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라면 연말에 ‘평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 해 동안 자신의 실적이 평가되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오늘 소개하는 이들도 역시 그 숙명을 어길 수 없다. 어쩌면 더 치열하다. 대중들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고 철저하게 평가된다. 이들의 직업은 바로 예능PD.

 

프로그램은 방영 직후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평가된다. 시청률은 대중의 호응을 철저히 반영한다. 대중들은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흘러나오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간다. 그래서 ‘감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냉정히 외면 당한다. 반면 시청자에게 선택 받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며 영향력을 과시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간택되는가?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새로움은 최근에 강조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보면 <무한도전>, <꽃보다 할배>, <슈퍼스타K>, <개그콘서트>, <MAMA> 를 들 수 있다. 제목만 봐도 느껴질 것이다. 재미있고 기존과 다르고 신선하다.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의외성도 있다.

 

<무한도전>은 멤버 당 카메라 한 대라는 새로운 형식과 예능에서 자막을 사용하는 등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예능의 상징이 되었다. <꽃보다 할배>는 할아버지와 배낭여행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냈다. <슈퍼스타K>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응답하라1997>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등장했다. <개그콘서트>는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며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MAMA> Mnet Asian Music Awards 로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음악축제로 거듭났다.

 

이렇게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의력과 상상력은 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개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흔히 ‘창의’라고 하면 전구 속 불빛이 번뜩이는 그림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새로움은 그렇게 순간적인 영감이 떠오르듯이 예능적이지 않다. 어쩌면 철저하고 치밀한 한 편의 다큐를 통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예능PD들의 작업방식을 보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조금 더 철저하게 해 나갈 뿐이다.

 

한 예로 <MAMA>를 기획한 Mnet의 신형관 상무의 말을 들어본다.

생각은 누구나 다하는 것이지만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많이 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공부는 안 하고 좋은 대학교에 가려고 생각하죠. 그건 잘못된 겁니다. 살은 빼고 싶은데 먹는 양을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거죠. 프로그램도 마찬가집니다. 무언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남보다 더 오래 고민을 하고 남들 한 시간 편집할 때 열 시간 편집하면 더 좋게 나오는 거죠. 이렇게 단순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p161)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PD인 나영석, 서수민, 신원호, 김용범, 신형관, 김태호는 각자 만의 개성과 기획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만의 영업비밀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밀을 살짝 엿보고 우리에게 내재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각자 찾아보자. 공통점은 세가지로 드러난다.

 

하나. 정해진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경험하는 낯섦이다.

사람들은 많은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획일적인 사지선다형 문제 속에 있던 우리는 수많은 답이 있다는 것에 당황하며 선택지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선택지를 벗어나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새로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낯섦은 하나의 가능성이 된다. 그래서 예능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하지만 그대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항상 중간중간에 낯섦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함으로써 그들의 작품이 완성된다.

 

. 다른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다.

이제는 첨단제품에도 스토리가 곁들여져야 한다. 같은 제품에 스토리를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은 Telling에 주목해서 말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 스토리의 시작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잘 들어야 어디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한 실험에 의하면 우리가 말할 때와 적극적으로 들을 때의 뇌반응은 동일하다고 한다. , 경청은 말하기와 동기화된다. 이렇게 팀원 혹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된다.

 

.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몰입감은 높아진다. 이들은 쉬는 동안 아이디어회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음악을 통해서 위로 받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니아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몰입하게 되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만의 확고한 생각과 개성이 정립되며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측면으로, 다른 이에게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으로 나타나며 프로그램을 이끌게 된다.


형식을 벗어난 낯섦의 경험,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 일과 놀이의 경계를 깨는 힘이 이들의 비밀이었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어쩌면 익숙하게 들었던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같은 직장인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너무 잃는 것이 많다. 주말을 살기 위해 일주일을 버텨낸다면 그 삶이 너무 아쉽다. 이 시간을 잃지 말고 삶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들을 오늘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

평소에 관심이 없던 것에 눈길 한 번 주고, 옆의 동료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보고, 업무라고 생각되는 것들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렇게 또 하루를 살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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