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까톡~!' 이 왔다.

"여보, 책 주문할 때  박혜란의《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도 같이 해줘."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서평을 하나씩 찾아 읽어보고, 내가 주로 이용하는 '요술램프'에 들어가서 목차도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 중 눈에 띄는 세 가지가 있었다.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라는 부제,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학교를 나왔고, 그 아들 중 한 명이 40대의 <꽃보다 청춘>의 한 멤버이자 우리에게는 '달팽이'로 유명한 이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양가 부모님들이 유난스럽다고 하는 다섯 살, 세 살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딸을 낳으려고 셋째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대는 없지 않았다. 이게 확률상으로도 그렇지 않은가. 추석을 지낸 다음 날에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궁금해서 아침부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자 마자 울먹인다. "아들이래~ 엉". 나는 괜찮다고 아기만 건강하면 된다고 했다. 자기도 아는데 자꾸 눈물이 난단다.


다음 날 아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신은 아들 셋을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준대. 신에게 선택받은 거야."

"딸들은 툭하면 삐지고 말 안하고 아들들이 차라리 나아~!"

"지금 둘도 외모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셋째는 또 어떨지 너무 궁금하네."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라는 부제를 담은《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이렇게 우리 손에 왔다.

이 책은 사람들이 수식어로 많이 사용하는 '아들 셋을 서울대학교에 보낸 육아법', '이적처럼 아이를 창의력있게 가르치는 법' 에 대한 책은 아니다. 저자인 박혜란이 세 아들들을 키워오면서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먼저 경험을 한 선배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는 형식이며, 세상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 은근히 아니 대놓고 자식자랑을 하는 그런 책이다. 


엄마가 하루 종일 붙어서 아이를 키운다고 아이들이 모두 문제 없이 크는 건 아니다.

엄마가 취업을 했건 안 했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


이제 청소해 놨으니까 어지르지 말아야 돼!

이 명령처럼 아이와 엄마를

다 구속하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명령이 지켜진다면 곧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는 꼴이고

만약 안 지켜진다면 

엄마의 짜증이 촉발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명령이다.

비싼 새 옷을 사 입혀 놀이터에 내보내고서는

절대로 더럽히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화는 반드시 말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으로는 부모 자식 간의 대화에서 말보다 더 중요하고 

확실한 것은 바로 스킨십인 것 같다.

스킨십처럼 친밀한 대화가 또 어디 있으랴.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놀 수 있는 기간은 대단히 짧다.

막내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사실 아이들과의 놀이는 끝나고 만다.

그 후에 아이들이 뭘 하며 보내는지 나도 잘 모른다.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저절로 배우게 되어 있다.

그걸 엄마의 흥미나 욕심에 맞추어 억지로 가르치려 든다면

역효과만 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것이다.


아이가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때까지

무엇보다 부모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아이의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엄마보다 

아무 말 없이 틈만 나면 책을 펼치는 엄마에게서

아이들은 지적 자극을 받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웬일인지 상당히 생각이 깊은 것 같은 어른들도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엄마가 없으면 라면 한 끼도 못 끓여 먹는다거나, 엄마가 올 때까지 고스란히

굶는 아이들 때문에 꼼짝달싹 못한다고 넋두리하는 주부가 있다면,

자신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무능력자로 만든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 뒤에

소유욕과 명예욕이 숨어 있지는 않은가. 무엇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을까.


세상에 답이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식을 키우는 것이다.

부모들이 각자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양육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분명 어떤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부모들은 여러 모로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전에 첫째가 둘째가 다투는데, 형(5살)이 동생(3살)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혼을 낸다. 

순간 깜짝 놀랐다. 내가 첫째에게 했던 그대로 동생에게 하는 것이다. "동생한테 그러면 안돼!" 라고 말하니 "아빠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아!" 라고 한다. "아빠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안 할게, 동생한테 그러면 안돼"라는 말로 마무리 했다. 그런데 이게 나한테는 좀 크게 다가왔다. 정말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고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과 표정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한다. 아직 가치판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 기준은 부모인 듯 하다. 내가 기준을 잘 잡아야 한다. 아직까지도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많이 미숙한데 아이들은 그런 나를 따라온다. 실로 책임이 막중하다.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해본다. 너무 잘해주기만 하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너무 틀에 얽매이게 하면 표현을 잘 하지 못할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몇 가지는 항상 염두해 둘 생각이다.


아이들과 이렇게 교감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기에 그 시간 동안 많은 대화와 스킨십을 통해서 서로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과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닌 그들이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면서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 너무 힘들 때는 아빠에게 다가올 수 있게 그 배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글이 쉽고 말은 쉽다. 


우리 막내, 건강하게 내년에 만나자. 사랑한다. 형들이 기다린다.~!





반응형

'■ 책과 영화 > □ 책,글쓰기,공부,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젠, 함께 읽기다  (0) 2015.03.03
세계 명문가의 독서 교육  (2) 2015.01.20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 2014.09.23
글쓰기 훈련소  (0) 2014.06.17
책인시공  (1) 2014.05.14


마지막 책을 넘기기가 아쉽고 아까웠다.

고미카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 마지막 여섯 번째 책을 아껴가면서 읽었다. 대하소설이지만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서 한 번 읽다보면 금방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남은 페이지 수가 줄어들수록 안타까웠다. 다른 책들은 읽다보면 얼마나 더 읽으면 다 읽겠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다. 이 책은 그 반대다. 책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어서 아쉬움으로 한장 한장 넘긴다.


<인간의 조건>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단연 인상적이다. 나중에 몇 년이 지나서 내 인생의 책을 뽑는다면 아마 이 책에서 삶의 변곡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자신에게서 받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자기 만의 대답은 있어야한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을 좋아한다. 여기서 첫번째 생각이라는 단어가 바로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끊임없는 자기 질문이다. 그런 질문과 생각이 없다면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이 변해가게 된다. 불확실한 환경과 개인적인 생각, 관점과 다른 방향으로 세상이 변해가도 삶을 이끄는 축은 흔들리지 않는, 아니 흔들리더라도 결국 다시 자신만의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개인마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은 가치관 바로, 그들의 삶을 이끄는 삶의 축인 셈이다.


때로는 자신의 살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게 삶이 흘러갈지 모른다. 때로는 자신의 사상과 신념과 배치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때로는 자신이 믿는 무엇인가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는, 생각과 배치되는, 살고자하는 방향과 다르게 흐르는 어떤 무엇과 끊임없이 맞서야 하는게 우리의 삶일지 모른다.


우리는 보통 '행복한 삶'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행복을 사람들마다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그 행복이라는 감정과 시간은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 행복은 그저 온전히 자기 스스로 즐기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삶의 축이 흔들리는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는 작든 크든 삶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 갈등과 일상이 행복이라는 감정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과 맞설 수 있고 즐길 수 있는게 아마 더 중요한 듯 하다.


누군가 나에게  "주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들을 지켜나가면서 살아야 해." 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이게 6권이나 되는 이 책의 짧은 줄임이다. 이런 줄임으로는 알 수 없다. 그 감정을 그 여운을...... 분명히 말하려고 하는 점은 동일하나 책을 읽어가면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갈등 속에서 주인공 가지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서 나 역시 어떤 판단과 결정의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나의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질문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가지와 같은 갈등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전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순간적인 상황에 나 역시 죽을 듯이 힘들지만, 자신의 삶의 축인 인간다움으로 가지는 주변인을 보살피는데 내가 만약 그런 순간이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 간단히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해본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가지는 제2차세계대전이면서 대동아전쟁 당시에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군수회사에 취직을 한다. 가지는 일본의 전쟁에 대해서 반대하고 군국주의에 대한 절대적인 비판을 지니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자국과의 이념과도 갈등을 이룬다.  하지만 당시 군대에 가지않는 소집면제 특권을 받기 위해 노무관리자의 역할로 만주에 있는 라오후링 광업소로 아내 미치코와 간다. 당시 그 광업소의 일본이 잡아온 중국인 포로들의 대우에 대해 가지는 분노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관리자들과 갈등이 생기고 결국은 가지는 군에 징집되게 된다. 징집된 이후에도 가지에는 군대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항상 맞선다. 후임병이지만 고참병과 간부와도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에 배치되는 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대항한다. 그러한 도중에 일본은 패망하고 전쟁이 벌어졌던 그곳에서 미치코를 향해 간다. 그런 도중에 소련군, 일본인, 만주인과 많은 갈등에 접하게 되는데, 매번 가지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결국은 소련군에 의해 포로가 되고 그곳에서 그가 믿는 사회주의에 대한 또 다른 실망을 갖기도 한다. 다시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고 미치코를 향해간다.


전쟁이 끝나고 미치코를 향해서 만주로 가면서 가지는 많은 일본병사와 당시 만주에 사는 일본인을 만난다. 때로는 그들과 같이 소련군과 만주인을 피해도망가는데 굶주림에 지친 이들은 누군가는 자신의 아내를, 누군가는 부모를, 자식을 버리고 홀로 삶을 위해 발을 서두른다.


과연 삶의 기로에 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연히 지금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라고 반문하겠지만 극한에서도 당당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주인공 가지는 라오후링 수용소에서 노무관리자로 일할 때 중국인 포로의 인간다운 삶을 조금이라도 보장해주기 위해서 광산 소장과 다른 이들과 갈등을 겪고 심지어 무력을 사용하는 군인과도 마찰을 일으킨다. 아내인 미치코와 그저 조용히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항상 결국은 남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


가끔 뉴스기사를 보면 지하철승차하는 곳에 모르는 사람이 떨어졌는데 망설임 없이 들어가서 구해주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재 속에서 모르는 사람을 구조하고 때로는 삶을 마치기도 한다. 일제시대에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이런 선택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랑하는 부모님, 아내, 자식이 있는데 타인을 위해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할 것인가?


앞으로 삶의 이정표,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조건>은 이러한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기본 방향에 대해서 이 책에서 배웠다. 나 역시 그 인간의 조건을 끝까지 지키며 살려고 한다.


옮긴이 김대환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을 이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인간다운 인간을 보기 힘든 사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며 살 수 없는 사회,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지배당하고 핍박받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또 우리 자식에게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도리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반응형

'■ 책과 영화 > □ 소설,수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문을 권하는 글 - 왕안석  (0) 2014.03.05
혁명  (0) 2014.03.05
밤이 선생이다.  (0) 2014.02.03
롤리타  (0) 2014.01.28
살인자의 기억법  (0) 2014.01.12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 그 다음은?

'원자력 안전신화' 언제까지 속고만 살 것인가. 우리에겐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방사능과 핵사고 위험 앞에서 언제까지 두려워만 할 것인가

우리에겐 안전과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한국은 탈핵은 가능하며, 세계가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다.


<한국탈핵>의 앞 표지의 상단에 위 글귀가 적혀있다. 

저자인 김익중 교수는 동국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9년 경주환경운동연합을 통하여 반핵운동에 입문하였다.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방사능이 누출될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에서 방폐장 공사 중지 운동을 해오다,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전반적인 반핵운동으로 방향을 전향하였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원자력발전소 사고 확률 0%를 위해서는 탈핵, 즉 핵발전소를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국내의 원전비리 등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원전관련 사고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아는 원자력발전이라는 정보는 그 단어 밖에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무지 그 자체였다. 원전에 대해서 찬성 혹은 반대의견을 내거나 다른 이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지식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한국탈핵>은 그런 면에서 이해를 도와주고 탈핵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탈핵>을 통해서 어떤 의견을 내놓기위해서 원자력 발전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회의가 많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첫번째 이유는 바로 너무 위험하다는 점이다. 몇 백만 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소한 확률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는 지금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을 죽게 만들었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탈핵을 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원전의 고준위핵폐기물은 수십년을 사용하고 그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리고 냉각된 후에는 수십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되어야한다고 한다. 이것은 현 세대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그 많은 자원을 불과 수백년 아니 수십년 동안 고갈에 이를 정도로 소비하고 이제는 그것으로 모잘라서 폐기물까지 보관하게 한다. 그것도 확실히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더 우려된다.


분명 계속 건설을 하고 유지하는 이유도 분명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정치적인 요소도 많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탈핵 선언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가능발전쪽으로 선회하는 정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전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이것은 안다. 후쿠시마 핵사고 같은 일이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그러한 불씨조차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 후쿠시마 핵사고

2011년 3월 11일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원전을 관리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일본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세계 최초로 네 개의 원전이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사고를 통해서 핵사고가 발생하면 적절한 대응방법이 없다는 인상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남겨주었다.


◆ 핵사고의 개요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동북부 지방에서 진도9.0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지진에 이어 40분 정도 후에는 약 15미터의 거대한 쓰나미가 그 지역을 강타하여 거의 2만 명의 사망 및 실종자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3월 12일부터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후쿠시마 1호기로 시작하여 3호기, 2호기, 그리고 4호기까지 폭발한 것이다.

지진, 혹은 쓰나미로 인한 '원자로의 온도 상승'은

1) 핵연료봉이 녹는 '노심용융' 
: 노심은 원자로 용기 내에 핵연료가 장착된 부분

2) 용융된 핵연료가 원자로를 뚫고 밖으로 흘러내리는 '멜트스루'

3) 녹아버린 핵연료가 땅을 파고 내려가는 '차이나 신드롬' 진행중


◆ 사고 수습

전문가들은 100년 정도를 예상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녹아버린 핵연료의 상태를 알기 위해 투입한 일본, 미국의 로봇은 원자로 근처에서 높은 열과 방사능으로 바로 고장나버렸다. 지금 이 '녹아버린 핵연료'는 그 양이 얼마인지, 온도가 얼마인지, 색깔은 어떤지,. 방사능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 당시에는 핵연료를 치우는 데 총 11년이 걸렸지만, 스리마일은 노심용융이 일부만 일어났고 멜트스루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비교하기 어렵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납과 콘크리트로 덮어버렸다. 수백명의 헬기 조종사들을 동원하여 처음에는 납덩어리를 떨어뜨렸고, 나중에는 콘크리트를 떨어뜨렸다. 결국 6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여 핵발전소 전체를 덮어서 석관을 만들었다. 당시 동원된 작업자들은 3년동안 100mSv(밀리시버트)라는 엄청난 양의 피폭을 당했다.

27년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노후되어 방사능을 막아내지 못하는 체르노빌 덮개 위에 새로 덮을 깨끗한 덮개를 만들고있다.



현재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체르노빌 방식으로 덮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일본은 나중에 '녹아버린 핵연료'를 모두 안전하게 꺼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가능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 오염수문제

사고가 발생한 후 2년 6개월 동안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는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2013년 6월 경에 후쿠시마에서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일본은 하루에 약 300톤 정도의 오염수가 태평양에 들어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세 개의 원자로에 노심용융과 멜트스루가 일어났다. 녹아내린 노심을 식히기 위해서는 물을 지속적으로 부어야 하고, 이 물은 전체가 회수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원전 근처를 흐르고 있던 지하수 또한 녹아버린 핵연료와 접속하게 되어 고농도로 오염되고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둘러싸는 냉동방벽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나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고 원전 주변 뿐 아니라 원전의 아래쪽까지 막아야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빌 당시에는 원전의 아래쪽으로 굴을 파 들어가서 콘크리트로 원전의 아래쪽을 막았다고 한다.


◆ 사체 수습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및 실종자 수가 거의 2만 명에 육박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20킬로미터 이내 지역의  시신 수습에 비상이 걸렸다. 사고 난 지 두 달 정도 지나서야 겨우 사체 수습을 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수습은 2011년 11월 이후까지 지속되었다.

2011년 3월 11일에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이 여름이 다 지나고 11월이 되어서야 수습을 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 사고의 규모

일본정부는 핵사고 일어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후쿠시마 핵사고가 체르노빌보다 작은 규모라고 주장했으나 2011년 5월이 되어서야 겨우 5등급으로 인정하더니 7월에는 체르노빌과 같은 7등급이라고 인정하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사고의 규모는 체르노빌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체르노빌은 원자로 한 개가 폭발한 사고이다.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준위핵폐기물도 없었다. 반면에 후쿠시마는 원자로만 해도 세 개의 노심이 완전히 녹아내려갔다. 또한 손상된 핵연료의 양으로 비교하면 후쿠시마의 사고 규모는 체르노빌의 7배 정도 되는 것은 틀림없다.



핵사고의 원인과 국내외 원자력발전 현황

◆ 핵사고의 원인

핵발전소의 국가별 개수를 살펴보면, 핵사고가 발생한 미국, 소련, 일본에는 핵발저소 개수가 모두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핵사고는 앞으로도 확률대로 일어날 것이다. 즉, 다음 핵 사고 역시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 일어날 것이다.



핵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는 다른 요인은 바로 노후 원전이다.

후쿠시마에는 총 10개의 원전이 일렬 횡대로 늘어서 있었다. 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은 거의 같았을 터인데, 이중에서 1,2,3,4 호기만 사고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히 30년이 넘은 원전은 모두 폭발하였고, 30년이 되지 않은 원전은 하나도 폭발하지 않았다. 


원전도 사실 부품 수가 200만~300만 개가 되는 기계이다. 특별한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 만든 보통 기계일 뿐이다. 원전 역시 지속적으로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원전 고장 및 사고 횟수는 670회가 넘는다. 


◆ 한국 원전의 현황

정부는 앞으로 11년 후인 2024년이 되면 총 42개의 원전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총 42개로서 현재 32개의 원전을 운영중인 러시아보다 10개가 더 많아지며, 정부가 텔레비전에 광고한 대로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 될 것이다. 이는 핵사고 확률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땅 넓이에 대비하여 가장 많은 원전을 가지고 있는 원전밀집도 1위 국가이다. 그만큼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핵 사고 이후 외국의 정책 변화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타이완 등의 나라들이 탈핵을 결정했으며 중국의 경우 후쿠시마 이후 1년 동안 원전 건설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였다.

영국은 신규 원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러시아는 핵사고 이후 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한국은 아직 원전을 계속해서 짓고 있다. 점점 우리나라는 핵사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유난히 원전비리가 많다. 불량품, 중고품, 검증서 위조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부품 등이 납품되었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 전임 사장, 지식경제부 차관과 장관까지 비리에 연루되었다. 이런 비리는 핵사고의 확률을 특별히 더 높인다.





▼ 원자력발전이 과연 저렴한가?

정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서 내놓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렴한 발전단가이다.



하지만 필자는 정부가 발표한 원전의 발전단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원전의 발전단가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공개된 적이 없다.

그동안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 쪽에서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정부는 제시한 적이 없다.

2)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원자력의 발전 단가에서 중요한 비용인 사고 발생 위험 비용, 원전해체 및 환경복구 비용,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등이 제대로 산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 방사능과 건강, 그리고 피폭경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에서 핵물질은 약 10킬로그램 정도 사용되었지만, 핵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물질은 약 100톤에 가까이 된다. 핵발전소가 사고가 일어나면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주변 환경으로 퍼지게 된다. 이 방사능은 여러 경로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방사능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인체에서 발생할 수 잇는 모든 질병 발생이 가능하다.


자주 발생하는 질병들은 암, 유전병, 심장병의 3대 질환이다. 유전병은 붙임, 유산, 선천성 기형, 지능 저하 등의 생식 계통의 질환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백내장, 신장병, 폐질환, 폐렴, 중추신경계 질환 등이 흔히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있다.


◆ 피폭 경로

1) 외부피폭

-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고 방사선만 우리 몸을 통과하는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많은 양의 방사능이 주변으로 퍼졌는데 이를 직접 목격하거나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피폭되는 경로이다. 박사능에 오염된 땅 위에서 사람이 생활하면 오염된 땅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의해서 필폭이 된다.

2)내부피폭

- 방사능에 오염된 비를 맞을 경우 피부에 묻은 방사능 물질 중 일부는 피부를 통해서 흡수된다.

3)호흡기를 통한 피폭

- 공기 중에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는데, 호흡을 통해서 이 물질들이 우리 몸에 들어오고, 폐를 통해 흡수가 된다면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4)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

- 가장 중요한 피폭 경로인데,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 음식 속에 들어 있는 방사능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핵사고에 의해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들은 약 200여종인데, 이들 방사능 물질이 어떤 경로로든지 음식을 오염시키면, 이 음식을 통하여 인체가 피폭된다.




▼ 영원한 숙제, 핵폐기물

핵발전을 하면 핵폐기물들이 양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준위핵폐기물과 중저준위핵폐기물이라는 두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는데 고준위핵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만을 일컫는다.


핵반응로(원자로)에는 핵연료가 장전되어 있다. 약 3.5미터 정도 길이의 핵연료봉 안에 분필조각처럼 생긴 우라늄 펠릿이 들어있다. 핵연료가 한 번 장착되면 약 4년 반 동안 핵반응을 일으키고 이 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 핵발전의 원리이다.


1년 반 만에 원자로 내의 핵연료 중 1/3을 교체하게 되는데, 핵연료 입장에서는 한 번 원자로에 들어가면 4년 반 후에 나오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핵반응을 끝내고 원자로 밖에 나온 핵연료는 아직도 핵반응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서 엄청난 양의 열을 내뿜는다. 따라서 이를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라고 불리는 물통에 집어 넣어 찬물을 순환시켜야 하는데 그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수십년이 걸린다.

그리고 이렇게 다 식은 핵연료는 적어도 10만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 고준위 핵폐기장

충분히 식힌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년 이상 100만년까지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아직 인간이 이렇게 10만년 이상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고준위핵페기장을 건설중인 핀란드에서는 세계의 저명한 언어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모여서 십만 년 후의 인류에게 '이곳이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한 곳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다고 한다. 10만년 후에 인간 언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으로 설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한느데, 이 그림은 또 어떤 방법으로 10만년 동안 표시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내의 경우

월성원전을 제외한 우리나의 모든 원전은 가압형 경수로이다. 영광, 울진, 고리 등지의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은 모두 발전소 내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보관하고 있다.

이 수조는 더 이상의 공간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준위핵폐기장을 건설해야 하지만 아직 기술이 없으니 임시저장소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사업은 다시 말해서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짓기 위한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 수조의 물이 푸른색을 띠는 것은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붕소 등의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는 책의 내용과 상이합니다.

반응형

'■ 책과 영화 > □ 인문, 역사, 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0) 2014.02.23
세상물정의 사회학  (2) 2014.02.17
처음 읽는 유럽사  (0) 2014.01.15
강신주의 다상담 (사랑, 몸, 고독)  (0) 2014.01.05
오래된 연장통  (0) 2013.12.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