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시인 네루다의 질문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학자들의 관찰력과 인문학자들의 감수성을 통해 공부를 삶으로 살아야 한다. 『공부할 권리』는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하는 인문학 선언이 될 것이다.


책의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귀다.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공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 그것도 '인간다운 삶'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공부할 권리』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이 책은 인문학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각각의 장 마다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작가의 생각

과 관련된 책을 인용하면서 전개된다. 다양한 소주제를 가진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내 안의 감정을 올바르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재조명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특히, 분노, 고독(외로움), 무관심이 명징하게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분노는 폭력과 테러, 살인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정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입니다. 부당함에 대한 영혼의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중추가 망가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도 있지요.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를 파괴시키는 에너지로서의 분노'가 아니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분노, 그러니까 '정의로운 분노'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분노는 통제가 어렵기에 부정적으로 평가받기 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산한다면 분노는 구원의 첫번째 발자국일 수도 있습니다. (p229)



분노하면 일단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리 현대 역사의 중요한 변환점에서는 시민들의 분노로 사회가 변해갔다. 너무 넓게 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 생활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바라보더라도 분노가 필요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 대기업들이 소비자 즉 사람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 이에 연계되는 학계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분노해야 한다. 기업의 부당함, 사회의 부당함, 권력의 부당함 앞에서 분노는 쉽지 않다. 잘못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분노를 참게 되면, 결국은 부정적인 형태로의 분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립니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p100)



언젠가부터 외로움, 고독이라는 단어는 애잔하게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라고 속으로 되뇌일 수도 있다. 특히 한 번쯤 외로움을 지독히 경험해 본 사람은 그 강도가 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과 고독은 그 순간은 아플 수 있지만, 그 고독을 잘 극복해낸다면 조금은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결국 자기 삶의 중요한 선택과 판단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나는 지금 어떤 상황에 쳐해있는지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나와 같이 내향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힘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혼자 만의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무관심에 관련된 부분이다. 길지 않은 문장이다. 그런데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마틴 루터킹 주니어는 말했지요. 역사의 가장 끔찍한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짜증나는 아우성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오싹한 침묵 때문에 일어난다고. (p187)



얼마 전에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거리에서 누군가 갑자기 심정지가 일어났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호흡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119에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강사는 말한다. 회사나 서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여 있는 곳에서는 어떤 사람을 지목을 해서 연락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 "빨간 색 가방메고 계신 분, 119에 연락 좀 해주세요." 그러면 지목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명확하기 때문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단순히 "누가 119에 연락좀 해주세요." 하면 누군가는 하겠지 하며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한 사람일 테지만 이런 사회가 안타깝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잊어버린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도 말한다.

'나만 아니면 되지', '누군가는 하겠지', '내가 나서서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스스로 벗어나자. 왜냐 하면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별로 없듯이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 많은 관심이 없다. 그것을 알고 나면 조금 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같은 시작을 했더라도 살아가면서 각자 겪은 경험들이 이정표가 되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을 가게 된다. 그 이정표가 꽂혀 있는 지점에서 그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성격이 조금씩 변해간다. 나 역시 그런 길에서 이정표를 만나는 시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결정할 시기가 온 것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아지 뿌옇게 잘 보이지 않지만 생각한 것이 있다. 


나는 품위있게 살아갈 것이다.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의 부제 역시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이다. 

부제가 처음에는 다가오지 않는 글귀였지만, 왜 그렇게 적어두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 『공부할 권리』에서 언급된 책들


저는 책을 읽고 나서 세 권의 책을 구입했네요.


『공산당선언』,  『관찰의 인문학』,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 밀턴 H. 에릭슨 (지은이), 시드니 로젠 (엮은이), 문희경 (옮긴이) / 어크로스

- 멋진 심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은이)

-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은이), 김태희 (옮긴이) / 교양인

- 일리아드 - 호메로스 (지은이)

-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지은이)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김세영 (옮긴이) / 부글북스

-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 아이스킬로스 (지은이)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고재운 (옮긴이) / 바다출판사

-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 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은이), 강지은 (옮긴이) / 동녘

- 원형과 무의식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 라스무스와 방랑자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은이)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지은이)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지은이)

-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지은이)

- 타인의 고통 - 수잔 손택 (지은이), 이재원 (옮김)

- 별헤는 밤 - 윤동주 (지은이)

-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 크리슈나무르티 (지은이), 김은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내면의 황금 - 로버트 A. 존슨 (지은이), 박종일 (옮긴이) / 인간사랑

- 큰바위 얼굴 - 너대니얼 호손 (지은이), 고정아 (옮긴이)

- 마음사전 - 김소연 (지은이) / 마음산책 

-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 장 뤽 낭시 (지은이), 이영선 (옮긴이)

-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척하는 삶 - 이창래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

- 리어왕 - 셰익스피어 (지은이)

-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은이) , 김경원 (옮긴이) / 메멘토

- 나는 길들지 않는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이반 일리치(지은이), 허택 (옮긴이) / 느린걸음

- 이반 일리치의 유언 - 이반 일리치, 데이비드 케일리 (지은이), 이한, 서범석 (옮긴이), 박홍규 (감수) / 이파르

- 인간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지은이), 라영균 (옮긴이) / 일빛

- 내 무의식의 방 - 김서영 (지은이) / 책세상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지은이)

-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지은이)

-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정헤신, 진은영 (지은이) / 창비

- 책도둑 - 마커스 주삭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백년의 지혜 -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 민음인

- 공산당선언 -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 책세상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은이), 김경원 (옮긴이) / 갈라파고스

- 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지은이), 임재서 (옮긴이) / 북스넛

-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 루이즈 디살보 (지은이), 정지현 (옮긴이) / 예문

-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 윌 슈발브 (지은이), 전행선 (옮긴이) / 21세기 북스

- 관찰의 인문학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은이), 박다솜 (옮긴이) / 시드페이퍼

-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 데이비드 리코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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