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현대사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그의 책을 읽고 난 후이고, 관심 뿐 만 아니라 역사공부와 인식을 하게 된 계기도 그의 대하소설 <아리랑>,<태백산맥>,<한강>을 통해서다.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광주민주화운동 이전까지 다룬 그의 책들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가장 격동의 시기이자 왜곡된 시기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허수아비춤>을 통해서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책들은 분명 허구인 소설의 형식이지만,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현실적 이슈를 담고 있기에 과거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바라보던 작가 조정래가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을 바라다 보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상점들이 그렇듯이 부모님이 판매하시는 많은 품목들이 Made In China 이고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도 끊임없이 중국으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중국 소주에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였다.
<정글만리>는 현재의 중국의 모습을 종합상사직원, 베이징대 유학생,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 사장, 국내기업의 주재원 등의 한국인들과 중국의 역사학과 학생들, 중국의 사업가, 공산당원, 프랑스의 명품업체 등이 등장하면서 현재 중국의 경제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일본, 프랑스 등의 나라들 간에 경쟁이 그려지고, 한중일 간의 역사적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어진다.
등장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현재의 중국의 경제, 문화,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중국에 대한 간단한 개괄서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중국의 모습과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모습들 속에서 중국을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 중국의 교통문화
-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가 무질서하며, 교통법규 무시는 기본이며 교통문화로는 여전히 후진국, 또한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자가 차량소유가 증가함에 따라 교통과 환경에 대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 명품, 성형 수술의 유행
- 중국은 경제에 있어서 G2의 자리에 올랐고 명품 소비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곧 미국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명품업체들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성형 수술 또한 유행으로 번지면서 우리나라로 원정 성형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 예전에 배낭여행으로 프랑스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루이비통 매장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공사중이라는 안내가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적혀있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 대만,홍콩 그리고 중국의 소수민족
-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소수민족들의 독립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분열이 되고 다시 통일이 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이루어진 나라이다. 소수민족의 독립은 바로 그런 분열의 역사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소수민족 독립에 지극히 예민하다.
- 신사의 나라 영국이 벌인 가장 부끄러운 전쟁인 아편전쟁을 통해서 영국으로 넘어갔다가 반환된 홍콩, 그리고 장개석의 국민당이 세운 대만에 대해서 중국은 자국의 영토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 마오이즘이라고 불리어지는 마오쩌둥(모택동)은 신격화가 되어 가고 있다. 마오쩌둥은 장제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하고 베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웠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천안문사태 등 여러 논쟁의 여지가 있는 많은 사건이 있지만, 점점 좋은 면만 부각되어 신격화 되어 가고 있다.
-덩샤오핑(등소평)은 현대 중국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이다. 소련을 필두로 한 많은 공산주의 국가가 몰라함에 불구하고 중국이 지금 G2로 부상하게 된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 공산주의에 자본주어의 요소를 반영하였다.
◎ 상하이의 지역적 역사, 조계지
- 상하이는 중국으로서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잇는 곳이다. 서양 열강들이 상해에 조계지를 만들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마치 그들의 영토처럼 이용되었으며, 치외법권의 지역이었다.
-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지역이었기에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질 수 있었으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무대가 될 수 있었다.
◎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 난징대학살
-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일갈등 이상의 역사적 갈등이 있으며 얼마 전 중국에서는 일본인들에 대한 폭동이 일어나서 일본기업이 불타고 불매운동 및 폭력까지 발생할 정도로 갈등이 심하다.
- 난징대학살 사건은 일본군이 1937년 12월 중국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으로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피해자만 약 30만명에 달한다고 하며, 이 중 8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난징 참사는 오늘날까지 두 나라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적 문제로 남아있다.
◎ 만만디와 콰이콰이
-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중국은 만만디 문화이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도 그렇고 모든 일에 만만디이다. 그러기에 중국에서 영업 및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협상을 할 때 만만디에 익숙해져야 함 만만디에 따른 나름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 그들이 사유재산이 없었던 공산주의에서 사유재산을 갖게 되어서인지 돈에 관련된 자기들의 일에 대해서는 콰이콰이(빨리빨리) 된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 꽌시(관계) - 중국사업을 위한 관계 형성
-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꽌시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바로 꽌시의 힘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도 한다.
- 그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정경유착
◎ 중국의 짝퉁
- 예전에 세계각국의 정상들의 회의가 중국에 있었는데, 회의를 마치고 그들이 관광을 한 곳이 있다고 한다. 바로 중국의 짝퉁시장
- 짝퉁 명품, 아이폰, 삼성의 제품들 등 없는게 없는 짝퉁시장
-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살을 하려고 쥐약을 먹었는데 다행히 죽지 않았다고 한다. 짝퉁 쥐약이라 효과가 없었다는 우스개소리
중국은 이미 일본을 누르고 G2가 된지 오래되었으며 이제는 G1을 바라보고 있고 그렇게 될거라고 확신한다. 아직도 경제개발의 단계에 있으며 13억이 넘는 인구가 받쳐주는 내수는 그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첫번째 수출국이 된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각해야 할 것이 여전히 많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적, 군사적으로 갈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점차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동북공정의 이름으로 고구려가 자신들의 하나의 소수민족이라고 까지 하고 있으며 영토적인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의 역사와 경제적인 면에 대한 개괄을 할 수가 있었으며, 조금씩 그 안으로 들어가봐야겠다.
예전에 펄벅의 <대지>를 읽을 때,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아편으로 망가지는 인물들이 나온다. 바로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지고, 위화의 <허삼관매혈기>에서는 엄마가 아들에게 자아비판을 하는게 나온다. 알고 보니 실제 문화대혁명 당시에 이런 식의 자아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알게되니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들이었다.
중국, 아직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나라이다. 앞으로 나와 중국과의 인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씩 알아갸야 하는 나라인 듯 하다.
p13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땅으로 쏟아져 나왔던 한국 중소기업의 그 많은 사장님들은 명함을 센스 있게 다 한문으로 바꾸셨다. 그런데 직함만은 모두 '社長' 이거나 '代表'였으니 중국에서 불통이었다. 중국에서 사장 직함이 총경리(總經理) 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p15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 종합상사원의 절대 수칙이었다. 아니, 절대 조건이었다. 아니, 절대 신념이었다. 그것을 실천할 수 없으면 영업하는 자가 될 수 없었다. 거절당할수록 찾아가라. 웃으면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찾아가라. 그런 배짱과 용기가 없다면 일찌감치 여길 떠나라.
p24 만만디라는 말 아시지요? 그게 중국사람들의 특질 중에 하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반대로 그저 빨리빨리, 빨리빨리, 성질이 불같이 급하잖아요. 만만디 앞에서 성질 급한 것이 판판이 백전백패예요. 우리나라 상사원들이 중국땅에서 갖는 최대 약점이 그 성질 급한 겁니다. 초창기에 너나없이 그 약점 때문에 숱하게 애먹고 당하고 그랬지요. 성질 급하다보면 제물에 몸 달아 이쪽 패 다 까 보이며 질질 끌려가게 돼 있거든요. 여기서 상사원으로 성공하려면 중국사람보다도 더 느긋하고 두둑하게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쌓는게 기본 조건이고 절대 조건이에요. 물론 상사원만이 아니고 누구나 중국에 살려면 그 만만디 훈련을 계속해야만 해요. 혼자 성질 급하게 바둥거려봤자 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제 몸만 상하니까요.
p66 루쉰공원이 옛날 우리 윤봉길 의사가 거사했던 홍구공원이 바뀐거 알지?
p78 중국 최고의 명주 마오타이는 그 회사 사장마저도 가짜에 속을까 봐 자기가 마실 술을 자가용에 싣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마오타이는 정부의 공식행사에 대는 것만으로도 모자란다고 했다. 그런데 시중에는 마오타이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 가짜 술들은 어찌나 잘 만들었는지 그 회사 검사원들도 식별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양조회사 사장들도 열 번에 서너 번은 가짜를 마시게 된다는 소문이었다.
p83 라오펑유는 '오랜 친구' 라는 뜻으로, 가장 깊은 신뢰와 정을 느낄 때만 쓰는 말이었다.
p86 덩샤오핑 아니, 등소평이 30년 전에 개혁개방을 해서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 전체 중국땅을 대상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땅이 너무 넓은 데다 인구도 너무 많은데, 자본은 없었습니다. 중국땅이 남한의 거의 90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실험지역을 선정했지요. 그 1차가 저 남쪽의 광둥성 선전 경제특구였고, 그 효과가 좋아 동쪽 해안 지역, 그러니까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남북 상하 도시들을 2차 실험 지역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 실험 역시 대성공을 거두며 중국의 기적, 중국의 신화로 세계를 놀라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었습니다. 땅이 너무 넓어 개발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한 중서부 지역은 여전히 가난에 찌들어 있었습니다. 그 너무 심한 지역격차는 그 지역 인민들의 불만으로 쌓여갔고, 그런 위험스런 민심은 당과 정부의 큰 짐이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지요. 그래서 정부에서 서둘러 시작한 것이 서부 대개발입니다. 3~4년 전부터 서부대개발, 서부대개발이 새로운 구호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작년에 G2가 되었지만 14억 인구의 평균 GDP를 따지면 5천 불이 될까 말까 그런거지요. 그래서 국제회의에서, 중국은 G2로서 선진국의 책임을 다하라 하면, 중국은 시침을 뚝 따고, 우리는 GDP 5천 뿐인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 하고 능청스럽게 대응하고는 하지요. 그건 그냥 유들유들한 배포로 버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계산법이니까 다른 나라들도 더 할 말이 없는 거지요. 이런 이상스러운 현상은,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매해 평균 10퍼센트대의 초고속 성장을 한 것과 함께 중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2대 관심거리지요.
p91 중국의 3대 상징이 있는데, 형상으로 용, 색깔로 빨강, 꽃으로는 모란입니다. 이 빨간색은 악귀를 몰아내고 액운을 막아주며, 행운과 부귀영화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어요."
p95 썩고 병든 청나라 왕조는 외부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아무런 힘도 없었다. 그 속수무책 앞에서 상하이는 탐욕스러운 서양인들의 발아래 무참히 짓밟혀야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치사하고 파렴치한 전쟁으로 꼽히는 아편전쟁에서 참담하게 패배한 중국은 영국의 요구대로 홍콩을 내주어야 했다. 영국사람들은 뒤늦게 중국차에 맛들리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차를 많이 마셔댔다. 중국차를 자꾸 실어 나르는 무역상들은 그 쉬운 돈벌이에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심각해진 것은 영국 정부였다. 차를 사들이느라고 귀한 영국돈이 너무나 많이 중국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이른바 무역 역조였다. 그 손실 복구가 급선무였다. 손쉽게 찾아낸 방법이 중국에 아편을 팔아먹는 것이었다. 영국은 이미 식민지로 장악하고 있던 인도에서 본격적으로 아편을 만들게 해 중국으로 실어왔다. 그러나 청나라 왕조가 나태하고 허약하다고 해도 나라를 뿌리까지 망쳐버리게 될 흉악한 물건인 마약을 팔게 할 리가 없었다. 그 거부에 영국이 빼든 것이 칼이었다. 다 망조가 들어있던 중국은 그 싸움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신사의 나라라고 자처하는 영국은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수천 년에 걸쳐 모든 나라에서 금해온 사람 망치는 마약을 팔아먹기 위해 이름하여 '아편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p96 조계지라는 이름 아래 상하이는 강간당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국의 반식민지 역사의 개막이었다. 조계지 안에서는 유럽 여러 나라들이 무슨 짓을 하든 중국 정부는 말 한마디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 무한 자유 속에서 유럽 나라들은 서로 다투어가며 자기네 세상을 건설해 나갔다. 날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마다 그 땅이 중국 것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의 본격적인 침략이 감행되면서 중국의 반식민지 상태는 훨씬 더 넓어지게 되었다. 왕조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지만 새 이름을 단 중국 역시 일본의 힘을 막아낼 만큼 튼튼하지 못했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내전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까지 덩치 큰 중국이 당한 수모는 한없이 굴욕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 시대에다 그들 스스로 붙인 이름이 '굴욕의 세기'였다. 개혁개방 이후 그 이름은 새로운 깃발로 나부끼고 있었다.
p107 중국인들은 8자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그 맹신은 가히 신앙적이다. 그 이유는 돈과 직결되어 있었다. 중국말 파차이는 '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발음 '파'가 숫자 8의 발음 '빠'와 얼핏 혼동할 정도로 같이 들린다. 돈을 많이 많이 벌어 떼부자가 되고 싶은 중국사람들에게 8자는 곧 돈이라 믿는 행운의 숫자가 되었다. 그래서 8자는 빨간색보다도 더 위에 오르는 신앙의 대상으로 떠받들려졌다. 그들의 8자에 대한 집착과 열광은 생활 도처에 나타난다. 8자 들어가는 날은 무조건 길일이 되고, 그래서 8월 8일 오후 8시에 결혼식을 시작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축의금도 888위안을 내는 사람이 최고의 하객이 되는 것이다. 에이, 그런 웃기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겠는가. 그런 사실을 믿지 못하겠으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 된다. 그 개막식 날짜와 시간은 어떠했는가.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성화가 타올랐다. 그러자 호들갑스러운 언론들은 거기다가 '8분 8초'를 덧붙이는 약삭빠른 작문을 해댔다. 국가의 공식행사가 이러했는데, 그것을 허황된 미신 조장이라고 비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당시 13억 5천여만의 중국 인민들은 정부의 그런 배려에 환호의 박수갈채를 보냈던 것이다. 인민들은 국가가 자신들에게 부자 될 행운을 내려준다고 믿었고, 정부는 인민들의 돈을 향한 열망에 손쉽게 편승해 뜨거운 지지를 받는 정치적 효과를 톡톡히 거두었던 것이다. 아파트 분양 때 8자 들어가는 동들의 8층 8호에 엄청난 웃돈이 붙고, 자동차 번호 8888이 1억 원에 거래되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이러한 광품은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세월이 해를 거듭해갈수록 점점 가속도가 붙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로 천대받는 숫자가 있었다. 4자였다. 그 발음 "쓰'와 죽을 사자 발은 '쓰'가 높낮이만 약간 다를 뿐 음은 똑같았던 것이다.
p137 중국의 연인들은 절대로 우산을 선물로 주지 않는다. 우산의 '산(傘)' 자와 헤어진다의 뜻의 '산(散)' 자 발음이 '싼'으로 똑같은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