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인 이덕일 선생님의 책이다. 이 분의 책은 출간된 것은 모두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다. 이덕일의 책을 찾아서 읽는 이유는 우선 정말 재미있다. 책을 손에 잡다보면 어떤 책은 이 책을 빨리 읽어야 겠다. 하면서 계속 잡고 있어도 잘 안 읽혀지는 책이 있다.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이 그렇다. 이런 책들은 책을 읽는데 여간 노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책은 잡으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한시간, 두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러면서도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바로 재미있는 책이다. 바로 역사학자 이덕일의 책이 그러하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 버린다. 또한 기존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분야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소재들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그의 이야기 솜씨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책은 일단 나에게는 보증수표다. 일단 작가 이름만으로 85점 이상은 기본으로 가지고 시작한다. 게다가 [이회영과 젊은 그들]은 내가 잘 모르고 있던 일제시대 독립군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동안 이름도 알지 못했던 분이셨던 이회영 선생님에 대해서 알게 해주었다. 책의 기쁨 중 하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아는 것에 대한 기쁨 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한 장면 한 장면 그 시대를 떠올려 보았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이회영 선생님은 일가를 모두 데리고 만주로 떠난다. 바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이 당시 선생은 일제 지배하에서도 기존 가문의 경제력과 오래전 조상들도 정계에서 고위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던 집안이었다. 바로 그 시대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오직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일가를 모두 데리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두 가지고 만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여러 부분에서 활약을 하게 되는 인물들을 배출하고 인연의 끈을 만든 신흥무관학교 세운다.
책 속에는 이회영 외에도 김구, 안창호, 신채호, 윤봉길, 김좌진 등 일제시대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제에 투쟁한다고 생각했다. 이 말이 맞긴하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사이에도 그들이 생각하는 사상에 따라서 서로 다른 노선으로 가고 때로는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공산주의 측면, 외교중심적인 측면, 무정부주의적인 측면 등 여러 방향으로 독립운동가들이 서로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의심하지 않는 것은 모두의 염원은 독립이라는 것이다. 같은 동포에 의해 죽은 김좌진 장군, 또 같은 동포에 의해 발고 되어 사형에 처해지는 독립운동가들을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웠고, 아직도 일제의 편에 섰던 이들의 자손들이 그 때의 재산으로 이 나라의 부를 세습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독립 후 제대로 된 과거사청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 역시 이당시 일제의 편에 섰던 이들의 자손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수록 하나씩 하나씩 제대로 된 청산은 해야된다고 생각된다.
내가 이 시대에 대한 역사를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많이 부끄러웠다. 을사조약 이후 독립 전까지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해봐야 겠다. 과거에 대한 후회, 일제에 대한 분노 보다는 이미 벌어진 사실인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알고, 앞으로 우리의 역사, 나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할지 배우고 느끼고 몸으로 옮겨야 겠다.
[ 1932년, 이회영이 만주로 떠나기 전에 동지들에게남긴 말 ]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누구나 자기가 바라는 목적이 있네. 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보다 더한 행목은 없을 것이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이 또한 행복 아닌가. 남의 눈에는 불행일 수도 있겠지만 죽을 곳을 찾는 것은 옛날부터 행복으로 여겨왔네. 같은 운동선상의 동지로서 장래가 만리 같은 귀중한 청년자제들이 죽음을 제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 두려움 없이 몇 번이고 선을 넘고 사지에 뛰어드는데, 내 나이 이미 60을 넘어 70이 멀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대로 앉아 죽기를 기다린다면 청년동지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해물이 될 뿐이니 이것은 내가 가장 부끄러워하는 바요, 동지들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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