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내부자들』이다. 개봉 당시 누적 관객수 7,072,057명을 기록하며 역대 관객수 36위에 오른 작품이다. 조폭, 검찰, 언론, 대기업이 어떻게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 있었다. 과연 저럴까? 정말 이 사회의 최상층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과연 이 영화는 현실의 반영일까? 단지 영화일 뿐인가? 라는 의심을 놓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몇몇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내부자들의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재현되고 있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넥슨 주식 뇌물' 진경준 검사장 해임 확정...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일" - 서울신문(2016.08.08)

김정주 "진경준이 '넥슨 주식 그냥 달라' 요구" - KBS뉴스 (2016.07.21)

김정주 불구속 기소, 검찰 넥슨 수사 본격화 - 비즈니스포스트 (2016.07.29)


게임 벤처의 신화를 만든 김정주 넥슨 창립자는 그 동안 기존의 대기업들의 부의 세습이 아닌, 벤처를 통해서 새롭게 대기업 계열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자수성가로 사람들에게 본보기였던 이 사람의 배후에는 냄새조차 숨겨왔던 권력과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로 검사장 진경준 이었다. 검사장은 차관급이며 '검사'라는 역할 자체가 이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번 파문은 그 충격이 더 크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문제를 만든다면 과연 그 문제는 누가 해결을 해야 한 단 말인가?




이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2016년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 공직자 재산현황 공개였다. 진경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이 156억 원으로 재산 증가액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넥슨 주식 126억 원 어치를 처분했기 때문인데 그 주식이 넥슨이 상장되기 전인 2005년에 매입됐다는 것이 논란이 되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진경준은 사표를 제출하였고 법무부는 이것을 수리하지 않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대기발령인 저보를 시켰고,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해 '진경준 사건'을 배당,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체포하여 7월 18일 구속한 사건이다.


조사 과정에서 주식 외에도 추가적으로 밝혀진 사항으로는 진경준이 차량 벤츠를 요구했던 점, 그의 10년 가량의 해외 가족 여행 비용을 김정주가 지불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진경준 지검장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는 있다. 그렇다면 의심스러운 것이 있다. 그 대가로 넥슨이 받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10년에 가까운 나름의 관계를 유지해온 그들간에는 둘 만의 비밀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로 돌아가 보자.  그동안은 영화를 많이 보지도 못했으며, 보고 나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서 영화의 매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영화라는 장르는 대단히 흥미로운 점이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연기자들이다. 안상구 役의 이병헌, 우장훈 役의 조승우, 이강희 役의 백윤식의 연기에는 그대로 매료되었다. 최근에 이병헌의 작품을 몇 번 보고나서 느낀 점은 그의 눈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병헌의 눈으로 보여주는 연기는 대단히 탁월하고 저음의 목소리 또한 배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조승우는 뮤지컬로 유명한 배우이다. 사실 나는 그의 뮤지컬을 한 편도 보지 못했고, 그의 영화 작품도 이번이 첫번째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조승우가 연기를 잘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대단히 차갑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부드럽다가 냉정해질 때는 눈빛이 바뀌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영화에서는 시나리오의 진행에 따른 흐름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각 개성있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서 더 풍부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대단히 큰 차이점으로 보였다. 실제 인물이 눈물을 흘릴 때의 모습, 땀이 나고 눈물 콧물이 섞이고, 눈에는 그 감정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연기 이런 연기를 보는 맛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영화와 소설의 다른 점이자,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은 바로 조연들의 연기이다. 소설에서도 분명히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이 있고, 그들은 그들만의 개성을 표출해낸다. 하지만 쉽게 두각을 나타낼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듯 하다. 영화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이다.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을 만들어낸다면 보는 이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이번에는 '조상무' 役을 맡은 조우진 이라는 배우가 몇 번의 장면만으로 선명한 씬 스틸러가 되었다.

미래자동차의 조상무는 철저한 오회장의 심복이다. 그는 미래자동차 내의 어둠의 해결사다.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쓰레기를 훔칠라 카노?"


영화의 주요 장면인 안상구의 손을 자르는 장면에서는 

"어이 안상구 사장, 사장 사장 해주니까 다 똑같은 사장으로 보이요? 사이즈가 다르잖아"


안상구의 심복이었던 박종팔 사장을 처리하려고 했을 때는

"여 써리고, 또 여 써리고 ...... 복사뼈 위를 써리야 안되겠나"


이런 몇 마디는 대단히 소름 끼친다. 만약 조폭의 모습으로 그렇게 했다면 이정도 인상은 주지 못했을 것이다. 까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한 모습, 무테 안경을 끼고 직접 이런 걸 지시하고 행하는 모습은 낯설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깊게 다가온다. 아마 지금 세상에는 이런 잔인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겉으로는 번지르 하지만 뒤에 숨어서 저지르는 그런 모습들, 그래서 더 역겹다.



영화에서는 이병헌의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이 대사는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이세진이 잘 살려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줬다. "모히또 가가지고 몰디브나 한잔 할라니까" 언뜻 들으면 자연스러운 말 같지만, 다 듣고 나면 이상한 말,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이 대사는 사실 이병헌이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한 대사라고 한다. 


영화의 대사를 이렇게 잘 활용하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개그맨 이세진 처럼 좋은 기회의 발판이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반대로 사용한 사람도 있다.


영화에 논설주간 이강희 役을 맡은 백윤식이 한 대사가 있다. "대중은 개 돼지 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 영화 속의 대사는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기분이 상당히 나쁜 대사였다. 그런데 정말 이런 말을 입에 담은 사람이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 기획관이다. 교육부 정책 기획관이면 2급 공무원이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의 고위 관리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민중은 개, 돼지다.", "개 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는 발언을 했다. '영화 대사를 그렇게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몇 번을 봐도 화가 난다. 저 한 사람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교육부에 대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올바른 사람을 뽑길 바란다. 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한민국 교육을 바랄 뿐이다.




지금까지는 현실에 밀접하게 다가가 있는 영화를 봐와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의 사회에 대한 이런 직격타가 반갑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 중에 아마 가슴이 따끔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올바른 길로 선회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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