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에서 중역들이 인상깊었던 책을 임직원에게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어떤 이의 글을 읽었는데 그곳에서도 비슷하게 소개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몇 번 눈에 익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손에 간다. 그리고 대부분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 공식은 여전히 통했다. 이틀 동안 두 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었고, 마치 일본 사극을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우에스기 요잔(1751~1822)을 작품화한 도몬 후유지의 『불씨』다.
책 표지에는 '가슴이 뜨거운 지도자의 정의와 신념에 가득찬 개혁실천보고서' 라고 세로글씨로 길게 적혀져 있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특히 지도자와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할 요소들을 던져준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몇 개 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일본 기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일본 정치가를 물었을 때 우에스기 요잔을 답했는데, 당시 일본인들 중에 많은 사람이 몰랐던 점과, 이 책이 출간 된 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상 깊게 읽어서 청와대 고위관리들에게 읽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많은 기업에서는 임원 및 간부급 직원들에게도 많이 읽혀졌다고 한다.
'우에스기 요잔'이라는 이름은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그는 250여년 전 파탄지경에 빠진 일본의 요네자와 지방의 번주로 15세의 나이(1767년)로 등극해 2년 뒤 그동안의 관행을 뒤엎는 정치개혁을 단행해서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요네자와번을 에도 막부의 최고의 번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정치개혁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변화', '개혁', '리더십' 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지금 현재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분명 리더십과 자기수양에 있어서는 참고할만 하다.
(1권, p162)
다른 지역의 개혁이 실패하게 된 원인에 대해 세이가샤 무리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개혁의 목적을 잘 몰랐던 점
둘째, 추진자가 일부 사람으로 제한된 점
셋째, 개혁을 실행하는 정부요원 전원에게도 개혁의 취지가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점
넷째, 개혁의 목적이나 방법이 친절하게 번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
다섯째, 개혁이 추진되면서 막부나 번이 홀가분해지면 당연히 번민의 부담도 가벼워져야 하는데 반대로 박무나 번이 증세를 한 점, 즉 사공육민이던 세율을 오공오민 또는 육공사민의 비율로 인상시킨 예
여섯째, 개혁을 추진하는 관료는 전부 명문출신의 상위자로서 부하에 대하여 지시명령의 방법으로 일관하며 하급자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거나 동정도 하지 않은 점
(1권, p176)
큰일이지. 그러나 남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할 때에는 우선 부탁하는 사람부터 직접 해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해보이고 말하고, 들려주고 시킨다> 라는 말도 있다. 나도 그 식으로 해보겠다.
(2권, p174)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접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번사들에게 있어서 번주는 구름 위에 있는 존재였다. 구름 위로 올라오라고 해도 쉽사리 되는 일이 아니다. 역시 번주가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2권, p208)
개혁의 가장 어려운 점은 옛 것을 부수는 것도, 새것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시작한 것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관건이다.
(2권, p222)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다 보니 개혁 이념의 원대함을 잊은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올바른 길은,
# 사회 상황의 변화와 함께 소속기업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알고
# 그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업 목적이나 조직구성원의 의식이 현상태로 괜찮은가를 반성하고
# 그것을 어떻게 개혁하여 위를 보좌하고 아래를 지도할 것이가
등을 자신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경영자의 측근 보좌역이 할 임무요, 책임이다.
(2권, p232)
다케마타는 착각하고 있다. 개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것을 일제히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다케마타는 결과만을 서두르고 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과정이다. 요네자와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가슴에 불을 붙여서 누군가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바로 개혁이다.
어린 나이의 '우에스기 요잔'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혁을 성공해낸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7년 동안의 회사생활, 어떤 인연으로 모임을 만들어야 했던 상황들, 어렸을 때의 가족, 그리고 내가 가장인 상황에서의 가족을 생각했을 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1. 분명한 목적의식, '왜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대답
2. 현재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공유와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
3. 리더의 솔선수범 -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서 구성원의 의사결정에 기준이 되야함
4. 리더의 생각을 이해하고 같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동료
5.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을 중시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사기증진
6. 결정이 필요할 때의 단호한 결정과 구성원들의 최종 방어선
잠시 고민해보고 적어본 몇 가지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내가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자리에는 딱히 있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글로 표현하기는 쉽지만 실제로는 가장 힘들다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글로 정리해보면서, 그리고 주변에 실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서 바라볼 때, 리더의 자리는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주변에 의해 혹은 스스로 누르는 압박감에 질식할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성급하지 않아야 한다. 다급해서는 안 된다. 심리적으로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되겠지만 그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틀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 괜히 작은 일에 빠져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정말 세치 혀의 말로는, 글자 몇 글자의 글로는 쉽지만 분명히 행동에 옮기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사람들에게는 리더가 필요하고,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 '과연 나는 어떠할까? ' 라는 자문에 불안하고, 긴장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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