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 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는 삶에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다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가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워할 것이다.
'어영부영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죽기 직전에 남긴 묘비명이다.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귀다. 시간은 연속선 상에서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1년이라는 단위로 시간의 연속선 상에 하나씩 점을 찍어가고 그 점에 설 때 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고, 남은 길을 생각한다. 오늘은 2015년에 만났던 책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하나의 점을 진하게 물들인 올 해 만난 책 10권을 소개한다.
# 하나.『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긴장하고 있던 상욱의 얼굴 위에 비로소 희미한 미소가 한 가닥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태는 아직 그 상욱의 웃음의 뜻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그는 조 원장의 그 너무도 직선적이고 순정적인 생각에 다소의 감동을 받은 듯 싶기도 했고, 어찌보면 오히려 씁쓸한 비웃음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p494)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감정과 갈등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모습에 신경이 상당히 날카롭게 곤두서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책을 읽고 나서는 단순히 조 원장의 희망이 이루어지는 그런 구도로 생각하고 접었었는데 후에 팟캐스트와 다른 해설들을 접하면서 내가 책을 잘 못 읽었구나 깨닫고 다시 집어들게 만들었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소재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허구적인 듯하고 조금은 끔찍한 부분은 당연히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고 이야기의 구성에서 추가된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부분은 실제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에서도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때 느낀 것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작가들이 풀어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깊고,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사람들 각자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몰입감을 극대화하면서 서사에 빠진 독자들을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고, 긴장감을 책의 마지막까지 이어가는 부부분이 특히 인상깊이 다가온다.
# 둘.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인간의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에 명확하게 맞설 수 있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소상하게 잘 파악하고 이런저런 반박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 - 즉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피하기보다 그것을 자청해 나서고,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비판을 봉쇄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p50)
이 책은 어쩌면 올 한 해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론에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식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토론'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이 애쓰게 만들었다.
우선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할 때 내가 반드시 옳다는 전제는 없어야 한다. 내 의견도 반박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과 상대방의 틀린 것 같지만 어쩌면 그 사람의 말이 옳을 수 있다는 전제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을 함에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자세를 갖추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론』은 다른 측면보다는 실제 내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
# 셋.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작품 말미에 스토너가 스스로에게 세 번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에 대한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의 일부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p390)
올해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 스토너의 삶을 곱씹어 보면 많은 부분에 조용한 비극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실패와 갈등을 내포한 비극을 삶의 자연스런 한 부분인 양 조용히 담담하게 겪어낸다. 그의 무심한 듯한 담담함 속에서 독자들은 다른 소설에서 느껴지는 극적이고 예상하지 못한 감동과는 사뭇 다른 깊이 있고 울림이 있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학자로서의 스토너의 모습이다. 죽을 때 까지 책을 손에 잡고 있었으며, 모든 이야기의 흐름 또한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스토너의 모습에서 파생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커피의 향을 느끼며 읽기 좋은 책이다. 아마도 진한 커피의 향이 느껴질 것이다.
# 넷,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자기애에 대한 이러한 사상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에 가장 잘 요약되어 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p88)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1)사랑은 기술인가 2)사랑의 이론 3)사랑의 붕괴 4)사랑의 실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랑을 논하는 지금의 내가 하는 어떤 사랑인가?라는 자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사랑의 기술』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책이 되었다. 수 없이 줄을 치며 읽다가 줄을 치기를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조금의 시간을 보내놓고 다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나면 다시 기뻐하고, 문장에 단락을 만들고 별표를 치고 모서를 접어가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라면 안도감이었다. 이 책을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어떤 인연으로 내 손에 잡힌 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에리히 프롬의 글의 배경에 흐르는 듯한 두 단어, '실존'과 '사랑'은 살면서도 절대 놓치지 않겠음을 스스로 기약하게 만든 『사랑의 기술』은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 하다.
# 다섯,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책이다. 연초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더니 여전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대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남들이 많이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상업성이 너무 짙다고 생각되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책도 한참 동안 제목과 내용을 듣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분명 마케팅의 힘도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책이 아니라면 지속성이 떨어졌을 것이다. 특히 프로이트, 융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들러 심리학'을 들고 나온 점은 대단히 참신했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는 목적론을 기반으로 진행하는데 사람들의 노력과 희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끓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논리의 전개 방식이다.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 '모든 갈등은 인간관계에서도 비롯된다.' 를 바탕으로 해서 공동체 감각, 수평관계 형성, 존재에 대한 감사, 타자공헌 자신의 논리를 이끌어갈 충분한 동력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방식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문장은 내 가슴을 건드렸다.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상관없습니다. 내 조건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말고."
# 여섯,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미움받을 용기』와 함께 올 한해 서점가를 달구었던 책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한 권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지식 여행서'라는 부제를 달고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한 권은 '역사',정치','사회','윤리'로 현실세계를 다루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 라는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35살에 출판계에 처음 등장한 작가는 내가 읽은 시점이 8월 달이니 그때까지 약 45만부나 책을 팔아치웠다. 『미움받을 용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책을 살짝 꺼려지지만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저자인 채사장과 김도인, 이독실, 깡선생이 가명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팟캐스트를 하나씩 듣는데 이거 내 스타일이었다. 팟캐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보통 정치를 다루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절대 가볍지 않은 진행을 하는 모습에 빠져버렸고, 바로 책을 읽게 되었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사실 너무나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이렇게 연계관계를 살려가면서 독자에게 불편함 없이 이야기해나갈 수 있었을까. 내가 독서를 하면서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여러 요소들을 느낄 수 있는 통찰력이었는데 작가는 어느 정도 그것을 깨달았구나 하는 부러움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이 너무 광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후려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나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한다. 인문학의 개론서로서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일곱,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은 전방위적인 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훌륭하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는 없으니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세다는 것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늦은 저녁에도 잠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른 새벽에도 눈을 떠서 책을 손에 잡게 만드는 힘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이스탄불의 어두운 한 수도원에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이스탄불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했다. 한 때는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로 불리우던 곳이 바로 지금의 이스탄불이다. 소설은 지리적, 역사적 배경으로 발생하게 되는 세밀화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도 어쩌면 그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의 서문에 작가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남긴 글은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느꼈을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 이름은 빨강』은 인생과 예술, 사랑, 그림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 가운데 서양보다는 동양의 독자들이 슬픔을 깊이 통감하며 이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슬픔이란 물론 서양의 예술 및 문화의 강한 영향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 창작 기법은 물론 감성까지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깊은 슬픔과 인간적인 고뇌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나는 한국 독자들도 이러한 슬픔을 가슴속에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스탄불에서 오르한 파묵
책의 첫 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p13)
# 여덟, 『쥐』, 아트 슈피겔만
300쪽에 달하는 분량, 만화치고는 너무나 많은 글, 두꺼운 하드커버에 빨강, 검정, 회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책표지에 냉소적이면서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듯한 쥐 두 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루는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태인들의 모습과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지를 보여준 끔찍한 아우슈비츠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의 그래픽노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는 데 그 다르다는 것이 더 악랄하고 잔인하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포로 수용소에서 관리자들은 포로들 중에 한 사람이었고 이들이 훨신 더 심하게 동료들을 대했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인간의 기회적인 모습에 역겹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살고자 했던 이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또한 내가 당하는 것처럼 몸이 떨려왔다.
우리가 이런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우리가, 내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그 잔인함이 나에게 나오려고 할 때 그 잔인함의 대상이 바로 자기가 되었을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어기제를 만듦으로써 인간의 숨어있는 잔인함을 억제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동물은 고양이, 쥐, 돼지들인데 이게 어쩌면 사람처럼 잔인하지 않으니까 순화 차원에서 그렇게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프고 불편하지만 한 번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 아홉, 『인생』, 위화
나는 위화 같은 작가가 너무 좋다. 우리 나라 작가 중에도 위화 같은 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그 처럼 담백한 문체를 구사하는 다른 작가들이 있으면 찾아서 읽고 싶다. 그리고 위화가 많은 책을 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서 였는데 그 당시 여태껏 읽어보지 않은 새로운 문체와 담담함이 묻어있는 그의 글에 매료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인생』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다. 『인생』은 푸구이라는 한 노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푸구이의 인생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그의 삶 전체를 차지하고 가족들의 죽음을 손수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위화 그만의 풍자와 해학, 독특한 문체로 재미를 부여하는데, 그러다보니 글을 읽는 내내 묵직한 슬픔이 밀려왔다.
소리내며 우는 것보다 푸구이 처럼 울지는 않으나 삶에 베어있는 슬픔을 느낄 때가 더 아픈 법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마구 쏟아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가족들을 다 손수 묻어 준 푸구이의 마지막도 누군가가 챙겨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남지 않아서 나라도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정말로 힘들 때는 푸구이를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푸구이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위화의 글이 고프다.
# 열,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
故 구본형 작가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는 그렇게 특별하게 잘 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다. 어떻게 보면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자기개발 책들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뻔한 다 아는 말을 뱉어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을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시 읽는다. 이 책은 지금까지 4번은 읽은 것 같다. 이상하게 나에게는 무언가 힘을 주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그의 글에서는 진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에 진심이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살다 보니 진심인 것과 진심이 아닌 것에는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그의 글이 나에게 통한다. 나도 진심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조언을 건네주는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재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얼마 전에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제가 올 11월까지 구매한 책이 142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글을 남긴게 약 50편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고,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다른 매체도 있고 다른 경험을 통해서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면서 푸구이 같은 노인을 만나 보겠습니까? 어떻게 스토너 같은 교수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방안에서 소록도를 아우슈츠비츠를 경험할 수 있겟습니까? 그래서 책을 읽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故 김현 선생의 문학에 대한 글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을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나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 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을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유용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 그 답답함을 생각하기 바란다. 억압된 욕망은 그것이 강력하게 억압되면 억압될수록 더욱 강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중략) 인간은 문학을 통해, 그것에서 얻은 감동을 통해, 자기와 다른 형태의 인간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확인하고 그것이 자기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 동안 몰아쳐가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 한 3년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책 읽는 재미에 빠졌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세계문학전집에서 하나 둘 찾아 읽었습니다. 분명 재미있었고 많은 걸 배웠지만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다 읽었던데, 누구는 <데미안>을 백번도 넘게 읽었다더라. 하면서 읽어갔습니다. 그렇게 1년에 백여권 씩을 읽었네요.
처음에는 양적으로 우선 많이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인문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라' 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그럴려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고, 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재료만 많이 사다놓고 결국은 많은 재료를 바라보고, 다 지어진 집을 상상하며 홀로 기뻐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죠.
중국 송나라 때 문인이자 정치가인 구양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라고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제가 쓰는 글은 깊이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가끔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평소에 보이는 삶을 색다르게 표현한 걸 보기도 하고, 보이는 것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를 절묘하게 해석하는 잡아내는 것에 부러움과 시기를 감출 수 없습니다.
저는 다독이 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문, 다상량은 그동안 많이 놓쳐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읽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사소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필요를 느꼈고, 혼자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방안에 둘러보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때 망설임 없이 예전에 읽었던 故구본형 선생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밑줄 그은 부분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았지요. 자기개발관련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분의 글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몇 번을 읽어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뻔한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들을 이 책에서도 합니다.
누구나 아는 뻔한 그 말들 다시 한 번 몇 자 적어봅니다.
질문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해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수십 번 수백 번 보았지만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산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 제대로 보는 순간 우리는 느닷없이 재미있는 세상으로 인도된다. (p33)
"꿈을 꿀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그 꿈을 실천할 때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p51)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삶은 뜨거운 것이다. 살아봐야 삶이 된다. 사랑은 쳐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마주 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 뒹굴며 섹스하는 것이다. 삶을 사랑하라. 헉헉거리며 사랑하라. (p107)
여행은 단순한 놀이나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이상이다. 직장인들이 여행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그저 얼마쯤의 휴식의 상실이 아니다. 현실에 묶인 것이고, 두려움에 묶인 것이다. 빠듯한 돈에 대한 두려움, 컨베이어벨트에 따라잡아야 하는 종종걸음의 두려움, 바쁨의 고리에서 빗겨난 후 불협화음에 대한 두려움, 휴가의 반납을 열정의 증거로 보는 상사의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 다시 다른 사람과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 꿈 따위는 두려움에 가려 힘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아직 중요한 인물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다. (p158)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하여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해도 실망하지 말거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p194)
뻔한 말들 입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글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어쩔때는 뻔한 글귀하나가 자꾸만 마음을 건드립니다. 사소한 것들이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이 책을 지금 세번째 읽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 저는 위로를 받습니다. 역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제가 종이책을 고집하고 읽는 책들을 모두 소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마음이 끌려 책을 선택하고, 예전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보아가며 지금의 감정과 비교해볼 수 있는 묘한 쾌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짧은 옷을 입다가 몇 주 사이에 사람들의 옷이 확연히 바뀐 걸 느낍니다. 이런 때는 감기몸살을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절기에 많이 아프죠. 어쩌면 지금 제가 심적으로 약간 환절기가 온 거 같습니다. 이번 환절기도 잘 버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심리적 환절기를 겪어왔는데, 이걸 잘 겪어내면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좋은 책도 읽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토마토수프 레시피를 찾아봐야 겠네요.
중고서점에서 살짝 빛바래고 표지가 살짝 얼룩졌지만 '구본형'이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의 부제에는 '1시간에 읽는 구본형의 자아경영' 이라고 적혀 있다.
150 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한번 쯤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다는 차원에서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아내의 핸드폰을 보았다. 내가 '남의 편'으로 저장이 되어있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남의 편이라고 저장이 되어 있어? 이거 아니었잖아."
아내 曰, '요새 자기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속상해서 그렇게 저장했어."
나도 조금 느낀 부분이다. 최근에 이상하게 살짝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밖에서는 딱히 풀 때도 없고, 혼자 시간을 가지려 해도 쉽지 않고 하다보니 가장 편한 아내에게 싫은 소리, 짜증을 유난히 부렸던 거 같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역설적이게도 그러다보니 가장 소홀해진다.
이렇게 예민해진 시점에서 무언가 조금 나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차분하고 조용히 생각하기, 그러면서 풀리지 않은 일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이게 내 방식이다.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생각의 정리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고 우연찮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최근 몇 년 간은 정말 '책'에 흠뻑 취해 있었다.
책이라는 것은 보통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 이지만, 얼마 동안은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목적이 되어 버렸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에서는 '책'을 읽는 이미지로 서서히 자리잡히고, 싫지는 않지만 단지 그것으로 표현되는 내 모습이 싫어졌고, 내가 만들어낸 틀 속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
이제는 다시 새롭게 생각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예전부터 느낀 것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여행', '독서'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고, 방안 구석에서 책을 읽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하게 나를 풀어놓아보려 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어보기도 하고, 낯설은 거리를 걸어다니며 그 낯설음에 어색해보기도 하며, 인생과 인생의 만남이라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보고 싶다.
책을 통해 배우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게 할 것이다.
여전히 꾸준히 읽어나갈 테지만, 행동으로 바뀌지 않고 단순히 내 고집을 유지시키기 위한 책은 읽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렇게 차분히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조금씩 생각이 정리가 된다. 구본형 작가의 책은 이렇게 한 번씩 나를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찌보면 흔히들 말하는 자기개발서 같지만 작고하신 구본형 작가의 책에서는 그분의 철학이 느껴지고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마지막으로 추석이 지난 다음 날 새벽 글을 마친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로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그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울 것이다.
여기 깨끗한 유리잔이 있다.
반쯤 물이 채워져 있다.
이 물은 이미 누군가가 따라놓았다.
누군지 이름이 분명치는 않다.
때로는 '유전적 재능'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그동안 받아온 교육'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혹은 '개인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부모나 귀인의 도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엇이라 불리든 인생의 반 정도를 채워놓은 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이미 내 인생의 반을 좌우했다.
<자신의 이중성을 칭찬하라>
# 이중성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몇가지 원칙
- 이중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어야 한다.
: 파트너십의 기본 바탕은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파트너십은 위험하다.
: 파트너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
: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변화의 시대에 경험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것과 성공과 오만은 서로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이제 성공에서 바울 것은 없다고 믿어라. 미래는 늘 새롭게 쓰이는 것이다. 새로움이 미래의 특성이다.
미래를 선점하는 기회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차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성공을 묻어라.
그래야 미래로 가는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 가정과 일 중 양자 택일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제는 그 이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창조저 괴짜가 돼라>
# 괴짜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해답은 늘 적절한 질문이 가능했을 때 찾을 수 있다. 괴짜는 늘 먼저 질문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는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다.
# 괴짜들은 진보를 믿는다. 나아가 혁명을 믿는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 경험과 지식을 새롭게 연결하라.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자연은 이미 모든 상상력의 원천이다. 창의력은 언뜻 봐서는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이것은 논리의 일반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상식의 궤멸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괴짜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공은 환경이 변하면 더 이상 현명한 교훈이 되지 못하지만 실패는 늘 새로운 답을 찾아가게 한다. 따라서 이들은 실패를 숨기고 싶은 것, 불쾌한 것,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 피하고 싶은 것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 괴짜는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만이 아니다. 괴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에서 괴짜가 탄생한다.
## 새로운 리더십의 원천은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격려와 지원이다.
<함께 춤추는 여인에게 배워라>
# 여성은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표정을 읽고 웅얼거림의 톤을 느끼고 울음 속에 묻어나는 아이의 요구를 알아낸다.
# 여자들은 단숨에 당신을 읽어낼 수 있다. 옷의 주름, 목소리의 울림, 발걸음 소리, 손가락의 움직임 속에 포함된 미세한 불안, 눈꺼풀의 미묘한 떨림, 혹은 입술에 일어난 가벼운 경련이 주는 긴장감의 정도를 한꺼번에 읽어낸다.
# 여성은 정신적으로 유연하다.
남성들이 추상적 개념이나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논리구조 속에 있다면 여자는 훨씬 더 유연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예외적인 예와 개인적 경험, 즉 전후좌우 관계를 둘어보기를 좋아한다.
## 여성의 사고 과정 (thinking process)이 남성과 다르다. 남자들은 한 번에 하나의 일에 몰두해 그 일을 처리하는 반면, 여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펼쳐놓고 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tv나 라디오를 듣는다. 그리고 아이들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거미집 사고(web thinking)라고 불러 남성적 사고의 특징인 단계별 사고(step thinking)와 구별한다.
거미줄 사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전체를 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정보를 한꺼번에 감지하고 해석해 본능적인 '감'을 가지게 해준다.
# 여성은 꿈을 꾼다. 상상력 역시 여성적 특성인 거미집 사고의 도움에 크게 의존한다. 상상력이란 머리 속에 깊이 저장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결합해서 감정적 숨결을 넣어 소생시키는 것이다.
# 여성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수평적 관계 지향적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지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독단과 서열추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 이제 인간이 가장 중요한 기업 자산이다. 이때 구성원의 열정과 믿음, 애정과 헌신을 이끌어내려면 서로에게 중요한 거슬 공감해주는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명령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 사이의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원한다. 이때 수평적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재능이 중요하다. 여성은 수직적 지위가 주는 힘에 대한 매력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힘으로 인식한다. 수평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파트너십은 직원과 고객을 참여시켜 굳건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웃어라, 그리고 또 웃어라>
# 거리낌 없는 웃음은 세상 속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벽을 허물고 자신을 열어 보이는 타인과의 긍정적 교류를 의미한다. 소설가이며 철학자인 조르주 바타유는 웃음을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털어놓은 소통의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웃을 수 없다는 것은 자기 안에 격리되어 있다는 것이며, 폐쇄된 자아의 여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일상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창조성을 높여준다. 기억하자. 행복은 행복한 사람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없는 행복한 사회란 없다. 당연히 행복한 직원이 없는 행복한 고객도 없다.
## 농담같은 몇가지 법칙
코박의 수수께기 - 잘못 돌린 전화번호는 통화중이 없다.
호로위츠의 법칙 - 라디오를 틀면 좋아하는 곡의 마지막이 흐른다.
존과 마르타의 미용실 법칙 - 내일 머리를 자르려고 마음먹고 있으면 누가 꼭 머리 모양이 좋다고 말한다.
프랭크의 전화 법칙 -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다. 둘 다 있으면 적을 내용이 없다.
편지의 법칙 - 그럴듯한 문구는 편지를 봉한 후에 생각난다.
미퀘트의 목수 법칙 - 찾지 못했던 공구는 새 것을 구입하면 나타난다.
## 당신은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잘 웃는 웃음은 신선하고 상큼하다. 웃음에 관대해져라. 그러니 어깨에 힘주고 목소리를 낮추지 마라. 무능함의 표본이다.
<쓸데 없는 약속을 버려라>
#이탈리아의 작가 조지오 망가넬리는 "우리는 무익한 것에서 생명을 얻고 유익한 일을 하면서 탈진한다. 유익한 일로 말미암아 파멸하고 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불행은 조용히 혼자서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역설적으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은 시간을 절대로 가지지 않은 사람이다. 그들은 시간을 그대로 놓아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물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조각조각 분해도니 시각의 조각을 먼저 어딘가에 배타적으로 묶어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 시간과 친해지는 방법은 쓸데없이 약속하지 않는 것이다.
# 약속 장소를 내 취향으로 잡아라
# 벨이 울릴 때마다 전화기를 들지 말라.
# 기다림을 배워라.
-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죽은 시간이다. 그러나 기다림은 특별하고 매력적인 시간이다. 모든 농부는 자연스럽게 익은 사과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 태양을 흠뻑 담은 달콤한 과일은 모두 기다림이 선사한 것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창조적 해동이다. 기다림은 맛을 깊게 한다.
## 직장의 구성원들이 서로 넉넉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서로의 시간을 아껴줘야 한다.
## 직원들에게 쓸데 없는 일을 시키지 마라.
##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집중하라.
혁명의 시대에는 있는 것을 개선하는 점진적 진보에 바탕을 둔 효율성보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효과성이 중요하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 그것이 시간을 친구로 만드는 법이다.
## 이제 회사의 목적에 맞추어 개인을 무개성적인 자원으로 마음대로 배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요구와 정체성이 회사의 목적에 맞게 균형 잡힌 인사 정책을 누가 먼저 만들어내는 가가 인재의 계발과 유지의 성패를 좌우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스물네 권의 책을 읽어라>
# 잘못 고른 책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니 끝까지 다 봐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덮어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두어 페이지 다시 훑어보고 그래도 마음을 휘감지 못하면 버려라. 쓰레기는 공간을 차지한다. 마음의 공간을 비우지 못하면 좋은 것이 들어와 머물 수 없다. 그러므로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 좋다.
# 천천히 읽어라. 책은 음식과 같다. 천천히 씹으면 그 맛이 오래가지만 대강 씹어 삼키면 끝내 그 맛을 알 수 없다. 공자는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라고 말했다. 한 번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시 읽는 것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다. 명심하라. 생각할 것이 없는 책은 책이 아니다. 그대의 시간을 죽이고 돈을 죽인다. 가장 나쁜 투자다.
## 좋은 책을 읽는 때는 반드시 그 속에 들어가 한바탕 맹렬히 뒤섞여야 한다. 마치 앞뒤의 글이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 투철해져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공부할 양은 적게 하고 공력은 많이 기울여야 한다. 물을 잘 주는 농부는 채소와 과일 하나하나에 물을 준다. 물을 잘 주지 못하는 농부는 급하게 바쁘게 일을 처리한다. 물지게의 물을 지고 와서 농장의 모든 채소에 한꺼번에 물을 준다. 남들은 그가 농장을 가꾸는 것으로 볼 테지만 작물은 충분히 적셔진 적이 없다. 우리의 정신도 이와 같다.
# 글을 볼 때 이해한 곳에서 다시 읽어나가면 더욱 오묘해진다. 작가의 언어는 꽃밭과 같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좋게 보이지만, 분명하게 좋은 것은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보인다. 공부는 자세히 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에 지름길은 없다. 지름길은 사람을 속이는 깊은 구덩이다. 껍질을 벗겨야 살이 보이고 살을 한 겹 다시 벗겨내야 비로소 뼈가 보인다. 뼈를 깎아내야 비로소 골수가 보인다.
# 사람들은 책을 볼 때 먼저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저자의 말을 끌어다가 자신의 생각을 맞추어넣는다. 이것은 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생각을 미루어 넓히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지어 내지 말고 저자의 말을 앞에 놓고 그들의 생각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는 것이다. 자싡의 생각을 저자의 뜻에 꿰어맞추지 말고 저자의 뜻을 붙잡으려 해야 한다. 저자의 생각을 알면 크게 진보할 수 있다. 이것이 자기를 없애고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다.
# 향기를 선사하는 책은 다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다. 평생을 곁에 두고 봐야 한다. 좋은 책이란 마음이 떨어진 낙엽처럼 바스러질 때, 혹은 바람에 날려 어디로 날아갔는지조차 알지 못할 때 몇 페이지 펼쳐보면 청량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책은 채기라기보다는 향기다.
<놀지 않으면 창조할 수 없다>
# 문명의 이름으로 자행된 야만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자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아주 가느다란 실줄기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칼 만하임과 달라이 라마 같은 이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생명과 자유에 대한 개개인의 치열한 내적 성찰과 변화없이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이것은 어렵고 먼 길이지만 유일한 길이다.
# 평화는 무엇보다 모든 생명체들이 그들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평화는 자기 자신을 찾아 돌아가는 조용하지만 확고한 인내와 확신이다. 평화는 한 번도 갈길을 의심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과 같다.
#걷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육체가 허용하는 적절한 속도로 걸을 때 우리의 정신은 편안하다. 가장 생각하기 좋은 속도다.
#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느림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난한 시대로의 퇴보, 하이퍼 계급 안에서 유행하는 자기 콘트롤의 미학' 이라고 말한다.
#커다란 톱닙퀴에 물린 작은 톱니바퀴에게 느림이란 없다. 느림은 큰 톱니바퀴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이라는 덫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림이란 가당찮은 것이다. 오직 톱니바퀴에서 풀려나 자신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느림은 창조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휴가조차도 전투적으로 보내야 하는, 짧은 휴가밖에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느림은 너무도 멀리 있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도 느림의 혜택을 즐길 수 있기 하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다.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몇 가지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방법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습관을 만들어서 그 습관이 일상의 일부를 지배하도록 허락하자. 새로 만들어낸 습관이란 변화 속에서 그 변화를 지속하게 하는 관성이니까
#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함으로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지만, 지도를 펴놓고 계획을 잡는 것, 그리고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배낭을 메고 걷는 것 역시 여행의 진미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혹은 일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순간 우리는 가벼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라.
#산은 운동도 피크닉의 대상도 아니다. 산은 산 그대로다. 거대하고 육중한 생명 그 자체, 바로 자연인 것이다. 산게 가는 것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이 되는 것이다. 오솔길을 돌아 그 푸른 숲 속으로 들며 푸르름의 일부가 되어 묻히는 것이 산에 드는 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몸과 마음에 그 푸른 산 내음을 조금 담아가지고 속세로 나오는 것이 바로 산행이다. 다친 늑대가 호젓한 곳에서 상처를 치료하듯, 우리도 바스러진 마음을 들고 들어가 잠시 호젓한 곳에서 그 푸르름으로 적셔 나오는 것이 바로 산인 것이다.
# 어디를 걷든 걸을 때는 걱정거리를 놓아두고 가라. 고민은 책상과 서류 위에, 돈을 내라는 고지서는 탁상 어디엔가 놓아두고 밖으로 나와 걸어라. 며칠 안에 질 것이지만 오늘 피어 있는 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자신을 움츠리지 않는다. 감사하라, 그대가 이 세상에 있음에 대해. 오늘 세상을 등져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날임을 또한 생각하라.
<아빠 앞에 '부자' '가난한' 이라는 말을 달지 말라>
#1998년 발행된 미국의 비영리 부문에 관한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1백만 개가 넘는 제3부문의 조직이 있으며, 연간 예산은 6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노동인구의 7%가 이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1995년에 9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일주일에 평균 네 시간 이상을 여기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2천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적 번영은 인생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제3부문의 강한 문화공동체가 만들어낸 사회적 신뢰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마크 트웨인이 탁월한 것은 바로 그 미국의 핵심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점에 있다. 그의 말을 빌려보자.
"어떤 사람은 지위를 숭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영웅을 숭배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권력을 좇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을 숭배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인 사실 하나는 한결같이 모두 돈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우선 불신의 정체를 이해하라. 불신감은 삶에 실망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불이익을 당해본 사람이 터득하게 된 일종의 지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세네카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기만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생과 인생이 만나는 것이다.
<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 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 한다. 40km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주세페 베르디는 1813년에 태어났는데, 여든한 살이 된 1893년에 마지막 오페라인 <팔스타프>를 작곡했다. 이미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나이에 아직도 힘든 오페라를 작곡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베르디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평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왔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해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베르디는 팔스타프에게 또 다른 생명을 주었다. 인생에 대한 열정과 활기로 가득 찬 오페라 <팔스타프>를 만들어낸 것이다. 열여덟 살의 드러커는 이 강렬한 오페라가 어떻게 여든 살 노인의 작품일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가 그도 베르디처럼 살게 되었다. 베르디나 드러커는 바로 팔스타프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기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타다 꺼진 불꽃처럼 하루를 살지만 늘 아쉬움이 남게 된다는 것은 이해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태어난 대로 생긴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자신을 바꾸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성공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
#화가 장욱진의 말을 기억하라.
"나는 내 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살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 마음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게으르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라. 자신을 계발한다는 것은 자기의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고난 재능도 그대로 방치하면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쓸 만한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이것은 유한한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약점을 보완하면 기껏해야 평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고, 강점을 강화하면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ㅓ.
# 가지고 있는 자원의 70~90% 정도는 자신의 강점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해야 한다.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 이것은 강점의 계발과 더불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방법이다. 이것은 자기 스타일에 맞게 배우고 자기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치고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라.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겨두는 것은 위안이 된다. 피곤한 몸을 쉬며 아이들을 키웠던 오래된 집 한 채 정도 남기는 것은 좋다. 그리고 약간의 저축을 남기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많이 남기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고 싶은 일에 인생을 다 걸고 살다 죽으면 된다. 그리하여 초라하고 노쇠한, 아까울 것 없는 껍질을 벗고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별빛 하나로 밤하늘에 달리면 된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하여 한없이 처량하고 무기력해질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충고를 진심으로 따라보는 것도 좋다.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넷째,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다섯째,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여섯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여덟째,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다가 분노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아홉째,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로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그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