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항상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에 오르는 작가이다. 노벨문학상을 타고 안 타고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작품은 출간 전부터 이미 예약이 이루어지고, 출간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판사들이 경쟁하며 판권을 얻으려는 몇 안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때는 오래되었던 것 같다. 여섯 살 차이가 나는 누나의 방 책꽂이에 있던 《상실의 시대》를 한 참 동안이나 보아왔다. 물론 겉표지의 제목만 보아왔을 뿐이다. 언젠가는 한 번 읽어 볼까 잠시 들춰보기도 했지만 20쪽도 채 못 넘기고 다시 닫기를 여러번 반복했던 것 같다. 그 때 이미 질려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은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상실의 시대》는 읽어야 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책이다.
실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Q84》가 처음이었고, 제목이 유난히 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다음이었고, 이번에 글을 쓰게 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내가 만난 세번째 책이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 불과 세 편을 접해서 인지 몰라도 나는 아직 하루키를 잘 모르겠다.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이며,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글을 써내려가는지 짐작도 잘 가지 않는다.
워낙 두터운 독자와 하루키 매니아라고 할 정도의 이들도 많이 있고, 그에 대한 작품 해설 및 작품관에 대해 표현한 책도 눈에 많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책들은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나오는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을 읽었을 뿐 다른 정보는 일부러 피했다. 조금씩 그의 책들을 읽어가면서 그만의 독특한 문체와 사상과 세계관을 알아보고 싶은 궁금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접한 세 권의 책을 통해 느낀 점이라면, '신비함'과 약간의 '영롱함(?), 몽롱함(?)' 이라고 해야 하는 표현들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사람들의 깊이 숨어있는 욕망을 끄집어 내어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 역시 그의 이름을 믿고 처음 책을 읽었지만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려 하는 이유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다.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면 궁금하고 수수께끼 같고, 책에 손을 떼기가 쉽지 않다. 이게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최근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의 단편집이다. 총7편이 소개되었다. 그동안 장편만을 읽어오다가 얼마 전부터 단편의 매력을 알아가고, 여러 작가들의 단편들을 찾아 보기도 하는 중에 만났다. 7편의 작품은 모두 어떻게 보면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자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그리고 성적인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편 중 특히 <드라이브 마이 카>와 <독립기관> 이라는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처음에 수록되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부터 이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궁금함을 유발했으며, 발을 더 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독립기관>은 사랑없이 그저 여자들만을 만나오던 한 남자가 결국 상사병으로 죽게되는 이야기인데 짧은 단편이지만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은 짙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 독립기관이 어떤 한 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에게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장기와 같은 하나의 독립기관이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동작하는 그런 기관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바로 하루키의 다른 작품을 주문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다음에 읽을 작품이다. 그의 최신작들을 먼저 보고 다시 그의 예전 작품으로 돌아가서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키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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