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 비교적 얇은 책에 겉표지도 위의 모습처럼 살짝 장난기가 있어 보였다. 제목 또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책머리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오호! 이책 괜찮은데, 이번에 괜찮은 책 하나 건졌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탁 쳤다. 역시 읽어내려가면서 오~~ 하는 작은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첫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것이다. 우선 현재 교육시스템과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학교등에 대한 일침으로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은 학교와 학년, 학번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비슷한 나이대가 아닌 같은 나이의 일정한 집단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의 일종의 벽을 만든 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을 잠깐 살펴보면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동기들, 회사 동기들 이렇게 같은 나이 대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지낸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제도가 만들어낸 획일화된 것 중의 하나인 것이다.
예전 18~19세기 조선 후기의 지식인들, 박지원, 이덕무 등 이들은 나이 차이는 비록 10살을 넘나들었지만 이들은 앎과 지식이라는 토대를 통해서 우정을 쌓고 진정한 벗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런 것을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짧은 글을 통해서 나도 아~! 내가 이런 것에 얽매여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실은 나도 선배, 후배 이런 것들에 대해 나름 중시할 때도 많이 있는데, 이것은 결국 내가 보기좋게 이 사회의 정책에 순응하고 동화되어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들에게 조금 더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벽을 만들어 사전에 차단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두번째는 예전의 배움이라 하는 것은 자기가 배우고 싶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명문대, 지방대, 전문대 할 것 없이 실제적으로 교수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이것은 학생은 학교를 단순히 취업을 위한 하나의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뿐이고, 교수 또한 학생들과 함께 지적 갈증을 해소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연구와 대학내 시스템내에서의 역할만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 말그대로 (大學)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단지 일정한 나이가 되고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음의 길을 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큰 학문이란 과연 무엇일까? 취업에 필요한 스텍을 만드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눈을 가지고 관찰하고, 앎과 철학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자연과 우주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찰과 사유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가 앎, 지식을 가지고 서로 가르치고 배움을 받는 과정에서 '질문'이 없다는 것은 바로 제대로 된 앎과 지식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있는 소크라테스의 많은 일화와 말들은 바로 제자들과의 문답법을 통해서 사유되고 만들어진 것 들이다. 질문이 없다는 것은 단지 암기식, 주입식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시험에 나오는 것은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답이 있어야하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것은 질문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이게 어떻게 제대로된 교육이고 소통을 통한 지식의 향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어떤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거나 스승, 멘토로 삼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의 깊은 사유와 사색을 이끌어낼 질문을 하고 그곳에서 그의 앎과 생각을 내 몸 속으로 체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모쿵푸스]는 이렇게 총체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모두 사용하여 공부를 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준다. 공부에는 시기도 없을 뿐더러, 무엇을 배우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알기를 원해서 배우는 것이고 그 시기는 죽기전까지 아니 어쩌면 그 후에도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았다. 공부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접근하는 방식, 고전과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을 중시하는 내용 마음에 들었다.
고미숙 작가의 다른 책을 한 번 읽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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