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1859년에 출간되었다. 처음부터 출간연도를 언급하는 이유는 약160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에 언급된 '토론'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p50
인간은 토론과 경험에 힘입어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자면 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 그러나 사실과 논쟁이 인간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그 정신 앞으로 불려 나와야 한다. 사실 스스로가 진실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에 관한 사람들의 논평이 있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 내리는 판단의 힘과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잘못된 판단을 시정할 수단을 언제나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판단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어떤 사람의 판단이 진실로 믿음직하다고 할 때, 그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늘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까지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그리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어떤 의견이 왜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옳은 의견 못지않게 그릇된 의견을 통해서도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상이한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나아가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 문제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명한 사람 치고 이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없다.
인간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에 명확하게 맞설 수 있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소상하게 잘 파악하고 이런저런 반박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 - 즉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피하기보다 그것을 자청해 나서고,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비판을 봉쇄하지 않는 사람- 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토론'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다. 토론이라는 것은 이렇게 글로 쓰기에는 쉽다.
직접 사람들이 어떤 논제에 대해서 토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논제에 따라서 의견이 확연히 대립될 경우에는 자칫하면 감정적인 측면이 짙게 배어들면서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토론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해서 상대를 설득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에 충분한 근거를 통해 반박하기 보다는 '그냥 그거에 대해 반대한다. 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다' 라는 방식이 취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서열의 우열에 따라서 어떤 이의 의견은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서로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토론다운 토론을 하지 못한 채 질적으로 좋지 않은 의견만을 도출한 채 끝나버리기도 쉽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토론을 해야 할까?
우선 토론에 참석하는 사람들 간에는 사전에 어느 정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토론에서 서로 다른 의견과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해서 서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의견을 이야기할 때는 어느 정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호소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과감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 경청하는 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항상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감정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평소에 사람들과 서로 대화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심도있게 교환하거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토론을 하기가 쉽지 않다. 비유가 궁색하지만, '입에 쓰면 몸에 좋다'고 토론에서 자신의 의견을 선뜻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우며, 다른 사람을 언어라는 매개로 설득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의견과 생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를 얻게 되며, 제한된 생각의 틀을 과감히 걷어내게 해준다.
『자유론 』의 토론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 카프카가 언급한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를 느껴서 자유론의 일부만을 정리해보았다.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재정리를 해야겠다.
'■ 책과 영화 > □ 인문, 역사, 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랭 드 보통, 『불안』 (2) | 2015.08.03 |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0) | 2015.07.23 |
생각의 좌표 (0) | 2015.07.02 |
소피의 세계1 (아리스토텔레스 편) (0) | 2015.06.25 |
소피의 세계1 (플라톤 편) (0) | 2015.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