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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3미술관은 창고에서 시작했다. 권력자나 귀족이 소유한 귀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은 유전자의 뿌리가 같다. 미술 권력은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이 쥐고 있었다. 그림을 굳이 전시한다면 빼곡하게 그림을 붙여놓았다.
p108토론 없는 결론보다 결롭 없는 토론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과정이다.
p112감시와 처벌, 이것은 책의 제목이면서 건물의 주제이기도 하다. 바로 감옥이다. 최소의 간수가 최대의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재조직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간단명료한 주제로 재구성된 공간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파놉티콘이다. 그것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시선으로 이루어진 권력의 비대칭이다. 간수는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어두운 방의 간수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죄수는 간수실에 간수가 있든 없든 거기 항상 간수가 있다고 전제할 수밖에 없다. 죄수는 스스로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p115건축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존재한다. 건물이 일상의 소비재가 아니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환경이라는 가치관이 건축을 의미있게 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이면서 다음 세대에 대한 역사적 책임 의식이기도 하다.
p116사형 제도 폐지의 가장 큰 논거는 오심의 가능성이다.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예수의 처형일 것이다. 종교적인 판단을 접어둔다면 그 처형은 번제를 요구하는 집단 광기와 정치적 이기심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2000년 동안 유럽 사회에 이어지던 유태인 혐오의 근저에는 예수 처형자의 자손들이라는 적개심이 깔려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이 혐오감이 무려 600만 명의 인간을 처형했다. 역사는 집단 광기의 몸부림으로 휘청거려왔다.
p12116세기의 도시와 그림을 치밀하게 그려나간 이 소설은 단지 터키의 문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얻게 된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건물에만 관심있던 여행자에게 회색빛이던 도시는 이제 빨갛고 파란 속살을 지닌 도시로 변모했다. 그 색을 보여준 도구가 바로 소설이다. 2006년의 노벨상은 이렇게 언어로 도시를 쌓아 올린 작가 오르한 파무크에게 수여되었다.
건축은 우리의 모든 것을 담는다. 건축 교육은 벽돌 쌓는 지식을 넘어 자신의 세계관을 요구한다. 건축이 아름다운 것은 도시와 역사를 다루는 작업이고 우리와 우리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건축가는 닭장 같은 건물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p122도시는 건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설, 음악, 영화에 담긴 도시의 모습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산들이고 도시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들이다. [토지]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하동이고, [탁류]를 의미 있게 하는 것은 군산이다. 메밀꽃 필 무렵이면 봉평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건물이 아닌 소설 때문이다.
p123도시는 살아 있어야 하고 새로운 제안을 통해 계속 변화해 나가야 한다. 좋은 도시는 우리의 야심이어야 한다.
p130도시가 살 방향은 모방과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에 있다. 그것은 단지 건물의 창조에만 있는 가치가 아니다. 좋은 도시의 창조에는 미술이 개입한다.
p207이 개발회사는 건물의 크기뿐 아니라 건물의 질적인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시민, 공무원, 언론인, 심지어 철학자도 포함된 위원회가 매월 모여 건축가를 선정하고 건물의 질적인 문제를 검토한 뒤 전략을 만들어나갔다.
p214도시 구석구석에 이웃의 시선으로부터 감춰질 수 있는 곳을 없애는 것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길이다. 높은 담장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담장을 없애는 것이 범죄를 막을 수 있다. 가로등도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의 구석을 비출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p215상점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말로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세제 감면과 같은 세금의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뉴질랜드의 정신이 아니다." 시정부 기관인 캔터베리개발공사의 국제 담당관의 단언이다. 다만 공동 광고를 해주고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는 등의 작업을 해주는 것이다.
p217중요한 것은 시민을 위한 도시다. 시민이 아니고 관광객을 위한 정책을 펴온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새겨야 할 이야기다.
p241헬싱키는 토지 이용권을 양도하더라도 토지 이용자에게 최고 수준의 건물을 지을 것을 요구한다. 건축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상공모를 하든가, 자격을 지닌 건축가를 섭외하여 시의 동의를 얻을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건축가 선정 과정의 형식적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최고의 디자인을 얻기 위한 장치다. 핀란드는 유로화 통용 이전의 지폐에 건축가가 등장했던 나라다.
p251우리 사회의 가치는 분명 전도되어 있다. 시험은 기량을 가늠하는 도구이거늘 우리 사회에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고 극복해야 할 목표로 바뀐다. 언어는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거늘 영어 시험은 자격이 아니고 능력의 위상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하는 결과물이 노벨상이라는데 한국에서는 국가 자존심의 표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말이 호들갑스럽다.
p261건축을 공부하려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대답은 상상력과 논리적 설득력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상상력이다. 또한 건축은 개인의 작업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개입하는 작업이기에 그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상상한 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p266많은 이가내게 물었다.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어떤 도시냐고, 나는 대답했다. 가장 공정한 사회가 만드는 도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실제로 우리가 그림엽서로 만나는 그 아름다운 도시들은 모두 소위 선진국의 도시들이고 그들은 모두 사회적 공정성을 기반으로 선진국이 되었다. 나는 우리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사회에서 멀어질까봐 두렵다.
p78
문화는 밥과 반찬처럼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한두 번 작심하고 다가가야 할 순례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아직도 진행형인 우리 문화의 모습이다.
p88
이처럼 초대형의 문화적, 도시적 폭발력을 지닌 건물을 절해고도에 세워서 사진의 피사체로만 삼겠다는 것이 진정 문제였다. 이런 건물이 도시 내에 자리 잡으면 주위는 금방 연관된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p93미술관은 창고에서 시작했다. 권력자나 귀족이 소유한 귀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은 유전자의 뿌리가 같다. 미술 권력은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이 쥐고 있었다. 그림을 굳이 전시한다면 빼곡하게 그림을 붙여놓았다.
p108토론 없는 결론보다 결롭 없는 토론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과정이다.
p112감시와 처벌, 이것은 책의 제목이면서 건물의 주제이기도 하다. 바로 감옥이다. 최소의 간수가 최대의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재조직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간단명료한 주제로 재구성된 공간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파놉티콘이다. 그것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시선으로 이루어진 권력의 비대칭이다. 간수는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어두운 방의 간수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죄수는 간수실에 간수가 있든 없든 거기 항상 간수가 있다고 전제할 수밖에 없다. 죄수는 스스로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p115건축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존재한다. 건물이 일상의 소비재가 아니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환경이라는 가치관이 건축을 의미있게 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이면서 다음 세대에 대한 역사적 책임 의식이기도 하다.
p116사형 제도 폐지의 가장 큰 논거는 오심의 가능성이다.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예수의 처형일 것이다. 종교적인 판단을 접어둔다면 그 처형은 번제를 요구하는 집단 광기와 정치적 이기심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2000년 동안 유럽 사회에 이어지던 유태인 혐오의 근저에는 예수 처형자의 자손들이라는 적개심이 깔려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이 혐오감이 무려 600만 명의 인간을 처형했다. 역사는 집단 광기의 몸부림으로 휘청거려왔다.
p12116세기의 도시와 그림을 치밀하게 그려나간 이 소설은 단지 터키의 문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얻게 된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건물에만 관심있던 여행자에게 회색빛이던 도시는 이제 빨갛고 파란 속살을 지닌 도시로 변모했다. 그 색을 보여준 도구가 바로 소설이다. 2006년의 노벨상은 이렇게 언어로 도시를 쌓아 올린 작가 오르한 파무크에게 수여되었다.
건축은 우리의 모든 것을 담는다. 건축 교육은 벽돌 쌓는 지식을 넘어 자신의 세계관을 요구한다. 건축이 아름다운 것은 도시와 역사를 다루는 작업이고 우리와 우리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건축가는 닭장 같은 건물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p122도시는 건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설, 음악, 영화에 담긴 도시의 모습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자산들이고 도시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들이다. [토지]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하동이고, [탁류]를 의미 있게 하는 것은 군산이다. 메밀꽃 필 무렵이면 봉평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건물이 아닌 소설 때문이다.
p123도시는 살아 있어야 하고 새로운 제안을 통해 계속 변화해 나가야 한다. 좋은 도시는 우리의 야심이어야 한다.
p130도시가 살 방향은 모방과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에 있다. 그것은 단지 건물의 창조에만 있는 가치가 아니다. 좋은 도시의 창조에는 미술이 개입한다.
p207이 개발회사는 건물의 크기뿐 아니라 건물의 질적인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시민, 공무원, 언론인, 심지어 철학자도 포함된 위원회가 매월 모여 건축가를 선정하고 건물의 질적인 문제를 검토한 뒤 전략을 만들어나갔다.
p214도시 구석구석에 이웃의 시선으로부터 감춰질 수 있는 곳을 없애는 것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길이다. 높은 담장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담장을 없애는 것이 범죄를 막을 수 있다. 가로등도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의 구석을 비출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p215상점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말로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세제 감면과 같은 세금의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뉴질랜드의 정신이 아니다." 시정부 기관인 캔터베리개발공사의 국제 담당관의 단언이다. 다만 공동 광고를 해주고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는 등의 작업을 해주는 것이다.
p217중요한 것은 시민을 위한 도시다. 시민이 아니고 관광객을 위한 정책을 펴온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새겨야 할 이야기다.
p241헬싱키는 토지 이용권을 양도하더라도 토지 이용자에게 최고 수준의 건물을 지을 것을 요구한다. 건축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상공모를 하든가, 자격을 지닌 건축가를 섭외하여 시의 동의를 얻을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건축가 선정 과정의 형식적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최고의 디자인을 얻기 위한 장치다. 핀란드는 유로화 통용 이전의 지폐에 건축가가 등장했던 나라다.
p251우리 사회의 가치는 분명 전도되어 있다. 시험은 기량을 가늠하는 도구이거늘 우리 사회에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고 극복해야 할 목표로 바뀐다. 언어는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거늘 영어 시험은 자격이 아니고 능력의 위상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하는 결과물이 노벨상이라는데 한국에서는 국가 자존심의 표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말이 호들갑스럽다.
p261건축을 공부하려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대답은 상상력과 논리적 설득력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상상력이다. 또한 건축은 개인의 작업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개입하는 작업이기에 그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상상한 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p266많은 이가내게 물었다.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어떤 도시냐고, 나는 대답했다. 가장 공정한 사회가 만드는 도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실제로 우리가 그림엽서로 만나는 그 아름다운 도시들은 모두 소위 선진국의 도시들이고 그들은 모두 사회적 공정성을 기반으로 선진국이 되었다. 나는 우리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사회에서 멀어질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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