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이스탄불로 떠나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이스탄불로 향했지만, 훗날 언젠가는 갈거라 기약하고 사진으로 대신 위안을 삼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 드디어 오르한 파묵과 만났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2권짜리 책을 읽었는데 흡인력이 대단하다. 읽으면서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늦은 저녁에도, 이른 새벽에도 빨간 눈을 해가며 읽어나갔다. 


마지막 30쪽 정도는 소리를 내서 음독을 했는데 사건의 진행에 따라 읽는 속도와 음의 크기도 달라지면서 나 역시 이스탄불의 어두운 수도원에 함께 있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혼자 웃었고 오르한 파묵의 마무리에 감탄했다. 읽고 나서 세 가지에 관심이 생겼다. 작품인 <내 이름은 빨강>, 작가인 <오르한 파묵>, 배경인 <이스탄불>이었다.


이스탄불, 어떤 도시인가?


도시가 형성된 기원전 660년 그리스시대에는 비잔티움이라고 불렀다.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는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불렀다.

1453년 술탄 메메드 2세가 이곳을 점령하면서부터 오스만제국의 중심적인 도시가 되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남쪽 입구에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다. 1923년까지 1,600년 동안 수도였기때문에 오스만제국의 유물이 다수 분포하고 있으며 그리스로마시대의 유물도 여러 곳에서 전해진다.





『내 이름은 빨강』, 다시 이스탄불을 쌓아 올리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이 다시 도시를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해주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서현 교수는 《빨간 도시》에서 오르한 파묵의 작품이 언어로 도시를 다시 세웠다고 했다.


16세기 도시와 그림을 치밀하게 그려나간 이 소설은 단지 터키의 문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얻게 된 문화적 중요한 자산이다. 건물에만 관심있던 여행자에게 회색빛이던 도시가 이제 빨갛고 파란 속살을 지닌 도시로 변모했다. 그 색을보여준 도구가 바로 소설이다. 2006년 노벨상은 이렇게 언어로 도시를 쌓아 올린 작가 오르한 파묵에게 수여되었다.



어느날 세밀화가 엘레강스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 작품은 16세기 오스만제국(현재 터키)의 전통회화인 세밀화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스탄불은 지정학적 위치의 특성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와 역사가 만나고 충돌한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오스만제국의 화원들에게도 천천히 손을 뻗어온다. 베네치아의 그림의 새로운 양식이 들어오면서 그곳의 전통회화와 충돌한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세밀화가 엘레강스가 살해된다.


이야기는 직접 읽으면서 즐겨야 하기에 등장인물들을 잠깐 살펴보면서 내용을 추측해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면 한다. 이게 소설의 매력이니!


오스만      화원장, 오스만제국의 전통적인 회화를 고수하고 지켜내려고 한다.

에니시테    베네치아를 다녀와서 서양의 화풍에 매료되고 화원들에게 술탄에게 바칠 서양풍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엘레강스, 올리브, 황새, 나비   오스만 화원장으로부터 그림을 배운 화원들이며 동시에 에니시테의 그림을 그린 당시 최고의 화원들이다. 엘레강스가 이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카라  에니시테가 이모부이다. 12년전 사랑했던 에니시테의 딸린 세큐레와 결혼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세큐레  에니시테의 딸이며 오르한과 세브켓 두 아들이 있다. 남편은 전쟁에 나가 소식이 없이 돌아오지 않고 카라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모순되는 행동을 보인다

하산  세큐레 남편의 동생이다. 형이 돌아오지 않자 형수인 세큐레에게 마음을 품는다

에스테르  방물장수이자 카라와 세큐레를 연결해주고 이야기의 중간중간 이음새 역할을 한다.

하이리예  에니시테 집안의 여종이다.

세브켓  세큐레의 첫째 아들

오르한  세큐렝듸 둘째 아들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커피숍


작품 속에는 커피숍에서 화원들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서로 어떤 의견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며 커피를 금하게 하려고 합니다. 


박우현의 『커피는 원래 쓰다』에서 커피는 처음에 이슬람 수도사 사이에서 비밀리에 음용되다가 15세기 말부터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작품이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에 당시으 커피의 인기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당시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서 문학, 예술, 정치를 논하기 시작했고 토론이 일상화되었으며 집권 세력을 비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블에서 커피하우스가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에 커피가 처음으로 보급된 것이 바로 오스만제국이 중동을 지배하면서 그곳으로 부터 소개된 커피가 유럽지역으로 전파된 것이다. 현재 터키의 커피문화는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16세기의 오스만제국시대의 세밀화가는 어떤 것인가


《내 이름은 빨강》은 지리적배경은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이스탄불이다. 당시 오스만제국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는 나라였다. 세밀화가는 중국과 당시 중동지역을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해온 그들만의 양식이었다. 서양미술과 우리나라 미술에 익숙한 나에게는 많이 낯설다. 하지만 원근법을 중심으로 가까운 것은 크게 먼 물체는 작게 그리는 서양미술의 기법과는 다르게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을 부각되어 표현하거나 의미를 표현하는 점에서는 우리의 미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미술의 형식이 있음을 이제 알았으니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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