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CPS 생태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언급한다.
우리가 최근에 흔히 접하는 용어인 IoT(Internet of Things), IoE(Internet of Everything)는 세상의 모든 사물과 서비스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스마트 디바이스에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고, 혹은 외부의 센서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센서를 통해서 우리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AI)을 통해서 목적에 맞게 분석하여 해석이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실제 현실(Physical)의 세계와 사이버(Cyber) 세계가 연결시켜줌으로써 서로 새로운 피드백과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이를 글로벌 CPS(Cyber Physical System) 생태계라고 칭한다.
오늘은 '글로벌 CPS 생태계'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 살펴 보자.
인공지능의 최신 기술 중 '딥러닝(Deep Learning)'은 한 마디로 말하면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하는 기술이다.
# Deep Learning
딥러닝 기술이 등장한 배경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초거대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이 한층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Io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그 학습에 요구되는 정보처리를 위한 강력한 컴퓨터 이용 환경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IoT에서 IoE 환경으로 발전하고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 인공지능의 진화는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p106)
인공지능의 역사는 1956년에 개최된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학술회의에서 존 매카시 교수가 사용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 후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으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았다. 그러한 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열어준 것은 '스파스 코딩(Sparse coding)'이라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시각, 청각, 미각 등 인간의 다양한 인지 기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었다. 스파스 코딩은 뉴럴 네트워크로의 입력 정보에서 인식에 필요한 개념 형성을 위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스파스 코딩을 탑재한 다중화 뉴럴 네트워크는 숨은 층의 정보가 심층까지 전달됨에 따라 예를 들어 화상일 경우 점에서 선, 선에서 윤곽, 윤곽에서 부분, 부분에서 전체 이미지와 같은 식의 고차 개념으로 학습의 심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학습 심도가 계층화된 뉴럴 네트워크를 총칭하는 심층학습, 즉 딥러닝으로 부르고 있다. (p111)
딥러닝은 현재 세계 유수의 ICT 기업이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그 중 구글은 스탠퍼드대학교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서 컴퓨터가 고양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량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고양이를 식별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외에도 구글의 음성 검색, 애플의 음성 인식 어플리케이션 '시리(Siri)'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사례이다.
그 이외의 기술에 대해서 더 살펴보자.
이러한 딥러닝의 실용성에 주목하여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일제히 딥러닝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대뇌의 신경회로망을 모방한 반도체칩은 뉴로모픽칩(Neuromorphic Chip)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거대 칩 메이커인 퀄컴도 뇌를 모방한 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를 탑재한 뇌신경 모방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있다. (p112)
이외에도 인간의 뇌 기능 자체를 모방함으로써 인공지능을 실현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뇌 에뮬레이션(WBE : Whole Brain Emulation)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WBE의 개념은 어느 특정 뇌를 스캔하여 그 오리지날 뇌와 같은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이에 대응하는 맞춤 하드웨어에 탑재하면 그것이 본래의 뇌와 같은 거동을 보일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한다.
# 인간과 기계의 공생 생태계
구글은 2013년 이후 로봇 관련 7개 회사, 인공지능 관련 4개 회사를 매수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독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술 전략인 '인더스트리 4.0'도 인공지능 탑재 로봇을 활용한 자율분산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p115)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인공지능 기술은 현실에 반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반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에는 항상 딜레마가 따라 다닌다.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AI) 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만 인간을 위협하는 인공지능(AI)의 등장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BBC 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인 테슬라 모터스의 CEO, 앨런 머스크도 "기계가 인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줄 수는 있지만 초지능은 그렇지 않다.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다" 며 인공지능의 발전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논의는 과학의 역사에서 꾸준히 재기되어왔던 문제들이다. 특히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생명과학에 대한 분야에서의 갈등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류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흐름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 발생 가능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인류의 지혜를 결집하는 수 밖에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1년 정도가 조금 더 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새로운 용어가 하나 등장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소개되는 것들이 시장의 상황에 가장 먼저 대응한다는 기업들의 전략이 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미 살짝 뒤쳐진 감은 있지만, 더 늦지 않게 '제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그 토대는 정보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들이 펴낸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앞으로 목격할 디지털 행성 생태계(Digital Planet Ecosystem)을 토대로 한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스마티즌(Smart Citizen) 100억, 2020년 이후의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인 5G 가입자 100억, 그리고 한 사람의 스마티즌이 평균 10대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며 1,000억 개의 스마트 센서 환경의 지원을 받는 초거대 디지털 생태걔가 발전하고 융성하는 시대이다. (1대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주변 환경에 스며들어 있는 100개의 스마트 센서와 상호작용을 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CPU, Memory, Cloud, Network 등이 각각 진보하는 개별 발전 단계를 지나, 서로 상승적인 발전을 통해 인류 발전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이 작동하는 단계가 되어 무한대의 CPU, Memory, Cloud, Network 환경이 조성이 된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움트게 된다. 그리고 그 하부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센서이다. 1조개의 센서에서 모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는 최근에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활용 여부에 따라 가치가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빅데이터는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수집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로 한 동안 떠들석 했던 인공지능(AI)이다. 당시 알파고의 압도적인 우승에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수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IBM의 왓슨이 퀴즈 대회 '제퍼디'에서 퀴즈왕을 꺾으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듯이, 알파고는 10의 170제곱이라는 엄청난 경우의 수를 자랑하는 바둑에서 사람을 상대로 우승함으로써 그 기술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현재 IBM의 왓슨은 의료, 금융, 유통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인자동차에도 적용중이라고 한다. 알파고는 헬스케어 관련해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더 많은 분야로 활용되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센서를 통해서 얻어진 빅데이터는 바로 왓슨 혹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용도와 목적에 맞게 분석되고 활용되어 진다.
즉, 빅데이터를 단순한 분석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21세기는 센서(sensor)의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 코와 같은 감각기관, 손발과 같은 운동기관, 그리고 신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초에 모터가 생기면서 기계가 인간의 운동기관의 역할을 대신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간의 신경계는 외부로 분리되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센서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감각기관이 신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앞으로는 인간의 운동기관, 감각기관, 신경계를 하나의 생물체로 엮은 '생물과 컴퓨터의 융합 시대'로 나아갈 전망이다. 벌써 과학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수리하는 로봇, DNA나 세균을 활용하는 초병렬 컴퓨터 등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P58)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에 의하면, 2020년에 세계에서 500억 대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1인당 6.58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유명한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콘텍스트를 인식하는 컴퓨팅 기술이 센서 수요를 급증시켜 2020~2022년에 트릴리온(1조 개)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수요의 70%는 인류의 당면과제 해결에, 30%는 라이프 스타일의 향상을 위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사용자 주변과 수요 인식, 대면자의 기분과 같은 상황 인식, 기기 주변의 상황 파악, 퍼스널 헬스케어, 지구와 우주에 관한 상황 파악 등을 중심으로 가치가 창출 될 것으로 예상한다. (P66)
만약, 먼 훗날에 지금 이 시기를 역사책에 적을 때라면 지금을 어떤 시기라고 정리할까 궁금하다.
S곡선의 지표로 한다면 분명히 형성은 지났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출현의 중간쯤이 아닐까? 형성 단계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같은 디지털 거인들이 등장하였고, 반대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기업들은 조금씩 시장에서 밀려났다. 분명히 앞으로 돌파와 성숙의 단계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 흐름을 뒤쫓아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들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자칫 여기서 놓치면 돌파의 단계에서 기업은 무너질 것이고, 개인은 변화하는 큰 흐름에서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머리를 식혀야 했다.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방식대로 책을 선택한다.
시작부터 자기개발서를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가끔 한 번씩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동들이 결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다른 블로그에 방문해서 알게 된 책이다. 사실 『인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 혹 해서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서만 알 수 있었던 어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이 점이 아쉽다.
그래도 괜찮았던 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사례들을 적절히 보여주었고, 중간 중간에 '~에 대해서' 몇 가지씩 꼭지로 짚어 주는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배우 조진웅의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 분 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현 JTBC 사장이자 JTBC 뉴스룸을 이끄는 손석희는 10년 전에 대학 강연에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누군가 정치에 관심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손석희의 대답은 훌륭했으며, 자신의 소신을 여전히 잘 지켜내고 있으시다. 그의 대답은 "저는 정치인이 언론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어서 그걸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었다. 사실 꼭 이렇게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이런 늬앙스였다.
배우 조진웅은 대세 배우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는 것 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가 하는 연기와 일상 생활에 드러내는 말 한마디에서도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이 인터뷰를 나는 '고수와 고수의 만남'으로 읽었다.
그리고 고수들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들은 조급하지 않다. 그들은 재촉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추궁하지 않는다. 차분하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만의 신념이 엿보이고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애서 읽었던 부분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목계(木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고수구나. 나도 이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P181)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목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인가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자랑을 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안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고만장해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진짜 고수는 어찌 보면 닭이 나무로 보였던 것 처럼 쉽사리 그들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줄 뿐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헐리우드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 대한 소개이다.
▲ 영화 <링컨>의 링컨을 연기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
201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통상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진기록이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 자기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성마비 예술가의 삶을 눈물겹게 표현한 영화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휠체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나 자리 이동을 모두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했다. 완벽하게 뇌성마비 환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라스트 모히칸> 촬영 때는 알라바마 오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모히칸처럼 사냥해 잡은 음식만을 먹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링컨 역을 고사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그만치 8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를 승낙한 대니얼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1년의 시간을 청했다. 링컨을 흉내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닌 정말 링컨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어 실제 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감정까지 끌어내어 연기한다. 그만큼 매섭게 배역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정말 그 인물이 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그 인물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죠. 환청과는 다른 애깁니다. 그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제 내면의 귀로 듣고 조금씩 따라 해보는 과정 속에서 링컨의 연기도 탄생했습니다." (P85)
목계(木鷄) 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대답은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사례로 짐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은 거기에 이르기 까지의 혹독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평범한 이들에게 힘들어 보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직관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어느 경지에 이르러 고수가 되면, 고수들은 고수들을 알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고수와 고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융합이 이루어지고, 더 높은 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고수(高手)를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같은 노력과 사명을 가지고 목계(木鷄)의 경지에 이르는 고수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살면서 한 번쯤 고수(高手)를 경험해 볼 만하지 않은가!
■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1장. 고수로 가는 길
01. 과감한 시작
02. 밥그릇을 걸어야 한다
03. 축적해야 돌파한다
04.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05. 잡종이 강세다
06. 날마다 다른 사람과 밥을 먹어라
07. 오픈되어 있다
08. 한계에 도전해 본 경험
09. 비울수록 채워진다
10. 무인양품과 명품
11. 고수의 모델, 피터드러커
12. 고수에도 급이 있다
2장. 고수, 그들이 사는 방식
01. 미리미리
02. 레이저처럼 집중하라
03. 몰입의 능력
04.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
05. 디테일하다
06. 심플하게 산다 (1)
07. 심플하게 산다 (2)
08. 시간 도둑이 되지 마라
09 빠르다
10. 도전이 기회를 만든다
11. 스마트한 일처리
12. 자기만의 콘텐츠
3장. 고수의 마음 관리
01. 호기심이 강하다
02. 주제 파악
03. 스스로 광고하지 않는다
04. 내가 하면 자랑, 남이 하면 칭찬
05. 화내지 않는다
06. 자유롭다
07. 철학적 뼈대가 있다
08. 지극정성이다
09. 긍정을 긍정하라
10. 내면의 소리
11. 영혼의 무게 중심
12. 절제의 정도가 승부를 가린다
4장. 고수의 생각법
01. 척 보면 알아요
02. 하나를 보고 열을 안다
03. 직관이 답이다
04. 역발상의 천재들
05. 여러 각도에서 본다
06. 관찰력이 뛰어나다
07. 고수들의 생각 정리법
5장. 고수, 사람을 얻다
01. 사람 냄새 나는 만남
02. 끈끈한 인맥 느슨한 인맥
03. 귀인을 만나고 귀인이 되어라
04. 낯익은 사람이 되지 마라
05. 이익보다 사람을 남겨라
06. 혼자 있어도 두렵지 않다
07. 자발적 고독을 즐겨라
08. 사람을 얻는 능력
1장. 고수로 가는 길
(p 16)고수들은 시작을 잘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p 17)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사람들은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린다.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영감이 떠올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그게 순서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해도 써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논문 지도를 할 때도 난 이렇게 얘기한다. "어느 정도 자료 조사를 했으면 우선 쓰도록 하라. 아무리 많은 자료를 조사해도 그것만으로 논문이 완성되지 않는다. 일단 써야 한다."
글은 시상이 떠올랐을 때 쓰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처럼, 기계적으로 써야 한다. 소설가 야마다 도모히코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집필 활동을 했다. 그 역시 기계적인 글쓰기를 강조했다. 휴가를 이용하지 않았다. 휴가 기간 중 여유롭게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쉴 때는 푹 쉬고 일상 중에 집필을 위한 시간을 짜냈다. 훌륭한 소설가들은 대체로 다작을 했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글을 썼다. 감흥이 생겨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감흥이 생긴다.
(p 22) "두 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두 번째 화살이 있으면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술에 취하는 것과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교토 상인들의 계명이다.
(p 24) 다작이 중요하다. 다작을 해야 그 과정에서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실수하면서 다듬어지고 실력도 쌓인다. 바로 양질전환의 원리다. 지식 발전의 형태는 선형적이 아니라 퀀텀식이다. 직선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별 발전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모든 게 그렇다. 기타를 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책을 읽고 쓰는 것도 그렇다.
피카소는 2만 점이 넘는 작품, 아인슈타인은 240편의 논문, 바흐는 매주 한 편씩 칸타타를 작곡했고, 에디슨은 무려 1,039개의 특허를 신청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수들은 좋은 작품 못지않게 형편없는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
(p 26) 비틀즈는 1960년에서 1962년 사이에 다섯 차례나 함부르크에 다녀왔고 1년 반 동안 270일 밤을 연주했다. 처음 대박을 터뜨린 1964년까지 모두 1,200시간을 공연했다. 비틀즈를 집중 연구한 노먼은 이렇게 얘기한다. "함부르크에 가기 전까지 비틀즈의 연주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아주 달라졌지요. 지구력만 키운게 아니라 수많은 곡을 익혔지요. 모든 버전의 노래, 로큰롤 뿐 아니라 일부 재즈도 소화했습니다. 그들은 함부르크 연주 이후 차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p 27)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은 마케팅의 구루다. 그는 무려 100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했다. 그 역시 다작의 중요성을 믿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책을 100권 이상 만들어 보았다. 물론 모든 책이 잘 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책들을 쓰지 않았다면 이번 책을 쓸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피카소도 수첨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카소의 그림을 3개 이상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가 한 말이다.
(p 35) 하이브리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전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둘째, 늘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서 폭 넓은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
셋째, DNA가 다른 사람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넷째,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P 45) 개방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한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야 한다.
(P 48) 2003년 애니카 소렌스탐은 콜로니얼 토너먼트에서 남자 PGA 경기에 출전했다. 아무리 뛰어난 여자 선수라도 남자 프로와 맞짱을 뜨는 것은 쉽지 않다. 절대 체격과 비거리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열심히 했지만 컷오프를 당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경기에 출전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제 게임에 활력을 줄거라 생각했죠." 한 마디로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땠을까? 그다음 시즌 그녀는 18개 대회에 출전해 16개 경기에서 톱 10에 들었고, 그중 여덟 번 우승했다. 남자들과 붙어 본 후에 같은 여자들과 겨루니 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P 49) 한국의 양궁은 세계적이다. 훈력의 핵심은 "한계에 도전하기"이다. 기상천외한 방버으로 끊임없이 훈련한다. 해병대 훈련, 특수부대 훈련, 번지점프, 무박 3일 행군 등을 한다. 일주일의 반은 기초 체력을 쌓는 데 투자한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16종류를 1세트로 3세트를 뛰는데 그렇게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완전 녹초가 된다. 그다음엔 바로 수영장엘 간다. 유연성을 위해서다. 잔 근육을 만들어줘야 몸에 지구력이 생긴다. 수요일에는 운동장을 돈다. 2시간 반동안 여자는 30바퀴, 남자는 50바퀴를 돈다. 토요일에는 등산을 한다. 죽음의 스케줄이다. "여기서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면 설령 양궁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최소 10년 간은 내 인생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조차 없으면 선수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서거원 감독의 말이다.
(P 50) 한계에 도전하라.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고지가 바로 저기일 수 있다.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로버트 슐러의 말이다.
(P 53) 고전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고미숙 씨도 비슷한 고백을 한다. "내가 그 살벌한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에 나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무조건 배우고 또 배웠다. 다른 사람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공부를 위해서는 지식의 양보다 자신을 진정으로 비울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배운에 있어 가장 불리한 것은 겸손을 가장한 자기비하, 이미 획득한 지식에 갇혀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성이다. 지식의 양이 많건 적건 비움은 배움의 필수적 조건이다. 끊임없이 비울 수 있어야 큰 앎이 흘러들 수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P 55)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싶은가? 기존의 것을 완벽하게 비워라 '제티슨'Jettison이란 단어가 있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의 생명을 제외한 화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값비싼 물건이라도 난파 위기를 당했다면 버리는 게 원칙이다.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사람은 기존의 것을 안벽하게 버릴 일이다.
(p 65)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늘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드러커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거기에 맞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경영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p 69) 미국의 드레이퍼스 박사는 전문가에 이르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초심자(Novice) 단게다. 말 그대로 초심자다. 배운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상황에 대한 지각이 없고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단계다. 운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보면 연상이 된다. 그야말로 앞만 보면서 운전한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교대로 밝고 앞을 뚫어지게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을 전혀 보지 못한다.
둘째, 초급자(Advanced beginner)단계다. 약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은 인식한다. 모든 특성이나 측면을 분리하여 생각한다. 운전으로 말하면 옆은 볼 수 있는 단계다.
셋째, 일정 수준에 오른 (Compotent) 단계다. 부분적으로나마 다소간 관점에서 본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계획을 세우고 표준화되고 일상화된 절차를 사용한다.
넷째, 숙달된 (Proficient) 단계다. 상황을 총체적으로 본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정석에서 벗어난 것을 안다.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 지침을 사용한다.
다섯째, 전문가 (Expert) 단계다. 규칙이나 지침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깊은 암묵적 이해에 기초해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진기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분석적 접근을 한다.
2장. 고수, 그들이 사는 방식
(p 84) "나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잠은 안 자도 되고, 라면만 먹고 살아도 된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몰아주는 거다. 인생에 아궁이가 다섯 개라고 치자. 장작을 다섯 아궁이에 골고루 나누어 때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한 아궁이에 모두 몰아줘야 가마솥에 물이 끓지 않겠나. " 한비야의 말이다.
(p 85) 201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통상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진기록이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 자기가 맡은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성마비 예술가의 삶을 눈물겹게 표현한 영화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휠체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나 자리 이동을 모두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했다. 완벽하게 뇌성마비 환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라스트 모히칸> 촬영 때는 알라바마 오지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모히칸처럼 사냥해 잡은 음식만을 먹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링컨 역을 고사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그만치 8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를 승낙한 대니얼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1년의 시간을 청했다. 링컨을 흉내 내기 위한 시간이 아닌 정말 링컨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동화대 실제 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감정까지 끌어내어 연기한다. 그만큼 매섭게 배역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정말 그 인물이 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그 인물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죠. 환청과는 다른 애깁니다. 그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기지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제 내면의 귀로 듣고 조금씩 따라 해보는 과정 속에서 링컨의 연기도 탄생했습니다."
(p 90)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반대여야 한다. 문명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 그리고 그런 횟수가 많아질 때 진보해 왔다." 위대한 철학자 화이트 헤드의 말이다. 매 순간 무언가를 의식하고 행동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무의식적인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 좋은 습관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이 핵심이다. 매일 아침 뭐가를 하기로 결심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실패다. 억지로 하는 결심은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이다.
(p 91) 세계적인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리더의 4가지 역할로, "최고가 되려는 신념, 디테일에 대한 집녑, 창의성 응원, 실패에 대한 지원"을 꼽는다.
(p 97) 둔한 사람은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집착 증세가 있는 사람이 성공에 유리하다. 특히 품질에 관한 한 병적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소소한 고객의 클레임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노심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사무실 상태를 보고 흐트러진 기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처진 어깨를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충성고객 하나를 잃게 되면 왜 그 사람이 떠났는지 지요하게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고수는 촉이 발달해야 한다. 작은 시그널에서 위기를 읽을 수 있고 동시에 기회의 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p 111) 간부 회의에 30분 늦은 사람에게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인도의 독립을 30분 늦췄소." 우리는 시간 약속에 대해 약간의 강박증을 가져야 한다. 그게 고수다.
(p 117)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다. 그는 경영학을 발명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기존의 다른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전문가를 넘어선 사람이다. 그의 관심은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그 지식의 넓이와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케일이 다르다. 비결 중 하나는 새로운 곳에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3년에 한 번 씩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았다. 그런 과정에서 고수로 성장했다.
(p 119) 잠재력의 5퍼센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동의한다. 그을 거의 써보지 않았던 엔지니어였던 내가 스무 권 가까운 책의 저자가 됐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그런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내가 글 쓰는 재능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잠재 능력이 있다. 하지만 도전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자신의 잠재력을 알기 위해서는 불편하고 싫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도전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까지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잠재력을 알지 못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이 한 말이다.
(p 122)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
첫째, 목표를 확실하게 확립하고 이를 위해 매진한다.
둘째, 우선 순위 확립이 중요하다.
셋째, 자제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다.
넷째, 시간관리 능력과 집중력이다.
다섯째,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약간의 둔감함이 필요하다.
여섯째, 핑계보다는 일이 되게끔 해야 한다.
(p 127) 주도성이란 이런 개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관심의 원)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내 힘으로 결정할 수 있다. 주도성이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관심의 원'에 대해서는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영향력의 원)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대응적으로 살았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했다.
3장. 고수의 마음 관리
(p 134) 좋은 리더가 되려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있어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관찰을 하게 된다. 질문을 하게 된다. 공부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식도 생기고 애정도 생긴다. 호기심은 세상을 풍요롭게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p 138) "가장 위대한 업적은 '왜' 라는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 마음 속 어린아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말이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p 140) 핵심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있기 아깝다는 소리를 들으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두 종류의 행동을 한다. "저 사람은 저 자리에 있기 아까운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과 "저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왔지. 뭔가 석연치 않은데"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p 142)
하수는 자기 분수를 모른다. 주제파악을 하면 무리하지 않는다. 억지로 자신을 광고하지도 않는다. 생긴 대로 살 때 행복하다. 그릇 사이즈에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그릇보다 약간 작은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저 사람은 저 일 하기에는 아깝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면 자기 역량의 70퍼센트만 발휘해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고, 이 자리에서 실력을 쌓아 더 큰 자리로 진출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세상은 합을 향해 간다.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 핵심은 주제파악이다. 자신의 정확한 그릇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기뻐할 것도 분할 것도 없다. 아내는 늘 내게 두 가지 충고를 한다. "당신은 주제 파악과 문맥 파악만 하면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p 146)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직함을 자랑 삼는다.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직함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약간 재능이 있는 사라은 직함을 더럽힌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p 150) 고전에는 자랑에 관한 경고의 글이 많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게 대인이다. 억지로 공을 내세우지 마라. 공은 내세우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진짜 금은 도금할 필요가 없다." 등등. "스스로를 자랑하는 자는 공이 없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는 모두 발끝으로 오래 서있으려는 것과 같다." 노자에 나온 말이다.
(p 154) 화를 내는 것은 내 선택이다. 화가 났다고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전파해서는 안 된다. 그럴 권리는 없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화가 날 때는 코비 박사의 세 단계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잠시 정지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그것이다. 호흡을 길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운동을 하면 화가 줄어든다.
(p 170) 조지 오웰은 지구의 종말을 예언했다. 그는 소설 <1984>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천재 소설가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예언할 정도로 미래를 보는 안목도 탁월했다. 그러나 오웰의 상상력은 부정적인 비관론과 무신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는 지구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망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고 그런 이유로 전쟁 가능성이 낮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의 정신과 육체는 비관론과 우울증으로 피폐해졌으며 결국 47세에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p 174) "항공학적으로 땅벌은 날 수 없다. 그러나 땅벌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날아다닌다." 메리 케이 애쉬의 말이다.
(p 178) 공부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공부, 업에 대한 공부, 다른 인간에 대한 공부가 그것이다. 그중 "나 자신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다. 나를 알아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에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재능, 열정, 필요, 양심이 그것이다. 양심과 필요에 의해 끌림이 생기고 끌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어떤 일에 끌림을 받는가? 그 일을 하기 위한 재능은 있는가? 뭔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p 181)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 닭이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 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4장. 고수의 생각법
(p 200) 직관은 '고려하다, 주시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인투에리'에서 유래했다. <옥스퍼드 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의식적 노력과 사유를 거치지 않은 빠른 상태의 진실 인식, 내부로부터의 지식, 본능적 지식 또는 느낌." 한 마디로 뭔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진실 인식이란 얘기다.
직관은 종종 꿈속에서 나타난다. 캐나다의 유명한 내과 의사였던 프레데릭 밴팅은 꿈속에서 인슐린의 기초원리를 발견했다. 재봉틀을 발명한 엘리어스 하우 역시 꿈속에서 원리를 터득했다. 그는 재봉틀 발명을 위해 수년간 연구했으나 뭔가가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하게 생긴 창을 든 야만인들에게 붙잡히는 꿈을 꿨다. 그 야만인들이 가진 창 끝에 구멍이 하나씩 나 있었고 그는 거기서 바늘귀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실마리를 얻었다. 그 간단한 변화로 재봉틀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뜻밖의 사건을 통해서도 직관을 얻는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박테리아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곰팡이가 배양접시에 날아 들어와 박테리아를 죽였다. 그래서 세균 배양도구를 버리고 실험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박테리아를 죽인 곰팡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것이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p 201)
직관력을 키우려면 늘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과 마음을 정조준 해놓은 상태에서 목표나 해결할 문제가 있으면 여행 혹은 사교 모임에서 도와줄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나 잡지 기사를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듣기도 한다. 필요로 할 때 정보가 자신에게 끌려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 "이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를파악하라"는 왕이 내린 분명한 목표 때문이었다.
(p 205)
1960년대에 높이뛰기 코치들은 예외 없이 "정면을 보면서 바를 향해 머리로 돌진하라"고 가르쳤다. 자신이 떨어질 곳을 보면서 도움닫기를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뛰던 탄력 덕분에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딕 포스베리란ㄹ 젊은이가 이런 상식을 비웃고 몸을 비틀어 등으로 바를 넘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시사주간지 <타임> 조차 "유사 이래 가장 웃기는 방법"이라며 혹평했다. 모든 사람이 그를 비웃었다. 심지어 공식 대회에서 이런 방법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소리마저 나왔다.
그러나 포스베리는 온갖 비웃음을 견디면서 배면도약법을 지켰고 마침내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자신을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인 것이다. 그 후 육상계는 배면도약법을 '포스베리법'으로 공식 인정했다. 현재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은 배면도약 방식으로 바를 넘고 있다. 뻔한 생각,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방식,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p 211) 새로운 발상에 가장 큰 장애 중 하나가 타성이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다. 성공은 그 자체로 비극의 씨앗을 품고 있다. 몇 번 성공하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에 익숙하게 되고 자신이 하던 방식에 안주한다. 그러다 의외의 것에 일격을 당하고 무너진다.
(p212)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결과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뭔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노자는 "거꾸로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의 운동성"이란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고 , 안전하고 편하게 보이는 길이 사실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수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p 213) 연예인에게 벌어지는 스캔들에 대한 고현정의 생각을 듣고 그를 다시 보게 됐다. 그런 스캔들이 곡 나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그녀의 말이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는 건 반성해야 합니다. 연예인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라고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위로와 재미를 얻습니다. 삶의 지표나방향을 잡으라고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 그 가십을 차단한다? 그건 연예인으로서 직무유기입니다. 성녀처럼 대통령처럼 취급받고 싶다면 그건 정신병입니다. 연예인은 무대에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입니다.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겁게 해서 보내야 합니다. 어떤 질타나 비난을 받는다고 힘들어 하는 후배를 보면 막 야단을 칩니다. 누릴 것 다 누려 놓고는 몇 분의 일도 안되는 질타를 받고 사네 못 사네. 힘들어 죽넸네 하다니. 그렇게 완벽하고 싶으면 아예 숨어 살아야지 라고 말입니다. 질타도 관심입니다. 견뎌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그녀도 일정 경지에 오른 것 같다.
(p 220)
관찰은 전체를 보면서 동시에 디테일을 보는 행위다. 망원경을 보면서 현미경을 함께 보는 격이다. 또한 관찰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행위다. 그래서 펜싱 선수들은 늘 '견'見하지 말고 '관' 觀 하라고 얘기한다. 그래야 순간적인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견 見 과 관 觀 은 다르다. 견은 보이는 것을 그냥 보는 것이고 관은 보는 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행위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관은 황새를 뜻하는 관에 견을 합했다. 관은 새를 가리키는 추 위에 도가머리와 두 눈이 있다. 황새처럼 예민하게 본다는 뜻이다. 여기에 빠짐 없이 생각하여 살핀다는 찰이 합쳐져 관찰이 된다.
저는 블로그를 합니다.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라는 문패를 가지고 있지요.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혼자 읽으면서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니체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면서 '위버멘쉬(초인)'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니체의 책들을 읽어내기에는 책력이 부족하여 여전히 니체의 책 주변만 맴돌고 있습니다.
블로그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 그냥 좋은 건 다 끌어다 붙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 였습니다. 이 블로그 명을 지을 때는 '조르바'를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고, '위버멘쉬'는 완벽한 사람 하지만 완벽하기에 조금은 자유로움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석을 잘못한 겁니다. 단어 한 번 들어봤다고 아는 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이 완벽을 향해 간다.' 로 해석을 했습니다. 반대로 『위버멘쉬, 조르바를 꿈꾸다』 라고 짓기도 했는데요. 반대로 '완벽을 향해가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려고 한다.' 라는 뜻으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르바, 위버멘쉬 둘 다를 꿈꾼다. 라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저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왜 이런 이름도 조금씩 고민하면서 블로그를 하는걸까요?
처음에는 그냥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나도 한 번 해볼까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제가 꾸준히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인정욕구' 입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이 글 참 좋네, 글 잘 쓰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어떤 이가 제가 쓴 서평을 읽고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고 했을 때는 제가 그 책의 저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은 만들어만 놓고 잘 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좋아요' 에 하나에 왜 매달리는지 그 마음 역시 알 거 같습니다.
■ 무언가 부족한데, 부족한데
제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보통 한 권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제 생각을 풀어내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제가 글을 쓰면서 이 형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책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 서로 연계관계로 찾아내고, 조금 더 포괄적이고 통찰력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욕심이 생긴 건 주변에 이렇게 쓰는 사람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입니다.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열등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절대 좋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더 나은 한 발자국을 위한 충분한 힘이 되어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한 것은 알았습니다. 어떻게 글을 쓰고 싶은 지도 머릿 속에 희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길을 모르고,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생각, 아이디어, 재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그걸 찾아야 합니다. 다행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았으니까요.
■ 방법은 다시 책으로 - 『메모 습관의 힘』
예전부터 메모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연습장에 아무런 규칙 없이 적어내다 휴지통으로 향하는 일은 반복되었습니다. 바꿔 보자. 분명히 내 메모 습관을 바꿀 무언가가 있을꺼야 하면서 찾다가 발견한 책이 『메모 습관의 힘』 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데 아니 작가의 성향과 제 성향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캐너도 동일한 제품입니다. 예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집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보았었는데 그 때 보고 구매했었던 스캐너 였습니다. 저자가 사용하는 어플 중에 Google Keep 과 에버노트도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거였습니다. 종이 노트에 가끔 이것저것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부족한 점을 알았습니다. 저자의 책 제목에 있는 단어입니다. 신정철 작가는 '습관'이라는 게 몸에 베어 있었고, '습관'이 잡히다 보니 메모에도 체계가 있었고 나름의 방법론이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저는 마음이 내킬 때 마다 온오프라인으로 적어 두고, 나중에 사용을 하지 않다 보니 모아두었던 정보는 단순히 짐일 뿐이고, 결국은 쓰레기로 전락했던 겁니다.
저자인 '신정철' 작가가 나와 성향이 비슷한지 그가 제시하는 방법론들이 저에게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번에는 eBook으로 읽었습니다.)을 다 읽고 바로 '메모 노트'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노트의 앞 표지에는 'Again Steady' 라는 콩글리쉬를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소개된 Pocket (기사를 수집하는 앱, 간단하고 상당히 유용함)을 설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책에 소개된 주간계획표를 조금 수정해서 만들어 두었고, 활용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메모를 하기 위한, 재료를 찾아낼 준비는 저자의 도움으로 약간의 체계가 잡혔습니다.
▲ 또 다시 노트를 준비했습니다. 이제부터 제대로 노트 습관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저자의 주간 계획표처럼 저 역시 만들고, Daily Todo List를 만들었습니다.. 나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생각, 아이디어를 해야 할 때입니다. 재료를 찾기 위한 실천의 단계가 남았네요. 저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생각한 것인데, 그건 알고 보니 세상을 좀 더 경험하는 방법 같았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오감을 조금 더 확장해야 합니다. 관찰을 해야 합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제 생각도 관찰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까지 관찰을 합니다. 그리고 떠오른 무언가는 일단 적어야 합니다.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 찰나를 잊지 않고 적어야 합니다.
일주일 가량 이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좋은 예감입니다. 분명히 이 책을 읽기 전과 지금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카테고리에도 Why? 라고 해서 제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궁금한 점을 찾기 위한 폴더와 제 안의 감정과 책들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들로 만들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말들을 적어둘 생각입니다. 기대가 됩니다. 왠지 무언가 변할 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 Blogger로 세상과 소통하다.
Blogger 라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들어왔던 거 같습니다. 그 때도 이런 말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비트의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꾸다] 블로그입니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고 제가 소개한 책들을 손에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 사소한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조르바, 위버멘쉬를 꿈꿔봅니다.
한 동안 몰아쳐가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 한 3년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책 읽는 재미에 빠졌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세계문학전집에서 하나 둘 찾아 읽었습니다. 분명 재미있었고 많은 걸 배웠지만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다 읽었던데, 누구는 <데미안>을 백번도 넘게 읽었다더라. 하면서 읽어갔습니다. 그렇게 1년에 백여권 씩을 읽었네요.
처음에는 양적으로 우선 많이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인문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라' 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그럴려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고, 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재료만 많이 사다놓고 결국은 많은 재료를 바라보고, 다 지어진 집을 상상하며 홀로 기뻐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죠.
중국 송나라 때 문인이자 정치가인 구양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라고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제가 쓰는 글은 깊이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가끔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평소에 보이는 삶을 색다르게 표현한 걸 보기도 하고, 보이는 것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를 절묘하게 해석하는 잡아내는 것에 부러움과 시기를 감출 수 없습니다.
저는 다독이 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문, 다상량은 그동안 많이 놓쳐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읽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사소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필요를 느꼈고, 혼자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방안에 둘러보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때 망설임 없이 예전에 읽었던 故구본형 선생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밑줄 그은 부분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았지요. 자기개발관련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분의 글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몇 번을 읽어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뻔한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들을 이 책에서도 합니다.
누구나 아는 뻔한 그 말들 다시 한 번 몇 자 적어봅니다.
질문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해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수십 번 수백 번 보았지만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산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 제대로 보는 순간 우리는 느닷없이 재미있는 세상으로 인도된다. (p33)
"꿈을 꿀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그 꿈을 실천할 때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p51)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삶은 뜨거운 것이다. 살아봐야 삶이 된다. 사랑은 쳐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마주 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 뒹굴며 섹스하는 것이다. 삶을 사랑하라. 헉헉거리며 사랑하라. (p107)
여행은 단순한 놀이나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이상이다. 직장인들이 여행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그저 얼마쯤의 휴식의 상실이 아니다. 현실에 묶인 것이고, 두려움에 묶인 것이다. 빠듯한 돈에 대한 두려움, 컨베이어벨트에 따라잡아야 하는 종종걸음의 두려움, 바쁨의 고리에서 빗겨난 후 불협화음에 대한 두려움, 휴가의 반납을 열정의 증거로 보는 상사의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 다시 다른 사람과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 꿈 따위는 두려움에 가려 힘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아직 중요한 인물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다. (p158)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하여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해도 실망하지 말거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p194)
뻔한 말들 입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글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어쩔때는 뻔한 글귀하나가 자꾸만 마음을 건드립니다. 사소한 것들이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이 책을 지금 세번째 읽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 저는 위로를 받습니다. 역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제가 종이책을 고집하고 읽는 책들을 모두 소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마음이 끌려 책을 선택하고, 예전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보아가며 지금의 감정과 비교해볼 수 있는 묘한 쾌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짧은 옷을 입다가 몇 주 사이에 사람들의 옷이 확연히 바뀐 걸 느낍니다. 이런 때는 감기몸살을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절기에 많이 아프죠. 어쩌면 지금 제가 심적으로 약간 환절기가 온 거 같습니다. 이번 환절기도 잘 버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심리적 환절기를 겪어왔는데, 이걸 잘 겪어내면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좋은 책도 읽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토마토수프 레시피를 찾아봐야 겠네요.
중고서점에서 살짝 빛바래고 표지가 살짝 얼룩졌지만 '구본형'이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의 부제에는 '1시간에 읽는 구본형의 자아경영' 이라고 적혀 있다.
150 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한번 쯤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다는 차원에서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아내의 핸드폰을 보았다. 내가 '남의 편'으로 저장이 되어있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남의 편이라고 저장이 되어 있어? 이거 아니었잖아."
아내 曰, '요새 자기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속상해서 그렇게 저장했어."
나도 조금 느낀 부분이다. 최근에 이상하게 살짝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밖에서는 딱히 풀 때도 없고, 혼자 시간을 가지려 해도 쉽지 않고 하다보니 가장 편한 아내에게 싫은 소리, 짜증을 유난히 부렸던 거 같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역설적이게도 그러다보니 가장 소홀해진다.
이렇게 예민해진 시점에서 무언가 조금 나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차분하고 조용히 생각하기, 그러면서 풀리지 않은 일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이게 내 방식이다.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생각의 정리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고 우연찮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최근 몇 년 간은 정말 '책'에 흠뻑 취해 있었다.
책이라는 것은 보통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 이지만, 얼마 동안은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목적이 되어 버렸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에서는 '책'을 읽는 이미지로 서서히 자리잡히고, 싫지는 않지만 단지 그것으로 표현되는 내 모습이 싫어졌고, 내가 만들어낸 틀 속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
이제는 다시 새롭게 생각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예전부터 느낀 것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여행', '독서'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고, 방안 구석에서 책을 읽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하게 나를 풀어놓아보려 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어보기도 하고, 낯설은 거리를 걸어다니며 그 낯설음에 어색해보기도 하며, 인생과 인생의 만남이라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보고 싶다.
책을 통해 배우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게 할 것이다.
여전히 꾸준히 읽어나갈 테지만, 행동으로 바뀌지 않고 단순히 내 고집을 유지시키기 위한 책은 읽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렇게 차분히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조금씩 생각이 정리가 된다. 구본형 작가의 책은 이렇게 한 번씩 나를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찌보면 흔히들 말하는 자기개발서 같지만 작고하신 구본형 작가의 책에서는 그분의 철학이 느껴지고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마지막으로 추석이 지난 다음 날 새벽 글을 마친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로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그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울 것이다.
여기 깨끗한 유리잔이 있다.
반쯤 물이 채워져 있다.
이 물은 이미 누군가가 따라놓았다.
누군지 이름이 분명치는 않다.
때로는 '유전적 재능'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그동안 받아온 교육'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혹은 '개인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부모나 귀인의 도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엇이라 불리든 인생의 반 정도를 채워놓은 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이미 내 인생의 반을 좌우했다.
<자신의 이중성을 칭찬하라>
# 이중성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몇가지 원칙
- 이중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어야 한다.
: 파트너십의 기본 바탕은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파트너십은 위험하다.
: 파트너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
: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변화의 시대에 경험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것과 성공과 오만은 서로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이제 성공에서 바울 것은 없다고 믿어라. 미래는 늘 새롭게 쓰이는 것이다. 새로움이 미래의 특성이다.
미래를 선점하는 기회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차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성공을 묻어라.
그래야 미래로 가는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 가정과 일 중 양자 택일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제는 그 이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창조저 괴짜가 돼라>
# 괴짜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해답은 늘 적절한 질문이 가능했을 때 찾을 수 있다. 괴짜는 늘 먼저 질문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는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다.
# 괴짜들은 진보를 믿는다. 나아가 혁명을 믿는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 경험과 지식을 새롭게 연결하라.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자연은 이미 모든 상상력의 원천이다. 창의력은 언뜻 봐서는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이것은 논리의 일반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상식의 궤멸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괴짜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공은 환경이 변하면 더 이상 현명한 교훈이 되지 못하지만 실패는 늘 새로운 답을 찾아가게 한다. 따라서 이들은 실패를 숨기고 싶은 것, 불쾌한 것,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 피하고 싶은 것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 괴짜는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만이 아니다. 괴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에서 괴짜가 탄생한다.
## 새로운 리더십의 원천은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격려와 지원이다.
<함께 춤추는 여인에게 배워라>
# 여성은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표정을 읽고 웅얼거림의 톤을 느끼고 울음 속에 묻어나는 아이의 요구를 알아낸다.
# 여자들은 단숨에 당신을 읽어낼 수 있다. 옷의 주름, 목소리의 울림, 발걸음 소리, 손가락의 움직임 속에 포함된 미세한 불안, 눈꺼풀의 미묘한 떨림, 혹은 입술에 일어난 가벼운 경련이 주는 긴장감의 정도를 한꺼번에 읽어낸다.
# 여성은 정신적으로 유연하다.
남성들이 추상적 개념이나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논리구조 속에 있다면 여자는 훨씬 더 유연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예외적인 예와 개인적 경험, 즉 전후좌우 관계를 둘어보기를 좋아한다.
## 여성의 사고 과정 (thinking process)이 남성과 다르다. 남자들은 한 번에 하나의 일에 몰두해 그 일을 처리하는 반면, 여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펼쳐놓고 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tv나 라디오를 듣는다. 그리고 아이들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거미집 사고(web thinking)라고 불러 남성적 사고의 특징인 단계별 사고(step thinking)와 구별한다.
거미줄 사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전체를 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정보를 한꺼번에 감지하고 해석해 본능적인 '감'을 가지게 해준다.
# 여성은 꿈을 꾼다. 상상력 역시 여성적 특성인 거미집 사고의 도움에 크게 의존한다. 상상력이란 머리 속에 깊이 저장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결합해서 감정적 숨결을 넣어 소생시키는 것이다.
# 여성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수평적 관계 지향적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지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독단과 서열추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 이제 인간이 가장 중요한 기업 자산이다. 이때 구성원의 열정과 믿음, 애정과 헌신을 이끌어내려면 서로에게 중요한 거슬 공감해주는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명령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 사이의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원한다. 이때 수평적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재능이 중요하다. 여성은 수직적 지위가 주는 힘에 대한 매력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힘으로 인식한다. 수평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파트너십은 직원과 고객을 참여시켜 굳건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웃어라, 그리고 또 웃어라>
# 거리낌 없는 웃음은 세상 속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벽을 허물고 자신을 열어 보이는 타인과의 긍정적 교류를 의미한다. 소설가이며 철학자인 조르주 바타유는 웃음을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털어놓은 소통의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웃을 수 없다는 것은 자기 안에 격리되어 있다는 것이며, 폐쇄된 자아의 여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일상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창조성을 높여준다. 기억하자. 행복은 행복한 사람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없는 행복한 사회란 없다. 당연히 행복한 직원이 없는 행복한 고객도 없다.
## 농담같은 몇가지 법칙
코박의 수수께기 - 잘못 돌린 전화번호는 통화중이 없다.
호로위츠의 법칙 - 라디오를 틀면 좋아하는 곡의 마지막이 흐른다.
존과 마르타의 미용실 법칙 - 내일 머리를 자르려고 마음먹고 있으면 누가 꼭 머리 모양이 좋다고 말한다.
프랭크의 전화 법칙 -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다. 둘 다 있으면 적을 내용이 없다.
편지의 법칙 - 그럴듯한 문구는 편지를 봉한 후에 생각난다.
미퀘트의 목수 법칙 - 찾지 못했던 공구는 새 것을 구입하면 나타난다.
## 당신은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잘 웃는 웃음은 신선하고 상큼하다. 웃음에 관대해져라. 그러니 어깨에 힘주고 목소리를 낮추지 마라. 무능함의 표본이다.
<쓸데 없는 약속을 버려라>
#이탈리아의 작가 조지오 망가넬리는 "우리는 무익한 것에서 생명을 얻고 유익한 일을 하면서 탈진한다. 유익한 일로 말미암아 파멸하고 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불행은 조용히 혼자서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역설적으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은 시간을 절대로 가지지 않은 사람이다. 그들은 시간을 그대로 놓아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물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조각조각 분해도니 시각의 조각을 먼저 어딘가에 배타적으로 묶어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 시간과 친해지는 방법은 쓸데없이 약속하지 않는 것이다.
# 약속 장소를 내 취향으로 잡아라
# 벨이 울릴 때마다 전화기를 들지 말라.
# 기다림을 배워라.
-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죽은 시간이다. 그러나 기다림은 특별하고 매력적인 시간이다. 모든 농부는 자연스럽게 익은 사과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 태양을 흠뻑 담은 달콤한 과일은 모두 기다림이 선사한 것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창조적 해동이다. 기다림은 맛을 깊게 한다.
## 직장의 구성원들이 서로 넉넉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서로의 시간을 아껴줘야 한다.
## 직원들에게 쓸데 없는 일을 시키지 마라.
##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집중하라.
혁명의 시대에는 있는 것을 개선하는 점진적 진보에 바탕을 둔 효율성보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효과성이 중요하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 그것이 시간을 친구로 만드는 법이다.
## 이제 회사의 목적에 맞추어 개인을 무개성적인 자원으로 마음대로 배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요구와 정체성이 회사의 목적에 맞게 균형 잡힌 인사 정책을 누가 먼저 만들어내는 가가 인재의 계발과 유지의 성패를 좌우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스물네 권의 책을 읽어라>
# 잘못 고른 책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니 끝까지 다 봐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덮어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두어 페이지 다시 훑어보고 그래도 마음을 휘감지 못하면 버려라. 쓰레기는 공간을 차지한다. 마음의 공간을 비우지 못하면 좋은 것이 들어와 머물 수 없다. 그러므로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 좋다.
# 천천히 읽어라. 책은 음식과 같다. 천천히 씹으면 그 맛이 오래가지만 대강 씹어 삼키면 끝내 그 맛을 알 수 없다. 공자는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라고 말했다. 한 번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시 읽는 것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다. 명심하라. 생각할 것이 없는 책은 책이 아니다. 그대의 시간을 죽이고 돈을 죽인다. 가장 나쁜 투자다.
## 좋은 책을 읽는 때는 반드시 그 속에 들어가 한바탕 맹렬히 뒤섞여야 한다. 마치 앞뒤의 글이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 투철해져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공부할 양은 적게 하고 공력은 많이 기울여야 한다. 물을 잘 주는 농부는 채소와 과일 하나하나에 물을 준다. 물을 잘 주지 못하는 농부는 급하게 바쁘게 일을 처리한다. 물지게의 물을 지고 와서 농장의 모든 채소에 한꺼번에 물을 준다. 남들은 그가 농장을 가꾸는 것으로 볼 테지만 작물은 충분히 적셔진 적이 없다. 우리의 정신도 이와 같다.
# 글을 볼 때 이해한 곳에서 다시 읽어나가면 더욱 오묘해진다. 작가의 언어는 꽃밭과 같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좋게 보이지만, 분명하게 좋은 것은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보인다. 공부는 자세히 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에 지름길은 없다. 지름길은 사람을 속이는 깊은 구덩이다. 껍질을 벗겨야 살이 보이고 살을 한 겹 다시 벗겨내야 비로소 뼈가 보인다. 뼈를 깎아내야 비로소 골수가 보인다.
# 사람들은 책을 볼 때 먼저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저자의 말을 끌어다가 자신의 생각을 맞추어넣는다. 이것은 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생각을 미루어 넓히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지어 내지 말고 저자의 말을 앞에 놓고 그들의 생각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는 것이다. 자싡의 생각을 저자의 뜻에 꿰어맞추지 말고 저자의 뜻을 붙잡으려 해야 한다. 저자의 생각을 알면 크게 진보할 수 있다. 이것이 자기를 없애고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다.
# 향기를 선사하는 책은 다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다. 평생을 곁에 두고 봐야 한다. 좋은 책이란 마음이 떨어진 낙엽처럼 바스러질 때, 혹은 바람에 날려 어디로 날아갔는지조차 알지 못할 때 몇 페이지 펼쳐보면 청량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책은 채기라기보다는 향기다.
<놀지 않으면 창조할 수 없다>
# 문명의 이름으로 자행된 야만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자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아주 가느다란 실줄기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칼 만하임과 달라이 라마 같은 이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생명과 자유에 대한 개개인의 치열한 내적 성찰과 변화없이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이것은 어렵고 먼 길이지만 유일한 길이다.
# 평화는 무엇보다 모든 생명체들이 그들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평화는 자기 자신을 찾아 돌아가는 조용하지만 확고한 인내와 확신이다. 평화는 한 번도 갈길을 의심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과 같다.
#걷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육체가 허용하는 적절한 속도로 걸을 때 우리의 정신은 편안하다. 가장 생각하기 좋은 속도다.
#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느림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난한 시대로의 퇴보, 하이퍼 계급 안에서 유행하는 자기 콘트롤의 미학' 이라고 말한다.
#커다란 톱닙퀴에 물린 작은 톱니바퀴에게 느림이란 없다. 느림은 큰 톱니바퀴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이라는 덫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림이란 가당찮은 것이다. 오직 톱니바퀴에서 풀려나 자신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느림은 창조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휴가조차도 전투적으로 보내야 하는, 짧은 휴가밖에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느림은 너무도 멀리 있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도 느림의 혜택을 즐길 수 있기 하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다.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몇 가지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방법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습관을 만들어서 그 습관이 일상의 일부를 지배하도록 허락하자. 새로 만들어낸 습관이란 변화 속에서 그 변화를 지속하게 하는 관성이니까
#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함으로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지만, 지도를 펴놓고 계획을 잡는 것, 그리고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배낭을 메고 걷는 것 역시 여행의 진미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혹은 일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순간 우리는 가벼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라.
#산은 운동도 피크닉의 대상도 아니다. 산은 산 그대로다. 거대하고 육중한 생명 그 자체, 바로 자연인 것이다. 산게 가는 것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이 되는 것이다. 오솔길을 돌아 그 푸른 숲 속으로 들며 푸르름의 일부가 되어 묻히는 것이 산에 드는 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몸과 마음에 그 푸른 산 내음을 조금 담아가지고 속세로 나오는 것이 바로 산행이다. 다친 늑대가 호젓한 곳에서 상처를 치료하듯, 우리도 바스러진 마음을 들고 들어가 잠시 호젓한 곳에서 그 푸르름으로 적셔 나오는 것이 바로 산인 것이다.
# 어디를 걷든 걸을 때는 걱정거리를 놓아두고 가라. 고민은 책상과 서류 위에, 돈을 내라는 고지서는 탁상 어디엔가 놓아두고 밖으로 나와 걸어라. 며칠 안에 질 것이지만 오늘 피어 있는 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자신을 움츠리지 않는다. 감사하라, 그대가 이 세상에 있음에 대해. 오늘 세상을 등져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날임을 또한 생각하라.
<아빠 앞에 '부자' '가난한' 이라는 말을 달지 말라>
#1998년 발행된 미국의 비영리 부문에 관한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1백만 개가 넘는 제3부문의 조직이 있으며, 연간 예산은 6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노동인구의 7%가 이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1995년에 9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일주일에 평균 네 시간 이상을 여기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2천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적 번영은 인생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제3부문의 강한 문화공동체가 만들어낸 사회적 신뢰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마크 트웨인이 탁월한 것은 바로 그 미국의 핵심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점에 있다. 그의 말을 빌려보자.
"어떤 사람은 지위를 숭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영웅을 숭배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권력을 좇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을 숭배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인 사실 하나는 한결같이 모두 돈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우선 불신의 정체를 이해하라. 불신감은 삶에 실망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불이익을 당해본 사람이 터득하게 된 일종의 지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세네카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기만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생과 인생이 만나는 것이다.
<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 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 한다. 40km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주세페 베르디는 1813년에 태어났는데, 여든한 살이 된 1893년에 마지막 오페라인 <팔스타프>를 작곡했다. 이미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나이에 아직도 힘든 오페라를 작곡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베르디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평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왔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해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베르디는 팔스타프에게 또 다른 생명을 주었다. 인생에 대한 열정과 활기로 가득 찬 오페라 <팔스타프>를 만들어낸 것이다. 열여덟 살의 드러커는 이 강렬한 오페라가 어떻게 여든 살 노인의 작품일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가 그도 베르디처럼 살게 되었다. 베르디나 드러커는 바로 팔스타프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기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타다 꺼진 불꽃처럼 하루를 살지만 늘 아쉬움이 남게 된다는 것은 이해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태어난 대로 생긴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자신을 바꾸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성공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
#화가 장욱진의 말을 기억하라.
"나는 내 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살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 마음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게으르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라. 자신을 계발한다는 것은 자기의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고난 재능도 그대로 방치하면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쓸 만한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이것은 유한한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약점을 보완하면 기껏해야 평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고, 강점을 강화하면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ㅓ.
# 가지고 있는 자원의 70~90% 정도는 자신의 강점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해야 한다.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 이것은 강점의 계발과 더불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방법이다. 이것은 자기 스타일에 맞게 배우고 자기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치고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라.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겨두는 것은 위안이 된다. 피곤한 몸을 쉬며 아이들을 키웠던 오래된 집 한 채 정도 남기는 것은 좋다. 그리고 약간의 저축을 남기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많이 남기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고 싶은 일에 인생을 다 걸고 살다 죽으면 된다. 그리하여 초라하고 노쇠한, 아까울 것 없는 껍질을 벗고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별빛 하나로 밤하늘에 달리면 된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로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그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울 것이다.
한 동안 이야기에 빠져서 소설책만 읽어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을 때가 온 듯 하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장르는 바로 '과학'이다. '과학'에 관련해서는 거의 지식이 전무해서 어느 정도 필요성도 느낀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예전에 누군가 추천해 준 책이 떠올랐다.
바로 196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다.
이 책은 리처드 파인만이 쓴 책이지만 과학에 대해서 논한 책이라기 보다는 파인만의 회고록이다. 그런데 물리학자의 회고록이 너무나 유쾌하다. 1,2권 두 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번에 읽은 1권에서는 어린시절과 MIT대학생활, 프린스턴대학에서의 대학원 생활, 그리고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리학자의 회고록이기에 중간중간 물리학이나 생물학 관련해서도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이해를 하지 못해도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읽으면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데는 성공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에 관련한 책을 읽기를 원하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파인만의 천재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동시에 이렇게 그의 유쾌한 모습에 저절로 끌리게 된다. 이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과학자는 아닌 듯 하다. 분명 옆에 있으면 끌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에서 다루어지는 부분 중에 파인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라디오를 고치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그마한 창고에 자기만의 실험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기도 하고, 자기 나름의 이런저런 실험을 한다. 벌써부터 평범하지 않다. 어렸지만 그의 라디오 수리 실력이 알려져서 사람들에게 수리 요청이 들어온다. 그 중 한 곳의 라디오는 처음에 라디오를 켰을 때 소음이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파인만은 생각만으로 왜 그런 원인이 발생했는지 걸어다니면서 생각만을 하다가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고 바로 수리를 한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라디오를 고치는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p25) 나는 한 번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친구가 <그만 둬,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너무 약이 올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정도까지 손을 댔으면 끝장을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알아낸 뒤에는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끝내 원인을 찾아서 그 라디오를 고치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태도가 나중에 그를 노벨물리학상까지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일하는 분야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되면 그것으로 그치는 경향이 크다. 그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원리를 알고 근본적인 문제 발생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어느 정도만 이해되면 이 정도면 됐어하고 혼자 멈추어버린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재미있는 부분은 금고를 여는 장면인데, 파인만은 누군가에게 자물쇠를 여는 법을 배우고 나서, 나중에는 스스로 금고를 여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맨하튼 프로젝트의 중요한 문서들이 있는 금고들도 손쉽게 풀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동료의 어떤 문서가 필요하면 파인만에게 금고를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럴때마다 파인만은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혼자 들어가서 금방 열어두고 잡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 뒤 동료들에게 어렵게 풀었다는 듯한 행동을 한다.
리처드 파인먼,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p202) 대령은 공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메모를 보냈다. <파인만씨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 들어왔거나, 근처에 있었거나, 사무실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메모가 전달 되었다. <금고 번호를 바꾸시오!>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핵실험에 처음 성공했을 때 동료 밥 윌슨과의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했다. 핵을 만든 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들도 알고 있었을까?
(p187)시험이 끝나고, 로스앨러모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모두들 파티를 했고, 우리 모두 뛰어다녔다. 나는 지프 끝에 앉아서 드럼을 쳤다. 그러나 한 사람은 앉아서 울상을 하고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밥 윌슨이었다.
내가 말했다. 「왜 울상이지?」
「우리가 만든 것은 흉악한 거야」
「하지만 당신이 시작했잖아. 당신이 우리를 끌어들여 놓고선」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우리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했고, 열심히 한 덕분에 성공했고, 이것은 즐거운 일이고,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그냥 멈춘 것이다. 밥 윌슨은 그 순간까지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얼마 뒤에 나는 코넬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문명으로 돌아왔다. 그 때 내 첫인상은 아주 이상했다. 지금은 이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아주 강렬했다. 예를 들어, 뉴욕의 레스토랑에 앉아서 창 밖의 건물을 보면서 생각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파괴 반경이 얼마였던가. 여기에서 34번가까지 얼마나 멀지? 이런 건물들이,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릴 텐데>
어쩌면 파인만과 같은 과학자들은 그저 자신들의 연구와 실험에 충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 원자폭탄이라는 것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축하하며 그들은 파티를 하고 드럼을 쳤다. 그런데 얼마 후 그것은 사망자 21만명을 포함해 인명피해가 70만명으로 추정되는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멍에를 남겼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핵전쟁의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이 책은 파인만의 회고록이기에 이런 원자 폭탄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잠시 언급하고 있을 뿐이고, 가치 판단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나중에나 깨달았을 것이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이렇게 재미있게 쓸 줄 몰랐다. 지루함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파인만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혼자 실험해보고 관찰해보고 궁금한 것은 악착같이 해결해나갔다. 퇴근 길에 이 책의 마지막을 읽었는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줄 돋보기를 두 개 샀다. 아이들에게 밖에서 돋보기로 개미를 찾아보자고 했다. 왠지 아이들에게는 파인만씨 처럼 호기심을 길러주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파인만씨는 '과학'에 물꼬를 틀어주었다.
직장인들이라면 연말에‘평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한 해 동안 자신의 실적이 평가되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오늘
소개하는 이들도 역시 그 숙명을 어길 수 없다.어쩌면
더 치열하다.대중들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고 철저하게 평가된다.이들의
직업은 바로 예능PD다.
프로그램은
방영 직후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평가된다.시청률은
대중의 호응을 철저히 반영한다.대중들은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흘러나오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간다.그래서‘감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냉정히 외면 당한다.반면
시청자에게 선택 받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며 영향력을 과시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간택되는가?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새로움은 최근에 강조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보면<무한도전>, <꽃보다 할배>, <슈퍼스타K>, <개그콘서트>, <MAMA>를
들 수 있다.제목만
봐도 느껴질 것이다.재미있고
기존과 다르고 신선하다.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의외성도 있다.
<무한도전>은 멤버 당 카메라 한 대라는 새로운 형식과 예능에서 자막을
사용하는 등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예능의 상징이 되었다. <꽃보다 할배>는 할아버지와 배낭여행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냈다. <슈퍼스타K>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응답하라1997>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등장했다. <개그콘서트>는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며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MAMA>는Mnet Asian Music Awards로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음악축제로 거듭났다.
이렇게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의력과 상상력은 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개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흔히‘창의’라고 하면 전구 속
불빛이 번뜩이는 그림을 상상한다.하지만
실제 새로움은 그렇게 순간적인 영감이 떠오르듯이 예능적이지 않다. 어쩌면 철저하고 치밀한 한 편의 다큐를
통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예능PD들의 작업방식을 보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조금 더 철저하게 해 나갈 뿐이다.
한
예로<MAMA>를 기획한Mnet의 신형관 상무의 말을 들어본다.
생각은
누구나 다하는 것이지만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많이 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공부는 안 하고 좋은 대학교에 가려고 생각하죠.그건 잘못된 겁니다.살은 빼고 싶은데 먹는 양을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거죠.프로그램도 마찬가집니다.무언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남보다 더 오래 고민을 하고 남들 한 시간 편집할 때 열 시간 편집하면 더 좋게 나오는 거죠.이렇게 단순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p161)
이 책에 등장하는6명의PD인 나영석,서수민,신원호,김용범,신형관,김태호는 각자 만의 개성과
기획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있다.어쩌면 이것이 그들만의 영업비밀이 아닐까 생각된다.비밀을 살짝 엿보고 우리에게
내재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각자 찾아보자.공통점은
세가지로 드러난다.
하나. 정해진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경험하는 낯섦이다.
사람들은
많은 가능성을 두려워한다.획일적인
사지선다형 문제 속에 있던 우리는 수많은 답이 있다는 것에 당황하며 선택지가 주어지기를 원한다.하지만 선택지를 벗어나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새로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낯섦은 하나의 가능성이 된다.그래서
예능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하지만 그대로 진행하지는 않는다.항상 중간중간에 낯섦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함으로써 그들의 작품이 완성된다.
둘. 다른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다.
이제는
첨단제품에도 스토리가 곁들여져야 한다.같은
제품에 스토리를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스토리텔링은 Telling에
주목해서 말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 스토리의 시작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잘 들어야
어디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또한
한 실험에 의하면 우리가 말할 때와 적극적으로 들을 때의 뇌반응은 동일하다고 한다. 즉, 경청은 말하기와 동기화된다. 이렇게 팀원 혹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된다.
셋.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몰입감은 높아진다. 이들은 쉬는
동안 아이디어회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음악을 통해서 위로 받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니아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몰입하게 되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만의 확고한 생각과 개성이 정립되며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측면으로, 다른 이에게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으로 나타나며 프로그램을 이끌게 된다.
형식을 벗어난 낯섦의 경험,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 이들의 비밀이었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어쩌면 익숙하게 들었던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같은 직장인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너무 잃는 것이 많다. 주말을 살기 위해 일주일을 버텨낸다면 그 삶이 너무 아쉽다. 이 시간을 잃지 말고 삶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들을 오늘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
평소에 관심이 없던 것에 눈길 한 번 주고, 옆의 동료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보고, 업무라고 생각되는 것들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렇게 또 하루를 살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