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책정리




#1. 금요일엔 돌아오렴    - 시민기록위원회작가기록단 / 창비


-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세월호 침몰 전, 침몰 당시, 그리고 그 후의 유가족의 모습과 생활에 대해서 시민기록위원회 작가들이 글로 담아냈다. 이 책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이 짐작이 가기에 잡으면 감정의 후폭풍을 예상하기에 읽기를 망설였다. 그러다 1주기가 다가왔고 서점에서 책을 마주하고 읽어나갔다. 지하철에서도, 서재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복받쳐 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수 없이 반복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사건이기에,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도 충분히 구조가 가능했기에, 아이들을 남겨두고 선장과 승무원들은 탈출했기에,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너무나도 착하게 그들을 믿었기에, 사건을 수습하면서 제대로 된 정부와 언론은 없었기에, 나 역시 그런 어른들 중에 한 명 일지도 모르겠기에 기억해야 한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한다. 4월 16일을



#2. 사람 보는 눈  - 손철주 / 현암사


- '사람'이 등장하는 우리 그림에 대한 책이다. 우리의 옛 그림에서 화원들이 가장 신경쓰면서 공을 들인 작품은 바로 '초상화'이다. 군(君)과 사(師)를 무엇보다 중시했던 유교사회였기에 이들을 그릴 때 화원들은 신중했다. 초상화에는 수염 한 올, 얼굴에 핀 검버섯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리고 동시에 인물의 성품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게 우리 초상화의 깊은 힘이다. 풍속화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은 소탈하다. 그림을 읽으면서 재미가 있다. 산수화에 드러나는 인물은 붓 몇 번으로 툭툭 그려낸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양 부각시키기 않는다. 그런데 그런 걸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담갖지 않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3. 빨간 도시  - 서현 / 효형출판


서현 교수의 강연을 듣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라는 책을 통해서 맨 처음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건축을 통해 바라보는 서현 교수의 사회적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 주위에서 항상 마주치는 것들이 건물들이다. 어떤 것들은 그저 시공사에 의해서 표준화된 설계대로 뚝딱 지어지고 어떤 것들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람을 생각하면서 지어냈다. 항상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치는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듯이 건축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4.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 박완서 / 문학동네


박완서 선생님의 수필을 읽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7권짜리 산문집에 속해 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의 글만 접했을 뿐인데 왠지 그 분을 알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문에서는 '아이', '자연' ,' 집', '가족' 을 소재로 하는 글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의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 따뜻함 속에 이 사회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도 담아낸다. 직설적이지 않다. 하지만 단호하다. 그렇지만 차갑지는 않은 글들이다. 그래서 좋다. 그래서 고인이 되신 선생님이 아쉽다.



#5.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 솔출판사


오주석 선생의 책은 많지 않다. 너무나 일찍 고인이 되셨기에 그가 생전에 계획했었던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0권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아마 그 10권의 책이 나왔다면 정말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서는 우리 그림을 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보통 그림이나 책을 좌상에서 우하로 본다. 그런데 우리그림을 볼 때는 우상에서 좌하로 보아야 한다. 예전에는 책들이 모두 세로쓰기 형태였고 오른쪽부터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그런 형식이 없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두번째 방법으로는 그림의 대각선 길이만큼 떨어져서 그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쩔때는 돋보기를 보듯이 자세히 때로는 멀리서 전체를 조명하듯이 보아야한다고 한다. 마지막 세번째는 천천히 보아야한다. 어떤 이는 하나의 작품을 세네시간을 본다.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온전히 작품 속에 빠져서 보아야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미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6. 명품의 탄생  - 이광표 / 산처럼


우리 문화재에 대한 컬렉터, 컬렉션, 문화재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너무나 흥미롭게 보았다. 유럽에는 메디치가의 후원을 뒷받침해서 수많은 걸작들과 예술작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했을까? 우리에게도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으며 유출을 막은 분들이 있다. 어떤 분들은 평생을 모아둔 자신의 컬렉션을 기꺼이 박물관에 기증을 한다. 우리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 속에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8~19세기 서화 컬렉터) 상고당 김광수, 사천 이병연, 석농 김광국, 역매 오경석, 고람 전기

(일제 강점기 컬렉터) 위창 오세창, 간송 전형필, 소전 손재형, 박영철, 우경 오봉빈

(일제 강점기 이후) 호암 이병철, 호림 윤장섭

(문화재기증) 수정 박병래, 동원 이홍근, 송암 이회림, 두암 김용두, 이병창, 송성문




#7.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 최인호 / 여백


서점에서 작은 책 한 권을 잡아서 읽었다. 꽃잎이 그려진 책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잠깐 서문을 읽고 글을 조금 읽어보았다. 느낌이 좋은 책이다. 어떤 책은 그냥 느낌이 좋아서 사는데 이 책이 그랬다.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산방대담을 담은 이 글을 읽고 나서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되었고 무언가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갖은 듯 하다. 책은 두껍지 않다. 글 중간중간에 자연을 배경을 하는 사진들이 있는데 그냥 좋았다. 원래 그냥 좋은게 정말 좋은거 아닌가! 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다. 어느 경지에 오른 사람 그리고 자신의 죽음과 마주한 사람들의 대화에는 무언가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할까' 하는 질문을 해보게 한다. 언젠가 나는 이 질문들에 답해야할 것이다. 늦기 전에



#8,9.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민음사


작가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그의 책을 읽었다. 읽고 나서 '역시'라는 감탄을 했다. 그리고 터키의 이스탄불로 떠나고 싶었다. 내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세밀화가 한 명이 살해된다.' 그리고 그 범인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화자가 되어 독백을 하듯이 자기의 챕터를 장악한다. 사람들 간의 시선과 생각이 교차된다. 책을 읽다가 너무 좋은 경우는 내가 직접 그 배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이 책에서 경험했다. 내가 이스타불의 수도원에도 들어가보고 붓도 잡아본다. 그리고 우물 속에도 들어가본다. 가보지 못한 이스탄불 도시 한 가운데 내가 서 있다. 이스탄불에 여행을 가는 이들은 여행책자를 사고 나서 오르한 파묵의 책을 사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중에 이스탄불을 여행하기 전에 이 책을 다시 읽을 것이다. 기다려라 이스탄불~!




#10.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문학동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듣고 나서 읽었다. 모두 12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마지막에 책의 제목인 <대성당>이 있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하나씩 읽었다. 하루 30분정도 시간을 내면 한 편을 읽을 수 있어서 출근 전, 자기 전에 한 편씩 아껴두며 읽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는 레이먼드 카버를 극찬을 하면서 소개했다. 김중혁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써야 겠다고 다짐하게 한 책 중의 한 권이라고 까지 했다.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기대보다 더 좋았다. 짧은 글 속에서 응축되어서 표현되는 무언가가 좋았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뒤에 나오는 김연수 작가의 해설을 읽으면서는 아 이런 의미가 있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이야기를 곱씹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보니 이 작품에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같은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데 그것을 읽으면서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이 단편들은 다시 몇 번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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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는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가진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네 시간에 걸친 대담을 엮은 책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분들이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짧은 글들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사진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한 없이 위로 받았고 두 분의 대담 속에서 삶이라는 게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최인호가 물었다.

"스님,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법정이 답했다.

"몸이란 그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 걸요."


둘은 웃었다.


두 분의 대화 속에서 몇 번이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정해진 길이 없는 삶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따끔하지만 따뜻하게 감싸줌을 느꼈다. 그리고 삶은 살아가는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두 분의 삶이 대화에 그대로 드러나인지 몰라도 짧은 글 속에서도 큰 울림이 있다.  





고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법정)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최인호)

현대인들은 갈수록 고독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간 자체는 고독한 존재인데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똑같이 외롭고 쓸쓸한 존재이지요. 

다만 현대인들이 갈수록 고독해지는 것은 광장에 나와 있기 때문이고 고독을 받아들일 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세계에서 훨씬 많은 일과 부딪치며 삽니다. 고독할 기회가 적다고 할까요. 그래서 인간은 원래 혼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다가 문득 외로워지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지요. 쾌락으로 고독을 잊어보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결코 위로하지 못합니다.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어 적어본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법정 스님의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아마 외로움이란 자기 자신의 마음의 눈을 비로소 마주 응시할 수 있음을 뜻하리라. 삶이라는 것이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스스로 찾아나가는 그리고 언젠가는 완벽한 고독과 마주하게 되면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생각일 뿐이다. 어쩌면 그저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뻔지르한 말 뿐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자신과 맞닥뜨리는 게 길인 듯 싶다. 쉽지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은 속인에게는 어쩌면 두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알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정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법정)

영혼에는 나이가 없으니까요. 단지 육신을 가지고 나온 시간이 얼마 안 되었을 뿐 몇 번의 생을 겪고 나온 것이잖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라든가, 배울 새도 없었을 말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그 소리입니다. 육신의 나이로 아이를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법정)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꼭 해 주는 애기가 있습니다.

"너희가 지금은 죽고 못 살 만큼 서로 좋아하지만 속상하면 못할 소리가 없다.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마라. 막말을 하게 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 어떤 일이 있어도 막말은 하지 마라."

관계의 균열이란 사소한 일, 무례한 말 같은 것에서부터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최인호)

칼릴 지브란이 말했던가요?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왔는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내 것은 아니다.' 라고요. 


(최인호)

가정은 우리 최후의 보루입니다. 가족은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끝까지 지키지 않으면 너무 억울한, 우리 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식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절에 가서 불공드리고 교회가서 기도하고 불우 이웃 좀 돕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오히려 집에서 왜곡된 사랑으로 상처 받는 아이들을 어루만져 주는 게 더 중요하지요.


이런 대화 중심에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존재적 대등함, 인격적 대등함이라는 바탕이 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어떤 갈등이나 문제에 있어서 기본적인 접근법은 남편, 아내, 아이들을 모두 동등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자식이니까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들어야해.' 라고 자연스럽게 박혀 있는 생각을 걷어내야 한다. 다치고 상처입고 돌아온 가정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어야 한다. 가정은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고립되고 감추는 공간이 아니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동시에 각자 개인의 존재적 대등함을 인정해주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우리 가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고 부끄러워하고 반성해본다. 그리고 늦지 않았음을 알고 다시금 되돌아본다.




두 분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 대담이지만, 그 옆에 잠시 앉아 있었던 기분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그 무게가 갖는 힘은 다르다. 그러기에 이 분들의 말씀이 깊이 스며들었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 여전히 꽃은 지지 않았다. 향기가 진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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