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10권, 드디어 무언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앞 편에서 나뉘어져서 등장하고 설명되어졌던 주요등장인물들이 바야흐로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 양반들만의 세상이 아닌 모두의 세상을 위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운부대사, 풍열, 옥여, 여환, 길산, 법주, 이경순, 우대용, 강선흥, 황회, 시동, 설유징, 전생이 등등 지금까지 등장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인물들이 드디어 서로가 서로를 이어서 드디어 이야기의 마무리를 향하여 나아간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이전에 일어났었던 살주계와 검계의 활동에 대한 반성을 하며 새로운 방안들을 생각한다. 살주계, 검계는 단순히 주인 양반들을 해하는 것 외에 일반 백성들에게 어떠한 의미는 부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미륵사상을 바탕으로 백성들을 우선적으로 교화하려고 한다. 이와 동시에 각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맡은 자리에서 그들의 책임을 다하기로 맹세를 한다.
특히, 10권에서는 여환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여환은 토포 때 어미와 동생을 잃은 원향이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그녀를 거둘려고 한다. 그는 일반 백성들의 품으로 들어가 미륵의 사상을 알리며, 병든 자들을 치료를 해주면서 점점 더 그 영향을 넓혀간다.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시동이의 이야기도 사뭇 흥미롭다. 검계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고, 한양성내의 상황을 살피는 이야기 또한 읽는 재미가 있다.
이제 11권, 12권 두 권이 남았다. 10권에서 앞으로 맞이할 절정에 대하여 배경을 만들어 두고 있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는 마감동과 최현기의 대결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언가 충격있는 영향력있는 내 가슴과 머리를 치는 부분은 없어서 아쉬움을 읽는 내내 가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두 권이 거침없이 나를 흔들어주었으면 한다.
정묘 사월 초닷새 구월산 오진암에서 함께 회합한 사람들은, 뜻을 같이하여 썩은 나라를 뒤엎고 백성들의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을 죽기를 각오하고 맹세하며, 성사되기까지 서로의 나누어 맡은 일을 힘써 행하고 도우며 한시도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미륵의 도솔타천을 실현할 것을 결코 잊지 않으리니 천지신명은 이를 굽어살피사 도와주시며 등돌리는 자 천벌을 내리시라.
p208
캄캄한 가운데 차츰 마당이며 삽짝이며 먼산의 거뭇한 모양이 눈에 익어왔다. 풀벌레가 울고 들녁에서는 요란한 개구리 울음 가운데서 맹꽁이들이 사이사이마다 장단을 넣고 있는 듯하였다. 벗겨지는 구름 사이로 한두 점씩 별이 가물거렸다. 매꽁이는 흉황에 굶어죽은 어린것들처럼 울다가는 그치고 그쳤다가는 다시 생각난 듯이 울었다.
p303
고된 일을 하고 나니 밥은 입안에서 오래 머물지를 못하였고 고봉으로 먹고 나니 온몸이 녹적지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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