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책을 조금씩 많이 읽어가면서, 어느 순간 소설과 역사 위주의 편협한 내 독서 분야를 조금 더 넓혀야 겠다는 생 을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야가 좋을까 고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책들을 들춰봤다. 그러다가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인 <말하는 건축가> 가 생각이 났고 그 때의 감동이 새삼 다시 느껴지는 듯 했다. 관심 분야는 내가 많이 접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에 시작해서 찾던 중에 건축, 건물, 집, 도시 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항상 걸어다니는 거리, 거리의 가로수, 수 많은 건물들 처럼 나에게 밀접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만난 첫번째 책이 알랭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이고, 두번째가 바로 <제가.살.고.싶은. 집은......>이다. 두번째 책을 접하고 나서 확실히 건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너무나 잘 선택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건축가 이일훈과 건축주인 국어선생 송승훈의 이메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은 그 자체로 나와 같은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하나의 내공이 깊은 선생이 쓴 건축개론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집에 담아내려고 하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인문학적인 접근 또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것을 알게 되니, 마치 흥부의 박을 연 것 같기도 하고,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도 너무나 좋았고, 잔서완석루의 요소요소를 보여주는 사진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한 건축가의 설계도 역시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는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이를 위해 내 삶의 고정관념을 깨고 미리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고정관념은 "이제 지금부터 고정관념은 버리자" 라는 이런 구호가 아닌 지식과 실력으로 갖추어지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것이기에 교만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책과 서재를 좋아하다 보니, 책의 표지에도 나오듯이 서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또한 책상이 있는 2층 또한 내게 다가왔다. 툇마루 역시 너무나 좋은 공간인 듯 하다.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고, 바람이 통하는 곳이고, 잠시 누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인 그 곳에 나 역시 잠깐 눈을 감고 누워있고 싶었다.

 

이 집을 짓기위해 그리고 그 전부터, 건축주인 국어선생 송승훈씨는 건축을 너무나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 같았다. 건축가와 의사소통하는데도 건축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거기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았고, 잘 몰라도 건축가와 소통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잔서완석루'라는 집이 만들어 지고, <제가.살.고.싶은 집은......> 이라는 책도 만들어 진 것 같다.

마치 인문학 서적을 한 권 읽은 기분도 들었고, 자신을 성찰하는 하나의 수필인 것도 같았고, 건축에 대한 책인 것도 같았던 매력적인 책이었다. 아마 이 책이 내가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오늘 아침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건축 관련 책을 찾아서 온라인 서점에 주문해서 지금 내 책상 위에 세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다시,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 서현

이 책들에서는 어떤 것을 알게 될까? 무엇에 감동받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76
깨진 질감의 벽돌은 스플릿블록split block (쪼갠 벽돌)으로, 아주 단단하며 질감이 좋습니다. 단 기존의 블록보다 비싸고 인건비가 더 들지만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p77
통녑적 생활방식을 바꿔볼 부분도 이리저리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p81
인생이 매끄럽게 높아지지 않고, 얼마만큼 노력하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을 얻어 한 단계 올라서고, 그 상태에서 다시 얼마만큼 애쓰다 보면 다시 한 걸음 내딛게 되고 그런 것이니까, 당장 얼마만큼 힘썼다고 곧바로 그만큼 진보가 있는 게 아니니 지금의 더딘 진보와 치유의 속도에 기 꺾이지 말라는 뜻일까 혼자 짐작했습니다.

p82
자연빛이라 인공조명과는 또 다른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 자연빛이 들어와서 성당 안을 다채롭게 하겠지요.

p83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구호만으로 고정관념은 깨지지 않고 역량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합니다.

p84
삶의 방식은 사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가까이 또는 너무 당연한 탓으로 그러하지요. 이미 많은 단서가 잡힌 것ㅂ니다. 안방이 의례적일 필요가 없고, 서재 중심이고, 식당을 따로 마련치 않을 가능성과 거실도 클 필요가 없다는 것만 해도 큰 진척입니다.

p86 <book 건축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건축물을 볼 때 '형태와 재료'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 대해 모두 깊게 아쉬워하고 있더군요. 실제 그 건축물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게 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고 모양에 더 많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안타까웠겠지요.

p87 <이일훈의 건축, 숨겨진 재미를 찾아서 - http://www.edunity.net
건강한 집이란 바람 잘 통하고 빛이 잘 들고 소음이 없고 진동이 없는 집이라고 하셨지요. 마루가 있으면 여름이 끝내주리라 싶습니다. 겨울에도 깨금발로 이 방과 저 방 사이를 종종거리며 걷는 일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p96
참 이상한 일입니다. 왜 같은 말이 장소와 공간이 바뀌었을 때 더 큰 설득력을 갖는지요. 아마 그것이 장소와 공간에 내용이 더해질 때 갖는 힘이겠지요. 도면을 보고 이해는 하지만 현장을 보고 더 큰 감동응ㄹ 느끼는 것도 장소의 공간이 힘을 갖는 경우고, 노동 현장의 갈등을 풀려고 고위책임자가 현장을 가는 이유도 아마 장소의 힘이 말할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p98
어차피 동네가 그린벨트가 아닌 '관리 지역'이라서 야금야금 개발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깝게 있는 필지들이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작은 필지로 대지 분할을 시도하는 집들도 나올 수 있습니다. 도시화는 지가 상승과 함께 진행되므로 한 번 시작하면 속도가 빠릅니다. 더욱이 주변에 산이 좋아서 주택지로 선호되는 탓에 땅 구하려는 이는 많고 매물이 없다면 큰 땅들은 분할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예측보다는 좀 더 많은 집들이 주변에 들어설 수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p101 <book 건축, 우리의 자화상 - 인물과 사상사 2005>

p118
거친 벽은 지루하지 않을 거야, 세월에 덜 누추해지고 나이가 들어도 추해지지 않고 멋있을 거야, 건축가가 지었지만 시골 동네에 위화감을 만들지 않기에 의미 있을 거야, 인생이 본래 황량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나는 그 모양이 마음에 와 닿았을까, 싸게 짓는 집에서 당당하려면 거친 모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이일훈 선생의 글을 보았잖아.

p119
건축이 그 땅에 세워지면 그 땅에 축복일 수 있게 해야 한다.

p127
<재색불이>, <기찻길 옆 공부방>, <도피안사>에 쓰인 재료는 스플릿블록입니다. 보통의 소위 '브로꾸'라는 것을 아주 강하게 만들고 표면을 거칠게 깬 제품인데 질감이 참 좋습니다. 혼합하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하진 않지만 질감, 표면 마감, 색상의 연출도 가능합니다. 혹자는 돌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좋아하지만 혹자는 싫어하기도 합니다.

p129
머리를 쓰는 사람은 몸 쓰는 일이 휴식이다.

p135
대지를 산 일은 아무 걱정이 없는데, 답으로 된 땅 100평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법무사에게 여락해서 어떤 쓰임으로 허가받았는지 알아보라고 하면서 만약 특용작물재배로 허가를 받았으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게 웬 난리야 싶었지요. 알아보니까, 주말농장으로 허가받았다고 하더군요. 밭 갈고 씨 뿌려야겠습니다.

현행 법으로는 밭에 집을 지으면 불법이지만 대지에 텃밭을 일구는 것은 합법이다.

p140
봄은 볼 것이 많아 봄이라는데, 이 봄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덜 보려고 합니다. 눈을 뜨면 밖만 보이고 안이 잘 안 보이는지라, 봄에는 오히려 눈을 감는 것이 봄을 안으로 들이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p141
지난 한 주는 학교 끝나고 저녁때마다 집터에 올라가서 나무를 심었지요. 첫날은 회양목 다섯 그루로 시작해서 그 다음날에는 철쭉 열 그루로 늘리고, 그 다음에는 스무 그루를 심었지요. 회양목 서른 그루쯤, 철쭉 열댓 그루, 조팝나무 다섯 그루, 작은 정향나무 두 그루 심었지요.

p143
봄비가 오는 소리가 좋아서 바깥에서 듣다가 잠에 빠지면서도 듣고 싶어서 창을 약간 열 수가 없을 때, 아아 신음하겠고요. 여름에 비가 와서 후덥지근할 때 창을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고 싶은데 그 창문으로 그리 세지 않는 비조차도 들이쳐서 답답할 때, 아아아 신음할 듯싶어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빛에 따라 책을 읽고 싶은데 빛이 얼마 없어서 전깃불을 너무 오래 틀어놓아서 눈이 아프면 아쉽겠지요.

p144
회양목, 철쭉, 조팝, 정향나무들이 서로 잘 어울리고, 축대의 경사면에 적당합니다. 조팝나무는 무리를 이루면 좋습니다. 봄에 흰꽃이 장관입니다. 작은 꽃 무리가 일품입니다. 회양목은 가끔 퇴비를 주어 줄기가 실해지면 나무 모양이 그럴 듯합니다. 절대 가지자르기 하지 마세요. 도시에선 군식해서 빡빡머리 가꾸듯이 한 것이 많은데, 회양목은 그냥 크게 자라면 무척 자연스러운 맛이 납니다. 좀 외롭고 성글고 뭔가 나무로서는 기운 없어보이지만 사철 푸른 성깔을 보여 주지요. 큰 줄기 빨리 볼 욕심에 퇴비 얘기를 했는데 거름 없어도 잘 사는 나무입니다. 철쭉은 흔해서 관심을 못 끌지만 방창하게 꽅 피울 때는 화려하다 못해 서러울 지경으로 색을 내지요. 철쭉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면 봄의 기운이 마치 움직이는 듯하지요. 정향나무도 석축에서 잘 자랍니다.

p150
집을 지은 후에 토질이 나빠지는 것은 뻔한 일이니 미리 너무 많은 나무에게 정성을 들이지 마십시오. 조금 아끼고 계시다가 후년부터 듬뿍 정을 쏟으시길 바랍니다. 공사 뒤에는 대대적인 토양 교체와 토질을 살리는 거름주기와 이른바 땅 살리기를 해야합니다.

p156
'나눔문화'는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사회단체입니다. 노동시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박노해 시인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누리집은 http:/www.nanum.com

p158
재료 자체에서 오는 감각만 따졌을 때 인공재인 철판은 반환경적이다. 그러나 철은 재생이 가능하므로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진짜 황토로 만든 집은 허물면 다시 흙이 되기에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물에 약한 황토집은 1년에 한 번씩 수리해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번거로워서 황토에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기 쉽다. 그러면 황토는 호흡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반환경적이 된다. 자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친환경, 반환경적인 측면을 갖게 된다.

 p164
건축가 김진애는 <이 집은 누구인가>(샘터사, 2006)에서 부억이 여러 사람이 오고가는 마당이 되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비가 오는 데 집안에 있으면서 바깥공기를 쐬며 비 맞지 않는 곳을 만들면 멋지다와 같이 쏙쏙 집어내서 적용할 거리가 있습니다. 잠자는 방은 꼭 클 필요가 없고 작아도 편안하다는 내용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p172
참 김중업 선생님께서 생전에 자주 하신 말씀이 집이란 '어드메 한 구석에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잇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p192
<모형 속을 걷다>(이일훈, 솔, 2005) 이 책을 읽고 저는 건축가 이일훈을 찾아갔습니다. 장안동 동네 서점 책장 아래칸에서 찾았지요.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건축책인 줄 몰랐지요. 건축에서 전통을 계승한다고 할 때 형태를 따르기보다 공간 구성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깊게 와 닿았습니다. 건축가가 건축물을 설계하며 겪은 여러 일과 사색과 애환이 오밀조밀 담겨 있어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며 포장마차에서 듣는 인생 이야기 같습니다.

p223
 자석으로 사진을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하는 벽

p227
유행 따른 건축물은 유행이 지나면 초라해 보입니다. 유행에 초연한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도 의젓한데 그 단순함을 놓치다니 안타깝지요.

p236
황토벽돌로 만든 방은 벽에 못을 박으면 안 된다고 하셨지요. 흑벽돌이 못을 견고하게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에요. 못 박을 자리를 미리 정해두고 거기에 벽돌 대신에 나무 토막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바닥에 황토를 쓰면 한지로 마감하고 콩기름 먹여야 하는데 그게 내구성이 없어 훼손되기 쉬워서 신경 쓰 일이 많도고도 알려주셨고요. 미화시키지 않고 선생님 판단을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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