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도 아버지가 필요해요
소설가 박범신의 <소금>을 읽었다.
예전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이번에도 울었다. 그때와 비슷했다.
그때는 엄마 때문에 많이 울었고, 이번에는 아버지 때문에 울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을 때는 읽는 도중에 자주 눈물이 났는데,
이번에는 책의 끝 부분에 눈물이 왈칵 터져올라 버렸다.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기 시작하던 무렵에,
작중 내가 술을 마시고 울면서 말하다.
『내게도 아버지가 필요해요! 』
혼자 조용히 서재에서 소리없이 쓴 눈물을 흘렸다.
내게도 아버지가 필요했다.
먼저 떠나신 아버지도 아버지가 필요했다.
# 빨대
도시락을 싸던 시절에
어떤 아이는 젓가락만 가지고 왔다.
우리나라는 옛부터 서로 나누는 문화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반 아이들의 부모들이 정성껏 사주신 반찬에
젓가락을 날렸다.
<소금> 에서는 빨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우리가 흔히 속어로 쓰는 말에
'빨대를 꽂는다'는 말이 있다.
'회 좋아하나봐요?' '날로 먹을라고 하는거 보니' 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빨대를 꽂는 이들은 자식들이다.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자본주의 속에 매몰되어 소비주의에 자연스럽게 빠져든 아이들은
아버지를 단순히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안다.
바빠서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하니 만날 시간이 없다.
더 멀어진다. 아이도 어느 순간부터 돈만 주면 OK다.
그러면 그때부터 끝이다. 아버지의 삶은 그때부터 물거품이 된다.
나는 과연 어떠했었나? 아들의 입장에서
나는 지금 어떠한가? 아버지의 입장에서
# 그들에게도 로맨스가
한 개인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면
자기만 아는 비밀을 간직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버지를 단순히 아버지로 생각한다.
아버지라는 것은 한 남자가 살아가는데 겪게 되는
하나의 역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삶이 있다.
때로는 아득한 로맨스가 있을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로 태어났다고,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로 태어났다고
그들에게도 아장아장 걸었던 때가 있었고,
우리의 20대처럼 열렬한 청춘이 있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그들의 로맨스를 ~.
# 불공정 거래
오늘 아침 한 뉴스기사를 들었다.
노인들 중에 상속 후 빈곤층에 빠지는 경우가 늘어난단다.
아 정말 C-foot 이다.
평생을 키우고 간직하고 있는 재산을 상속하면, 빈곤층이 된다.
이런 불공정 거래가 어디 있는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원죄를 가지게 되는 것인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책임은 있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할 책임은 없는가.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관계라 생각해도
Give & Take 해야 하는게 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나는 과연 지금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가?
박범신 작가의 다른 책 읽어보기
■ 고산자 http://zorbanoverman.tistory.com/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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