 과저을 거쳤기 때문에 그다지 흠잡지 않는다. 아니, 나의 경험 때문이 아니더라도 난 아들에게 훈계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난 다른 사람에게 인생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아들 역시 타인이지 나 자신은 아니지 않은가.

아들은 그다지 찌들지 않은 고교 시절을 보내고도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 가서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 녀석은 자신이 아는 것은 거의 책을 통해 배운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독서습관 하나는 확실하게 심어준 것 같다.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일곱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그 녀석에겐 미국이 고향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리를 하더라도 방학이 되면 미국으로 여행을 가 한 달 이상 머물다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번잡스럽게 지내는 건 아니다. 여행계획 같은 것도 없다. 우리 셋 다 시끄러운 곳은 싦어하기 때문에 친구를 통해 조용한 지역의 잠시 비어 잇는 집을 빌려 주로 거기서 책을 읽으며 지낸다. 셋이 각각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산 책들을 읽고 지내는 것이다. 물론 우리 부부는 일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가끔은 외출을 하기도 한다. 놀이동산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고 바닷가나 호수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곳에 머무는 시간은 짧고, 외출의 마지막 코스는 꼭 서점이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 셋은 각자 관심 분야의 코너로 흩어져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아내는 음악과 문화에 관한 책, 아들은 어린이들이 읽는 책, 나는 생물학이나 자연과학, 심리학 등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내가 두 사람을 찾아내야 배도 채우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 가족 중에 제일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나다. 아내와 아이는 책을 집어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끼니는 내가 챙겨야만 한다.

그리고 나올 때는 반드시 각자 몇 권씩의 책을 산다. 내가 제동을 걸어봐야 들은 척도 안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문제는 방학이 끝나가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생긴다. 짐을 쌀 때마다 책 때문에 가방이 부족해 늘 골칫거리다. 그때즘 되면 내가 대놓고 잔소리 좀 한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아마존이라는 인터넷 서점이 생겨서 그런 불편은 덜게 됐다. 미국 서점에서 직접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신청해놓고 돌아오면 책이 먼저 와 있곤 했다.

우리 집 거실은 한마디로 서재다. 아니 거실만이 아니다. 집 전체가 서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하고 많은 수의 책이 있다. 대부분의 집 거실에 자리 잡고 있는 텔레비전은 없고 허리 높이로 벽을 따라 쭉 이어지게 책장을 만들어놓아 책들을 다 꽂아두고 있다. 거실뿐만 아니라 벽이 있는 곳은 다 책장을 만들어놓았다. 책꽂이로 집안의 빈 벽면을 다 채워버린 것이다. 거기다 책을 다 꽂고 그 위에는 꽃병이나 조각품 같은 것을 놓으면 삽시간에 최고의 실내장식이 된다.

책 읽기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어느 부모든 자시게게 책을 읽으라고 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자신들은 거실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독후감을 써라" 하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했을 때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말고 부모들이 책을 읽으면 된다. 우리 부부가 가장 잘한 교육이 바로 그것인 것 같다.

우리는 아들에게 어떤 책을 꼭 읽으라고 특별히 권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 아기 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어주었고, 나이가 좀 들고 나서는 스스로 골라 읽었기 때문이다. 대신 어렸을 때 동화나 소설 외에 나의 전공에 가까운 자연과학 책들과 인문학, 사회과학 쪽 책들을 사서 책꽅이에 꽂아두긴 했다. 그 책을 읽고 안 읽고는 아들 마음이었다. 그런데 제 엄마를 닮아서인지 다양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해서 그 책들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한 권을 손에 들으면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못 읽는데, 아내와 아들은 읽던 책이 있어도 갑자기 관심 가는 책이 나타나면 새 책부터 읽곤 한다.

아기 바구니에 담겨 있을 때부터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 눈에 늘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아이도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생에 큰 자산이 되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아이에게 이미 엄청난 재산을 물려줬다고 자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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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때부터 많은 책을 읽어줬지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지만, 서로 바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결혼한 지 9년째인 1989년에 아이를 낳았다. 내게 문제가 있어 아이를 못 낳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듣다가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겠는가?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기로 약속했고 실천했다. 그런데 내 어머니도 아내의 어머니도 안계시는 타국 땅에서 아무런 경험도 없이 아이를 기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서로 의논해가며 아이를 키워야 했다. 아내는 워낙 학구적인 사람이라 영어로 된 육아 관련 서적들을 엄청나게 읽었다.

아이가 백일도 되기 전의 일이다. 저녁때가 되었는데 애를 겨우 재우고는 둘이 소파에 그냥 늘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얼마 후 깼는데 그때야 비로소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났다. 어른 둘이 아이 하나를 돌보느라 온종일 굶다니, 초보 엄마 아빠가 얼마나 진을 빼는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서툴렀고, 잘하고 싶었던 만큼 힘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아내는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기서 알게 된 미국인 노부부가 우리 아이를 보러 오셨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재미있고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분은 이제 겨우 백일 정도밖에 되지 안 된 아이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 해주시는 것이었다. 어제 동네 가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뉴스 시간에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말이다.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우리 부부에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좀 이상하게 보이나 보네. 아기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지, 아마? 하지만 그렇지 않아. 아기는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있어. 그러니까 아기에게 "까꿍!" 이런 것만 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줘. 너희가 학교에서 겪었던 이야기, 읽은 책 이야기, 그냥 서로에게 하듯 해주렴. 그러면 아이는 다 듣고 자란단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하는거야."

할머니 말씀에 우리 부부는 큰 지혜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때까지 우린 그저 아기가 울지 않게 하려고 먹이고 재우는 데만 온 신경을 썼다. 아직 아기가 아닌가. 게다가 잠이 들면 혹시 깰까 봐 까치발로 살살 다니고 그랬을 뿐이다.

이튿날부터 우리는 아이 옆에 있는 동안 번갈아 그날 이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를 위한 책만이 아니라 우리가 읽는 전공 책이나 논문도 아이 옆에서 소리내어 읽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하버드대학 기숙사 중 하나인 엘리엇하우스에서 사감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아기는 우리 아이가 유일했다. 병원에서 데려오는 날 기숙사 시계탑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앨런 하이머트 학장님의 배려였다. 기숙사 학생들에게도 아기는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였다. 우리가 아기를 안고 식당으로 내려가면 학생들이 전부 와서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무슨 기사가 났니?"라고 묻곤 했다. 그중 어떤 친구는 우리에게 "이 아기 표정을 보면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웃었다. 우리는 그게 우리가 아기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읽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축하며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가 두세 살이 되자 우리는 상상력을 키우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책들로 골라서 틈날 때마다 읽어주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몇 권을 읽어도 밤이 늦도록 아이가 잠이 들지 않아 곤란하기도 했다. 아이가 빨리 자야 우리도 일을 하는데 말이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여전히 말똥말똥한데 오히려 읽어주는 내가 잠이 오곤 했다. 그래서 "오늘은 두 권만 읽어줄게"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러면 아이가 "네 권!" 이라고 협상을 해와 세 권으로 조절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아마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말쯤이었을 것이다. 그날 따라 많이 피곤했던지 내가 그만 책을 읽어주다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결에 누군가 책을 읽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데 실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하도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라 외워서 말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놀랍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좋지만, 글을 모르는 아기 때는 물론이고 글을 알고 난 뒤에도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게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내 무덤을 스스로 판 것도 있긴 하다. 책을 읽어줄 때 덤덤하게 읽은 게 아니라 성대모사를 해가며 구연동화처럼 읽어 주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렇게 읽어주지 않으면 "아빠, 그건 도널드 덕의 대사잖아? 도널드 덕처럼 말해야지"라며 제공을 걸었다. 피곤해서 대충 읽어주려고 해도 어림없었다. 

                                                                                                - 과학자의 서재 (p258~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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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오른쪽 위에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다.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중요한 것은 바로 삶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진심으로 진정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조언을 얻기 위해 아낌없이 주고 열렬히 읽는 자에게는 무한한 것을 주는 것이 바로 책인 것이다.

책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애써서 사람들에게 그 숨겨져있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기꺼이 찾으려고 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깊이 숨겨놓지는 않는다. 나는 과연 이런 책에서 어떤 것들을 찾아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책 속에 나오는 질문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책을 읽는 내내 혼자 머리속에 되뇌었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책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책을 읽는 이들은 아마도 무언가 공통적인 것을 책에서 찾아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바로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의 해답이 될 듯하다.

내 대답은 바로 "삶을 풍부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책" 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겨나는 듯하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연을 대하는 작가 김훈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음 날 출근 길에 평소와 다르게 붉게 해가 뜨는 모습이 보이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여러 사건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는 모습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라는 인간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고 이스라엘과 중동의 소식을 듣고, 아직도 십자군 전쟁은 끝나지 않았구나?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다.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금전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거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글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책 속에는 한 작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으며, 깊은 고뇌가 들어가 있음은 읽는 자들이 미리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런 삶들이 나에게 말해 준다. 나는 단지 겸허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겸손하게 나와는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공감하고 서로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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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의 부제는 우리시대 한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이다. '간서치'는 지나치게 책을 읽는 데만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그만큼 책에 빠져들어 사는 이들을 가리킨다.

겉표지는 구스타프 아돌프 헤니히의 [독서하는 소녀]라는 작품이다. 책의 제목과 표지가 이렇게 조화로웠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가끔씩 종이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책냄새가 좋다. 단지 좋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내 표현력에 실망만 할 뿐이다.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고등학교, 대학교 때부터 책에 빠져서 책을 읽어온 사람들이다.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불과 올 해가 2년 밖에 되지 않고, 그 나이는 바로 서른살때였다. 그래서 중학교 때 [데미안]을 읽었다는 김무곤 작가 같은 사람을 이렇게 접하게 되면 너무나 부럽고 때로는 나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읽어야 되는 책들이 너무나 많아서 조급하기도 하다. 그래서 속독을 하는 법을 공부해볼까? 라는 생각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헤어나오기 어려운 주제가 바로 '책에 관한 책'이다. 바로 이런 책을 말한다. 항상 다른 책 보자 하면서 서점에 가서 도서관에 가서 결국 뽑아오게 만드는 책들이다. 그리고 읽고 나면 그것봐! 하면서 그 속에 나와 있는 책들의 목록을 하나하나 적어간다.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이 또 늘어난다. 어쩌지~! 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나에게도 어느새 책읽기는 취미가 아니라 내 삶이요 생활이 되었다. 아직 내공이 깊지가 않아서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책들을 선택하고 읽어가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책 속에 토마스 아 켐피스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시간이 나면 들어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꽉찬 책꽂이를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고 뿌듯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집에 가서 처음에 하는 일이 이 사람이 어떤 책을 읽나? 어떤 서재를 가지고 있나? 라는 궁금증이 항상 처음에 든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많이 있다. 분명 책읽기의 고수들을 보면 무언가 느껴지는게 있다. 아마 그것은 '책 읽는 사람은 곧 그 책이 된다'라는 말이 실제로 반영되진게 아닌가 싶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혜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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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된다.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어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내 모습이 같은 경우, 그 책은 읽지 않은 것만 못하다.' 라고 했다. 여기에 더불어 카프카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여러번 머리를 맞은 듯하다.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독서의 방향까지도 변화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직 나에게 독서에 있어서는 양적인 성장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아지면 그 때는 박웅현 작가처럼 책 한 권 한 권을 꾹꾹 눌러서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이런 내용을 강조를 해서 나도 모르게 책을 두번 정도를 훑어보게 했고, A4용지 13장의 발췌를 해서 하나의 파일을 만들게 했다. 아마 이것이 나에게 쌓여갈 독서 발췌록의 시작점인 듯 하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후, 다음 날 아침 천안으로 가는 출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항상 창가 쪽에 앉아가지만 창가는 거의 보지 않고 반쯤 감긴 눈으로 두 손엔 책을 잡고 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창밖을 보고 싶었다. 그 순간, 우와! 홀로 감탄을 하고 말았다. 붉은 태양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 빛을 사방으로 토하고 있었다. 이에 상응하는 듯, 길가의 내천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아침의 물안개가 그렇게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이 한 장의 풍경은 아로 새겨져 있는 듯하다.

김훈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자연과 내 주변의 하나하나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숭고함 등을 느끼면서 주변에 시선을 돌리고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관심은 바로 다음 날 이렇게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었다. 저녁에는 아내와 아들과 포도를 먹었다. 포도를 먹으면서 씨를 뱉어내는데 씨앗이 옅은 색, 붉은 색, 어두운 색 이렇게 세가지 종류가 있는 것이었다. 이게 씨도 그 속에서 세월이 흐르는 구나! 라고 혼자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는 씨앗이 사람의 치아 같다고도 한다.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다. 그 전에는 그냥 포도를 먹고 버려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소한 관심은 이렇게 아내와의 대화거리가 되고 소소한 행복이 되는 듯 했다.

이러한 종류의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좋은 책들을 마구 풀어내어서 나에게 읽어야 할 책들을 펼쳐 보인 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고 싶은 것은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다. 아직 나는 시에 대한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거의 시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도 아직은 시를 읽을 내공이 부족한 듯 하다. 그런데 이 시를 한 번 읽고 나니 아주 짧은 몇 자에 불과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들어버렸다.

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짧지만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우리의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시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툭툭 던져놓은 듯한 것들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그것을 상상하고 그냥 살짝 미소짓게 만든다.

이렇게 여러번 나는 머리를 맞은 듯다. 조르바에게도 쿵! 카뮈에게도 쿵! 어쩌면 이 책이 나의 독서 생활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을 만들어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고마웠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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