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한 편의 시, 한 편의 노래, 한 편의 문학 또는 한 편의 성찰문이 그의 마음에 들게 되는 그곳에서 비로소 인연은 시작된다. 

- 헤르만 헤세, ‘세계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


인연은 한 편의 소설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의 소설로 자연스럽게 인연의 끈이 놓여졌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들판이 생각나는 배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까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두 소설은 그렇게 인연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독자에게 각자의 손을 내밀어 본다. 어느 손을 잡든 우리는 새로운 인연과 마주하게 된다.


1846년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이 영국에서 출간된다. 마치 삼형제의 시를 모아놓은 듯한 제목이다. 그 이듬해 커러 벨(Currer Bell), 엘리스 벨(Ellis Bell), 액턴 벨(Acton Bell) 이라는 필명으로 각각 작품을 발표한다. 낯선 이름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이름과 발표된 작품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앤 브론테’의 『애그니스 그레이』 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브론테 자매로 불리며, 작품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중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로 변주되고 있다.


▲ 1834년 브론테 자매의 남동생 브란웰이 그린 초상, 왼쪽부터 앤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가운데는 브란웰인데 그가 지운 것으로 보임

처음에 브론테 자매들은 왜 남자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을까? 당시는 여성이 성별만으로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남성중심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문학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실례로 당시 한 평론가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대해서 극찬하다가, 작가가 여자임이 밝혀지자 익명으로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발표된 지 1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고 있으니, 그것으로 이미 평가는 이루어진 셈이다. 그 중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은 배경적 분위기는 비슷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 당당하며 독립적인 여성의 사랑, 『제인 에어』


() 영화 <제인 에어>, 2011,   () <제인 에어> 책 표지


고아인 제인 에어는 외숙모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외숙모에게 학대를 받고 로우드 자선학교로 보내진다. 그곳은 엄한 기독교 학교였으며, 그곳에서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졸업한 제인 에어는 손필드 저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저택의 주인인 괴팍한 성격의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에게 이미 결혼한 미친 아내가 있으며 또한 그녀가 그 저택에 살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를 떠난다. 후에 뜻하지 않은 유산 상속을 받고, 다른 이에게 청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로체스터가 뜻밖의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것을 알게 되자 제인 에어는 다시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제인 에어』를 지금 시대의 눈으로 읽는다면, ‘신데렐라 이야기’가 살짝 변형된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선을 170년 전 영국으로 돌려보자. 당시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로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운명을 개척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녀를 선택한 남자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존재였다. 그런 시대에 『제인 에어』가 등장한 것이다.

제인 에어는 어릴 적 학대하는 외숙모와의 삶과 억압적인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에서도 자기만의 생각을 뚜렷이 밝힌다. 그리고 언제나 간절히 자유를 갈구한다.

나는 자유를 원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나는 자유를 위해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 소리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흩어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기도를 그치고 좀 더 겸손한 탄원을 했다. 변화와 자극을 달라고 기원했다. 그 간절한 애원마저 막연한 공간 속에 휩쓸려 들어가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 새로운 고생살이를 하도록 해주소서’   - 『제인 에어』 中 -

로체스터와의 사랑에서도 제인 에어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평등한 관계가 아닌 서로 같은 인격체로서 마주하는 사랑이기를 원한다. 

“제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못생겼다고 해서 혼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혼도 있고 꼭 같은 감정도 지니고 있어요. (중략) 지금 제 영혼이 당신의 영혼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동등한 자격으로 말이에요. 사실상 우리는 현재도 동등하지만 말이에요.” - 『제인 에어』 中 -

『제인 에어』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문학이라는 수단으로 당시 사회를 매섭게 꼬집고, 여성들에게 감추어졌던 목소리를 찾아준 매개였을지도 모른다.

■ 광기 어린 비극적 사랑 그리고 복수, 『폭풍의 언덕』

() 영화 <폭풍의 언덕>, 2011,   () <폭풍의 언덕> 책 표지


폭풍의 언덕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 구조의 소설이다. 히스클리프에게 세를 얻어서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사는 록우드라는 인물이 넬리 딘이라는 하인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워더링 하이츠와 드러시 크로스라는 두 공간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복수라는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쇼 어른은 어느 날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부모 없이 떠돌던 한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히스클리프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언쇼의 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게 되고, 반면에 딸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언쇼가 죽으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 취급을 하며 학대하고, 캐서린은 린튼 집안의 에드거와 결혼을 약속한다. 이에 히스클리프는 워더링하이츠를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변한 히스클리프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캐서린을 향한 사랑이 시작되며, 동시에 광기 어린 복수가 시작된다.


▲ 『폭풍의 언덕』의 등장인물 관계도


『폭풍의 언덕』에서는 히스클리프의 광기 어린 복수와 거친 사랑이 모두 보여진다.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이와 결혼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 마저 그 수단으로 이용하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그의 복수는 사랑하는 캐서린이 죽음으로 더욱 격렬해 진다. 


내 눈에 그녀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어? 무엇 하나 그녀 생각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어야 말이지! 이 바닥을 내려다 보기만 해도 그녀의 모습이, 깔린 돌마다 떠오른단 말이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마다, 밤이면 온 하늘에, 눈이면 눈에 띄는 온갖 것들 속에, 나는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둘러싸여 있단 말이야! 흔해 빠진 남자와 여자 얼굴들,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마저 그녀의 얼굴을 닮아서 나를 비웃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전에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 『폭풍의 언덕』 中 


『폭풍의 언덕』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히스클리프의 치밀하고 광기 어린 복수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두 입술은 굳게 다물었고 깊이 숨죽이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압도적인 흡인력만큼 이 작품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모비딕』, 『리어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며, ‘서머싯 몸’이 선정한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 브론테 자매, 너무나 빠른 이별


▲ 브론테 자매 동상


브론테 자매들은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을 작품을 남겨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 땅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인 패트릭 브론테는 영국 국교회의 사제였다. 그는 1 5녀의 아이들을 두고 아내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등지자, 아이들을 기숙학교로 보낸다. 그곳에서 샬롯 브론테의 두 언니는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렸고, 결국 결핵으로 11, 1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이 때의 기억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오롯이 담긴다.

아들이었던 넷째 브란웰은 알코올,아편 중독으로 31살의 나이에 사망한다. 뒤를 이어 『폭풍의 언덕』이라는 역작을 남긴 에밀리 브론테가 30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막내인 앤 브론테 역시 29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숨을 거둔다. 셋째인 샬롯 브론테 역시 38살의 이른 나이에 임신 중 사망하게 된다.

어떻게 한 자매에게서 이런 훌륭한 작품들이 나왔는지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갖는다. 또한, 모두 너무나 이른 나이에 수많은 꿈을 접어야 했기에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른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겼던 샬롯 브론테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새로운 인연을 기대해본다.





인생 (Life) – 샬롯 브론테

인생은 정말 현자의 말처럼 어두운 꿈만은 아니랍니다.
때론 아침에 살짝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거든요.
어떤 땐 어두운 먹구름도 끼지만 다 금방 지나간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장미가 핀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의 즐거움은 가버리죠.
고마운 마음으로 즐거이 그 시간들을 즐기세요.
가끔 죽음이 끼어들어 소중한 이를 데려간들 어때요.
슬픔이 승리하여 희망을 누른들 또 어때요
그래도 희망은, 쓰러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탄력있게 일어서거든요.
그 금빛 날개는 여전히 활기차고
힘차기 우릴 버텨주죠
씩씩하고 그리고 두려움 없이 시련의 날을 견뎌내 줘요.
용기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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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3년 전에 한 번 읽어본 책입니다. 소설은 한 번 읽고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녀의 언니 '샬롯 브론테' 덕분에 다시 한 번 『폭풍의 언덕』을 잡게 되었네요. 지난 여름에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인물인 제인 에어의 삶 속을 함께 거닐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자신의 진정한 내면에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사랑과 삶을 선택해나가는 모습에 빠져 있었지요. 당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의 삶을 알고 나면 『제인 에어』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알게 됩니다. 보통 한 작품을 읽으면 그 작가의 다른 책으로 뻗어 나가게 되는데 이번에는 그렇다면 그녀의 동생은 어떤 작품을 썼을까가 궁금했습니다. 희미해진 기억을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폭풍의 언덕』으로 들어갔지요. 


『폭풍의 언덕』은 액자구조 입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이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히스클리프에게 세를 얻어서 드러시크로스에 사는 '록우드' 라는 인물이 '넬리 딘' 이라는 하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워더링 하이츠와 드러시크로스라는 두 공간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복수라는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등장인물 관계도


언쇼 어른은 어느 날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부모없이 떠돌던 한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예전에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라고 지어줍니다. 언쇼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게 됩니다. 반면에 딸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언쇼가 죽으면서 상황에 변하기 시작합니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하고 집안의 하인 취급을 합니다. 그리고 캐서린은 린튼 집안의 에드거와 결혼하게 되죠.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떠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모든 것이 변한 히스클리프가 나타납니다.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죠.


■ 이야기 속의 시대는?


『폭풍의 언덕』을 지금의 시각으로 읽다 보면, 이해가 잘 안되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1847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소설 속에서 상당히 불편했던 점은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의 아내가 된 후 워더링하이츠에 데리고 왔을 때의 모습, 이사벨라가 죽은 후 린튼이 아버지 히스클리프에게로 가는 순간, 캐서린(에드거의 딸)이 린튼과 결혼하자 히스클리프가 며느리를 데려가야 한다고 하는 장면입니다. 아내, 자식, 며느리가 되는 순간에 철저하게 위계가 생기며 모든 것이 남자의 권한으로 넘어옵니다. 그래서 그 사회적 틀에 의해서 히스클리프에게 억압되는 인물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보게 되면 결국 언쇼 집안과 린튼 집안의 재산을 모두 그가 차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상속'이라는 방법을 택합니다. 즉 자신의 아들인 린튼을 캐서린(에드거의 딸)과 결혼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에드거가 사망했을 때 재산은 캐서린의 것이 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캐서린의 남편인 린튼 것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도 지금과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인물 관계도를 보면 캐서린(에드거의 딸)은 린튼과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린튼, 히스클리프가 죽은 후에는 아마도 헤어튼과 결혼을 하게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를 보면 린튼은 캐서린의 이종사촌이고 헤어튼은 고종사촌입니다. 이건 뭐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당시는 왕족과 귀족들은 혈통을 유지한다는 명목과 상속과 같은 금전적 요소들 때문에 근친혼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합스부르크 가에서는 합스부르크 립(주걱턱이라 불리는 하악전돌증)과 같은 유전병도 등장을 한 것입니다. 


■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복수와 아동 학대

▲ 윌리엄 와일러 『폭풍의 언덕』, 1939


어쩌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과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비극의 씨앗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히스클리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집요합니다. 그가 원한을 품었던 이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이들까지 복수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자신의 아들까지 이용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힌들리가 죽은 후, 히스클리프는 여러 수단을 통해서 워더링하이츠를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철저하게 세뇌교육을 시킵니다. 헤어튼은 분명 여러 재능이 있지만, 육체적인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죠. 소설 속 이야기지만 가장 화났던 부분은 비록 사랑하지 않은 여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철저하게 자신의 계획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린튼은 자신의 아버지의 행동, 목소리 하나하나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속의 악함을 드러내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히스클리프의 아들이긴 하구나 하면서 동정심이 확 떨어지기는 합니다.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에드거의 딸)을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키기 위해 가둬두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캐서린이 소리지르고 화를 내자, 히스클리프는 그의 본성을 드러내며 캐서린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가 가장 속으로 화가 많이 났던 거 같습니다.


아마 히스클리프가 캐서린과의 사랑을 이루었다면 그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요? 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그가 있어서 『폭풍의 언덕』 이라는 소설 속으로는 깊이 빠져들었지만, 현실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폭풍의 언덕』


이 작품은 『모비딕』,『리어왕』 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싯 몸은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로 이 작품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가계도를 그리면서 까지 읽을 정도로 서로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갈등을 읽어내려고 했습니다. 히스클리프의 악마적인 모습에 치를 떨면서 읽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하지만, 그것이 다른 계기가 아니라 히스클리프의 죽음이 원인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남기는 합니다. 해피엔딩을 꿈꾸는 독자의 일 인이거든요.


         ▲ 1834년 브론테 자매의 남동생 브란웰이 그린 초상 (왼쪽부터 앤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가운데는 브란웰인데 그가 지운 것으로 보임)


작가인 '에밀리 브론테' 도 상당히 인상적이며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영국 국교회 목사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세 살때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는 언니들과 함께 비용이 싼 기숙학교에서 생활을 했는데 두 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 후 아버지는 살롯과 에밀리를 데리고 오지요. 1942년에는 언니 샬롯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어학을 배우고 같은 해 돌아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샬롯, 에밀리, 앤을 우리는 브론테 자매라고 합니다. 이들은 이례적으로 자매들 모두 문학적 성과를 얻어서 후대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하지만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을 발표한 다음 해인 1848년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로 시달리다가 폐병으로 세상을 정리하게 됩니다. 그 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동생인 앤 역시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의 언니인 샬롯 브론테도 1855년에 서른 아홉살의 나이에 임신한 상태에서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녀들은 모두 후대에 기억되는 훌륭한 작품을 남기지만, 정작 그 삶은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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