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밤이 되면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납니다. 유령은 사람들이 걸치고 있는 '외투'를 벗겨가죠. 사람들은 그가 국에 근무하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임을 알아봅니다.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모든 사건은 제목 그대로 <외투>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아카키 아카키비치는 정서 업무를 맡고 있는 9급 문관입니다. 그는 자신의 직무에는 충실했지만,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죠.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느날 자신의 외투가 너무 낡아서 페테르부르크의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해 재봉사인 페트로비치를 찾아가 수선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너무 낡아 수선조차 힘들어서 새롭게 외투를 맞추게 되죠.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는 최대한 돈을 아껴서 외투를 살 돈을 마련하려 합니다. 눈물겹습니다.


저녁마다 마시던 차를 끊고, 저녁마다 켜던 촛불도 켜지 않고,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인 여자의 방으로 가서 그녀가 켜놓은 촛불 밑에서 하기로 했다. 길을 걸을 때는 구두 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가능한 한 가볍고 조심스럽게 거의 발끝으로 돌과 판석을 밟고, 속옷이 빨리 해지지 않도록 세탁부에게 가능하면 속옷 빨래를 덜 맡기고, 집에 돌아오면 매번 속옷을 벗고 아주 오래됐지만 잘 보관해온 목면 실내복만 걸치기로 했다. (p33)


새로운 외투를 걸친 날은 아마 아카키 아카키비치 생애에서 가장 장엄한 날이었을 겁니다. 새 외투를 입고 국으로 출근을 합니다. 동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파티에도 참석하게 됩니다. 파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진열장의 여자그림을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여자를 뒤따라 갈까하는 충동도 생깁니다. 외투 하나에 자신감이 생겼나봅니다.


그런데 밤 늦은 시간, 광장에서 강도를 만나고 외투를 빼앗깁니다. 누군가에는 단순한 외투일 뿐이지만 아카키 아카키비치에게는 어쩌면 삶의 목표일지도 모르는 그런 '외투'였습니다. 이제 외투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는 강도를 당한 광장 끝에 있던 입초 근무 경관에게 찾아가지만 날이 밝으면 파출소장을 찾아가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찰서장을 찾아가라고 하지요. 그래서 경찰서장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경찰서장은 아카키 아카키비치가 그 시간에 무엇을 했으며 불법적인 장소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합니다. 아카키 아카키비치의 동료 관리들은 직접 고관을 찾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이 고관은 전에는 별 볼일 없다가 최근에 중요한 인물이 되었습니다.그는 원래 착한 사람으로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고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관이라는 지위는 그를 혼란 속에 빠뜨렸죠. 그는 자신보다 직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엄격, 엄격 또 엄격"이라는 말을 되풀이 했고, 그의 말에는 보통 세 문장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소?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고 있소? 누가 앞에 있는지 알고나 있소?" 이 들어있었습니다.




아카키 아카키비치는 고관을 만납니다. 고관은 다른 관리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자신을 찾아온 아카키 아카키비치에게 언성을 높여 말합니다.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은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잖소." (p57)

아카키 아카키비치는 완전히 넋이 나가 비틀거렸고 온몸이 떨려 서있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입을 벌린채 길을 잃고 눈보라 속을 걷다가 편도선이 붓게 되고 몇 일을 앓다가 안타깝게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몇 일 후 매장이 되고 그의 유품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가 맡고 있던 국의 정서 업무도 어느새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됩니다. 그는 흔적도 없이 세상 속에서 사라집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카키 아카키비치와 고관 모두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에게 둘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거 같아서 불편합니다. 자신의 차, 옷, 가방이 마치 자신을 말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경계를 긋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윗사람과 동료들에게는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이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거침없는 폭력과 무분별한 권위의식을 세우려하는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제 '외투'는 어떤게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제 삶의 목적이 '외투'를 쫓는 것으로 그쳐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됩니다. 

제 '감투'는 어떤게 있을까요? 저도 모르게 가해지는 폭력이 있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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