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를 재난이 다가왔을 때 당신은 명곡을 감상하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애완견을 기르고, 시 한 두수를 쓰는 것이 좋다. 자기의 특기가 쓸모 없을 때, 당신은 다른 특기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신장에서 살 때 나는 창작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나는 위구르어와 한어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아가는 지역에서 번역은 아주 중요하다. 나는 또 관직에서 물러난 사람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심취하는 것을 보았다. 관직에서는 물러났지만 특기가 자신의 본업이 된 경우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이는 마치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온 것과 같으며, 새가 하늘을 다시 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생활은 이렇게 시작된다. 회의나 소집하고 공문서나 전달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직장에서 물러나면 정말 말 그대로 공허하고 적막해진다.
정말 아무런 특기도 없다면, 하다못해 한두 가지 취미라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꽃을 키우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우표 앨범을 만들고, 마작이나 트럼프를 하거나 요리를 하라. 이 모든 것은 다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취미이다. 이러한 자기의 세계가 몇 개쯤 있게 되면, 당신은 영원히 즐거운 왕자가 될 것이며, 불패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와 반대라면 당신은 편협한 사람, 자신만 위하는 사람, 식견이 좁은 사람이 될 것이며, 갈 길이 없어 한숨을 내쉬며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가련하고 가소롭고 한심한 일인가?
정력을 집중하지만 한 나무에만 매달리지 않는 비결을 실제 생활에서 모색해야 한다. 여러 세상을 가졌다고 해서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투구라 해서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활발한 사상이 없으면 어떻게 인생이 있겠는가!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어떤 사람은 한평생 한 가지에만 심취했고, 한 가지 일만 했다. 다른 취미가 없이 그 한 가지 일에 자기 일생을 바쳐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를 축하하고, 존경하면 된다.
왕멍, 『나는 학생이다』 中
초등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취미/특기를 적는 란을 만나왔다. 정말로 쉬운 단어다. 하지만 누구나 취미/특기를 적는 곳에서 연필을 멈출 수 밖에 없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멈추게 된다. 쉬운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단어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말 중요하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국어 사전에서 두 단어의 의미를 살펴 보았다.
특기 : 남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기능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우리가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기다. 바로 직업으로 연결된다. 이 시점에서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과연 내가 남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내가 지금 직업으로 하는 일이 특기가 되지 못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직업은 삶의 중요한 큰 축 중에 하나이다. 그 축을 지탱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시 한 번 질문 해 본다. 내 특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특기가 없다면 왕멍이 말한대로 새롭게 배우면 된다.
그렇다면 취미는 무엇일까? 취미라는 것은 삶의 중요한 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축들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윤활제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는 주연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이고, 음식에 간을 해주는 소금, 간장 같은 것이다.
윤활제가 없으면 축들의 회전이 둔탁해진다. 오달수, 유해진, 라미란 같은 조연이 없으면 심심하다. 간이 안 된 설렁탕은 많이 아쉬울 거다. 취미는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기, 취미의 적절한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기를 개발하고 향상시킴으로써 일에 대한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 주고, 취미로 지친 심신을 치료해주고 그 재미에 흠뻑 빠져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되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꿈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같게 되는 취미가 특기가 되는 행운을 얻을 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음은 잊지 말자.
쉼표가 적절히 섞여 있는 훌륭한 악보를 연주해보자. 수 많은 핑계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내 속에서 들려오지만, 결국 그 핑계는 내가 감당하게 될 거고, 내가 걸려넘어질 거라는 것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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