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한 이상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맞추지 못하는 그의 보아뱀 그림도 이해한다. 소년은 자신이 사는 작은 별(B612)에 사랑하는 장미를 남겨두고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온 어린 왕자였다.
어린왕자는 여행을 시작하고 일곱번째로 지구에 도착한다.
그동안 거친 별은,
첫번째, 모든 별을 다스린다는 임금
두번째,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허영쟁이
세번째, 술고래가 술을 마시고 있는 행성
네번째, 상인이 있는 별
다섯번째, 아주 작은 별에서 가로등 하나를 점등하는 점등인이 있는 곳
여섯번째, 서재에만 앉아 있으면서 지리학을 한다는 늙은 학자
그리고 드디어 지구에 도착한다.
지구에 처음 도착해서 만난 것은 나중에 자신의 별에 가고 싶을 때 오라고 한 노란 뱀, 자기가 하는 말을 반복하는 높은 산의 메아리, 정원의 수많은 꽃, 그리고 역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찾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사막에서 여우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면서 '길들인다'라는 말을 통해 수많은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별에 두고 온 작은 꽃을 생각하게 된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이런 점을 배웠다면 조종사는 어린왕자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배운다.
추락한 지 8일 째 되는 날 어린왕자와 조종사는 샘을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에 별들이 보이는 데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자신과 함께 길들여진 꽃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어린왕자가 떠나면 조정사에게 하늘의 별을 보라고 한다. 그 중에 하나의 별에서 어린왕자가 웃고 있을 거라고. 그러면 어느 별에 있는지 모르니 모든 별이 웃는다고 생각할거라 한다.
▶ 주요장면소개
하나.
p116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비밀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겉에 보이는 화려함만을 쫓는 우리의 세태에 일침을 놓는 듯 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면의 깊은 부분이고 평범하고 사소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둘
p108
"그런데 말이야. '길들인다.' 라는 게 뭐야?"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이제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돼. 나에게는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난 그 꽃에게 길든 것 같아."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여 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필요한 물건을 사듯이 쉽게 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현대사회는 마치 숫자로 삶이 좌지우지 된다. 나의 등수는 몇 등인가?, 몇 점짜리인가?, 얼마나 버는가?, 얼만큼 큰집에 사는가? 등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런 척도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화려하고 비싸지 않으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자존감은 떨어진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신이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
'길들인다'는 말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세태와 인간소외현상 극복을 위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철학적인 언어와 같다.
셋
어린 왕자가 지구에 일곱번째로 오게 되었다. 그가 지구에 오기 전에 만난 별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어른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각각의 별들의 특징이 바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유를 상징한다. 과연 우리는 그 중 하나에 해당 하지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길들이고 있으며, 길들여지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족들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고 있는가?
친구들과 곱씹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연을 만들고 있을까?
나 혼자 외로울 때 생각나는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우리는 여우가 알려주는 비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사랑할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다.
p25
나는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호'에서 왔다고 믿는다.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 이 행성은 1909년에 터키의 한 천문학자가 딱 한 번 망원경으로 본 적이 있다. 그 때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행성의 발견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옷차림을 보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 후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에게 유럽식으로 옷을 입으라고 명했고, 거역하면 사형을 처하겠다고 했다. 1920년, 천문학자는 유럽식으로 양복을 차려입고 행성의 발견을 다시 증명해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행성 B612호에 대해 번호를 붙이며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작 중요한 것은 묻지 않는다.
p42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요. 양들도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을 먹어왔고요. 그런데도 꽃들이 왜 그리 힘들게 가시를 만들어 왔는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요? 양들과 꽃들의 싸움이 어째서 중요하지 않죠? 얼굴이 새빨간 남자가 계산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오직 내 별에만 있는 꽃 한 송이를 내가 알고 있는데, 그 꽃을 어느 날 아침에 양이 무심코 먹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고요!"
p50
"그 꽃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말았어야 했어요. 꽃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바라보고 향기만 맡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 꽃은 내 별을 향긋한 향기로 가득 채웠지만, 나는 그 향기를 즐기지 못했어요. 가시 이야기는 듣기 싫었지만 측은한 마음으로 들어야 했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 단순한 거짓 말 뒤에 숨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꽃이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p56
"나는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몰랐을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에요. 이젠 소용없겠지만...... 하지만 당신 또한 나만큼 어리석었어요. 부디 행복하길 바라요. 유리 덮개는 치워도 돼요. 이제 필요 없어요."
"바람이 불면......"
"내 감기는 그리 심하지 않아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면 오히려 좋을 거예요. 난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들이 오면......"
"나비를 만나기 위해서는 벌레 두어 마리가 와도 참아야지요. 나비는 매우 아름답다면서요. 나비가 아니면 누가 날 찾아오겠어요? 당신은 이제 멀리 떠나잖아요. 짐승들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요. 난 가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꽃은 천진난만하게 네 개의 가시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계속 그렇게 우물쭈물 서 있을 거예요? 성가셔요. 떠날거면 빨리 떠나요."
어린 왕자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자존심이 강한 꽃이었다.
p63
권위는 사리에 맞았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만일 네가 너의 백성에게 바다에 뛰어들라고 명령한다면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내가 복종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은 내 명령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p64
"그럼 너 자신을 심판해 보아라. 몹시 어려운 일이지.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법이니라. 너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면, 넌 정말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왕이 말하자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저 자신을 심판하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꼭 여기에 살면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흠! 흠! 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사는 것 같구나. 밤마다 긁는 소리가 들리거든. 그 쥐를 심판하면 되겠구나. 때때로 쥐에게 사형을 선고하라. 그러면 그 쥐의 생명은 네 판결에 달린 셈이 되지 않겠니. 하지만 쥐를 오랫동안 심판하려면 매번 특사로 형을 감해 주어야 한다. 한 마리밖에 없으니 말이다."
"저는 사형 선고는 내리고 싶지 않아요. 이제 그만 떠나야 겠어요."
"떠나지 마라."
p79
"나에게는 꽃 한 송이가 있어요. 나는 꽃에게 물을 주고 가꿔요. 화산도 세 개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를 해요.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를 해야 해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꽃이나 화산에게 도움을 주죠.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아요."
p84
'왕과 허영쟁이, 술꾼, 장사꾼과 같은 사람들은 가로등 켜는 사람을 무시하겠지. 하지만 나는 저 사람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마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일 거야.'
p89
"내 별은 그리 흥미롭지 않아요. 아주 작은 별이죠. 화산이 세 개 있는데 두 개는 불이 붙어 있는 활화산이고 하나는 불이 꺼진 휴화산이에요. 하지만 휴화산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요."
p91
어린 왕자는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내 꽃은 한순간일 뿐인데,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곤 네 개의 가시가 전부인 꽃을 별에 혼자 남겨 두고 떠나오다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다시 용기를 내 노인에게 물었다.
"어느 별을 여행하면 좋을까요?"
노인이 대답했다.
"지구라는 별에 가 보렴. 아주 괜찮다더구나."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홀로 남기고 온 꽃을 생각하며 다시 여행을 떠났다.
p96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 사막은 좀 외로운 것 같아."
뱀이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p98
어린 왕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가엾어 보여. 이렇게 약한 아이가 홀로 지구에 오다니. 네가 온 별이 그리워져 다시 돌아고 싶다면 언제든 내가 도와줄게."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넌 왜 자꾸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는 거니?"
"난 모든 것을 풀 수 있으니까."
뱀이 말했다. 그 후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102
'참 이상한 별이야. 여긴 온톤 메마르고 험해. 그리고 사람들은 상상력도 없는지 내가 하는 말만 따라 하잖아. 내 별에서는 꽃 한 송이뿐이었지만 내게 먼저 말을 건네곤 했는데.....'
p106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이제까지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지고 있어서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꽃이 그저 평범한 장미 한 송이였다니.... 겨우 내 무릎 높이의 화산 세 개, 그것도 한 개는 불을 뿜지 않는 휴화산이라니. 이것만으로는 내가 위대한 왕자라고 할 수 없어......'
어린 왕자는 풀숲에 엎드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p108
"그런데 말이야. '길들인다.' 라는 게 뭐야?"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이제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돼. 나에게는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난 그 꽃에게 길든 것 같아."
p111
"내 생활은 무척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닭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사람들도 크고 다르지 않아. 그래서 나는 늘 지루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질 거야. 그러면 수많은 발소리 중에 네 발소리를 구별하게 될 거야. 다른 소리는 나를 땅속 깊이 숨게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좋아하지 않아. 밀은 나에게 아무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밀밭을 바라봐도 나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내게 아주 근사한 광경으로 보일 거야. 밀밭이 황금물결을 이룰 때 네가 기억날 테니까. 그러면 나느 밀밭을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마저도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부탁인데...... 나를 길들여 주겠니?"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고,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무척 많아."
여우가 말했다.
"우리는 길들인 것만을 알 수 있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아.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사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다고! 사람들은 이제 친구를 사귈 수도 없게 될 거야. 만일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야 한다는 말이야."
p112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여우를 찾아갔다.
여우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 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라고."
ㅔ113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네 잘못이야. 나는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
"그래. 그랬어."
"그런데 너느 자꾸 울려고 하잖아."
"그래 . 맞아."
"길들여서 좋을 게 없어."
어린 왕자의 말에 여우가 대답했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게 있어. 밀밭의 황금빛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여우가 이어 말했다.
"장미들에게 다시 가 봐. 너의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와서 작별 인사를 해 줘. 그때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어린 왕자는 다시 장미들을 찾아가서 말했다.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고 길들지 ㅇ낳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들은 몸시 당황스러워했다.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 줬으니까. 물론 두 세 마리 벌레는 나비가 되라고 놓아 주긴 했지만 ......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p116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p120
"그들은 사는 곳이 만족스럽지 않나 봐요?"
"자신이 사는 곳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아이들은 알고 있는 거예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말이에요. 아이들은 봉제 인형 하나를 찾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인형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인형을 빼앗으면 우는 거예요."
p121
"절약한 53분 동안 뭘 하는데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겠지."
어린 왕자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에 나라면 53분 동안 우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
p125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구나."
어린 왕자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나서 나는 달빛 아래 펼쳐진 모래 언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사막은 무척 아름다워요."
사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 집이나 별, 그리고 사막을 아름답게 빛내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아저씨가 내 여우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기뻐요."
p128
"사람들은 서둘러 급행열차에 오르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늘 분주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에요."
p131
"아저씨의 별 사람들은 한 정원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요."
"그래, 맞아."
"한 송이의 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데......"
"그렇고말고."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나는 물을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자 숨쉬기가 훨씬 편했다. 동이 틀 무렵, 햇빛이 비치면 모래는 꿀 색깔을 띤다. 나느 꿀 색깔의 모래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꼈다. 괴로울 것이 뭐 있는가......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어린 왕자가 내 곁에 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p133
나는 두려웠다. 어린 왕자가 들려주었던 여우 이야기를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길들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p139
"밤마다 별을 바라보세요.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게 더 좋을 거예요.그래야 아저씨가 어떤 별을 바라보든 즐거울 테니까요. 밤 하늘의 모든 별이 아저씨의 친구가 될 거예요. 이제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나 줄 게요."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바라보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빛일 뿐이지만 여행객에게는 별은 길잡이가 돼 주잖아요. 학자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장사꾼에게는 별이 황금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저씨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는 미소 짓는 별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무뎌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아저씨도 언젠가 슬픔이 지나가면 나를 알게 된 것이 기뿜이 되겠지요. 아저씨가 밤하늘을 보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면 '저 별들은 항상 나를 웃음 짓게 해' 하고 말해 주세요. 친구들은 아저씨가 이상하고 생각할 거예요. 내가 아저씨에게 아주 짓궂은 장난을 친 게 되겠네요."
p141
"아저씨가 여기 온 건 잘못이에요. 많이 힘들 텐데......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p142
"내 몸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껍데기처럼 보일 거예요. 낡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슬퍼할 건 없어요."
연어는 모천 회귀성 물고기다. 태어나자마자 모천을 떠난 치어들은 저 먼 알래스카까지 헤엄쳐 간다. 그리고 다시 떠났던 길을 거슬러와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산란하고 죽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명을 낳고 죽는다는 것, 누군들 이 연어의 일생에 마음이 사무치지 않겠는가. 나 또한 연어라는 말만 들어도 연민이 솟았다. 이 글은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언어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이 보인다. 은빛연어는 말한다. 연어에게는 연어의 길이 있다고 쉬운 길을 마다하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는 한 마리의 은빛연어를 따라 헤엄치다보니 나도 연어가 되고 싶었다. - 신경숙
p43 "그건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마음의 눈!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말인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친구를, 눈맑은연어를 은빛연어는 오래도록 바라보며 해야 할 말을 잊고 있었다.
p50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른이 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 책임, 이라는 말이 언뜻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죽은 누나가 전에 말했었다.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고
p55 "은빛연어야, 너는 너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럼요?" "혼자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연어 무리는 특히 그렇지. 연어가 아름다운 것은 떼를 지어 거슬러 오를 줄 알기 때문이야." "왜 거슬러오르는 거지요?" "거슬러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p62 "연어들이 편한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할수록 연어들은 해가 갈수록 차츰 도태되고 만다는 거야. 인간들에게 서서히, 조금씩 길들여지다 보면 먼 훗날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연어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게 네 아버지의 생각이었지"
p65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이 생각날 때마다 은빛연어는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었다. 그는 동무들에게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을 볼 줄 모르는 동무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마음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이 세상은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오만으로 가득 찬 생각이었음을 은빛연어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남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가?' 라고 은빛연어는 자신에게 물어본다. 마음 속의 또다른 연어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