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신시대 (2 of 4)



'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CPS 생태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언급한다.

우리가 최근에 흔히 접하는 용어인 IoT(Internet of Things), IoE(Internet of Everything)는 세상의 모든 사물과 서비스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스마트 디바이스에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고, 혹은 외부의 센서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센서를 통해서 우리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AI)을 통해서 목적에 맞게 분석하여 해석이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실제 현실(Physical)의 세계와 사이버(Cyber) 세계가 연결시켜줌으로써 서로 새로운 피드백과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이를 글로벌 CPS(Cyber Physical System) 생태계라고 칭한다.


오늘은 '글로벌 CPS 생태계'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 살펴 보자.

인공지능의 최신 기술 중 '딥러닝(Deep Learning)'은 한 마디로 말하면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하는 기술이다.


# Deep Learning


딥러닝 기술이 등장한 배경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초거대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이 한층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Io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그 학습에 요구되는 정보처리를 위한 강력한 컴퓨터 이용 환경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IoT에서 IoE 환경으로 발전하고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 인공지능의 진화는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p106)


인공지능의 역사는 1956년에 개최된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학술회의에서 존 매카시 교수가 사용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 후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으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았다. 그러한 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열어준 것은 '스파스 코딩(Sparse coding)'이라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시각, 청각, 미각 등 인간의 다양한 인지 기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었다. 스파스 코딩은 뉴럴 네트워크로의 입력 정보에서 인식에 필요한 개념 형성을 위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스파스 코딩을 탑재한 다중화 뉴럴 네트워크는 숨은 층의 정보가 심층까지 전달됨에 따라 예를 들어 화상일 경우 점에서 선, 선에서 윤곽, 윤곽에서 부분, 부분에서 전체 이미지와 같은 식의 고차 개념으로 학습의 심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학습 심도가 계층화된 뉴럴 네트워크를 총칭하는 심층학습, 즉 딥러닝으로 부르고 있다. (p111)



딥러닝은 현재 세계 유수의 ICT 기업이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그 중 구글은 스탠퍼드대학교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서 컴퓨터가 고양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량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고양이를 식별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외에도 구글의 음성 검색, 애플의 음성 인식 어플리케이션 '시리(Siri)'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사례이다.


그 이외의 기술에 대해서 더 살펴보자.


이러한 딥러닝의 실용성에 주목하여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일제히 딥러닝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대뇌의 신경회로망을 모방한 반도체칩은 뉴로모픽칩(Neuromorphic Chip)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거대 칩 메이커인 퀄컴도 뇌를 모방한 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를 탑재한 뇌신경 모방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있다. (p112)

이외에도 인간의 뇌 기능 자체를 모방함으로써 인공지능을 실현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뇌 에뮬레이션(WBE : Whole Brain Emulation)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WBE의 개념은 어느 특정 뇌를 스캔하여 그 오리지날 뇌와 같은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이에 대응하는 맞춤 하드웨어에 탑재하면 그것이 본래의 뇌와 같은 거동을 보일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한다.


# 인간과 기계의 공생 생태계




구글은 2013년 이후 로봇 관련 7개 회사, 인공지능 관련 4개 회사를 매수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독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술 전략인 '인더스트리 4.0'도 인공지능 탑재 로봇을 활용한 자율분산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p115)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인공지능 기술은 현실에 반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반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에는 항상 딜레마가 따라 다닌다.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AI) 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만 인간을 위협하는 인공지능(AI)의 등장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BBC 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인 테슬라 모터스의 CEO, 앨런 머스크도 "기계가 인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줄 수는 있지만 초지능은 그렇지 않다.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다" 며 인공지능의 발전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논의는 과학의 역사에서 꾸준히 재기되어왔던 문제들이다. 특히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생명과학에 대한 분야에서의 갈등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류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흐름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 발생 가능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인류의 지혜를 결집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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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차 산업혁명',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다.  (1 of 4)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1년 정도가 조금 더 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새로운 용어가 하나 등장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소개되는 것들이 시장의 상황에 가장 먼저 대응한다는 기업들의 전략이 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미 살짝 뒤쳐진 감은 있지만, 더 늦지 않게 '제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그 토대는 정보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들이 펴낸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앞으로 목격할 디지털 행성 생태계(Digital Planet Ecosystem)을 토대로 한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스마티즌(Smart Citizen) 100억, 2020년 이후의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인 5G 가입자 100억, 그리고 한 사람의 스마티즌이 평균 10대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며 1,000억 개의 스마트 센서 환경의 지원을 받는 초거대 디지털 생태걔가 발전하고 융성하는 시대이다. (1대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주변 환경에 스며들어 있는 100개의 스마트 센서와 상호작용을 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CPU, Memory, Cloud, Network 등이 각각 진보하는 개별 발전 단계를 지나, 서로 상승적인 발전을 통해 인류 발전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이 작동하는 단계가 되어 무한대의 CPU, Memory, Cloud, Network 환경이 조성이 된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움트게 된다. 그리고 그 하부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센서이다. 1조개의 센서에서 모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는 최근에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활용 여부에 따라 가치가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빅데이터는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수집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로 한 동안 떠들석 했던 인공지능(AI)이다. 당시 알파고의 압도적인 우승에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수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IBM의 왓슨이 퀴즈 대회 '제퍼디'에서 퀴즈왕을 꺾으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듯이, 알파고는 10의 170제곱이라는 엄청난 경우의 수를 자랑하는 바둑에서 사람을 상대로 우승함으로써 그 기술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현재 IBM의 왓슨은 의료, 금융, 유통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인자동차에도 적용중이라고 한다. 알파고는 헬스케어 관련해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더 많은 분야로 활용되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센서를 통해서 얻어진 빅데이터는 바로 왓슨 혹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용도와 목적에 맞게 분석되고 활용되어 진다.

즉, 빅데이터를 단순한 분석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21세기는 센서(sensor)의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 코와 같은 감각기관, 손발과 같은 운동기관, 그리고 신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초에 모터가 생기면서 기계가 인간의 운동기관의 역할을 대신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간의 신경계는 외부로 분리되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센서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감각기관이 신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앞으로는 인간의 운동기관, 감각기관, 신경계를 하나의 생물체로 엮은 '생물과 컴퓨터의 융합 시대'로 나아갈 전망이다. 벌써 과학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수리하는 로봇, DNA나 세균을 활용하는 초병렬 컴퓨터 등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P58)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에 의하면, 2020년에 세계에서 500억 대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1인당 6.58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유명한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콘텍스트를 인식하는 컴퓨팅 기술이 센서 수요를 급증시켜 2020~2022년에 트릴리온(1조 개)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수요의 70%는 인류의 당면과제 해결에, 30%는 라이프 스타일의 향상을 위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사용자 주변과 수요 인식, 대면자의 기분과 같은 상황 인식, 기기 주변의 상황 파악, 퍼스널 헬스케어, 지구와 우주에 관한 상황 파악 등을 중심으로 가치가 창출 될 것으로 예상한다. (P66)



만약, 먼 훗날에 지금 이 시기를 역사책에 적을 때라면 지금을 어떤 시기라고 정리할까 궁금하다. 

S곡선의 지표로 한다면 분명히 형성은 지났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출현의 중간쯤이 아닐까? 형성 단계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같은 디지털 거인들이 등장하였고, 반대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기업들은 조금씩 시장에서 밀려났다. 분명히 앞으로 돌파와 성숙의 단계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 흐름을 뒤쫓아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들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자칫 여기서 놓치면 돌파의 단계에서 기업은 무너질 것이고, 개인은 변화하는 큰 흐름에서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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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 3점 / 5점)


머리를 식혀야 했다.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방식대로 책을 선택한다. 

시작부터 자기개발서를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가끔 한 번씩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동들이 결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다른 블로그에 방문해서 알게 된 책이다. 사실 『인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 혹 해서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서만 알 수 있었던 어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이 점이 아쉽다.

그래도 괜찮았던 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사례들을 적절히 보여주었고, 중간 중간에 '~에 대해서' 몇 가지씩 꼭지로 짚어 주는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배우 조진웅의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 분 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현 JTBC 사장이자 JTBC 뉴스룸을 이끄는 손석희는 10년 전에 대학 강연에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누군가 정치에 관심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손석희의 대답은 훌륭했으며, 자신의 소신을 여전히 잘 지켜내고 있으시다. 그의 대답은 "저는 정치인이 언론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어서 그걸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었다. 사실 꼭 이렇게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이런 늬앙스였다.


배우 조진웅은 대세 배우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는 것 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가 하는 연기와 일상 생활에 드러내는 말 한마디에서도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이 인터뷰를 나는 '고수와 고수의 만남'으로 읽었다. 

그리고 고수들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들은 조급하지 않다. 그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추궁하지 않는다. 차분하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만의 신념이 엿보이고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애서 읽었던 부분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목계(木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고수구나. 나도 이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P181)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목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인가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자랑을 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안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고만장해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진짜 고수는 어찌 보면 닭이 나무로 보였던 것 처럼 쉽사리 그들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줄 뿐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헐리우드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 대한 소개이다.


▲ 영화 <링컨>의 링컨을 연기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


 201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통상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진기록이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 자기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성마비 예술가의 삶을 눈물겹게 표현한 영화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휠체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나 자리 이동을 모두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했다. 완벽하게 뇌성마비 환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라스트 모히칸> 촬영 때는 알라바마 오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모히칸처럼 사냥해 잡은 음식만을 먹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링컨 역을 고사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그만치 8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를 승낙한 대니얼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1년의 시간을 청했다. 링컨을 흉내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닌 정말 링컨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어 실제 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감정까지 끌어내어 연기한다. 그만큼 매섭게 배역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정말 그 인물이 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그 인물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죠. 환청과는 다른 애깁니다. 그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제 내면의 귀로 듣고 조금씩 따라 해보는 과정 속에서 링컨의 연기도 탄생했습니다." (P85)


목계(木鷄) 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대답은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사례로 짐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은 거기에 이르기 까지의 혹독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평범한 이들에게 힘들어 보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직관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어느 경지에 이르러 고수가 되면, 고수들은 고수들을 알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고수와 고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융합이 이루어지고, 더 높은 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고수(高手)를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같은 노력과 사명을 가지고 목계(木鷄)의 경지에 이르는 고수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살면서 한 번쯤 고수(高手)를 경험해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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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 걸까?




 저는 블로그를 합니다.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라는 문패를 가지고 있지요.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혼자 읽으면서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니체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면서 '위버멘쉬(초인)'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니체의 책들을 읽어내기에는 책력이 부족하여 여전히 니체의 책 주변만 맴돌고 있습니다.

 

블로그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 그냥 좋은 건 다 끌어다 붙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 였습니다. 이 블로그 명을 지을 때는 '조르바'를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고, '위버멘쉬'는 완벽한 사람 하지만 완벽하기에 조금은 자유로움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석을 잘못한 겁니다. 단어 한 번 들어봤다고 아는 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이 완벽을 향해 간다.' 로 해석을 했습니다. 반대로 『위버멘쉬, 조르바를 꿈꾸다』 라고 짓기도 했는데요. 반대로 '완벽을 향해가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려고 한다.' 라는 뜻으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르바, 위버멘쉬 둘 다를 꿈꾼다. 라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저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왜 이런 이름도 조금씩 고민하면서 블로그를 하는걸까요?

처음에는 그냥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나도 한 번 해볼까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제가 꾸준히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인정욕구' 입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이 글 참 좋네, 글 잘 쓰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어떤 이가 제가 쓴 서평을 읽고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고 했을 때는 제가 그 책의 저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은 만들어만 놓고 잘 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좋아요' 에 하나에 왜 매달리는지 그 마음 역시 알 거 같습니다.

 

 

■ 무언가 부족한데, 부족한데

 

제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보통 한 권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제 생각을 풀어내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제가 글을 쓰면서 이 형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책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 서로 연계관계로 찾아내고, 조금 더 포괄적이고 통찰력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욕심이 생긴 건 주변에 이렇게 쓰는 사람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입니다.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열등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절대 좋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더 나은 한 발자국을 위한 충분한 힘이 되어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한 것은 알았습니다. 어떻게 글을 쓰고 싶은 지도 머릿 속에 희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길을 모르고,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생각, 아이디어, 재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그걸 찾아야 합니다. 다행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았으니까요.

 

 

■ 방법은 다시 책으로 - 『메모 습관의 힘』



 

예전부터 메모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연습장에 아무런 규칙 없이 적어내다 휴지통으로 향하는 일은 반복되었습니다. 바꿔 보자. 분명히 내 메모 습관을 바꿀 무언가가 있을꺼야 하면서 찾다가 발견한 책이 『메모 습관의 힘』 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데 아니 작가의 성향과 제 성향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캐너도 동일한 제품입니다. 예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집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보았었는데 그 때 보고 구매했었던 스캐너 였습니다. 저자가 사용하는 어플 중에 Google Keep 과 에버노트도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거였습니다. 종이 노트에 가끔 이것저것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부족한 점을 알았습니다. 저자의 책 제목에 있는 단어입니다. 신정철 작가는 '습관'이라는 게 몸에 베어 있었고, '습관'이 잡히다 보니 메모에도 체계가 있었고 나름의 방법론이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저는 마음이 내킬 때 마다 온오프라인으로 적어 두고, 나중에 사용을 하지 않다 보니 모아두었던 정보는 단순히 짐일 뿐이고, 결국은 쓰레기로 전락했던 겁니다.

 

저자인 '신정철' 작가가 나와 성향이 비슷한지 그가 제시하는 방법론들이 저에게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번에는 eBook으로 읽었습니다.)을 다 읽고 바로 '메모 노트'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노트의 앞 표지에는 'Again Steady' 라는 콩글리쉬를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소개된 Pocket (기사를 수집하는 앱, 간단하고 상당히 유용함)을 설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책에 소개된 주간계획표를 조금 수정해서 만들어 두었고, 활용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메모를 하기 위한, 재료를 찾아낼 준비는 저자의 도움으로 약간의 체계가 잡혔습니다.


▲ 또 다시 노트를 준비했습니다. 이제부터 제대로 노트 습관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저자의 주간 계획표처럼 저 역시 만들고, Daily Todo List를 만들었습니다.. 나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생각, 아이디어를 해야 할 때입니다. 재료를 찾기 위한 실천의 단계가 남았네요. 저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생각한 것인데, 그건 알고 보니 세상을 좀 더 경험하는 방법 같았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오감을 조금 더 확장해야 합니다. 관찰을 해야 합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제 생각도 관찰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까지 관찰을 합니다. 그리고 떠오른 무언가는 일단 적어야 합니다.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 찰나를 잊지 않고 적어야 합니다.

 

일주일 가량 이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좋은 예감입니다. 분명히 이 책을 읽기 전과 지금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카테고리에도 Why? 라고 해서 제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궁금한 점을 찾기 위한 폴더와 제 안의 감정과 책들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들로 만들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말들을 적어둘 생각입니다. 기대가 됩니다. 왠지 무언가 변할 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 Blogger로 세상과 소통하다.

 

Blogger 라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들어왔던 거 같습니다. 그 때도 이런 말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비트의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 블로그입니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고 제가 소개한 책들을 손에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 사소한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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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몰아쳐가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 한 3년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책 읽는 재미에 빠졌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세계문학전집에서 하나 둘 찾아 읽었습니다. 분명 재미있었고 많은 걸 배웠지만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다 읽었던데, 누구는 <데미안>을 백번도 넘게 읽었다더라. 하면서 읽어갔습니다. 그렇게 1년에 백여권 씩을 읽었네요.


처음에는 양적으로 우선 많이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인문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라' 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그럴려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고, 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재료만 많이 사다놓고 결국은 많은 재료를 바라보고, 다 지어진 집을 상상하며 홀로 기뻐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죠. 

중국 송나라 때 문인이자 정치가인 구양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라고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제가 쓰는 글은 깊이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가끔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평소에 보이는 삶을 색다르게 표현한 걸 보기도 하고, 보이는 것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를 절묘하게 해석하는 잡아내는 것에 부러움과 시기를 감출 수 없습니다.


저는 다독이 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문, 다상량은 그동안 많이 놓쳐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읽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사소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필요를 느꼈고, 혼자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방안에 둘러보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때 망설임 없이 예전에 읽었던 故구본형 선생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밑줄 그은 부분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았지요. 자기개발관련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분의 글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몇 번을 읽어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뻔한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들을 이 책에서도 합니다.

누구나 아는 뻔한 그 말들 다시 한 번 몇 자 적어봅니다.


질문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해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수십 번 수백 번 보았지만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산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 제대로 보는 순간 우리는 느닷없이 재미있는 세상으로 인도된다. (p33)


"꿈을 꿀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그 꿈을 실천할 때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p51)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삶은 뜨거운 것이다. 살아봐야 삶이 된다. 사랑은 쳐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마주 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 뒹굴며 섹스하는 것이다. 삶을 사랑하라. 헉헉거리며 사랑하라. (p107)


여행은 단순한 놀이나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이상이다. 직장인들이 여행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그저 얼마쯤의 휴식의 상실이 아니다. 현실에 묶인 것이고, 두려움에 묶인 것이다. 빠듯한 돈에 대한 두려움, 컨베이어벨트에 따라잡아야 하는 종종걸음의 두려움, 바쁨의 고리에서 빗겨난 후 불협화음에 대한 두려움, 휴가의 반납을 열정의 증거로 보는 상사의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 다시 다른 사람과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 꿈 따위는 두려움에 가려 힘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아직 중요한 인물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다. (p158)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하여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해도 실망하지 말거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p194)


뻔한 말들 입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글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어쩔때는 뻔한 글귀하나가 자꾸만 마음을 건드립니다. 사소한 것들이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이 책을 지금 세번째 읽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 저는 위로를 받습니다. 역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제가 종이책을 고집하고 읽는 책들을 모두 소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마음이 끌려 책을 선택하고, 예전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보아가며 지금의 감정과 비교해볼 수 있는 묘한 쾌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짧은 옷을 입다가 몇 주 사이에 사람들의 옷이 확연히 바뀐 걸 느낍니다. 이런 때는 감기몸살을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절기에 많이 아프죠. 어쩌면 지금 제가 심적으로 약간 환절기가 온 거 같습니다. 이번 환절기도 잘 버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심리적 환절기를 겪어왔는데, 이걸 잘 겪어내면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좋은 책도 읽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토마토수프 레시피를 찾아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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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본형 작가의『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를 읽었다.

중고서점에서 살짝 빛바래고 표지가 살짝 얼룩졌지만 '구본형'이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의 부제에는 '1시간에 읽는 구본형의 자아경영' 이라고 적혀 있다.

150 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한번 쯤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다는 차원에서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아내의 핸드폰을 보았다. 내가 '남의 편'으로 저장이 되어있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남의 편이라고 저장이 되어 있어? 이거 아니었잖아."

아내 曰, '요새 자기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속상해서 그렇게 저장했어."

나도 조금 느낀 부분이다. 최근에 이상하게 살짝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밖에서는 딱히 풀 때도 없고, 혼자 시간을 가지려 해도 쉽지 않고 하다보니 가장 편한 아내에게 싫은 소리, 짜증을 유난히 부렸던 거 같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역설적이게도 그러다보니 가장 소홀해진다. 


이렇게 예민해진 시점에서 무언가 조금 나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차분하고 조용히 생각하기, 그러면서 풀리지 않은 일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이게 내 방식이다.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생각의 정리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고 우연찮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최근 몇 년 간은 정말 '책'에 흠뻑 취해 있었다.

책이라는 것은 보통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 이지만, 얼마 동안은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목적이 되어 버렸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에서는 '책'을 읽는 이미지로 서서히 자리잡히고, 싫지는 않지만 단지 그것으로 표현되는 내 모습이 싫어졌고, 내가 만들어낸 틀 속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


이제는 다시 새롭게 생각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예전부터 느낀 것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여행', '독서'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고, 방안 구석에서 책을 읽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하게 나를 풀어놓아보려 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어보기도 하고, 낯설은 거리를 걸어다니며 그 낯설음에 어색해보기도 하며, 인생과 인생의 만남이라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보고 싶다.

책을 통해 배우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게 할 것이다. 

여전히 꾸준히 읽어나갈 테지만, 행동으로 바뀌지 않고 단순히 내 고집을 유지시키기 위한 책은 읽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렇게 차분히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조금씩 생각이 정리가 된다. 구본형 작가의 책은 이렇게 한 번씩 나를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찌보면 흔히들 말하는 자기개발서 같지만 작고하신 구본형 작가의 책에서는 그분의 철학이 느껴지고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마지막으로 추석이 지난 다음 날 새벽 글을 마친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로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그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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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이야기에 빠져서 소설책만 읽어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을 때가 온 듯 하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장르는 바로 '과학'이다. '과학'에 관련해서는 거의 지식이 전무해서 어느 정도 필요성도 느낀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예전에 누군가 추천해 준 책이 떠올랐다. 

바로 196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다.


이 책은 리처드 파인만이 쓴 책이지만 과학에 대해서 논한 책이라기 보다는 파인만의 회고록이다. 그런데 물리학자의 회고록이 너무나 유쾌하다. 1,2권 두 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번에 읽은 1권에서는 어린시절과 MIT대학생활, 프린스턴대학에서의 대학원 생활, 그리고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리학자의 회고록이기에 중간중간 물리학이나 생물학 관련해서도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이해를 하지 못해도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읽으면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데는 성공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에 관련한 책을 읽기를 원하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파인만의 천재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동시에 이렇게 그의 유쾌한 모습에 저절로 끌리게 된다. 이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과학자는 아닌 듯 하다. 분명 옆에 있으면 끌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에서 다루어지는 부분 중에 파인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라디오를 고치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그마한 창고에 자기만의 실험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기도 하고, 자기 나름의 이런저런 실험을 한다. 벌써부터 평범하지 않다. 어렸지만 그의 라디오 수리 실력이 알려져서 사람들에게 수리 요청이 들어온다. 그 중 한 곳의 라디오는 처음에 라디오를 켰을 때 소음이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파인만은 생각만으로 왜 그런 원인이 발생했는지 걸어다니면서 생각만을 하다가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고 바로 수리를 한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라디오를 고치는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p25) 나는 한 번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친구가 <그만 둬,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너무 약이 올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정도까지 손을 댔으면 끝장을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알아낸 뒤에는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끝내 원인을 찾아서 그 라디오를 고치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태도가 나중에 그를 노벨물리학상까지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일하는 분야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되면 그것으로 그치는 경향이 크다. 그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원리를 알고 근본적인 문제 발생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어느 정도만 이해되면 이 정도면 됐어하고 혼자 멈추어버린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재미있는 부분은 금고를 여는 장면인데, 파인만은 누군가에게 자물쇠를 여는 법을 배우고 나서, 나중에는 스스로 금고를 여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맨하튼 프로젝트의 중요한 문서들이 있는 금고들도 손쉽게 풀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동료의 어떤 문서가 필요하면 파인만에게 금고를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럴때마다 파인만은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혼자 들어가서 금방 열어두고 잡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 뒤 동료들에게 어렵게 풀었다는 듯한 행동을 한다. 

리처드 파인먼,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p202) 대령은 공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메모를 보냈다. <파인만씨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 들어왔거나, 근처에 있었거나, 사무실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메모가 전달 되었다. <금고 번호를 바꾸시오!>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핵실험에 처음 성공했을 때 동료 밥 윌슨과의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했다. 핵을 만든 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들도 알고 있었을까?


(p187)시험이 끝나고, 로스앨러모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모두들 파티를 했고, 우리 모두 뛰어다녔다. 나는 지프 끝에 앉아서 드럼을 쳤다. 그러나 한 사람은 앉아서 울상을 하고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밥 윌슨이었다.

내가 말했다. 「왜 울상이지?」

「우리가 만든 것은 흉악한 거야」

「하지만 당신이 시작했잖아. 당신이 우리를 끌어들여 놓고선」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우리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했고, 열심히 한 덕분에 성공했고, 이것은 즐거운 일이고,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그냥 멈춘 것이다. 밥 윌슨은 그 순간까지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얼마 뒤에 나는 코넬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문명으로 돌아왔다. 그 때 내 첫인상은 아주 이상했다. 지금은 이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아주 강렬했다. 예를 들어, 뉴욕의 레스토랑에 앉아서 창 밖의 건물을 보면서 생각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파괴 반경이 얼마였던가. 여기에서 34번가까지 얼마나 멀지? 이런 건물들이,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릴 텐데> 


어쩌면 파인만과 같은 과학자들은 그저 자신들의 연구와 실험에 충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 원자폭탄이라는 것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축하하며 그들은 파티를 하고 드럼을 쳤다. 그런데 얼마 후 그것은 사망자 21만명을 포함해 인명피해가 70만명으로 추정되는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멍에를 남겼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핵전쟁의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이 책은 파인만의 회고록이기에 이런 원자 폭탄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잠시 언급하고 있을 뿐이고, 가치 판단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나중에나 깨달았을 것이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이렇게 재미있게 쓸 줄 몰랐다. 지루함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파인만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혼자 실험해보고 관찰해보고 궁금한 것은 악착같이 해결해나갔다. 퇴근 길에 이 책의 마지막을 읽었는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줄 돋보기를 두 개 샀다. 아이들에게 밖에서 돋보기로 개미를 찾아보자고 했다. 왠지 아이들에게는 파인만씨 처럼 호기심을 길러주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파인만씨는 '과학'에 물꼬를 틀어주었다. 

이제 2권이 남았다. 이 감동이 가시지 않게 늦지 않게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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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라면 연말에 ‘평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 해 동안 자신의 실적이 평가되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오늘 소개하는 이들도 역시 그 숙명을 어길 수 없다. 어쩌면 더 치열하다. 대중들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고 철저하게 평가된다. 이들의 직업은 바로 예능PD.

 

프로그램은 방영 직후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평가된다. 시청률은 대중의 호응을 철저히 반영한다. 대중들은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흘러나오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간다. 그래서 ‘감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냉정히 외면 당한다. 반면 시청자에게 선택 받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며 영향력을 과시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간택되는가?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새로움은 최근에 강조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보면 <무한도전>, <꽃보다 할배>, <슈퍼스타K>, <개그콘서트>, <MAMA> 를 들 수 있다. 제목만 봐도 느껴질 것이다. 재미있고 기존과 다르고 신선하다.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의외성도 있다.

 

<무한도전>은 멤버 당 카메라 한 대라는 새로운 형식과 예능에서 자막을 사용하는 등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예능의 상징이 되었다. <꽃보다 할배>는 할아버지와 배낭여행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냈다. <슈퍼스타K>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응답하라1997>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등장했다. <개그콘서트>는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며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MAMA> Mnet Asian Music Awards 로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음악축제로 거듭났다.

 

이렇게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의력과 상상력은 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개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흔히 ‘창의’라고 하면 전구 속 불빛이 번뜩이는 그림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새로움은 그렇게 순간적인 영감이 떠오르듯이 예능적이지 않다. 어쩌면 철저하고 치밀한 한 편의 다큐를 통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예능PD들의 작업방식을 보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조금 더 철저하게 해 나갈 뿐이다.

 

한 예로 <MAMA>를 기획한 Mnet의 신형관 상무의 말을 들어본다.

생각은 누구나 다하는 것이지만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많이 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공부는 안 하고 좋은 대학교에 가려고 생각하죠. 그건 잘못된 겁니다. 살은 빼고 싶은데 먹는 양을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거죠. 프로그램도 마찬가집니다. 무언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남보다 더 오래 고민을 하고 남들 한 시간 편집할 때 열 시간 편집하면 더 좋게 나오는 거죠. 이렇게 단순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p161)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PD인 나영석, 서수민, 신원호, 김용범, 신형관, 김태호는 각자 만의 개성과 기획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만의 영업비밀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밀을 살짝 엿보고 우리에게 내재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각자 찾아보자. 공통점은 세가지로 드러난다.

 

하나. 정해진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경험하는 낯섦이다.

사람들은 많은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획일적인 사지선다형 문제 속에 있던 우리는 수많은 답이 있다는 것에 당황하며 선택지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선택지를 벗어나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새로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낯섦은 하나의 가능성이 된다. 그래서 예능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하지만 그대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항상 중간중간에 낯섦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함으로써 그들의 작품이 완성된다.

 

. 다른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다.

이제는 첨단제품에도 스토리가 곁들여져야 한다. 같은 제품에 스토리를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은 Telling에 주목해서 말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 스토리의 시작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잘 들어야 어디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한 실험에 의하면 우리가 말할 때와 적극적으로 들을 때의 뇌반응은 동일하다고 한다. , 경청은 말하기와 동기화된다. 이렇게 팀원 혹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된다.

 

.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몰입감은 높아진다. 이들은 쉬는 동안 아이디어회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음악을 통해서 위로 받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니아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몰입하게 되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만의 확고한 생각과 개성이 정립되며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측면으로, 다른 이에게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으로 나타나며 프로그램을 이끌게 된다.


형식을 벗어난 낯섦의 경험,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 이들의 비밀이었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어쩌면 익숙하게 들었던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같은 직장인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너무 잃는 것이 많다. 주말을 살기 위해 일주일을 버텨낸다면 그 삶이 너무 아쉽다. 이 시간을 잃지 말고 삶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들을 오늘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

평소에 관심이 없던 것에 눈길 한 번 주고, 옆의 동료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보고, 업무라고 생각되는 것들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렇게 또 하루를 살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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