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까지 많은 책들을 사 모으고 읽어왔다. 그때는 일단 많이 읽으려고 했다. 매달 몇 권을 읽었고, 1년에는 몇 권을 읽었다가 중요했다. 100권을 넘겨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곱씹을 여유가 없었고,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누군가는 원래 책은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다고, 그래서 언젠가는 수많은 뉴런들의 시냅스가 연결될 때 그것이 쓰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내 머릿 속에 통제가 가능한 아주 큰 격자틀이 있고, 수많은 경험과 정보들을 그 격자들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내가 필요할 때 마치 맞춤형 서랍 속에서 정보를 찾아내듯이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최근에는 집에 있는 수 많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한 권씩 다시 곱씹어보는 작업을 할까 생각 중이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컨텐츠들을 내 격자에 집어 넣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 선택한 책이 윤석철 교수의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이다. 2004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충분히 공감되고, 교수님의 깊은 내공으로 응집되어 있는 문장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은 발췌에서 남겨보았다.

 

한 2년 전에 IT 시스템 구축에서 경영 컨설팅 영역으로 업의 전환을 한 이후에 '경영'에 대해 제대로 배워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확장으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이 세번째인 듯 하다. 나도 예전보다는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지만 수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구나. 짧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두 담겨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정리를 할 때는 컨텐츠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고, 각 컨텐츠 간의 연계관계도 도식하면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 격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구조화해서 가져가보자. 잘 곱씹어 보자. 

 


제로섬 게임은 새로운 가치창출 없이 한정된 자원의 배분싸움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바다에서 민물로, 민물에서 다시 육지로, 프런티어를 개척한 종들이 번성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p31)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 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p46)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는 명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진리로 남을 것이고, 줄수 있으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줘야 한다. (p47)

 

목표의식이 구체성을 확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정의라고 부른다. (p67)

 

어떤 상상력이 실제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가능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이라고 부른다. (p86)

 

심리학자 케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p91)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 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상상)해내는 상상력 그리고 3.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다 기룽여도 기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들 고개 셋을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이름의 강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p97)

 

기업의 생존 부등식 (p103)

-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격(P) > 제품의 코스트(C) 

 

제품의 가치는 성능, 디자인, 품질(불량률 수준) 3개 차원으로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 (p112)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2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 궤도 위의 존재 같다. (p124)

 

무한경쟁 시대에는 기본에 강한 조직, 기본에 성실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기업가는 경영의 기본을, 결혼을 앞둔 사람은 사랑의 기본을... (p134)

 

앙드레 지드는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서 끌리는 힘, 즉 인간적 매력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p141)

 

자연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퍼센트 정도이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다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p153)

 

인간의 능력도 무에서 나오지 않고, 축적된 무엇이 발산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능력이란 결국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p172)

 

자본재 이외에도 기술개발, 브랜드 투자, 인재양성 등이 모두 기업이 갈 수 있는 우회축적의 길이다. 인간의 개인 차원에서는 보통사람들이 힘들다고 기피하는 어려운 교육 과정을 이겨내는 일이 우회축적이다. (p174)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내가 선이라고 믿는 것이 혹시 독선은 아닌가', '이렇게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참된 자기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철학이다. (p181)

 

토인비에 의하면, 역사의 흐름 속에 계속 나타나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하여 '창조적 소수'가 '응전'에 성공해야만 역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번 '응전'에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기의 능력과 방법론을 우상화하는 오만을 범하기 쉽고, 이 오만은 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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