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의 처음 놀이는 '눈 맞추기 eye-contact'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는 눈 맞추기 이외에도 엄마의 목소리, 냄새, 그리고 움직임에 계속 반응한다. 엄마는 아이가 경험하는 세계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특유의 말투로 아이를 자극한다. 인종과 문화에 관계없이 모든 엄마들은 말꼬리를 올린다. 이 특이한 현상을 발닥심리학에서는 아기의 특이한 말투를 흉내 낸다는 의미로 '아기 말투 baby talk'또는 엄마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말투라고 '엄마 말투 motherese'라고 정의한다. 이 모든 인종의 엄마들이 사용하는 특이한 말투의 기능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서조율 affect attunement'이다. 서로 유사한 방식의 말투를 이용해 서로의 정서를 맞춰나가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서로가 사용하는 몸짓과 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엄마의 길게 늘어지며 꼬리가 올라가는 소리는 아이 자신이 내는 소리와 아주 유사하다. 아이는 자신의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 자신과 꼭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확인한다. 누군가 나와 동일한 정서를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의사소통이 발달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다.

                                                                                             - 노는 만큼 성공한다.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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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책 이미지 대신 저자 김정운 교수의 사진을 올린다. 개성있고 매력있는 사람이다. 자기의 컨셉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컨셉은 ???

p70
행복한 순간에조차 불행해질 것을 예상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때에 따라 완벽주의자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명칭이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행복을 즐기기는커녕 행복한 순간에 다시 불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결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강박증 환자일 뿐이다.

p100
창의적 예술의 본질에 관해 쉬클로브스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술의 목적은 사물에 대한 느낌을 알려져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지각된 대로 느끼게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예술 기법은 사물을 낯설게 하고 형식을 어렵게 하며 지각을 힘들게 하고 지각에 소요되는 시간을 연장시키는 기법이다. 왜냐하면 예술에 있어서 지각의 과정 자체가 미적 목적이며 이 과정을 오래 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사물을 경험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방법이며 이미 다 만들어진 것은 예술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p102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다. 익숙한 것, 낡은 것을 낯설게 하는 능력이다. 너무 익숙해서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에 들어온다. 이 때 느끼는 감동이야말로 최고의 미학적 경험이다. 칸트는 이를 '장엄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p107
행복한 집에서 자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안다. 뭐가 재미있고 즐겁고 기쁜지를 경험한 사람만이 그 재미와 기쁨과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은 그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과 기쁨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능력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p109
다빈치는 수백 가지의 눈의 습작을 가지고 있었다. 찢어진 눈, 젖은 눈, 늘어진 눈 등. 뿐만 아니라 코, 입, 머리, 턱 등과 같은 얼굴 부위 각 부분에 관해서도 수백 수천 가지 습작을 모아놓고 있었다. 오늘날의 표현을 쓰자면 얼굴 각 부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의 다양한 부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빈치가 작품을 그려낸 방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얼굴의 각 부위를 다양하게 조합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찢어진 눈, 높은 코, 늘어진 턱, 얇은 입술 등을 조합하면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다.

p127
우연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낯설게 연결하여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어야 그런 우연이 찾아온다. 남이 시키는 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으로는 그런 우연이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p186
신문에 '아내에게도 휴가를 주자'라는 컬럼을 썼다. 휴가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아빠는 무척 생색나지만 항상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내는 별로 생색나는 일이 없다. 생색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은 없다. 남편은 아내가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에게 가족의 뒷바라지로부터 자유로운 휴가를 주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는 내용의 컬럼이다.

p194
한국에서 영화가 유난히 잘되는 이유는 이 땅에 자기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영화는 2시간의 짧은 순간에 모든 재미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주어지는 정보만 성실하게 수용하면 된다. 내가 앞서서 고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아주 수동적인 편안함만 유지하면 된다. 내가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영화처럼 마음 편한 오락거리는 없다.

p195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내 재미를 찾아야 한다. 사소한 재미가 진짜 재미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통쾌함을 주는 영화의 재미는 길어야 두 시간이다. 그러나 사소한 재미는 평생 간다.

p198
공부 잘하는 사람이 출세하는 시대는 갔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던 사람들은 사회에서도 대부분 모범생이다. 시키는 일은 성실하게 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들은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 이제까지 시키는 일만 잘했지 시키지 않은 일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세기는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였다. 열심히 시키는 일만 해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창의적인 사람이 앞서가는 세상이다. 시키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나만의 재미있는 일을 가진 아이들은 창의적이다. 재미를 느끼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매일 똑같은 놀이만 하면 재미없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재미를 느낀다. 즉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만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재미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는 아이들이 창의적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21세기를 앞서나가며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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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TV에서 떠나게 하는 전략처럼

애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매일 같이 남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 아이들이 아침부터 TV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아이들에게 TV 그만 보고 동네 한 바퀴 돌자고 넌지시 이야기해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가기 싫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그런 상황에서 "TV 그만 보고 나가 놀아!" 라고 고함치는 방식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에서 최악의 경우가 된다.

나름 작전을 구사하는 부모는 TV 그만 보고 산책 나가면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유혹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인센티브에 길들여진 그대로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 만족하더니 이제는 1만원이 훌쩍 넘는 '변신-합체'장난감이 아니면 움직일 생각도 않는다.

좀 더 머리가 좋은 부모는 아주 교묘한 전략을 짜낸다
"지금 나가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고 너희 친구들은 벌써 놀이터에서 놀고 있지만 너희들은 오늘 온종일 TV만 봐야 돼!"
저항 심리를 유도하는 '역逆 심리학 reverse psychology'이다. 가끔은 이런 전략이 통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당장 TV를 끄고 나가 놀게 해달라고 졸라댄다. 한두 번은 신발끈을 채 묶지도 않고 뛰어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해 하겠지만 이 부모는 조만간 아이들의 조소와 경멸(?)이 섞인 반응을 겪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부모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TV 그만 보고 나가 노는 것이 좋겠다. TV가 그렇게 보고 싶다면 선택해라. 30분만 더 TV보고 나가서 놀래? 아니면 지금 나가서 놀고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 TV 볼래?"

아이들은 약간의 갈등을 겪겠지만 그리 큰 부담 없이 이 두 가지 옵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부모 또한 불필요한 강요나 협박을 동원하지 않고 아이들을 TV앞에서 떠나게 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 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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