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혼자 의자에 앉아있으면, 세상은 잠시 멈춰있는 듯이 고요하다. 한 낮의 어수선한 소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든 것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이런 새벽은 외롭지 않고 조용히 고독을 즐기게 해준다. 다른 시간 대에는 아이들 노는 소리, 음악 소리, 아내와의 대화 소리 등이 들리는데 이른 아침에는 이렇게 글을 쓰는 노트북에서 나는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시계의 초침소리,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려 온다.
분명 이런 소리는 낮에도 여전히 존재했을 것이다. 다른 소리에 눌려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을 통해 비추는 아주 한정된 색이며, 들을 수 있는 소리 또한 제한적이다. 이른 새벽에는 이런 고요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이 솓아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창문을 열어놓고 잠시 조용히 이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어 본다. 소리를 들으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살결이 기분좋게 시려온다. 바람에 의해 밀려온 공기가 살에 부딪히는 소리도 있을 텐데 왜 이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궁금하다. 어떤 소리인지.
창 밖으로 풀 벌레 소리가 들리고, 중간 중간 이른 출근을 하려는 듯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맞은 편 건물의 어느 아저씨의 기침 소리까지 들린다. 과연 새벽이 아닌 시간에도 이런 소리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올까 궁금하다. 낮에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같은 자리에서 귀를 기울여 보아야 겠다.
과연 청력을 상실하면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 세상이 순환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잠시 귀를 두 손으로 막아본다. 살짝 '윙~' 하는 소리가 난다. 귀를 막으면서 공기와 벽이 생기면서 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귀를 막고 숨을 쉬어 본다. 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소리는 귀로 들리는 소리일까. 아니면 다른 내면의 소리가 있다는 말인가 모르겠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기 원하지 않을 때 그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거나 눈을 감으면 보지 않을 수 있고, 어떤 냄새의 경우에는 그렇게 오래 참을 수 없지만 잠시 숨을 참아서 냄새를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리의 경우는 우리가 신체의 다른 부분인 손을 사용하거나 귀마개 같은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 그대로 우리의 귀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항상 들려오는 소리지만 시간에 따라 심리 상태에 따라 내 마음 속으로 전달되는 소리는 제각기 다르다. 이제는 내 내면으로 들리는 소리는 어떤 것인지 주의 깊게 들어보아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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