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손에 잘 잡히지 않아서 걱정인 사람들이 있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어떤 일을 위한 자료 조사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싶어서 읽는 것이라면 첫번째 조건은 재미와 흥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관심이 가고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지 의무가 아닌 재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에게 이 책은 상당히 추천할 만 하다.
주제는 '조선왕조실록'이다. 그런데 책의 형태는 만화책이다. 그리고 내용의 형식은 우리가 휴대폰으로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대화창이다.
무적핑크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MBC TV 프로그램으로도 편성되어 방송되어지는 『조선왕조실톡』이다. 이 책은 그동안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재되어 오던 웹툰을 독자들이 읽기 쉽게 연대순으로 새롭게 편집해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총3권으로 '조선 패밀리의 탄생(1권)', '패밀리의 활극(2권)' , '패밀리의 빛과 그림자(3권)' 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은 1권만 출간되었고 나머지도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내용으로 쓰여진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방의 작은 서재에도 조선시대 역사에 관련된 책이 십여권에 이른다. 한 마디로 '조선의 역사'에 관련된 책은 그동안 꾸준히 출간되어 왔고, 우리에게 익숙하고 평범하다. 이 말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주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책 『조선왕조실톡』을 높게 평가한다. 기존에 익숙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형식과 무적핑크(변지민)이름으로 책의 곳곳에 센스있게 표현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항상 평범한 무엇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이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톡 대화 형식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이용한 센스
책 자체가 만화책이라보니 자칫 내용적으로 부실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적절하게 역사해설을 담고, 만화의 재미를 유지시켜주면서 가볍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평소에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이렇게 왕의 이름을 외워왔지만 여러 권의 책을 읽어도 전체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개인적으로 정리하기가 힘이 들었다. 개별의 책들을 통해 어떤 사건을 이해할수는 있었으나, 조선의 전 역사에서 그런 사건들이 어떻게 엮여있고, 왕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항상 어렴풋했고 모호했다. 이런 면에서도 이 책의 구성은 이해하기 좋다. 각 왕들의 특성에 따라 몇 그룹의 패밀리로 구성해서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좋았다.
최근 여의도는 국정교과서 문제로 떠들석하다. 정부는 지난 12일에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교과서'라 명명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도 우리의 근현대사 부분에 대해서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조선왕조실톡』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기존과는 새로운 접근방식과 해석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익숙한 지금 세대에게 접근했고, 그것이 이어서 이렇게 출판물로 나왔다는 점이다. 역사라는 것은 사람이 기록하는 것이기에 절대로 주관적인 요소가 배제될 수 없다. 그러기에 다양한 견해의 역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가진 역사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끝없이 토론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자신의 의견에 대해 더욱 견고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국정교과서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명한 것을 가지고 가뜩이나 힘든 지금의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올바르다고 결정해버리면 그 틀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들은 올바르지 않게 되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고쳐야 되고, 그리고 그것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배척되고, 이것은 곧 수많은 갈등을 야기시킨다.
'올바르다'는 것은 함부로 규정되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과 계속해서 토론하는 길 밖에 없다.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왕이 붕어하신 이후에 실록청이 만들어지고 그동안 사관들이 각자 비밀리에 보관해오던 사초와 승정원일기등을 모아서 만드는데, 이때는 그 기록들을 통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역사의 보고가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큰 역사적, 지적 보물인지 모른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반추해서 배울 점은 배우고, 배우지 않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서 경계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배워왔다. 그런데 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이들은 그것을 배우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얼마전 전우용 역사학자가 남긴 말로 글을 마친다.
"훌륭한 지도자는 역사를 바꾸고, 저열한 권력자는 역사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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